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thumbnail - 날마다 새로운 ‘지젤’ 피어났다

    날마다 새로운 ‘지젤’ 피어났다

    무덤에서 깨어난 지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객석은 숨을 멈췄다가 조용히 내쉬었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13~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은 김주원 단장이 취임 뒤 처음 서울 무대에 올린 전막 공연이다. 작품은 배신당한 처녀가 혼령 윌리가 되고도 연인을 지켜 내는 낭만발레의 대명사다. 2011년 파트리스 바르(1945~2025) 버전 초연 때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지젤을 춘 김 단장은 잘 아는 만큼 모험을 시도했다. 일곱 무대에 여섯 쌍의 주역을 세우고, 그 상당수를 처음 전막 주역을 맡는 신예로 채웠다. 결과는 주역들을 향한 호평으로 돌아왔다. 지젤을 대표 배역으로 새겨 온 수석무용수 박슬기는 ‘연기 장인’다운 안정감으로 13일 개막 무대를 이끌었고, 17일 낮 공연에선 신예 김윤을 리드하며 그의 성공적인 전막 데뷔를 든든히 받쳤다. 14일과 17일 저녁 무대에 오른 이하연과 18일 지젤이 된 엄나윤은 처연하게 광기에 잠겨 드는 1막에 이어 2막에선 신비로운 부레(발끝으로 서서 잰걸음으로 미끄러지는 동작)로 감탄을 자아냈다. 16일 알브레히트 허서명은 윌리들에게 쉼 없이
  • thumbnail - 테이머·골덴탈·신춘수, 새 뮤지컬 ‘위대한 망상’으로 뭉쳤다

    테이머·골덴탈·신춘수, 새 뮤지컬 ‘위대한 망상’으로 뭉쳤다

    내년 5월 뉴욕 BAM서 세계 초연 “짓궂은 유머가 가득한 판타지”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가 연출가 줄리 테이머(74), 작곡가 엘리엇 골덴탈(72)과 신작 뮤지컬 ‘위대한 망상’(The Grand Delusion)을 제작한다. 작품은 2027년 5월 11일부터 6월 6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음악아카데미(BAM) 하비 시어터에서 세계 초연한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테이머는 1998년 ‘라이온 킹’으로 여성 최초로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을 받았고, 의상디자인상도 함께 수상했다. 골덴탈은 테이머가 연출한 영화 ‘프리다’(2002)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오페라 ‘그렌델’로 2007년 퓰리처상 음악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오디컴퍼니는 두 사람이 신 프로듀서에게 먼저 기획·제작을 제안해 성사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신 프로듀서는 2024년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올린 제작자다. 1859년 설립된 BAM은 상업 극장가인 브로드웨이와 달리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 온 공연장이다. 오디컴퍼니는 브로드웨이 대신 이곳을 초연 무대로 고른 것이 작품의 예술성과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
  • thumbnail - 임형주, 파리 유네스코 본부서 한불수교 140주년 ‘평화콘서트’

    임형주, 파리 유네스코 본부서 한불수교 140주년 ‘평화콘서트’

    팝페라 테너 임형주(40·용산문화재단 이사장)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총회장 무대에 선다. 소속사 디지엔콤은 임형주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18회 한불 평화콘서트에 특별 초청됐다고 밝혔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프랑스 비영리문화단체 에코 드 라 코레(Échos de la Corée, 회장 이미아)가 주최·기획했다. 무대에는 한국 시각장애인 무용단 룩스빛아트컴퍼니(대표 김자형)와 프랑스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 소속 재즈 그룹 오픈인재즈(OpenINJAZZ)가 함께 오른다. 임형주는 두 단체와의 협연 외에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 서형진의 반주로 대표 레퍼토리 5곡도 들려준다. 줄리오 카치니(1551~1618)의 곡으로 알려진 ‘아베 마리아’, 가에타노 도니체티(1797~1848)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 등이다.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도 특별히 골랐다. 유네스코 총회장 무대에 오른 팝페라 가수는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보첼리(68),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인 영국의 사라 브라이트만(66)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음악가
  • thumbnail - 정교해진 군무, 베테랑도 신예도 모두 호평…김주원 단장 안목 증명한 첫 ‘지젤’

