열린세상
  • [열린세상]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자 갚을 생각에 잠을 설친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8%라니…. 당혹스런 상황이 3~4년 내 닥칠 수 있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부의장의 경고다(“3~4년 후 기준금리가 3.25~4.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 미국 금리 인상폭이 4%면 한국은 4% 이상이 된다. 금리가 오르면 리스크 프리미엄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요즘 차입 금리가 3~4% 정도니까 3년 후 ‘8% 대출 금리’가 허구(虛構)는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코앞에 다가왔다. 0~0.25% 바닥까지 떨어뜨린 게 2008년 12월이다. 7년 만에 올린다. 세계 경제는 가 보지 않은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환경이 바뀌면 통화정책도 변한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의 최근 연설 제목은 그래서 ‘뉴 노멀 통화정책’이다. 시장을 달래려는 시도가 연설 내내 역력하다. ‘점진적’이라는 표현이 14회 반복된다. ‘그린스펀 사다리’ 공포가 마음에 걸리나 보다. 그린스펀 의장 시절 2년간(2004년 6월~2006년 6월) 17차례에 걸쳐 4% 포인트 이상(1→5.25%) 끌어올린 과거사 말이다. ‘안심 발언’은 계속된다. 금리 조정은 인플레이션, 실
  •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지난 6월은 현충일과 6·25전쟁 65주년 기념일이 있었던 호국 안보의 달이었다. 대한민국은 해방과 정부 수립 후 국가로서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적의 침략을 물리치고 신생 대한민국은 유지될 수 있었지만 한민족이 겪은 전대미문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 중에 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국가를 구하고 1970~80년대 산업화를 일군 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또한 자주국방 정책으로 다양한 고성능의 현대적인 무기 체계가 국산화되고 있고 한·미 안보동맹을 통해 국가 안보의 바탕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같은 대량파괴 무기를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외치면서 중국 견제를 핑계로 군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적극적인 우주 개발과 활용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2001년에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 우주 관리 및 조직 평
  • [열린세상] 우리는 바른길을 가고 있는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우리는 바른길을 가고 있는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광복 70주년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지난 수십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덕분에 먹고살 만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 등에서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개발도상국에는 희망이라고까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공권력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경찰과 검찰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툭하면 데모하면서 경찰차를 때려 부수고 불 지르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 검찰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정치권은 늘 특별검사를 주장한다. 영해를 지키기 위해 제주도 남단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도 십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했고, 착공 후에도 이에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소를 짓는 것도 어렵지만 애써 발전소를 지어도 지역 주민의 반대로 송전탑을 제때 세우지 못해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는 나라다. 법은 있어도 지키면 손해인 나라다.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을 감수해야 하고 그나마 2년마다 실직의 공포를 겪어야 한다. 나이 50이면 직장에서 내몰려 자영업에 허덕이다가 빈곤층으로 주저앉는다. 취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 [열린세상] 서울역에서 본 대한민국의 자화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서울역에서 본 대한민국의 자화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일제강점기인 1922년 6월 착공해 1925년 9월 준공된 서울역사(驛舍)는 일본이 조선 및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세운 건물로 ‘작은 도쿄역’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역사 완공과 함께 남대문역이라고 부르던 역사명을 경성역으로 변경했는데, 당시 건물 규모와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서울역은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출발점인 경인선의 개통과 함께 시작됐다. 1905년 경부선을 시작으로 경의선과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한국전쟁 때 역사 일부가 파괴되는 등 우리나라 근대사 및 산업화 과정의 산증인이었던 구 서울역사는 2004년 1월 새로운 민자 역사가 신축되면서 폐쇄됐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노선 연장과 노선 확충이 이뤄지면서 서울역은 이제 우리나라 산업화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974년 8월 15일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후 수도권 지역으로 노선을 확장하면서 서울역을 통해 인천, 경기, 충청 지역까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게 돼서다. 최초 지하철인 1호선 개통일이 8월 15일이었던 것도 역사적으로 작지 않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서울역이 이제는 인
