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너다 182/황지우
나는 너다 182/황지우
비오는 날이면, 아내 무릎을 베고 누워, 우리는 하
염없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젤 좋아하는 노래는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는 동요이다
그 방주 속의 권태롭고 지겨운 시절이, 이제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지복한 틈이었다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라 화엄의 넓은 세상
들어가도, 들어가도, 가지고 나올 게 없는
액체의 나라
나의 오물을 지우는, 마침내 나를 지우는 바다
지상에서 처음 마련한 차, 르망 스페셜이었다. 시쟁이 그림쟁이 다섯 타고 성철 스님 다비식 갔다. 돌아오는 비포장 길 펑크가 났다. 핸드폰 없던 시절. 한 시쟁이가 공구함을 꺼내 타이어 교체를 시작했다. 땀 뻘뻘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 보기 좋았다. 지복인 줄 모르고 스쳐 보냈던 순간들. 그 순간이 문득 화엄의 순간으로 다가오는 때 있다. 들어가도 들어가도 가지고 나올 게 없는 액체의 나라. 나의 오물을 지우고 마침내 나를 지우는 나라. 차체 아래 들어가 타이어의 나사를 조이던 시쟁이, 그 무렵 이 시를 썼다.
곽재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