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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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정치인이 차지한 지역 축제 무대

    지난 8일 음식 축제의 실상을 살피러 제12회 임실N치즈축제에 다녀왔다. 임실치즈는 1960년대 중반 임실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려 시작한 일이다. 1964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는 산양 두 마리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해 1967년 임실읍 성가리에 국내 첫 치즈 공장을 세웠다. 1970년 임실역전교회에 부임한 심상봉 목사는 신용협동조합 운동으로 농가의 고리채를 끊고 청년 교육에 힘을 쏟았다. 오늘날 임실치즈마을이 누리는 경제적·심리적 자족감은 두 리더가 일군 자립의 정신에서 나왔다. 이제 예순·일흔 줄에 들어선 그 제자들이 고군분투한 결과가 바로 임실치즈다. 2015년부터 임실군은 치즈마을 언덕 너머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축제를 열어 왔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 문화관광축제가 되었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식품 축제 20개를 처음으로 묶은 ‘K푸드 페스타’에서 금산세계인삼축제에 이어 두 번째 순서에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 백화점에서도 비싼 임실치즈와 요구르트를 20% 할인하니 판매장은 인산인해였다. 화려한 무대와 판매장은 모두 테마파크에 있었고, 60년 치즈의 역사를 품은 마을은 축제의 중심에서 비켜난 채 그 언덕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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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감옥을 지으라는 관광진흥법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등록 외국인 수는 1200명을 겨우 넘었습니다. 한 해 방문 외국인도 1만명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체류 외국인은 300만명에 가깝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은 30만명을 돌파했지요. 올해 외국인 방문객은 2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이적입니다. 외국인의 방문과 교류는 양적인 성장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도되는 소식에 따르면 질적인 면에서도 어마어마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얼마 전 영국의 여행매체인 ‘타임아웃’이 종로3가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서울이 해외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파리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2026 세계 대학생 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1위에 올랐다는 글로벌 고등교육 평가기관 QS의 발표도 있었지요. 방문객 수의 엄청난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관광 인프라는 방문객 증가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설치된 ‘관광불편신고센터’ 접수 현황을 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체 신고 건수 중 숙박 관련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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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장관에게 인사권을 줘도 문제다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대통령이 최근 실장급 이하 인사에 자율권을 주고 있으며, 부처가 좋은 인재를 배치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을 잘 아는 부처가 인재를 배치하면 현장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2000년 이후 급격히 몸집이 불어난 (예산이 800% 증가했다.) 현실을 반영, 인력운영의 전문성이 강화되니 늦었지만 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인사권을 내려보내는 것만으로 부처의 인사 역량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사는 단순 행정 절차 업무가 아니다. 조직의 임무와 개인의 역량을 고려해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전문 영역이다. 따라서 부처의 인사 자율권을 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각 부처에는 인사를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인력과 체계가 충분히 있는가. 인사는 발령 업무가 아니라 전문적인 경영이다. 공정한 인사는 오늘의 인사 규정을 지키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일의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의 핵심 기능이다. 직위별로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분석하고, 구성원의 성과와 잠재력을 평가하며, 승진과 전보가 조직의 전문성을 어떻게 바꿀지 판단해야 한다. 보직은 정책의 연속성과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 담당자가 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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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AI 개발 속도 둘러싼 논란

    최근 대한민국 금융권이 해킹당해 수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경각심을 가지고 있던 핵심 금융 거래망(인터넷과 모바일뱅킹)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방심한 주변 업무 시스템(대출모집인이나 외부 영업 직원용)이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방법은 ‘인공지능(AI) 자율침투’라고 한다. 비밀번호 입력이 5번 연속해서 틀리면 더이상 진행이 안 되니 AI를 통해서 4번까지 시도해서 로그인에 성공하면 정보를 취하고 틀리면 다음 계좌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도덕의식이 없는 AI는 주어진 과제에 오로지 최고의 답을 찾고 그 목적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최적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AI는 수많은 계정을 동시에 뚫고 들어갔다. 해킹 일주일 만에 해커의 단서가 공개되었는데 20대 중국 대학생이 자신의 공격 관련 정보를 클로드 코드에 입력했기 때문이다. 해커는 유출한 정보를 어디에서 팔 수 있는지 등을 클로드 코드에서 묻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나온 IBM의 데이터 유출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터진 악성 데이터 유출 사고의 약 25%가 AI 해킹에 의한 것이다. AI 해킹은 1년 사이에 50% 이상 증가했고 평균 80억원 규모의 피해를 일으켰다. 주
  • thumbnail - [열린세상] 북미 정상회담이 불러올 후폭풍

