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매화/박정만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매화/박정만

입력 2020-01-02 17:30
수정 2020-01-03 01: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석철주 / 매화초옥도
석철주 / 매화초옥도 170×170㎝, 캔버스에 아크릴릭과 먹, 2009
한국 미술작가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작부문 대상
매화 / 박정만

매화는 다른 봄꽃처럼 성급히 서둘지 않습니다

그 몸가짐이 어느 댁 규수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가지 쪽에서부터 한 송이가 문득 피어나면

잇달아 두 송이 세 송이… 다섯 송이 열 송이

이렇게 꽃차례 서듯 무수한 꽃숭어리들이 수런수런 열립니다

이때 비로소 봄기운도 차고 넘치고, 먼 산자락 뻐꾹새 울음 소리도

풀빛을 물고 와서 앉습니다

먼 산자락 밑의 풀빛을 물고 와서 매화꽃 속에 앉아

서러운 한나절을 울다 갑니다

*** 금둔사 매화가 생각나는군요. 납월매라 불리는 이곳 홍매화는 눈 속에서 핍니다. 함박눈이 내려 쌓일 때 한 줌의 눈을 코에 대면 매화 향기가 은은합니다. 먹물 옷 입은 사내가 어디서 왔소? 물으며 차 한 잔을 내는군요. 어젯밤 함박눈 쌓이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사내는 말합니다. 함박눈 소복소복 쌓이는 소리. 겨울밤의 시 아니겠는지요. 이 몇 해 금둔사에 눈이 오지 않습니다. 눈 속에 피는 조선 홍매화를 보기 힘들게 되었지요. 새해에 흰 눈이 많이 내려 사람들의 마음 안에 매화 향기 소롯했으면 싶습니다.
2020-01-0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