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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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韓연구자들 머리 나빠 노벨상 못 탈까?

    올해 노벨화학상은 앙리 카간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일본은 2년 연속 수상자를 내며 외국 국적자를 포함해 역대 일본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28명으로 늘렸다. ‘아시아 기초과학 강국’임을 재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만들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워 기초과학을 지원했다. 2001년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50년 내 노벨상 수준의 과학상 수상자 30명 배출’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허황된 목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2001년 이후 2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축하만큼 우려도 크다. 소아이 교수가 수상 업적의 출발점이 된 반응을 처음 발표한 것은 1995년이다. 31년 전 뿌린 씨앗이 이제야 열매를 맺은 셈이다. 그사이 일본은 대학이 자유롭게 쓰던 기본 재원을 깎고 경쟁형·선택형 지원으로 무게를 옮겼다. 국립대 운영비 교부금은 2025년까지 20여 년 사이 13% 줄었고, 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에서 일본은 세계 13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사카구치 시몬,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는 젊은 연구자 감소와 기본 연구비 부족을 우려했다. 지
  • thumbnail - [데스크 시각] 창문 없는 저 호텔 누가 만들었나

    [데스크 시각] 창문 없는 저 호텔 누가 만들었나

    이제는 일상이 됐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는 일 말이다. 단골 순댓국집에서 메뉴판을 정독하고 있는 노랑머리 부부와 삼겹살집에서 서툰 젓가락질을 하는 어린이들을 보는 것이 이제 낯설지 않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파생된 효과다. ‘그게 되겠어?’ 했던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가 이제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니 서울의 거리가 좀 달리 보인다. ‘국뽕’이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게 예쁘게 바뀌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보면 푸른 하늘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경복궁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고, 육조 거리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현대 건축물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계 최대 가로분리대’라는 비판을 받으며 탄생한 광화문광장도 슬금슬금 자리를 넓혀 이제 시민들이 즐기는 공간이 됐다. 가히 ‘예쁜 서울’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거슬리는 것이 보인다. 길을 가다 가끔 보이는 ‘창문 없는 호텔’이다. “고시원도 아니고 창문 없는 호텔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골목골목 들어선 소형
  • thumbnail - [서울on] 지도를 접고 현미경을 들자

    [서울on] 지도를 접고 현미경을 들자

    “작가의 일은 그저 작은 것들을 알아차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큰 것들을 알아차리는 건 데카르트 같은 사람의 일이죠.”(앤 카슨, 2024년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과의 인터뷰 중에서) 지난 8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호명됐을 때 안도감과 반가움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한국시간 기준 매번 저녁 8시에 발표되는 노벨상 소식을 다음 날 신문에 집어넣으려면 기사 마감을 무척 촉박하게 해야 한다. 카슨은 다행히 한국에 책이 소개될 때마다 빠짐없이 따라 읽었던 작가였다. 문장도 여러 차례 곱씹어 본 터라, 카슨의 세계를 넉넉하고 여유 있게 소개할 수 있겠다 싶었다. 스웨덴 한림원 연락 이후 카슨은 한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게 말도 안 된다. 다들 미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역사와 대중을 의식한 거장은 으레 자기 연출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카슨에게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격식은커녕 평범한 사람처럼 어리둥절해하는 노(老)작가의 면모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기도 했다. 소탈함에 감탄하던 차, 카슨이 어느 대담에서 했다는 말이 겹쳐서 다가왔다. 오늘날 작가는 다만 ‘작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뿐이라고. 큰일은 앞서 ‘데카르트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다양한 관점’이라는 착시

