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칼럼
  • thumbnail - [의정광장]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한 주택정책

    [의정광장]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한 주택정책

    ‘주택은 통계와 수치로 표현되지만, 주거정책의 종착점은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으로서 현장을 발로 뛸 때마다 늘 가슴 깊이 새기는 원칙이자 철학이다. 주거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거창하게 발표되는 공급 목표치나 화려한 청사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구조물 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1000만 서울시민의 일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주거정책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의 주택시장은 심각한 가격 불안과 수급 왜곡 속에서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매매가 상승에 더해 전세와 월세마저 동반 상승하는 불안 속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은 소득을 웃도는 과중한 주거비 부담에 짓눌려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전월세 보증금을 지켜내는 일조차 버거운 현실 앞에서, 주거정책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삶의 안전망으로 응답해야 한다. 양질의 주택공급은 서울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공급 정책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수급 관리’다. 최근 서울시
  • thumbnail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진짜 공부의 시작, 불안과 마주하기

    [정정엽의 마음 처방] 진짜 공부의 시작, 불안과 마주하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수험생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인간의 뇌는 불안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피하려 한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회피의 법칙이다. 사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는 수험생은 없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내용만 반복해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는 이를 ‘유창성의 착각’이라 불렀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모르는 것을 파고드는 진짜 공부 대신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과 얄팍한 심리적 위안 속으로 도피해 버리는 것이다. 유창성의 위태로운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메타인지’적 공부 방법을 가동해야 한다. 2010년 EBS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전국 모의고사 상위 0.1%에 드는 학생 800명과 평범한 성적의 학생 700명에게 단어 암기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실제로 기억해 낸 단어의 개수는 두 집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답을 적기 전에 자신이 몇 개나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는 추가 질문이 있었는데, 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이 예측한 숫자와 실제 숫자가 거의 일치했고, 평범한 학생들은 그 간
  • thumbnail - [홍기빈의 미래완료]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태그플레이션의 유령

    [홍기빈의 미래완료]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태그플레이션의 유령

    프랑스의 시위는 애초에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로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유가 및 생활비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로 성격이 변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시위가 몇 개의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시위의 성격이 이렇게 확장되고 있지만, 변함없이 문제는 재정 위기라는 동일한 근원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 다가오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추세와 맞물린 재정 악화의 메커니즘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물론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제시했으며, 인플레이션 또한 같은 기간 4.1%에서 4.7%로 오른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 수치의 이면을 봐야 한다. 현재의 성장세가 미국과 중국 등의 인공지능(AI) 투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유럽의 성장률 전망은 다르게 나타난다. 유로존 성장률은 올해 1.1%에 그칠 전망이고, 1분기 성장률은 겨우 0.1%였다. 유럽연합(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미 지난 3월에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의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유럽은 스태그
  • thumbnail - [기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이제 격차 줄일 때

    [기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이제 격차 줄일 때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태조사’는 돌봄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 될 이정표다. 전국 229개 시군구의 돌봄 수요와 16개 핵심 서비스 공급을 같은 잣대로 처음 비교했다. 어디가 부족한지 데이터로 말할 수 있게 됐다. 방문 요양 충족률은 96.9%인 데 반해 단기 보호는 1.5%, 긴급돌봄 지원 사업은 7%, 재택 의료센터는 17.7%, 방문 간호는 25.9%, 노인 맞춤 돌봄은 38.5%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지역 방문 진료는 10.7%로 그 외 지역(25.5%)의 절반 미만이다. 돌봄 수요 대비 공급자의 지역 간 격차는 심각하다. 시군구는 저수요·저공급 119곳, 고수요·저공급 59곳, 고수요·고공급 38곳, 저수요·고공급 13곳이다. 특히 노인 등 대상자는 많은데 공급자는 적은 ‘고수요·저공급’ 지역 59곳에는 부산 영도구·기장군 등 대도시와 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의 시군이 폭넓게 포함됐다. 그중 40곳(67.8%)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돌봄 인프라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돌봄 공급을 시장에 맡겨 온 방식의 한계다. 수익이 나는 곳에 기관이 몰리고 농어촌은 비어 간다. 사는 곳에 따라 돌봄이 달라지는
  • thumbnail - [차현진의 박람궁리] 미래의 화폐, 화폐의 미래