  • [열린세상] 한국 의료, 회생의 실마리는 어디에?/허대석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한국 의료, 회생의 실마리는 어디에?/허대석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버락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대한민국의 의료 제도에 대한 자부심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화려한 시설, 고가장비, 우수한 의료진도 의료운영 체계의 후진성을 가리지 못하고 치유의 공간이어야 할 병원이 치명적인 질환을 전파하는 구심점이 됐다. 전염성이 낮아 다른 나라에서는 중동을 다녀온 환자에서 제한적으로 발병했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만 짧은 기간에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파된 원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한국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너무 붐비는 응급실,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가 지내는 것,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관행, 가족 간병과 문병문화’ 등 한국 의료의 특수 상황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병원 내 감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위험성에 대해 이미 많은 경고가 있었으나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응급실, 입원병동, 외래진료실은 동선이 겹치지 않게 독립 건물로 분리해 관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병원은 한 건물 내에 모든 시설이 있고, 여기에 식당가와 상점들까지 공존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깝다. 치료하기 어려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환자들이 우리나라의 병원과 같이 매우 좁은
  • [열린세상] 제2의 무역입국을 꿈꾸며/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제2의 무역입국을 꿈꾸며/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60년대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철광석·텅스텐 등 가공하지 못한 광물자원, 김·오징어 등의 1차산품, 직물·합판 등의 빈약한 수출 품목으로도 1964년 국민총생산 30억 달러인 나라에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50년이 지난 2014년에는 수출 5731억 달러, 수입 5257억 달러로 47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4년 연속 1조 달러의 무역 규모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남미나 아시아의 신생국들이 채택했던 수입대체형 경제발전 전략과 달리 ‘무역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수출주도형 전략을 추진한 것은 특이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대부분의 신생국들은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식민지 종주국 등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공산품들을 대체하는 수입 대체 전략이 진정한 독립을 이루고 싶은 국민 정서에도 부합한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천연자원도 없고, 그나마 있던 산업시설도 6·25전쟁으로 파괴돼 수출할 만한 산업 기반도 없던 나라가 수출주도 전략을 채택해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됐던 세계
  • [열린세상] 대학, 고령화에 대비한 인재 양성해야/이용걸 세명대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열린세상] 대학, 고령화에 대비한 인재 양성해야/이용걸 세명대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미국의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교육을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여러 장소에서 한국의 교육 경쟁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적 자원이 기반이 됐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뚜렷한 물적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수한 인적 자원 확보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라는 엄청난 태풍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금은 근로자 5.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3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출산율 제고, 여성 및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율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와 꼭 병행해야 할 정책이 국민 각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정책 강화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교육이다. 초중등학교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태풍 속에서 거의 빠져나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1인당 학생수
  • [열린세상] 공적 담론 형성 통해 정치적 양극화 해소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공적 담론 형성 통해 정치적 양극화 해소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직전 40%였던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달 후 29%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집권당 지지율은 43%에서 40%로 감소한 반면 제1야당은 3% 포인트 오른 22%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59%였던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달 후 13% 포인트 빠졌고, 여당은 4% 포인트 줄었으며 제1야당은 2% 포인트 감소했다(갤럽 여론조사 결과).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해서 청와대와 ‘동패’(同牌)의 관계인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가 낮았다. 최근 20주 동안의 조사에서 집권당 지지율은 일관되게 40% 초반대에 머물렀고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됐을 때에도 38%를 기록했다. 또 다른 특징은 집권세력이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메르스 전쟁에 앞장선 당 소속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에 올라도 제1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정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 관행은 한국 정치 현실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메르스 확산 원인을 가족 문병, 병원 내 조치 미흡과 다인병실 등 온갖 문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거론했다. 한국에 특유한 문화를 모두 거론하다 보면 모든 것이 원인이고 그래서 책임 규명이나 대책도 아리송해지는 문제가 있다. 메르스 사태의 이른바 티핑포인트(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는 첫 환자 확진 이후 18일간 감염 병원 정보의 공개를 미적인 점이다. 