    [세종로의 아침] ‘다양한 관점’이라는 착시

    지난 10일 서강대 메리홀, 낭독극 ‘새’의 막이 내린 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들리케는 ‘침묵’이라는 말을 꺼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1부를 옮긴 ‘새’는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경하와 인선의 목소리로 제주4·3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작품이다. 들리케는 “한 공동체가 끔찍한 일을 겪고도 10년, 20년, 40년이 지나도록 그 일을 입에 올리지 못한 채 침묵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면서 “역사가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예술가는 문학을 통해 발견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과 예술을 “산 사람과 이름 없이 스러진 영혼들 사이의 대화를 이어 가는 일”로 규정했다. 위페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해자들의 침묵을 언급하며 “한강이 그린 이 역사는 우리 모두의 역사”라고 짚었다. 그 생각은 나흘 뒤 국립극장에서 만난 군힐드 킬데 국제입센상 사무국장의 말로 이어졌다. 입센을 기린 이 상은 올해 아시아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한국 연출가 구자하에게 돌아갔다. 킬데는 “입센은 진실과 자유를 이야기했고, 이 상은 지금 이 시대에 진실을 말하고 자유를 외치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역설했다. 희곡 ‘민중의 적’을 남긴 작가의 이름을 내건 상다운 기
  • thumbnail - [데스크 시각] 웰컴 투 동막골 옆 H1

    [데스크 시각] 웰컴 투 동막골 옆 H1

    잔디가 넓고 곱게 깔린 골프장을 보면 아마 많은 이들이 홀인원의 짜릿함이나 양파의 씁쓸함, 혹은 벙커의 악몽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소수의견이란 있기 마련이다. 마라톤에 진심인 한 후배는 요즘 유행인 트레일러닝으로 딱이겠다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골프장에 처음 갔을 때 그린 너머 굽이치는 산줄기에 눈이 먼저 갔다. 산봉우리에서 막걸리 한잔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산줄기엔 등산로가 제격이고 카트보단 배낭 메고 걸어야 제맛이지 하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워낙 산을 좋아한다.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가 인생 최고의 추억 가운데 하나다. 월출산부터 백두산까지 걷는 백두대간 종주가 버킷리스트다. 그러니 주말에 산에 간다고 하면 기꺼이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도 골프 얘기엔 ‘새벽잠 많은데, 피곤한데’ 하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오랫동안 골프를 멀리한 또 다른 이유는 꽤 현실적인데, 왼손잡이 문제다. 대학 시절 사돈댁 어른이 골프를 맛보기로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분은 기본 자세를 알려 주며 시범도 보여 줬다. 자 한 번 해봐. 뭔가 어색하다. 너 왼손잡이구나. 수업 끝.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골프채를 잡고 싶다는 생각
  • thumbnail - 왜적에 맞선 녹도만호의 충절… 고흥 바다 호령한 기개 [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왜적에 맞선 녹도만호의 충절… 고흥 바다 호령한 기개 [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충무공 보좌했던 녹도만호 정운 임란 초 경상우수영 진출 이끌어 왜군 함대 연파해 전쟁 판도 바꿔 정해왜란 나선 청년장수 이대원 항복 거부하며 사흘 버티다 순절 쌍충사 외엔 녹도진성 흔적 희미 고흥반도 서남쪽의 녹동항은 남해안 도서지역 곳곳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중심지다. 녹동신항 여객선터미널에선 제주항을 잇는 카페리도 하루 한 차례 오간다. 녹동항은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남쪽 거금도와 남서쪽 소록도가 큰 바다의 거친 파도를 막아 주는 천혜의 어항으로 자리잡았다. 녹도진성이 일찍부터 증요한 수군기지로 떠오른 것도 군선이 안전하게 드나들고 머물면서 외부에는 쉽게 노출되지 않는 주변 지형 때문이다. 녹도진은 외적을 방어하고자 지금의 녹동항에 두었던 수군 만호진(萬戶鎭)이다. 성곽이 완성된 것은 1490년(성종 21년)이지만 수군진은 조선 초기에 설치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녹동항에 가려면 남해고속도로 고흥나들목으로 빠져나와 남쪽으로 뻗은 우주항공로를 타야 한다. 이 길은 고흥군청이 자리잡은 고흥읍을 지나 녹동항이 있는 도양읍으로 이어진다. 미래지향적 이름을 가진 또 다른 길 우주로는 우주항공로를 달리다 동남쪽으로 갈라지는
  • thumbnail - “시장논리 안 통하는 농업… 지킬 대상 아닌 산업으로 접근을”[최광숙의 Inside]