    [차현진의 박람궁리] 미래의 화폐, 화폐의 미래

    미국인들은 달러화를 ‘벅’(buck·사슴 가죽)이라고 부른다. 식민지 시절 물건을 사슴 가죽과 교환하던 전통에서 나온 말이다. 그 식민지가 독립을 선언하고 헌법을 제정할 때도 달러화는 없었다. 영국과 스페인의 주화가 돈으로 쓰이다가 1792년에 이르러서야 달러화 동전이 등장했다. 70년 뒤 남북전쟁과 더불어 링컨 대통령이 지폐도 발행했다. 법정화폐라는 말이 그때 생겼다. 한국의 시작은 더 초라했다. 1948년 정부 수립은 물론이고 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될 때도 일제강점기 때 발행된 조선은행권이 돈으로 쓰였다. 1950년 8월 최초의 한국은행권이 발행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돈은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서 찍었다. 1951년 한국조폐공사를 설립했지만 기술이 부족했다. 1953년 화폐개혁을 단행할 때는 미국에서, 1962년 화폐개혁 때는 영국 민간회사에서 도움을 받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를 넘는 북유럽이 요즘 그러하다. 조폐기관을 유지하기에는 인구가 적은 덴마크는 중앙은행이 건물 지하에서 지폐와 주화까지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줄어들자 2016년 조폐 기능을 중단하고 이웃 핀란드의 조폐국에 화폐 제작을 맡겼다. 그런데 핀란드 조폐국마저
  • thumbnail - [노명우의 알고리즘 밖에서] 누구를 위한 일자리가 남아 있는가

    [노명우의 알고리즘 밖에서] 누구를 위한 일자리가 남아 있는가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시니어 인턴으로 재취업한 노인이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젊은 CEO는 패션 회사에서 노인이 해낼 수 있는 일거리가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러나 드니로는 노련한 감각으로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낸다. 193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는 기술 진보가 지속된다면 100년 뒤 손주 세대는 하루 세 시간, 주 15시간만 일하고 남는 시간을 여가와 교양에 쓰게 되리라 내다봤다.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케인스의 낙관적 예측은 절반만 맞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에 파고들 만큼 기술은 비약적으로 진보했지만 주 15시간 노동을 실현한 사회는 어디에도 없다. 케인스는 기술 진보가 가져온 시간 절약의 혜택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구조적 모순을 간과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15~29세 청년 일자리는 28만 5000개 줄었고, 감소한 일자리의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되어 있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늘어났는데 그 증가분의 75%가 같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앞선
  • thumbnail -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서울 1974년 여름, ‘암살자(들)’이 되살린 질문(들)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서울 1974년 여름, ‘암살자(들)’이 되살린 질문(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울린 총성과 영부인 육영수의 죽음을 소재로 진실을 묻고 쓸 자유가 없던 시대를 다룬 ‘팩션’ 영화다. 일반 관객이라면 ‘누가 쏘았는가, 그 배후는 누구인가’를 좇는 긴장감으로 영화에 몰입하겠지만 역사학자에게는 그 진실을 좇는 인물과 시대를 묘사한 장면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경호를 맡았던 형사 박철구, 신문사 사회부장 김재환과 신입기자 한영일이 공식 발표와 어긋나는 사실을 하나씩 쫓아가고 그 길목마다 정보기관의 압박과 회유, 협박이 기다리는 장면들이다. 영화가 되살린 1974년 여름은 세계 언론사에서 손꼽히게 극적인 계절이었다. 8월 8일 밤, 미국 대통령 닉슨이 사임을 발표했다. 1972년 6월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던 다섯 명이 붙잡혔을 때 백악관 대변인은 ‘3류 절도 사건은 논평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은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무명 기자 두 사람이었다. 백악관은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출입을 막았고, 워싱턴포스트가 소유한 방송국의 면허 갱신을 위협했다. 그래도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은 사운을 걸겠다며
  • thumbnail -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우리 땅의 상흔을 찾아서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우리 땅의 상흔을 찾아서