    정교해진 군무, 베테랑도 신예도 모두 호평…김주원 단장 안목 증명한 첫 ‘지젤’

    김 단장 과감한 모험, 실력으로 확인 수석 박슬기-신예 이하연·김윤 호평 박자감 좋은 앙상블, 일사불란 군무 2막이 시작되자 객석의 공기가 달라졌다. 하얀 로맨틱 튀튀 차림으로 바닥 아래에서 떠오른 윌리 여왕 미르타가 부레(발끝으로 잘게 이동하는 동작)로 미끄러지듯 무대를 가로지르고, 양옆에서 윌리들이 여러 줄로 들어서자 무대에는 어느새 서늘하면서도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두 윌리의 짧은 솔로에 이어 윌리들이 박자에 맞춰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곧게 뻗어 올린 동작) 자세로 작게 뛰면서 엇갈려 갈 때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팔과 다리를 올린 각도, 고개를 숙인 정도까지 거의 비슷하게 위치시킨 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윌리 군무는 작품의 상징적인 장면을 훌륭하게 구현했다. 무덤에서 깨어난 지젤이 모습을 드러내고 미르타 앞에서 춤을 출 때마다 관객들은 숨을 멈췄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라는 닳은 표현이 ‘지젤’에서만큼은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13~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은 김주원(49) 단장이 취임 뒤 처음 서울 무대에 올린 전막 공연이다. 그가 앞으로 그려 갈 국립발레단의 얼굴을 미
  • thumbnail - 찬란하게, 치밀하게… 환상과 고독 설득하는 무대

    찬란하게, 치밀하게… 환상과 고독 설득하는 무대

    지난여름, 서울의 두 대극장이 사흘 간격으로 무대를 열었다.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겨울왕국’이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고,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는 ‘엘리자벳’이 여섯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두 공연을 본 관객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같다. “무대가 눈부시게 화려하다”는 감탄이다. 같은 수식어로 묶였지만, 두 무대의 목적은 정반대다. ‘겨울왕국’이 환상의 세계를 현실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엘리자벳’은 유럽 황실 뒤에 숨은 위압감을 드러낸다. ‘겨울왕국’의 과제는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얼음 궁전을 어떻게 실물로 지을 것인가’였다. 관객의 기억 속에 이미 완벽하게 각인된 궁전을 65t의 철골과 천으로 재건하기 위해, 제작진은 ‘한꺼번에 터뜨리기’를 택했다. 1막을 닫는 ‘렛 잇 고’(Let It Go)가 그 절정이다. 엘사가 손을 뻗을 때마다 무대 바닥과 벽면에 조명과 영상 효과가 번지고, 눈 결정체 크리스털을 단 구조물이 동시에 솟아올라 거대한 얼음 궁전을 이룬다. 노래가 정점에 이르는 찰나 대관식 의상이 벗겨지며 얼음 드레스가 드러나는 장면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터라 또 다른 효과가 필요했다. 고민
  • thumbnail - “고행의 바흐 ‘평균율’ 녹음…잃어버린 손 되찾는 과정”

    “고행의 바흐 ‘평균율’ 녹음…잃어버린 손 되찾는 과정”

    “녹음은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공연)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에게 단 한 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함께 나누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음반을 내고 월드투어에 나선다. 지난 7월 영국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내놓은 첫 결실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교수는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 슐로스 엘마우에서 녹음했던 일을 떠올리며 “고행의 길에 들어선 기분이었지만 힘들 때마다 대자연 속을 걸으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 되새겼다”고 말했다. 음반은 스승 러셀 셔먼(1930~2023)에게 헌정됐다. 셔먼이 세상을 떠나고 1년쯤 지나 또 다른 스승이자 셔먼의 아내인 변화경 교수가 셔먼이 공부하던 악보를 건넸다. 손 교수는 “악보에 남은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레슨을 받는 듯했다”면서 “운지 하나까지도 피아노를 쉽게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래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201
  • thumbnail - 버틀러리, 10월 20일 ‘파시오네트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주최…프로·아마추어 무대 후원