    “시장논리 안 통하는 농업… 지킬 대상 아닌 산업으로 접근을”[최광숙의 Inside]

    농심 건드린 농지 전수조사 ‘투기 근절’ 성과에만 치중해 문제 소유 중심의 경자유전 틀 벗어나 이용 중심의 농지 운용 새 판 짜야 바람직한 농지 정책은 기술력은 선진국, 인식은 후진적 정부, 농가 보조금만 생각해 문제 토지 공동이용 등 구조 전환 절실 글로벌 시장서 우리 농업이 살길 산업·복지·균형발전 혼재된 농업 은퇴도 신규 진입도 어려운 상태 10년 이상 장기 계획 초석 다져야 정부는 최근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농촌 현장의 불안과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투기 목적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령농의 관행적 임대나 상속받은 농지 등은 강제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사상 최초의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 5개월만에 성난 농심에 한발 물러섰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농지 감소 및 고령농, 토지의 비효율적 이용 등 농촌의 고질병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지제도를 ‘경자유전’이란 소유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적정 규모의 농지 보전과 소규모 분산 농지의 효율적 이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정부 정책의 신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삼성전자 ‘100조 시대’가 불안한 이유

    [세종로의 아침] 삼성전자 ‘100조 시대’가 불안한 이유

    한국 산업이 이렇게 세계 무대의 ‘주인공’ 자리에 선 적이 있나 싶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107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세계 기업사에 남을 기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말 일본을 찾았을 때는 현지 취재진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에 대한 ‘말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서였다. 지난여름부터 엔비디아와 오픈AI, AMD 등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한국을 잇따라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 시장에서도 유례없는 이런 호황이 계속될까 의구심이 여전하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당시 소련 견제를 위한 미국의 기술 지원을 등에 업었다. 이후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미국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팍스 니포니카’에 대한 두려움까지 퍼졌다. 그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쇠락하기까지 딱 10년이었다. 1980년대 말 세계 반도체 시장의 90%에 달하던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1998년 20%까지
  • thumbnail - [데스크 시각] 이재근이 남겨야 할 ‘KB의 유산’

    [데스크 시각] 이재근이 남겨야 할 ‘KB의 유산’

    KB금융의 역대 회장들은 저마다 다른 시절을 지나왔다. 학자 출신인 어윤대 회장이 2010년 내정된 후 KB는 ‘금융과 권력의 거리’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그 시절 KB는 회장과 이사회가 각각의 권력에 기대어 사사건건 부딪쳤다. 당시 어 회장 시절의 KB를 두고 ‘관치금융의 끝판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회장이 누구와 가까운지, 누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가 경영 성과보다 더 화제였다. 그때 어 회장의 비서실장이 바로 KB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 이재근이다. 이제 그에게도 KB가 또다시 그런 의심을 받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이 내정자가 어 회장 가까이서 지켜본 첫 번째 유산은 금융그룹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어 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2014년 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해 결국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사외이사들도 전원 사퇴했다. 그해 말 금융당국은 KB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KB는 회사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금융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종규 회장이 그 혼란을 수습하고 KB를 다시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AI가 써주는 사과문

