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본색 생각/나혜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본색 생각/나혜경

    본색 생각/나혜경 동백꽃물 곱던 손수건이 볕에 바래니 그제야 수건답다 빛바랜 세월의 얼굴이 오히려 사람 냄새 짙다 닳고 닳아야 선명해지는 본디 빛깔 얼룩덜룩한 나는 한참을 더 바래야 할 파랑과 너울 사이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중천中天/김수복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중천中天/김수복

    중천中天/김수복 네가, 네가 새가 되어 내 가슴에까지 와서 죽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너를 묻어줄 무덤이 없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비/오봉옥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비/오봉옥

    아비/오봉옥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의 본질/박희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의 본질/박희진

    사랑의 본질/박희진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대 시인이여” 어느 철인이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부끄럽게도 대답 못했다. “그건 한마디로 지속성이라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고영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고영민

    새/고영민 어미는 그냥 이쪽에서 저쪽으로 후르륵 날아간다 그리고 기다린다 계속 기다린다 새끼도 날아본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돛단배/오시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돛단배/오시영

    돛단배/오시영 세상이 무어라 해도 나는, 나의 눈을 가질 거야 내게 소리로 오는 향기로 오는 너를 제대로 알아보는 나만의 눈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음꽃/양광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음꽃/양광모

    꽃다운 얼굴은 한철에 불과하나 꽃다운 마음은 일생을 지지 않네 장미꽃 백 송이는 일주일이면 시들지만 마음꽃 한 송이는 백 년의 향기를 내뿜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월 새벽/류시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월 새벽/류시화

    시월 새벽/류시화 시월이 왔다 구름들은 빨리 지나가고 곤충들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리라 곧 모든 것이 얼고 나는 얼음에 갇힌 불꽃을 보리라 (‘시월 새벽’ 중)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너를 품다/고두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너를 품다/고두현

    너를 품다/고두현 새벽이슬 끝 꽃 피는 소리 듣다 눈 감고 아랫배 만져 본다 오 태반처럼 바알간 봉오리 아장아장 웃는 너의 발가락.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골무/노수옥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골무/노수옥

    골무/노수옥 때 묻은 반짇고리 안에 엄마의 검지가 누워 있다 손톱 밑 가시였던 나는 언제나 엄마의 아픈 생인손이었다 젖배 곯아 제구실 못하던 늦둥이 부실한 내 손톱에 엄마를 끼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탁/나태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탁/나태주

    부탁/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뱀/김진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뱀/김진희

    뱀/김진희 너의 허물은 어디다 두고 왔느냐 저는 아직 반성할 생각이 없는데요 원하는 말과 하고픈 말이 팽팽한 유난히도 긴 미물들의 시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별/조영욱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별/조영욱

    별/조영욱 내 가슴은 심지 없이 타는 등불 하늘에 옮기어 놓으면 빈 가슴이 다 타 다시 재로 찰 때까지 눈먼 길눈을 틔우며 혼자서 탄다 우주 하나 스러져 저물도록 함함하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처럼/박수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처럼/박수민

    가을처럼/박수민 거침없이 휘젓는 가을 바람처럼 티 없이 맑은 가을 하늘처럼 풍성한 결실의 가을 들녘처럼 그렇게 신선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움/위맹량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움/위맹량

    그리움/위맹량 그리움이 깊어오면 방황이 나래를 편다 방향도 모른 채 내 마음 가누지 못하고 한 송이 구름이 되어 바람 타고 허공을 떠돈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김용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김용택

    꽃/김용택 꽃은 피어 있는데 피는 걸 누가 보았답니까. 꽃이 졌는데 지는 걸 누가 보았답니까. 아무도 못 본 그 꽃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 돌아가리/최은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 돌아가리/최은하

    나 돌아가리/최은하 귀뚜리 울음도 한물 가고 한겨울밤 달빛이 출렁이는 고향집 마당 가 감나무 그림자 오늘밤도 기다랗게 흐느적이며 여태껏 날 불러 기다리고 있겠네요.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강/김운향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강/김운향

    강/김운향 꽃내음이 시린 가슴에 묻어온다 누굴까 물기 젖은 잎새가 푸른 심줄을 흔든다 비에 젖고 바람에 밀려온 세월 미소 하나 손짓하던 햇살처럼 반짝인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말/김동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말/김동애

    말/김동애 애잔하게 우는 풀벌레는 왜 저리 가슴을 흔드나?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넘치듯 가슴에 가득 찬 마음의 울림. 물이 얼면 돌이 되는데 마음이 얼면 칼.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법/문효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법/문효치

    사랑법/문효치 말로는 하지 말고 잘 익은 감처럼온몸으로 물들어 드러내 보이는 진한 감동으로 가슴속에 들어와 궁전을 짓고 그렇게 들어와 계시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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