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철주 / 매화초옥도
170×170㎝, 캔버스에 아크릴릭과 먹, 2009
한국 미술작가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작부문 대상
한국 미술작가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작부문 대상
매화는 다른 봄꽃처럼 성급히 서둘지 않습니다
그 몸가짐이 어느 댁 규수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가지 쪽에서부터 한 송이가 문득 피어나면
잇달아 두 송이 세 송이… 다섯 송이 열 송이
이렇게 꽃차례 서듯 무수한 꽃숭어리들이 수런수런 열립니다
이때 비로소 봄기운도 차고 넘치고, 먼 산자락 뻐꾹새 울음 소리도
풀빛을 물고 와서 앉습니다
먼 산자락 밑의 풀빛을 물고 와서 매화꽃 속에 앉아
서러운 한나절을 울다 갑니다
*** 금둔사 매화가 생각나는군요. 납월매라 불리는 이곳 홍매화는 눈 속에서 핍니다. 함박눈이 내려 쌓일 때 한 줌의 눈을 코에 대면 매화 향기가 은은합니다. 먹물 옷 입은 사내가 어디서 왔소? 물으며 차 한 잔을 내는군요. 어젯밤 함박눈 쌓이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사내는 말합니다. 함박눈 소복소복 쌓이는 소리. 겨울밤의 시 아니겠는지요. 이 몇 해 금둔사에 눈이 오지 않습니다. 눈 속에 피는 조선 홍매화를 보기 힘들게 되었지요. 새해에 흰 눈이 많이 내려 사람들의 마음 안에 매화 향기 소롯했으면 싶습니다.
2020-0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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