    [세종로의 아침] AI가 써주는 사과문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어지러울 정도다. 글과 그림, 음악, 프로그래밍 등에서 전문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 지는 한참 됐다. 이제는 학계가 오랫동안 씨름해 온 난제도 해결할 정도다. 거의 모든 직군이 자신의 일자리가 언제 사라지게 될 것인지 불안에 떨고 있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인지라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이 일을 못 하게 될 때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느냐는 고민은 AI 등장 이전에도 있었지만, 나보다 글을 몇 배는 더 논리정연하게, 때로는 더 아름답게 쓰는 AI에 내 수준의 글로는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과제, 학자의 논문, 회사원의 보고서를 AI가 대신 써주고, 심지어 고전문학 번역을 AI에게 맡겨 대량 출판까지 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떤 글들을 보면서 어딘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바로 사과문이다. 완벽하기 이를 데 없는 사과문들이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논란의 당사자들이 쓴 사과문을 보면 직업병인지 몰라도 고쳐주고 싶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하는 바람에 사과문에 대한 추가 사과문을 내놓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사과문의 정석’이라든지 ‘잘못된 사
  • thumbnail - [데스크 시각] 부캉이와 섬박람회

    [데스크 시각] 부캉이와 섬박람회

    추석, 개천절 연휴 밥상머리를 미소 짓게 했던 소식은 단연 ‘부캉이’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달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나타나 지금껏 장기 체류하고 있는 이 상어는 단숨에 전국구 스타가 됐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상어라는 존재를 처음 본 것처럼 평소 한적했던 친수공원을 가득 메웠다. 5일까지 누적 방문객이 101만 5800명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부산시는 시민 찬반투표를 거쳐 부캉이를 시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부캉이의 실시간 위치 정보 등을 공유하는 웹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연휴 직후 타운홀미팅에서 “동구는 요새 소위 말해 노났다. 700억원을 들인 여수박람회는 어제(4일)까지 66만명이 방문했고 우리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오히려 돈 벌면서 홍보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상어가 도심 근처까지 오게 된 배경을 기후 변화에 따른 ‘바다의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빙하 타고 내려온 아기공룡 둘리’의 서사를 부캉이에게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부산 북항이 전남광주 여수로서는 무척 부러웠을 법하다. 여수에서는 지난달 5일부터 두 달 일정으로 세계섬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국제
  • thumbnail - [특파원 칼럼] 日중소도시, 숫자 너머의 생존

    [특파원 칼럼] 日중소도시, 숫자 너머의 생존

    도쿄 북서쪽으로 약 250㎞. 일본 본섬 중부의 도야마시는 ‘콤팩트 시티’(압축 도시)의 대명사로 꼽힌다. 지난여름 이곳을 찾았다. 지난 20년간 노면전차를 중심으로 흩어진 도시 기능을 모으고, 고령자가 자동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든 비결을 듣기 위해서였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전제로 도시의 삶을 지켜내려는 시 관계자들의 열의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도야마가 일본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인구를 부풀려 보조금을 탔다는 이른바 통계 조작 의혹이다. 2025년 국세조사 속보치에서 집계된 도야마시 인구 40만 2133명은 재조사를 거친 확정치에서 39만 9197명으로 줄었다. 2936명이 증발한 셈이다. 총무성은 관련 직원을 통계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40만명’은 도야마에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던 듯하다. 후지이 히로히사 도야마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0만명 붕괴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쓸쓸하다”, “상징적 현상”, “큰 임팩트”라고 잇따라 말했다. ‘40만’이라는 숫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아직 도야마시가 조직적으로 인구를 부풀렸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조작의 경위와 동기는
  • thumbnail - [김상연 칼럼] 한동훈의 ‘법가 정치’

    [김상연 칼럼] 한동훈의 ‘법가 정치’

    요즘 가장 바빠 보이는 정치인은 한동훈 의원이다. 안 싸우는 사람이 없고, 안 건드리는 사안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하고 싸우고, 김민석 대표하고 싸우고, 서영교 법사위원장하고 싸우고, 김병주 의원하고 싸우고, 추미애 경기지사하고 싸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단독 드리블’할 때만 해도 검찰 출신으로서 전공을 살리는 것이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추석 연휴에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관련 1인 시위로 정국을 달구더니 돌연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리고 지금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멈춤도 없고 한계도 없다. 인공지능(AI)을 보는 듯하다. 일개 무소속 의원 한 명이 야당 전체보다 더 가공할 화력을 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수천년 전부터 동양의 정서는 유교가 지배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한비자의 법가 사상이 효율적이었지만, 민심을 얻는 데는 공자의 유가 사상이 필수적이었다. 삼국지 독자들은 법가적인 조조를 미워하고 유가적인 유비를 사랑했다. 명(明)이 오랑캐(여진족)에 무너진 뒤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며 유교 원리주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지역축제의 주인