사태 초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호루라기’를 불 사람과 집단이 없었는가, 아니면 있었는데도 ‘감염 병원 명단 공개’를 주저하거나 방해한 역학관계가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일각에서 대통령 리더십까지 거론되지만 큰일만 터지면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본질 파악을 흐리는 일이다. 먼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위험 신호를 적극 위에 전달하고 고위직들을 설득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밝혀야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우리는 사전에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했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역학조사원 등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며 “초기 대응 판단이나 대응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말대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게 정부의 한계다. 앞으로도
  • [열린세상] 차세대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 서둘러야/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차세대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 서둘러야/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우리나라는 현재 쓰고 있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수입액의 25%를 에너지 수입에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정유회사 광고 카피를 보니 ‘석유를 수출하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석유 에너지의 100%를 수입하는 나라인데 석유를 수출한다고 하니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고급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를 수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에 유망한 성장산업으로 바이오, 기후, 나노 등 세 가지를 선정하고 바이오 미래전략, 기후변화 대응전략, 나노기술 산업화 전략을 마련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바이오에너지 산업 육성이다. 바이오 에너지 산업은 사실 오래전부터 미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서 집중 연구하고 투자해 왔다. 유럽연합(EU) 등 유럽 국가들도 1970년대 석유위기를 겪은 후부터 태양광발전, 풍력, 조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 왔는데 그중 가장 보편화되고 많이 사용하는 것이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 산업이다. 산림바이오매스란 벌채나 숲가꾸기 작업에서 생산되는 잔가지 등
  • [열린세상] ‘좋은 행정’을 위한 방안/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좋은 행정’을 위한 방안/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민의 안전과 보건 및 복지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좋은 행정에 대한 국민의 여망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좋은 행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들 간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우리나라의 행정이 좋은 행정일까”라는 질문에 선뜻 “예”라는 답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행정의 목적이 국가 형성, 경제 발전, 가난 극복 등과 같이 비교적 단일적인 경우에는 집권적인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공무원 중심으로 집행하는 관치행정이 효과적이고 좋은 행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우수한 행정 인력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형성된 중앙집권 체제의 행정은 전국적인 새마을운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었으며, 이를 배우려는 개발도상국가의 관심은 지금도 뜨겁다.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고 민주화가 수반되면서 국민의 가치와 이익은 다원화됐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지역의 목소리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삶의 현장에서 주민들의 생생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중앙정부 중심의 집권적인 체제는 더이상 좋은 행정이 될 수 없게 됐다. 중앙집권적인 체제는 수동적인 지방정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공무원, 피동적이고 시민의식이 결여된 주민들을
  •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가 한국사회에 던진 과제/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가 한국사회에 던진 과제/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어제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쟁의 참상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국민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줬다. 지난 65년간 대한민국은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욕되지 않을 정도의 국가 발전을 이뤄 냈다. 6·25의 잿더미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신생국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거듭난 나라, 한류를 꽃피우는 문화강국, 150만 외국인이 함께 사는 희망 사회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의 참모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불만, 불신, 불안이라는 3불의 격랑 속에 외부 충격에 쉽게 좌초될 것 같은 난파선의 형국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자긍심,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시민의식,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은 실종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운명공동체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단어가 난무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세월호에 이은 국민들의 3불 상처가 쉽게 치유될지 의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한국 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 [열린세상] 우리는 모두 다르게 울고 웃는다/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우리는 모두 다르게 울고 웃는다/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어제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중학생 딸아이의 등 뒤로 “너, 6·25가 어떤 날인 줄 알아?”