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잡기/노은님
49.5×68.5cm, 종이에 혼합매체, 1988.
새와 물고기 등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재독 화가
새와 물고기 등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재독 화가
게으름 피지 말고 부지런히 내쉬면 되지라
그것이 뭣이 어렵다고 그라고 엄살이오
워메 이 양반이 어째 말을 이라고 험하게 해부까
나라고 그리 안 해봤겄소
그것이 암상토 안 할 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쉽지라
가슴이 쑤시고 씀벅거림서부터 요상시럽게 안 되야
시상사가 다 그렇지만
소중헌 줄 모를 때가 질로 좋은 때여라
그때 챙기고 생각허고 애껴줘야 해
한번 상하면 돌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넘치고 썽썽할 땐 모다 모른단 말이오
요로케 되고 본께
숨 한번 지대로 쉬는 것이
시상에 질로 가볍고 무거운 것이여
시골 약국에 노인 손님이 찾아와 약사에게 말한다. 숨쉬기가 힘드오. 약사가 말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쉬면 되지 무슨 엄살이오. 약사와 손님은 오랜 구면일 것이다. 위아래 집에 사는지도 모른다. 사실 손님은 꼭 약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폭폭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약사는 그 내력을 안다. 그래서 손님의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약이 있을 것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 소중한 줄 모를 때라고 숨쉬기 힘든 손님은 이야기한다.
곽재구 시인
2020-03-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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