    망초꽃 흐드러진 들판, 모래와 자갈밭이 유순하게 흐르는 강변,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와 갯벌, 둥그스름한 해안선, 야트막한 산자락. 박종우의 사진 시리즈 ‘흔’에 담긴 산과 강, 해변의 모양새, 숲의 식생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라도 알아볼 이 땅의 익숙한 자연 풍경이다. 그런데 거기 낯선 인공의 구조물들이 끼어든다. 겹겹이 겹을 이룬 가시철조망들이 산 능선에 빗금을 긋고,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잔잔한 강물에 발을 담근 채 결계를 이루고 있다. 수면 위로 날을 세운 쇠침들에는 얼마나 오래였던지 다닥다닥 따개비가 붙어 있다. 참나무낙엽들 사이에 은닉된 것은 탄피들이다. 너무나도 익히 아는 우리 산하의 풍경이기에, 거기에 놓인 사물들의 이물감이 아프게 통각을 건드린다. 풍경이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더하다. 모두가 한반도에 산재해 있는 ‘분단흔’이다. 박종우는 한국전쟁 휴전 60년 만에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내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이 드문 기록은 세계적 명성의 독일 출판사 슈타이들에서 사진집으로도 출간되었다. 이후 ‘임진강’ 등 한반도의 분단과 관련된 연작으로 작업을 확장한 박종우는, 한국전쟁으로 도로와 하천, 해안선에 조성되었던 용치, 방호벽 등
  • thumbnail - [자치광장] 이제는 ‘모두의 정원’이다

    [자치광장] 이제는 ‘모두의 정원’이다

    서울 관악구 난곡로를 걷다 보면 작은 정원을 잇달아 만난다. 길을 따라 열다섯 곳에 들어선 ‘사계절 생생정원’이다.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이 꽃 앞에 멈춰 서서 빙그레 웃고, 등굣길 아이들은 지난주보다 자란 풀포기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사는 곳 가까이에서 날마다 만나는 정원이다. 관악은 이런 정원을 길가뿐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 자투리땅에도 만들고 있다. 민선 9기 핵심 전략으로 삼은 ‘힐링정원도시’의 출발점이다. 지금 전국은 정원 열풍이다. 정원도시를 내건 지방정부가 서른 곳을 넘고, 서울에서는 지난 2년간 정원 1000여 곳이 새로 생기거나 단장됐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속도에 비해 생각은 깊지 못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크게 만들었는지는 말하면서 그 정원을 누가 누리고 누가 가꾸는지는 묻지 않았다. 도로나 건물은 준공하는 날이 가장 화려하지만 갈수록 낡아 간다. 살아 있는 유기체인 정원은 거꾸로다. 준공하는 날이 가장 볼품없지만 정성껏 가꿀수록 아름다워진다. 이제 정원 정책에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그 길을 ‘모두의 정원’에서 찾는다. ‘모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누구나 가까이’이다. 멀리 있는 큰
  • thumbnail - [기고] 고유가 위기의 민생 방파제 ‘최고가격제’