    [세종로의 아침] 지역축제의 주인

    “O’zapft is!”(오 차프트 이스!·맥주통이 열렸다!)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의 왕세자 루트비히와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을 기념하는 축제에서 유래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216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말 경주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본래 각종 놀이와 볼거리, 경기 등을 함께 즐기는 지역 행사에 가까웠다. 그러다 1880년 뮌헨시가 맥주 판매를 공식 허용하면서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축제는 여러 차례 중단됐다. 명맥이 끊기는 듯했던 옥토버페스트는 1949년 정식 축제로 부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소규모 가을 축제로 명맥을 이어 갔지만 1949년부터 다시 옥토버페스트로 부활했다. 1948년 뮌헨 시장에 당선돼 전후 도시 재건을 이끌던 토마스 빔머 시장은 이듬해인 1950년 축제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9월 16일 쇼텐하멜 맥주 천막에서 망치로 17차례 두드리며 첫 맥주통을 딸 때 “오차프트 이스!”라고 외쳤다. 이 말은 지금까지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개회사처럼 쓰이고 있다. 지역 축제의 대명사처럼 여겨
  • thumbnail - [서울 on] 인내에도 원칙은 필요하다

    [서울 on] 인내에도 원칙은 필요하다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2020년 9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청와대에 보내온 통지문에 담긴 표현이다.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대응으로 평가됐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관계 관리’ 성격이 짙었다는 해석도 많았다. 6년 뒤인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우리 군 장병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것으로 판단된 지뢰에 중·경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북측의 고의성을 단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건의 파장을 지나치게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일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이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며 “적어도 군사분계선(MDL)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측정하는 일을, 소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로서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처럼 북측이 유감이나 재발 방지 의사를 밝히며 상황을 관리할 여지를 염두에
  • thumbnail - [데스크 시각] 대북 확성기 만능론의 맹점들

    [데스크 시각] 대북 확성기 만능론의 맹점들

    북한군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뒤 많은 사람들이 시급한 ‘상응 조치’는 대북 확성기 재설치라고 믿는 모양이다. 2015년 목함 지뢰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즉각 재가동했고, 그 결과 북한은 유감 표명까지 하며 회담 테이블로 나왔다. 확성기 재설치를 주장하는 쪽은 ‘남한의 강경 대응→북한의 사과→재발 방지’의 프로세스가 이번에도 작동하리라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금 생각처럼 2015년 목함 지뢰 사건의 해결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철저한 정보 통제를 추구하는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성가신 조치임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당시 북한이 곧장 두 손 들고 회담장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대북 확성기 설치론자들은 방송 재개와 남북 협상 사이에 있었던 긴장 상태와 사회적 혼란은 모두 잊은 모양이다. 지뢰 도발에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철책 이남 등으로 포탄를 날렸다. 여기 맞서 우리 군은 DMZ 북쪽으로 29발의 포탄을 쐈다. 그날 코스피 지수는 2.01% 하락해 1876.07로 내려 앉았다. 2년내 최저가였다. 예비군들은 SNS에 장농 속 전투복 사진과 함께 “불러만 달라”는
  • thumbnail - [지방시대] 충북도의 산하기관장 인사를 주목한다