    버틀러리, 10월 20일 ‘파시오네트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주최…프로·아마추어 무대 후원

    -10월 20일 롯데콘서트홀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연주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하는 무대 지원하며 클래식 참여 기회 넓혀 한옥스테이 플랫폼 버틀러리가 오는 10월 2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시오네트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주최한다. 전문 연주자와 아마추어가 함께 오르는 무대로, 버틀러리는 이를 통해 문화예술 후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버틀러리 운영사 프라우들리(주)에 따르면 회사는 파시오네트 오케스트라 운영·후원을 비롯해 수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연주자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과 고객, 한옥·문화예술 관계자를 공연에 초청해 왔다. 2019년 창단한 파시오네트는 전문 연주자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가 함께 활동하는 프로암(Pro-Am) 오케스트라다. 전문 연주자에게는 새로운 동료와 음악을 나누는 협업의 장을, 아마추어에게는 전문 연주자와 함께 연습하며 공연을 완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버틀러리는 이러한 후원을 통해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들도 꾸준히 연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활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가족과 지인까지 공연을 찾는 관객으로
  • thumbnail - 브람스의 중후함과 서정성… 가을의 결을 담은 선율

    브람스의 중후함과 서정성… 가을의 결을 담은 선율

    차웅 지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윤소영은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황수미 ‘보석의 노래’ 고음에 탄성 클래식·가곡·오페라 아리아 열기 가을의 결을 담은 선율이 1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서울신문 주최로 올해 27회째를 맞은 ‘2026 가을밤콘서트’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경쾌하게 막을 올렸다. 차웅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현을 질주하듯 몰아치며 곡을 맺자 객석은 공연을 즐길 채비를 마쳤다는 듯 갈채와 “브라보”를 터뜨렸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은 요하네스 브람스가 유일하게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1878년)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 온 그는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듯 선율을 주고받으며 우아함을 더했다. 가을 호숫가를 거니는 듯한 시적인 2악장에 이어 헝가리 무곡풍의 열정적인 3악장이 장대하게 마무리되자 객석에선 또다시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윤소영은 앙코르로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외젠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가단조’ 1악장을 연주하며 브람스와는 사뭇 다른 기교를 뽐냈다
  • thumbnail - 텅 빈 무대, 묵직한 언어의 울림…눈처럼 내려와 마음 깊이 쌓이네

    텅 빈 무대, 묵직한 언어의 울림…눈처럼 내려와 마음 깊이 쌓이네

    한강 원작 낭독극 ‘새’ 서울 초연 4·3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각색 佛·韓배우가 불어·한국어로 낭독 아비뇽 초연서 한강이 읽은 대목 이번에는 학생의 목소리로 전달 눈발이 날리는 벌판에 검은 통나무 수천 그루가 묘비처럼 박혀 있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든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인공 경하가 꾸는 꿈으로 시작한다. 그런 경하에게 친구 인선이 지금 와 줄 수 있느냐는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입원한 인선은 제주 집에 홀로 남은 새를 살려 달라고 부탁한다. 낭독극 ‘새’에서 이 여정을 감싸는 것은 눈이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명예의 안뜰에서는 성벽의 여러 창 가운데 하나에서만 스노볼처럼 눈이 내렸고, 10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는 무대 한쪽에 직접 눈을 뿌렸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들리케는 이날 밤 공연 뒤 기자들과 만나 “창 하나에 내리는 작은 눈으로 거대한 무대에 선 두 여성의 연약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서울에서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떨어지는 눈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사라져 가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는 제주 4·3을 다룬 이 소설의 1부를 풀어낸 낭독극이다. 프랑스 배우 이자
  • thumbnail - “잃어버린 손 되찾는 여정” 손민수가 말하는 ‘바흐 평균율’ 1권