라고 물었다. 북한의 김정은이 이 땅의 중학교 2학년들의 ‘중2 병’이 무서워서 절대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딸아이에게서 싸늘한 반응이 되돌아온다. “뭐라고?” 나는 다시 물었다.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젊었을 때 일어났던 한국전쟁, 안 들어 봤어?” 그제서야 아빠를 아래위로 휙 훑어보더니 딸아이가 쿨하게 대답하고는 현관문을 꽝 닫고 돌아선다. “아, 김일성, 남침!” 세월의 영사기를 돌리듯, 그 순간 나는 이런저런 단편적인 기억들을 쏜살같이 떠올린다. 어렸을 때 ‘라면땅’이라는 이름의 과자가 있었다. 1975년이었나? 우리 집이 서울로 이사를 오기 전의 일이다. 새로운 과자가 나왔다는 동네 친구들의 소식에 마음이 설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낙담하게 된다. 그 과자 포장지에 새겨진 로고가 당시 소련의 국기와 비슷해 보였다. 그런 이유로 그때 동네 꼬맹이들은 그 과자는 소련에서 온 간첩들이 만들었으니까 먹었다가는 우리가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해괴한 소문을 퍼뜨렸다. 나도 그 소문을 믿고 말았다. 많이들 기억하고
  • [열린세상] 6·25사변과 6·25전쟁/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6·25사변과 6·25전쟁/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내일은 북한이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고 기습 남침한 6·25전쟁 발발 65년째 되는 날이다. 6·25전쟁은 오랫동안 6·25사변 또는 6·25동란으로 불렀다.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된 대한민국 영토의 북쪽을 불법 점거해 섬멸돼야 할 무장 단체인 북한이 변란을 일으킨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영토에 관한 헌법 제3조 규정에 충실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 회원국이 되면서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돼 6·25사변도 국가 간의 무력 충돌을 뜻하는 6·25전쟁으로 바뀌게 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의 효력을 존중하는 헌법 제6조에 충실한 개념이다. 그 후 6·25와 관련된 법령을 개정할 때마다 용어를 고쳐 나가다 2년 전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마지막으로 6·25사변이라는 용어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3조가 개정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법적 지위를 설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남북 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대외적으
  • [열린세상]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대통령·국회에 대한 요구/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대통령·국회에 대한 요구/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인식과 대응에 불만이 크다. 안이한 초기 인식을 보여 주는 예로 확진자가 나오고 격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 막기에 몰두했다는 점을 든다. 메르스 사태 중에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다. 개정안 내용은 행정입법이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국회가 판단하면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개정안의 위헌성을 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문가 공통 의견은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다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전문가와 학자들의 진실한 의견이 궁금하다. 사실 위임을 철회해 행정입법을 실효시킬 수도 있는데, 그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왜 위헌이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개정안에 위헌성이 있다고 믿는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결정을 얻는 등 헌법 재판의 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헌법재판제도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어 오다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기회를 막는다면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 [열린세상] 개념환자/이형래 경희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개념환자/이형래 경희대 의대 교수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했다.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민의 원망과 공포도 눈덩이처럼 부풀어졌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손님들은 발길을 뚝 끊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떠도는 우려의 목소리와 괴담에 백화점과 마트, 시장 상점들은 개점 후 휴업 상태가 됐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후폭풍과 심리적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르스는 2015년 한국에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대한민국을 감염공화국으로 탈바꿈시킨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일 다양한 매체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이 내뱉는 지탄의 목소리가 TV와 라디오, 인터넷을 떠돈다. 고온 건조한 기후와 고령의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 좁은 6인실에 환자와 간병인 12명 이상의 사람이 북적거리는 의료 환경과 문화, 정규직과 비정규직·파견직을 구분해 대응했던 구멍투성이 방역망 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으로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여러 가지 언급할 수 있다. 병원 내 감염 관리의 강화라든가, 메르스처럼 우리가 전혀 모르는 유입 바이러스에 대한 철저한 초기 대응방안 마련 등 여러