    [지방시대] 충북도의 산하기관장 인사를 주목한다

    충북도 산하기관장의 물갈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산하기관장만 5명에 달한다. 산하기관은 충북도청의 외곽부대지만 도정의 주요 정책 일부를 담당하는 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조직이다. 직원이 수백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실력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 기관장에 임명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도지사가 자기 사람들을 꽂을 수 있는 게 지방정부의 현실이다. 이때문에 많은 사람이 신용한 충북지사의 선택을 주목한다. 신 지사에게 산하기관장 인사는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다. 그는 지역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지난 8월 뇌물범죄 전력자인 전직 경찰을 2급 상당의 충북도 대외협력보좌관으로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 인사라는 지적이 쇄도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신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맹공을 퍼부었다. 신 지사가 충북 지역 보수와 진보를 하나로 만든 큰일(?)을 한 셈이다. 신 지사는 대외협력보좌관 인사를 통해 적지 않은 것을 잃었다. 신 지사는 자신의 손글씨로 제작된 도정목표 현판이 ‘권위주의 논란’에 휩싸이자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부치지 못한 편지

    [세종로의 아침] 부치지 못한 편지

    가방 속에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이 있다. 봉투 안에는 신문 한 부가 고이 접혀 있다. 수신자는 ‘피터팬 아빠’로 세상에 알려진 고 전경철 작가다. 지난여름, 그와 나는 ‘안녕, 피터팬’의 작가와 기자로 만났다. 얼마 후 서울신문에 그의 인터뷰가 실렸고, 기사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하자 그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왔다. 사진기자가 찍은 인터뷰 사진도 퍽 마음에 들어했다. 신문의 실물을 보고 싶어 하던 그에게 나는 우편으로 부쳐 주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일이 많다는 핑계로, 게으름으로 우체국 걸음을 차일피일 미루던 사이, 돌연 그의 부고가 들려왔다. 신문이 담긴 편지는 그렇게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됐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때 찾아갔던 그의 집은 참 정갈했다. 시장 골목 안에 있어 낮에는 시끄럽고 밤에는 고요해지던 그 집을 그는 ‘네버랜드’라 불렀다. 27세 청년이지만 지능은 2~3세에 머문 중증 자폐 아들을, 이웃에 피해 주지 않고 키우기에 그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에 빗대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고단한 돌봄을 이어 가는 자신을 향한 위로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3일 그는 간암 말기 판정
  • thumbnail -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추진 2030년까지 1억 4900만t 더 줄여야 재생에너지 확대·전력망 투자 필요 신규 원전 건설은 사회적 합의 우선 저탄소 전환 따른 산업계 지원 정부, 한국형 녹색대전환 전략 마련 790조 기후금융 등 재정·세제 혜택 탄소차액계약제로 기업 투자 유도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 함께 해법 찾는 기후시민회의 운영 기후과학위 내년 3월 새롭게 출범 인력·예산·전문성 부족은 보완돼야 지난 8월 말 대홍수와 빙하 붕괴로 1400여명이 숨진 네팔에서 한 달여 만에 또 폭우와 산사태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네팔만의 비극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경고”라고 지적했듯 이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다. 우리도 올여름 경남 양산의 극한 폭염, 거제의 기록적 폭우 등 전례 없는 기상 이변을 경험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기후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위기 대응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위)의 공동 수장인 이창훈(59) 민간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기후정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집중했다면 이
  • thumbnail - [마감 후] 욕망을 인정하자

    [마감 후] 욕망을 인정하자

    “집은 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Living, 즉 사는 곳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다주택·비거주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원칙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하향하는 계획은 철회했지만 원칙은 고수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후보자 시절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도 이러한 원칙에 공감할까.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 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46.1%였다. 이 중 투자 목적이 ‘내 집 마련’인 가구주는 39.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치 상승’, ‘임대 수입’, ‘노후 대책’ 등 주거 이외의 목적도 51%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이 국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집은 사는 곳(living)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원으로, 이 중 부동산이 71.1%에 달했다. 부동산 중 거주 주택만 전체의 41.9%였다. 집을 사는 것(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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