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이스트 사이드-A06
33.4x24㎝, 캔버스에 오일, 2019
뉴욕의 집과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은 연작.
뉴욕의 집과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은 연작.
나무마저 없다면 이곳은 딱딱한 피자 한 덩이요
삭막하오 요즘 사람들은 폭탄 같소 성이 나 있소
마음 못 다스리는 나도 죄인이지만
부익부 빈익빈 골짜기를 더 깊게 만든
그대들의 죄업도 심각하오
“사람들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카뮈의 말을 실감하오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함도 어둠 속에 길을 내는 건데
마음은 코끼리 가죽처럼 두꺼워지고 뻔뻔해지오
당신은 성실한 의사예요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지요. 그래 강남에 30억 집 샀지요. 축하해요. 참 잘했어요. 이런 게 인생이지요. 힘들게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한 당신 밤낮으로 재판정 드나들고 전관우대 받으며 강남에 번듯한 집 마련했지요. 축하해요. 이런 게 인생이고 말구요. 학생운동 출신인 당신, 출세한 정치가 되어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한 덕에 강남에 집 샀지요. 국회의원이라고, 장관이라고 강남에 살면 안 되나요. 장관도 가족이 있고 인생이 있는 거지요. 힘든 연습생 시절 7년을 보내고 당신은 아이돌 스타가 되었죠. 행사비, 저작권 사용료, 광고료가 무럭무럭 쌓여 강남북 부동산들 사 모았죠. TV가 당신의 재테크 비법을 자랑스레 소개하네요. 그래요 자랑스런 당신, 그런데 이런 게 정말 인생일까요? 잠자리에 누워 중얼거려 봐요. 이게 인생일까?
곽재구 시인
2020-01-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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