  • [열린세상] 때늦은 후회의 교훈/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때늦은 후회의 교훈/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얼개를 든다면 시간과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통념적으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배타적이면서도 세상일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틀’로 인식돼 왔다. 시간의 의미는 역사를 통해 해석되고, 공간의 의미는 지리를 통해 인식된다. 즉 시간과 공간은 인류 문명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좌표’인 셈이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공간을 잘 활용하면 발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보한다는 법칙은 더이상 검증이 필요 없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사물의 인식 근거로 ‘있다’, ‘없다’를 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있다’, ‘없다’는 분명 다른 차원의 현상이다. 이는 존재 영역인 ‘우주’의 범위를 설명하면서 ‘우주 밖’을 부존재(不存在)의 영역으로 대응시키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공간을 시간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고, 시간을 공간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종종 시간과 공간을 같은 차원에서 대비하며 각각의 상호작용을 기대한다. 이렇듯 인간은 살아 있으면서도 사후(死後) 세상을 상상하고, ‘삶’과 ‘죽음’을 같은 차원에서의 서로 다른 현상으로 인식한다. 세상의 모든 신비는 이러한 착각에서 비롯된다.
  • [열린세상] 메르스의 정치학/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메르스의 정치학/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은 아무리 무난하게 봐주려고 해도 총체적인 실패였다. 초기 대응 실패, 격리 실패, 출국금지 실패, 3차감염 예상 실패 등의 연속이었다. 전파력이 낮다더니 전파력이 높고, 3차감염 없다더니 4차감염까지 나왔다. 이런 정부의 뒷북 대응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에 매달 관리비를 내면서 제대로 관리를 받는 것처럼 우리는 다 국가에 세금을 낸다. 그런데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도 이렇게 무능한 관리를 받아 온 걸 알게 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수방관, 뒷북 대응, 책임전가, 복지부동하는 정부의 초기 대응을 보면서 국가의 자격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도 침체되고,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민폐 국가가 될 처지에 놓였다. 초기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 며칠을 놓친 대가는 이렇게 참혹하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세 단계로 나뉜다. 의료기술 대응, 보건 대응, 정치적 대응이다. 의료기술의 싸움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니 차치하자. 확산을 막는 보건 대응에서 실패하다 보니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4차감염자까지 나왔다. 이제 차수는 무의미해졌다. 정치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 [열린세상]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언/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열린세상]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언/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 속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로 구매력이 커진 데다 전세물량 부족 현상이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전국에 걸쳐 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건설 시장에서도 미분양 주택 감소와 신규 분양 물량이 증가하여 향후 건설 투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시장은 내수경기를 선도하고, 서민생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에 대한 그동안의 일관된 정책 기조는, 수요 측면에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고, 공급 측면에서는 공공택지 개발과 분양가 규제 등을 통해 중산·서민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었다. 1980년대 말 주택 및 전세가격 폭등을 계기로 추진된 5개 신도시 개발과 주택 200만호 건설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공공 임대주택과 부동산·금융시장 육성책도, 보완할 점은 많았지만 부동산시장 발전에 기여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경제위기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큰 폭의 침체와 반등을 거듭했다.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가로막은
  • [열린세상] 메르스, 두려움의 과학적 관리/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메르스, 두려움의 과학적 관리/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가 지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입니다.” 1930년대 처참한 대공황 위기에 빠져 있던 미국 국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명연설 가운데 한 대목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노변정담’(邊情談) 주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두려움과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한편 뉴딜 정책과 같은 실질적인 공공수요 창출 정책으로 미국을 대공황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난데없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강타한 지금 우리 사회는 메르스 바이러스 못지않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 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 메르스의 실체와 전염 경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면 될 것을 보건 당국은 초기에 안이하게 대응했고,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관리하지 못하고 상당수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치는 이때 스스로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핵심은 과학적 사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면 왜 두려워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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