    [기고] 고유가 위기의 민생 방파제 ‘최고가격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휘발유는 약 30%, 경유는 40% 이상, 서민 난방용 등유는 50% 이상이나 올랐다. 화물차 기사들은 매달 기름값이 100만원 이상 더 든다고 호소했다. 올라가는 등유값을 감당하지 못해 난방을 줄이고 하루 한 끼로 버티는 이웃도 있었다. 고유가는 주유소 가격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계와 일상을 위협하고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도 세계 곳곳이 고유가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에서 트랙터와 콤바인을 돌리는 경유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자 아이오와의 공화당 원로 상원의원이 SNS에 대문자로 “경유값이 농민 소득을 죽이고 있다”고 적고 대통령에게 경유 수출을 막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값싼 기름을 공기처럼 누리던 나라의 농심이 이렇게 성난 적이 있었던가. 유럽에서는 기름값이 치솟자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를 외면하고 전기차로 몰렸고, 그 과실은 중국산이 챙겼다. 지난 3월 한 달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판매는 1년 전보다 78% 늘었다. 고유가는 이렇게 생각지 못한 경로로 경제를 흔든다. 유럽에 차를 파는
  • thumbnail - 강훈식 대신 임광현… 李대통령이 뽑은 ‘일할 사람’ [윤태곤의 판]

    강훈식 대신 임광현… 李대통령이 뽑은 ‘일할 사람’ [윤태곤의 판]

    임광현 신임 실장 ‘정통 관료’ 출신 3선 의원 강훈식과 걸어온 길 달라 청와대 1기 ‘정무형 참모들’ 물러나 ‘성과 도출에 매진하라’ 메시지 명확 대법원 갈등 등엔 정무 능력도 필요 여러 난제 해결 가능성엔 의문 남겨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통 관료 출신인 임광현 국세청장을 현 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현직 국세청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전두환 정권 때 신군부 출신 안무혁 국세청장이 안기부장으로 영전한 사례, 이명박 정부 때 백용호 국세청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 정도가 비근하다. 이보다 사흘 앞선 지난 11일,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이 대통령의 주 무대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엑스(X)에 데뷔했다. 이 대통령의 X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성 수석은 “국민은 대통령의 생각을 누군가의 해석과 편집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알 권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두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국내외, 민생·외교안보·정치의 여러 난제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돌관’ 선언이라 볼 수 있다. ●‘정무’에
  • thumbnail - [임혁백 칼럼]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원인과 극복

    [임혁백 칼럼]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원인과 극복

    취임 초 60%대를 넘나들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지나 현재 30%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장기화된 낮은 지지율의 원인과 결과는 모두 현재의 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라면 이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내릴까.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의 리더십 유형을 서열화했다. 그가 꼽은 최상의 군주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도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마키아벨리는 단연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의 손을 들어 준다. 사랑받는 군주는 대중의 변덕스러운 호의라는 ‘행운’(포르투나)에 운명을 맡기는 수동적 리더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는 자신의 ‘역량과 국가경영능력’(비르투)으로 운명을 개척한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주도적으로 국민을 이끄는 능동적 지도자다. 능동적 지도자는 일시적인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보다 자신의 역량(비르투)으로 불확실한 환경(포르투나)을 통제한다. 동시에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지도자에 대해 자신보다 2000년 앞선 동양의 노자
  • thumbnail -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좋은 곳’으로 가겠다는 마음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좋은 곳’으로 가겠다는 마음

    입국심사장 멀리서 여권을 들고 향하는 나를 출입국 직원이 얼른 자기에게 오라고 반갑게 손짓한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여권 색깔이란다. 저 옆으로 한국인 승무원들이 출국 수속을 하기 위해 검사대에 서 있다.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어울릴 법한 직원 중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유니폼이라고 치켜세우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쳐다보느라 난리다. 해외 공항에서도 한국인은 인기다. 해외에서 작가 레지던시가 열리는 첫날, 각국에서 모인 작가들이 통성명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에서 한 싱가포르 작가가 대뜸 한국어로 나에게 묻는다. “나 형? You 형님?” 도대체 이런 한국어 실력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독일 어느 작은 도시의 한국 식당에서는 단지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대학생들이 줄 서 있었고, 네덜란드의 어느 작은 도시에는 유리창에 붉은 페인트로 ‘삼겹살’이라고 써놓고 소주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식당 안 열기들로 보아 그 도시에서 가장 핫한 식당임이 분명했다. 단지 음식을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통째로 싸서 입에 넣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럴 때면 내가 태어나 사는 한국에, 내가 모르는 뭐가 있나? 싶
  • thumbnail - [의정광장] 서울 지하공간, 입체적 화재 대비 필요