    [열린세상] 북미 정상회담이 불러올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김정은을 향한 추파를 계속 던지고 있다. 그가 금방 끝내겠다던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그로 인해 그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로서는 뭔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승리의 서사가 필요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는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니 이전에 만난 적 있는 김정은을 다시 만나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주장할 만한 뭔가를 얻어내고 싶을 것이다. 그의 속셈은 이해가 되는데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서 어떤 외교적 성과를 끌어낼 것인가를 따져 보면 신통한 결과를 도출할 만한 소재가 영 보이지 않는다. 과거 두 번의 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었지만 당시 미측의 막판 변심으로 결렬되었다. 수천㎞ 기찻길을 빈손으로 되돌아간 아픈 기억을 가진 김정은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선뜻 화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측에서 성사 가능성을 여전히 비추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비핵화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북한을 두고 미국이 실패했던 비핵화 회담을 다시 시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면 북미가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고 양
  • thumbnail - [열린세상] ‘MBK 방지법’과 규제의 균형

    [열린세상] ‘MBK 방지법’과 규제의 균형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의 과도한 차입 인수와 기업 부실화를 막기 위한 이른바 ‘MBK 방지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차입매수(LBO) 과정의 과도한 재무 부담이 피인수 기업과 근로자·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고, PEF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있다. 다만 모든 LBO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레버리지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PEF의 차입 한도는 순자산의 400%다. 일부 개정안은 이를 200%로 낮추고 업무집행사원(GP)의 보고·공시와 이해상충 관리,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2025년 12월 개선방안에서 400% 한도는 유지하되 차입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차입 사유와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 방안을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입법의 초점은 단순히 ‘400%냐 200%냐’라는 숫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동일한 레버리지라도 기업의 현금흐름, 사업위험, 부채 만기구조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차입 규모뿐 아니라 이자상환능력, 영업현금흐름, 만기구조, 담보·지급보증 등을 종합
  • thumbnail - [열린세상] 남산 이동수단 ‘개인 독점’ 벗어나야

    [열린세상] 남산 이동수단 ‘개인 독점’ 벗어나야

    남산은 서울의 상징이다.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 명소지만, 정상으로 올라가는 교통수단은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남산 케이블카는 60년 이상 개인의 독점체제로 운영돼 왔다. 서울의 대표적 경관 자산인 남산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현재의 교통수단은 순환버스와 남산 케이블카다. 특히 남산 케이블카는 지난해 약 170만 명이 이용했고, 주말과 성수기에는 1~2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불편은 어르신과 장애인,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케이블카가 아닌 순환버스를 이용하더라도 정상부까지 약 350m의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은 기존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도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남산에는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바로 곤돌라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곤돌라는 60년 이상 하나였던 이동 수단에 새로운 선택지를 더하자는 사업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부를 연결해 시간당 2000명 이상을 수송하고,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항소심 판결은 아쉬움이 크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곤돌
  • thumbnail - [열린세상] “최소한 응급실에는 갈 수 있어야”

    [열린세상] “최소한 응급실에는 갈 수 있어야”

