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축복/김정수
100x80.3cm 아마포 위에 유화. 2019
고봉밥처럼 넘치는 사랑과 축복을 진달래꽃으로 표현
고봉밥처럼 넘치는 사랑과 축복을 진달래꽃으로 표현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사서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켜고
우리 둘을 모두 속에 섞어놨어
우리가 우리를 몰라
신은 우리를 알까
우리 둘은 우리 둘을 알까
모두가 우리가 우리인 줄 알겠지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
양심껏 2유로만 넣었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 세상이 우리 둘인 줄만 알 때, 우리 빼곤 세상이 다 시시해질 때, 인간은 무명에서 벗어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바보 같은 명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순명의 시간이 온다. 둘이 있으니 참 좋은 것. 둘 둘 둘 모여 서로 좋아하니 시냇물 같고 무지개 같은 것. 세상의 모든 둘이 좋으면 그곳이 천국인 것. 다른 둘을 상처 내지 않고 다른 둘의 빵과 물을 빼앗지 않고, 둘 둘 둘 서로 어깨를 걸고 하늘 높은 곳으로 오르는 것. 인간의 심연에 따뜻한 햇살의 바다를 펼치는 것.
곽재구 시인
2020-02-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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