    “잃어버린 손 되찾는 여정” 손민수가 말하는 ‘바흐 평균율’ 1권

    英 하이페리온 전속계약 후 첫 음반 “스승 악보에서 영감” 셔먼에 헌정 “녹음은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공연)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에게 단 한 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함께 나누는, 한 번뿐인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50)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음반을 내고 20여 회에 이르는 리사이틀 월드투어에 나선다. 2024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리사이틀을 전석 매진시킨 그가 지난 7월 영국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내놓은 첫 결실이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국내외 투어도 이어간다.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교수는 녹음과 공연에 대한 단상을 풀어냈다.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의 슐로스 엘마우에서 녹음을 하며 그는 “고행의 길에 스스로 들어선 기분이었지만 힘들 때마다 대자연 속을 걸으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 되새겼다”고 돌아봤다. 프로듀서는 하프시코드 연주자 케네스 길버트의 음반 등 폭넓은 장르를 다뤄온 한
  • thumbnail - “천천히 그러나 충실하게”… ‘지젤’로 전막 데뷔하는 나대한·엄나윤

    “천천히 그러나 충실하게”… ‘지젤’로 전막 데뷔하는 나대한·엄나윤

    캐스팅표를 받아 든 순간엔 “이게 맞나? 설마” 하는 생각이 먼저였다. 실감이 나자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서두른 몸은 무대를 일주일 앞두고 탈이 났다. 한 번 넘어진 뒤에야 제 속도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걸 알았다. 국립발레단 ‘지젤’로 처음 전막 주역 무대에 서는 나대한(34)이 지나온 시간이다. 그는 또래 파트너 엄나윤(33)과 함께 지금 그 깨달음을 품고 천천히, 그러나 충실하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만난 나대한은 “오랫동안 코르 드 발레(군무)만 해 와서 솔직히 안 믿겼다”면서 “정식 캐스팅표에 이름이 오른 걸 보고서야 ‘진짜구나’ 실감했다”고 돌아봤다. 엄나윤도 “캐스팅이 나왔을 때 정말 놀랐다”며 “지금도 떨린다”고 웃었다. 지난해 같은 무대에서 각각 두 윌리(처녀 귀신)와 마을 남자 군무를 맡은 둘은 이제는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연기한다. ‘지젤’은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1811~1872)의 구상에서 출발한 낭만발레의 정수다. 사랑에 배신당한 충격으로 숨진 지젤이 윌리(처녀 귀신)가 되었지만 연인 알브레히트를 끝내 용서하는 이야기다. 국립발레단은 2011년부터 파리오페라발레 부예술감독을 지낸
  • thumbnail - “질문하고 실험하는 몸, 관객에겐 경험을”…차진엽 현대무용단장이 설계한 3년

    “질문하고 실험하는 몸, 관객에겐 경험을”…차진엽 현대무용단장이 설계한 3년

    차진엽(48)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몸’을 화두로 무용단의 새 지도를 펼쳤다. 지난 5월 제6대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관의 새 미션과 예술적 방향,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단장 겸 예술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무겁다”는 그는 “숙연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소감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한 명의 창작자이자 이 시대를 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의 고통을 마주하며 무기력해지거나 깊은 혼란에 빠질 때도 있다”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본질적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꺼낸 ‘오늘의 이야기’는 몸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AI)과 기술, 디지털 환경이 가속하는 시대에 몸이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차 단장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결국 몸의 문제로 들어온다”면서 “현대무용은 특정 양식에 머무는 장르가 아니라 몸을 통해 인간과 사회, 세계를 탐구하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무용단이 새로운 미션으로 삼은 ‘몸으로 시대를 묻고, 춤으로 사람과 세계를 움직인다’가 나온 배경이다.
  • thumbnail - 길병민 “우승자다운 퀄리티로”… 낭만의 가을밤콘서트