    지난 8월 19일,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3월 1일 임신 28주 아내가 조산 진통으로 초응급 상황이었는데 대구 관내 7개 병원은 “진찰받던 환자가 아니다. 병상이 없다. 진료 장비가 예약되었다”라는 합법적 사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 경기 119에 연달아 이송 요청을 했지만, 관내 이송 원칙을 내세워 결국은 자기 차량으로 수도권 이송 도중 양수가 터졌고, 병원 도착 후 제왕절개수술을 받았으나 한 아이는 사망하고 한 아이는 뇌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구에서 4시간을 구급차 안에서 기다린 것이 너무도 후회된다면서 응급 의료시스템과 병원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 희생된 환자 보상 체계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25개월 된 김민건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전주 응급센터에 골든타임 안에 도착했으나 곧 수술받지 못하고 전원을 요청한 전국 14개 병원에서 모두 수용 거절을 당했다. 그 후 헬기로 7시간 만에 수원 응급센터에 도착해 수술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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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한국문학의 힘 그리고 번역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둔 마음은 느긋하다. 기적 같고 벼락 같았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아든 것이 불과 2년 전이기 때문이다.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뒤의 여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기대와 걱정이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열린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출판인 초청사업’에 전년 대비 45% 증가한 총 94개사가 지원 신청했다고 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언어권의 중요도, 출판사의 전문 역량과 인지도 등을 고려해 12개국에서 20개사를 초청했는데 이 가운데 펭귄 북스, 주어 캄프, 플뢰브 에데시옹 등 세계적 출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뉴욕과 파리에서 개최한 K북 홍보 행사도 많은 해외 출판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문득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 한국이 주빈국이 되었을 때를 떠올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전에 주빈국이 되었다는 흥분도 잠시. 이름 있는 독일출판사에서 나온 한국문학 번역서가 거의 없다는 현실에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었다. 부랴부랴 독일어로 번역된 원고 뭉치들을 들고 독일출판사들을 찾아다니며 출판을 읍소했지만 제대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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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정치는 소통이다

    고전 ‘주역’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내용이 있다. 즉 어려울 때면 변해야 하고, 변하는 것은 통하는 것이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갈등지수 1, 2위를 다투는 나라다. 특히 소통이 매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여야 간 정치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때로는 여권, 야권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정치가 서로 대립, 반목하고 양극단으로 치우쳐 싸우게 되면 종국적으론 정당도 나라도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가 극도로 불신받고 어려울 때 주역의 핵심 원리가 더 중요하다. 반드시 변해야 하고, 그 변화의 중심은 서로 통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여야의 상생 정치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 갈등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양극화다. 정치적 견해 차이와 그에 따른 대립은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나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견해 차이가 상대방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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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진짜 관계’를 갖는다는 것

    얼마 전,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무척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이 여든에 이를 때까지도, 그는 치열한 장인정신으로 작업을 해나갔다. 끝나지 않는 그 창작의 근원도 대단했지만, 더 부러웠던 건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의 곁에는 평생의 동료들이 있었다. 모든 장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지브리 전성기에 대부분 작품의 색채를 설계한 야스다 미치요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말한다. “한 편 더 해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그가 남긴 말 한마디를 책상 앞에 붙여 두고 7년여에 걸친 작품 창작에 들어선다. 마찬가지로 그의 곁에는 50여년간 인연을 이어 온 제작자 스즈키 도시오가 있다. 그는 매번 은퇴를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부추겨 다시 연필을 잡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평생의 인연인 원화가 안노 히데키와 가가와 메구미, 음악감독인 히사이시 조 등 수많은 동료들이 그와 함께하며 ‘지브리의 세계’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작품세계를 만들며, 인생 전체를 쓴 한 거장의
  • thumbnail - [열린세상] 국민연금, 자산배분 구조 고민을

    [열린세상] 국민연금, 자산배분 구조 고민을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국민연금처럼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채권과 주식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이 보완해 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자산 배분 투자의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먼저 채권과 주식 가격의 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인공지능(AI) 분야처럼 미래에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투자 프로젝트가 부각될 때, 기업들은 여유 현금을 투자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토지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의 낙관론이 확산되며, 투자자도 채권보다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게 되므로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 가격도 상승 행진을 벌인다. 그러나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벽을 뚫을 때, 반도체 등 정보통신 주식도 힘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말 30년 만기 국채가 4.53%의 금리로 발행되었으나, 올해 9월 25
  • thumbnail - [열린세상] 기초연금만이라도 청년 부담 덜어야