    [의정광장] 서울 지하공간, 입체적 화재 대비 필요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을 단순히 지상에 건설된 도로와 건축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시가 고밀화되고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지하로 확장되면서 서울의 지하공간은 시민 일상과 도시 기능을 지탱하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역사와 지하상가는 물론이고 대심도 지하도로까지 등장하면서 서울의 지하는 점점 더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 복합적인 재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지하역사 328곳, 지하상가 33곳, 지하 20m 이상 대심도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2곳 등 다양한 형태의 지하공간이 구축되어 있다. 이들 시설은 시민의 이동과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시 인프라지만, 동시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지상 공간과 전혀 다른 위험성을 갖는다.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화재다. 지하공간은 구조적으로 외부와 차단된 밀폐성이 높고, 여러 시설과 통로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와 열기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특히 지하공간의 특성상 연기와 유독가스가 피난자의 시야를 가려 대피를 어렵게 만들고 소방대의 진입과 화재진압 활동에도 상
  • thumbnail - [기고] 우주산업의 미래, 고흥 가는 철도에 달렸다

    [기고] 우주산업의 미래, 고흥 가는 철도에 달렸다

    우주로 향하는 길을 넓히려면 우주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살펴야 한다. 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장을 조성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과 기업이 그 현장에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망을 갖추는 일이다. 고흥 우주선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흥은 이미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우주발사체 산업이 집적하고 민간발사장과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시험과 발사에 이르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고흥에 구축하려는 국가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교통망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시설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오가는 길은 나중에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국가 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끌어내기 어렵다. 우주산업은 특히 사람의 이동이 중요하다. 연구자와 기술자, 기업 관계자가 연구개발 현장과 생산·시험 현장을 오가야 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주요 도시와 산업 현장 사이의 접근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고흥 우주선철도의 역할은 단순히 고흥에 철도 하나를 놓는 데 있지 않다. 벌교에서 고흥을 거쳐 녹동까지 연결하고 기존 철도망과 주요
  • thumbnail - [기고] 행정·공공기관 이전, ‘나눠 심기’ 아닌 ‘숲을 이루는 생태계’로 진행해야

    [기고] 행정·공공기관 이전, ‘나눠 심기’ 아닌 ‘숲을 이루는 생태계’로 진행해야

    정부가 지난 3일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의 잔류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이전 기관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직접 배치하며, 중앙행정기관은 세종을 중심으로 이전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2019년 153개 기관의 1차 이전이 마무리된 이후 여러 정부에서 구호로만 맴돌던 2차 이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발표가 나오자마자 지자체마다 몇 개 기관을 가져올 것인가를 두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핵심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추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했다. 수도권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혁신도시는 주중에만 불이 켜지는 도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기관을 옮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었을 뿐, 기관과 함께 뿌리내려야 할 산업과 기업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서 뿌리 내릴 흙은 챙기지 않은 셈이다. 지역마다 기관 수를 고르게 맞추는 나누어 먹기식 배분은 형평의 외양은 갖추었지만 지역 발전
  • thumbnail - [손열 칼럼]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되려면

    [손열 칼럼]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되려면

    한미 관계가 이상기류를 맞고 한중 관계가 잰걸음인 가운데 현 정부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란 슬로건을 띄웠다. 마치 지난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처럼 자국의 능력을 과장하는 과잉 의식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이 처한 고단한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서 나온 제언이다. 한국은 상호의존의 네트워크, 특히 미국과의 군사동맹 네트워크,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소비시장과 공급망을 활용해 안정과 번영을 이루었다. 문제는 강대국들이 상호의존을 무기화해 한국의 전략적, 상업적 양보를 강요하는 상황이다. 10년 전 중국은 사드 무기체계 도입이란 한국의 안보정책에 반대해 경제 보복을 가했고,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반발하여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 등 경제 보복을 가했다. 한국의 고통이 각별했던 것은 과잉 의존구조 때문이었다. 미국도 한국의 과잉 의존구조를 무기화해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에서 자국에 과도한 투자를 강요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공급망 단절을 압박해 왔다. 나아가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 회생을 위해 작년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한도를 넘어 알래스카 LNG 개발을 추가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투자를 확대할
  • thumbnail - [기고] 멕시코서 만난 K컬처의 다음 단계는