    길병민 “우승자다운 퀄리티로”… 낭만의 가을밤콘서트

    성악 콩쿠르·뮤지컬 등 10년 활동 ‘투우사의 노래’ ‘마중’ 등 명곡 공연 소프라노 황수미와 듀엣도 예고 “연주가 시작되면 그 자리에는 연주자와 청자만 존재할 뿐이에요.” 국제 성악 콩쿠르와 방송, 오페라와 뮤지컬을 오가며 10년을 달려온 베이스바리톤 길병민(32)은 익숙한 관객 앞이든 심사위원 앞이든 객석을 가려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대를 떠받치는 잣대도 분명하다. “대중적인 인기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세상이지만 늘 제 기준이 되는 건 우승자다운 퀄리티죠.” 그 잣대가 향하는 다음 무대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신문 ‘2026 가을밤콘서트’다. 차웅이 지휘하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소문은 산들바람처럼’ 등 음반 ‘고전의 길’(2022) 수록곡과 한국 가곡 ‘마중’, 영화 음악 ‘사랑한다 말해주오, 마리우’ 등을 부른다. 소프라노 황수미와 듀엣도 선보인다.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최연소 베이스 우승 뒤 피렌체·런던 오페라 무대를 거친 정통 성악가의 시간과 JTBC ‘팬텀싱어3’ 이후 대중
  • thumbnail - “전쟁의 두려움, 굿처럼 승화”…박본·임선혜·강애심의 ‘세 번째 전쟁’

    “전쟁의 두려움, 굿처럼 승화”…박본·임선혜·강애심의 ‘세 번째 전쟁’

    유럽에 번진 전쟁의 두려움을 무대로 마법사·인간·외국인, 문명의 세계관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세 나라가 전쟁으로 치닫는다. 삶과 죽음이 가득한 전쟁이지만 무대 위에 총성과 피는 없다. 연극과 음악, 합창, 무용이 뒤섞이며 전쟁의 공포라는 감각을 전달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첫 공동 제작 작품인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이 16~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서울 관객과 만난다. 2년간의 리서치와 과정 공유를 거쳐 올해 광주 ACC에서 초연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본은 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이라는 소재에 대해 “오페라는 감정도, 미학도 극대화된 장르이고 전쟁은 삶과 죽음을 다룬다”면서 “그래서 오페라 형식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그가 주목한 것은 두려움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전쟁이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는 감각이 생겼지만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한다”며 “갈라진 사회를 묶는 공통의 감각인 그 두려움을 극장으로 데려와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일종의 굿처럼 승화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무대에는
  • thumbnail - 눈먼 이방인 된 영웅…인간의 존재를 묻다

    눈먼 이방인 된 영웅…인간의 존재를 묻다

    스스로 취약함을 취한 영웅 그를 짓누르는 결핍·외로움 세상의 진실을 표현하는 건 인간 아닌 개·금강석 등 사물 무대는 온통 하얗다. 거대한 흰 장벽이 객석 앞 좁은 띠만 남긴 채 극장을 가로막고, 그 답답함은 오이디푸스를 짓누르는 결핍과 외로움으로 번진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하리라는 신탁을 피해 달아나다 끝내 그 운명을 완성한 왕.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도시국가 테베를 구한 영웅이지만 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3부 ‘오이디푸스’(강량원 연출)의 오이디푸스는 장애와 이방인의 처지 등 세상의 취약함을 한 몸에 지닌 자다. “보지 못하는 자가 무엇을 안다고 말하는가”라는 오이디푸스에게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듣지 못하는 자가 무엇을 판단한다고 말하는가”라고 되묻는다. 보지 못하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 사이에서 진실을 말하는 건 신의 입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말·개·염소·독수리·금강석, 인간이 아닌 것들이다. 소품이 거의 없는 빈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선명한 말과 무용 같은 몸짓은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극이 절정에 이르면 장막은 빨강으로 물들고 스스로 눈을 멀게 한 오이디푸스가 어린 안티고네와 길을 나설 때에야 장벽이 비로소 열린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