    [열린세상] 기초연금만이라도 청년 부담 덜어야

    2003년 개혁 추진 당시의 국민연금은 열다섯 살에 불과했다. 가입 자격을 얻으면 즉시 혜택을 볼 수 있는 건강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은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나서도, 63세가 되어서야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제도 도입 역사가 짧다 보니 이미 노인이 된 65세 이상 연령층은 가입할 기회가 없었고, 가입했을지라도 기간이 짧았다. 대다수 노인이 무연금자 또는 연금을 받아도 금액이 적었던 이유다. 이 틈을 정치가 비집고 들어왔다. 걸음마조차도 하기 힘든 상황인데 왜 빨리 뛰지 못하느냐고 하면서 모든 노인에게 세금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세금으로 돈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니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개혁안 통과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어정쩡한 타협이 이루어졌다. 전체 노인 중에서 취약 노인 45%에게만 지급하자던 정부안이 구르고 굴러서 노인 70%에게까지도 지급하는 것으로 2007년 국회 문을 통과했다. 이후 많은 논란 끝에 2014년 5월에 이름을 바꾼 것이 현재의 기초연금이다. 2007년 도입된 노무현 정부의 기초노령연금과 2014년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은 이름은 비슷해도 큰 차이가 있다.
  • thumbnail - [열린세상] 러시아 청년들은 모스크바를 원할까

    [열린세상] 러시아 청년들은 모스크바를 원할까

    여러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러시아지만, 그중에서도 러시아 바깥에 널리 퍼진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악명 높은 ‘모스크바 집중’이다. 소련 해체 이후 전국에 산재했던 제조업이 초토화되고 경제가 원자재 수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역 경제는 말라붙은 반면 권력과 부, 세계와의 연결망은 모스크바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모스크바는 2024년 기준 러시아 경제 생산의 약 21%를 차지한다. 2025년 인구는 약 1327만명으로 러시아 전체 인구의 9.1%에 달한다. 그야말로 중심 중의 중심이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에도 러시아의 여러 지방 도시를 여행한 나로서는 이러한 이미지에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콘크리트가 깨진 도로에서 대낮부터 무기력하게 보드카를 마시며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광경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 도시마다 인프라 개선 사업이 활기를 띠었고, 교외에는 그럴듯한 신축 아파트가 계속 들어섰으며 세련된 식료품점도 입점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국가가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일시적인 미봉책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방이 침체되었다는 한국에서도 지역 인프라는 나날이 개선된다. 겉으로 보이는
  • thumbnail - [열린세상] 추석의 미래

    [열린세상] 추석의 미래

    1970년대 초, 지방 중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해마다 추석이면 아버지를 따라 종가가 있는 시골 마을로 향했다. 어린 나에게 그 여정은 즐거운 귀향이 아니라 낯선 규칙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당숙과 재종형제들은 친척이라기보다 낯선 손님에 가까웠다. 촌수를 몰라 실수할까 봐 눈치만 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어색함은 나만의 기억이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대가족을 흩어 놓은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은 통과의례였을 것이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갈등의 성격은 달라졌다. 조부모를 중심으로 모이던 확대가족은 이제 구심점마저 흔들린다. 벌초와 성묘에 며칠을 써야 하는지, 친가와 처가 중 어디를 먼저 가고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를 두고 부부는 매년 협상을 벌인다. 산림조합중앙회 집계로 연간 벌초 대행 서비스만 9만 건이 넘고 시장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른다. 조상의 묘조차 이제 외주로 넘어간 셈이다. 명절 상 앞에서는 또 다른 전선이 펼쳐진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는 일은 여전히 며느리와 딸의 몫으로 굳어 있고, 설거지통 앞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명절 뒷담화의 단골 소재다. 한 유통업체 자료를
  • thumbnail - [열린세상] 장관·국회의원 겸직, 필요할까

    [열린세상] 장관·국회의원 겸직, 필요할까

    지난 5월 7일 여당 주도로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야당의 불참으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지 않아 불성립되었지요. 이후 국회의장이 다시 표결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여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홉 차례의 개정을 거쳐 1987년 6·10 민주항쟁을 계기로 같은 해 10월 29일 마지막으로 개정이 되었지요. 우리나라 역대 헌법은 4·19 민주혁명 이후 개정되어 약 1년여간 시행된 제2공화국을 제외하면 모두 대통령제 통치 형태를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취하면서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특한 형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이 행정 각부의 장관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대통령제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미국이 1787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발명한 제도입니다. 영국식 군주제를 배격하고, 권력분립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헌법제정자들은 대통령제에서 제일 중요한 원칙은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가지 권력이 견제와 균형을
  • thumbnail - [열린세상] 국회법 제29조를 고치자