    [기고] 멕시코서 만난 K컬처의 다음 단계는

    지난해 여름 멕시코에 부임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에너지였다. K팝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K뷰티가 최고”라며 한국 화장품을 친구들에게 권한다. 한국문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삶 속으로 가져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시 즐기는 것이다. 올해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는 역대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 줬다.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멕시코에서 열렸다. 이를 계기로 마련한 문화프로그램 ‘빛으로 잇다’(미디어파사드), ‘시선으로 잇다’(전시), ‘리듬으로 잇다’(공연)에도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8월 열린 현대무용단 리케이댄스 공연 역시 객석을 가득 채웠다. K팝처럼 친숙한 장르뿐 아니라 전시와 무용, 문화유산에까지 적극 반응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멕시코에서 K컬처의 저변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변화는 단지 관객이 많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이제는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멕시코의 문화기관과 대학, 예술가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협력을 제안해 오는 일이 점점 자
  • thumbnail - [이광호의 어찌보면] 탐할 수 없는 사랑… 이창동 ‘가능한 사랑’의 질문법

    [이광호의 어찌보면] 탐할 수 없는 사랑… 이창동 ‘가능한 사랑’의 질문법

    예술가는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고, 더 예민한 예술가는 그 질문을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것으로 만들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전작들의 문제의식, 참혹한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쓴다는 문제(영화 ‘시’)와, 다른 계급을 이해하는 것의 불가능(영화 ‘버닝’)이라는 질문을 한 편의 영화 안에 여러 겹으로 출현시킨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그들의 삶을 찍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석은 파업 진압 이후 말을 잃어버렸고, 아내 미옥은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돌본다. 다큐 감독 예지는 해고 노동자의 삶을 담겠다는 선의를 갖고 있으나, 투자 자본가인 남편 상우의 ‘외조’를 받고 있다. 영화의 질문은 우선, 다큐의 카메라는 진실한가에 관한 것이다. 예지의 카메라는 해고 노동자의 삶을 가시화하려 하지만, 고통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은 복잡한 윤리적·정치적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 미옥의 공장을 찍고 있던 카메라는 반복 노동의 장면이 매력적인 스펙터클이 되지 않자 즉흥적으로 노조를 만드는 사건을 유도한다. 카메라는 사건을 기다리지 않고 사건을 연출할 조건을 만든다. 다큐멘터리 장르는 사실의 직접성을 보여 준다는
  • thumbnail - [기고]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절호의 기회다

    [기고]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절호의 기회다

    1882년 토머스 에디슨은 뉴욕 맨해튼 펄 스트리트에 미국 최초의 상업용 중앙발전소를 가동했다. 한 곳에서 만든 전기를 여러 건물에 보내는 이 실험은 현대 전력산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14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전력이라는 과제 앞에 서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공장이 들어서며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전력 설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52기가와트(GW)에서 2030년 115GW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 정부는 최근 대미 투자협력의 첫 사업으로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확정했다. 미국 에너지·인프라 시장은 진입이 쉽지 않았다. 현지 실적과 벤더 등록, 인증을 요구하는 관행 때문에 입찰 명단에 오르기까지 수년이 걸려 중소·중견기업에겐 높은 문턱이었다. 이번 투자는 그 문턱을 넘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발전소 한 곳에는 설계·조달·시공(EPC)부터 가스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 변압기와 개폐기, 배관·밸브·계측제어, 준공 이후의 운영·정비까지 긴 가치사슬이 연계된다. 후속 사업으로 논의되는 원전은 주기기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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