    [열린세상] 국회법 제29조를 고치자

    해묵은 논쟁이 시중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전근대적인 특혜(?)를 ‘법의 원칙’이라 하니 이번엔 그 많은 개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국민 심정’을 어루만지면 어떨까.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까지 유지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가. 다시 자문해 보자.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오히려 법이 허용하고 있다. 국회법 제29조 제1항이다. 현행 국회법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얼핏 보면 ‘겸직 금지’ 조항이지만, 거꾸로 읽으면 국회의원에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즉 장관의 겸직은 허용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국회법 제29조를 고치면 된다. 헌법을 뜯어고쳐야 할 문제도, 국가체제를 개편할 문제도 아니다. 예외를 없애고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을 겸할 수 없다. 임명되면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한 것으로 본다”로 하면 된다. 교수도, 관료도, 군인도, 기업인도, 외교관도 그 누구도 겸직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는가. 국회의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도 할 수 있다.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
  • thumbnail - [열린세상] 잠실 247만장 재검표의 운명

    [열린세상] 잠실 247만장 재검표의 운명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서울 송파구 등을 포함해 재검표 요구가 제기되는 곳이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7월 15일 실시된 충주시장 재검표다. 이 재검표는 더불어민주당 맹정섭 후보가 국민의힘 이동석 충주시장에게 진 뒤 선관위에 당선무효 소청을 제기해 이루어졌다. 애초 선거는 맹 후보가 5만 2838표(49.94%)로 5만 2962표(50.05%)를 얻은 이 시장보다 124표 적은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무효표가 2277표로 득표 차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이해 안 된다고 맹 후보가 소청을 제기했다. 재검표 결과는 표차가 겨우 2표 줄어들었을 뿐이다. 선관위가 지금 선거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지만 역대 재검표 사례 가운데 승부가 뒤바뀔 정도로 개표가 부실했던 적은 없다. 2000년 이후 선거에서 재검표가 진행된 사례는 대통령선거 1건, 국회의원선거 19건, 지방선거 30건이다. 2002년 대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이 이의를 제기해 전국 각급 법원에서 재검표가 진행되었으나 당락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0년 이후 19건의 국회의원선거 재검표 결과에서도 승부가 달라진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득표 차이가 줄어든 경우가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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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트럼프식 막무가내와 미국 국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리더십은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을 심한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권 초기에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약으로 그가 미국의 경제와 지도력을 회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그의 리더십 행사 방식을 보고 세계를 위태롭게 하겠다는 우려가 커졌는데 지금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집권하면 우크라이나전을 하루 만에 종전시켜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시키고 중국과의 대결에 힘을 집중해 미국은 물론 서방의 위상을 지킬 것이라 공언했었다. 집권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공약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몇 주 안에 끝낸다던 이란과의 전쟁은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이 될 양상이다. 우크라이나전은 물론 불필요한 이란전까지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되면 세계 정세는 정말 암울해질 것이다. MAGA는 미국 국력을 회복시켜야 가능해진다. 국제정치학에서 국력의 4대 요소를 묶어 DIME이란 용어로 부른다. 외교(Diplomacy), 정보(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y)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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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세상] 홈플러스와 사모펀드 규제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성장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중요한 모험자본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높은 차입을 활용한 기업 인수(LBO)가 인수 이후 피인수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인 경쟁력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2015년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홈플러스 인수는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MBK는 약 7조 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지분 인수대금은 약 5조 8000억원, 기존 차입금 승계분은 약 1조 4000억원이었다. 인수 과정에서는 약 4조 3000억원의 선순위 인수금융과 약 7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약 5조원의 외부자금이 활용됐다. 즉 상당한 인수금융을 이용한 고레버리지 구조였다.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인수금융 상환과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주요 점포를 매각하고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을 활용했다. 상당수 점포가 매각되면서 현금이 유입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의 담보 여력이 감소하고 고정적인 임차비용이 발생했다. 다만 홈플러스의 경영악화를 인수금융과 자산매각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 사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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