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국민은 알고 싶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국민은 알고 싶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권력을 행사하고 돈을 쓰는 조직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곰팡이처럼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곰팡이가 피는 것이 자연현상이듯 부정·부패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인간현상이다. 곰팡이를 없애려고 농약을 뿌리면 곰팡이와 유익한 균들이 함께 죽는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부정과 부패를 뿌리째 뽑는다면서 일벌백계의 추상(秋霜) 같은 경영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구성원들이 경직되어 창의성이 떨어지고, 수단이 목적으로 둔갑되어 효율도 떨어질 것이다. 독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나쁜 곰팡이를 없애야 한다. 간단한 방법이 바로 일광소독이다. 마찬가지로 일벌백계로 경계하지 않고도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인간조직에서의 정보 공개는 자연계에서의 햇볕과도 같은 것이다. 1976년에 제정된 미국의 일광법(Sunshine Act)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보공개법이다. 그런데 정보 공개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1996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보 공개 실태가 한심한 것은 왜일까? 1991년 청주시의회가 정보공개조례를 통과시키자 당시의 내무부(현 행정안
  • [열린세상] 삶의 가치와 초심/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삶의 가치와 초심/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삶이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여정을 말한다. 이 여정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스스로 우주로부터 올 때 가지고 온 기운, 즉 하고자 하는 욕심을 자기 생애에 구체화하고 갈무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삶의 가치라는 나무는 그 뿌리에 해당하는 ‘처음에 먹은 마음’의 일관성에 따라 평가되는데,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고 외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유한다. 그렇다면 어떤 초심이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이 되는 것일까? 답을 내리기 전에 우선 삶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띠는 12개로 이루어져서 태어난 해의 띠(甲子)는 다섯 번째인 60년 만에 돌아온다. 그런데 12개의 띠가 다섯번 반복되는 일생 가운데 두번 24년은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60년에서 24년을 빼고 남는 36년이 자기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의 초년은 24년에 12년을 더한 36세까지, 중년은 36세에 12년을 더한 48세까지, 말년은 49세부터 60세까지의 12년을 일컫는다. 인생 36년은 여기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다시 위·아래 같은 파장으로 맞물려 영향을 미
  • [열린세상] 연·기금의 정치경제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연·기금의 정치경제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최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에 대한 논쟁은 사회적 파장에 앞서 연·기금의 규모와 용도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적립액은 현재 324조원으로 2011년 우리나라 총예산인 309조원을 능가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5% 이상 가지고 있는 상장기업은 2010년 말 139개사에 달한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보유지분이 이건희 회장보다 더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거대 기금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당연한 귀결이다.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주주권 행사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졌고, 노무현 정부 때엔 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기금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보수성향의 현 정부에서는 기업에서의 주주권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기금의 규모와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정권의 색채에 관계 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금이란 무엇인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법률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예산과는 달리 조달된 재원을 한 회계연도에 전부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자금을 보유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정운용
  • [열린세상] 캐나다産 쇠고기 분쟁 해결의 관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캐나다産 쇠고기 분쟁 해결의 관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단편적이고 위기관리에 급급한 통상정책의 추진이 끊임없는 후속문제를 낳으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왔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과정에서 양국 정상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재개 방침에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국민적 이해와 홍보를 거친 결정이 아니었기에 후속 분쟁 발생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어진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제기준에 따라 월령제한 없이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조약이 맺어졌지만 일부 언론의 광우병 관련 과장보도와 정부의 졸속협상 추진에 따른 국민과의 소통부족 문제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장기적인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그 결과 두 차례의 추가협상을 거쳐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시적으로 교역 중단하고 우리 측이 검역주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추가합의가 이루어졌다. 추가합의 내용은 미측이 일방적으로 송부한 서한에 담겨 있기에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외교적 약속에 불과한 것이다. 당시의 급박한 정치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임시방편적 문제해결임에는 틀림없다. 미국과의 쇠고기 합의는 캐나다와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을 낳았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했으면서도 국회는 가축법을 개정, 캐나다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했다.
  • [열린세상] 글로벌 도약 기회 맞은 우물안 국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글로벌 도약 기회 맞은 우물안 국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국회는 국내 현안에만 매달리고 글로벌 사안엔 관심 없다는 평을 들어 왔다. 국회의장은 원로 의원 예우용으로 뽑히고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세평이다. 국회와 국회의장에 대한 이러한 기존 인식을 동시에 긍정적으로 바꿀 귀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오는 18~20일 국회에서 개최되는 제2차 G20 국회의장회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 20대 주요국 국회의장들이 서울에 모여 글로벌 사안을 논의한다. 2009년 캐나다에서 열린 제1차 회의의 후속이자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의의 보완 격인 이번 회의는 여러모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상승시키고 국회의 위상과 국민적 신뢰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G20 정상회의 논의 사안에 의회민주주의 차원의 정치 동력을 제공해 지구촌 난제를 원만하고 정통성 있게 푸는 데 공헌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므로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G20 국회의장회의가 서울에서 또 열리려면 수십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현실만 보면 기대는 기대로만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존 인식처럼 국회는 글로벌로부턴 거리가 멀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선거 쟁점
  •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난 22일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 소송은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 외계인으로 불린 이지아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BBK사건이 떠올랐다. 서태지·이지아의 법정소송은 BBK사건을 은폐하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이 연결은 말 그대로 ‘음모’일 것이다. 서울고법은 21일 BBK사건 수사팀이 주간지 ‘시사IN’과 BBK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이었다. 서울고법은 “기사에 보도된 김경준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재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자가 직접 관련자를 만나 김씨가 작성한 자필 종이와 육성 녹음을 건네받고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따라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고, 이지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 패소한 BBK수사팀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모론이 확산되었다. 최근 들어 왜 이와 같은 음모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일차적
  • [열린세상] 사생활 털기와 집단감성의 사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사생활 털기와 집단감성의 사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서태지와 이지아의 비밀 결혼과 이혼 소식은 지난 한 주간 모든 미디어와 인터넷을 들끓게 한 이야깃거리였다. 두 사람의 소송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이들의 사생활 정보가 언론과 네티즌에 의해 빠른 속도로 밝혀지고 또 퍼져 나갔다. 두 사람이 미국에서 작성한 이혼 서류를 찾아낼 정도로 네티즌들의 정보 검색은 치밀하고 또 집요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이들의 사생활 정보를 캐내는 것을 넘어 두 사람에 대한 대중적인 재판으로 옮겨 가고 있다. 사생활 털기와 여론재판은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망을 보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집단적 여론 몰이를 실감하게 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투명한 공개에 대한 요구와 공공의 문제에 대한 의견 표출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4대강 개발, 행정수도 이전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같은 주요 정책 사안에서 연예인의 사생활 털기까지 정보의 공유와 전파, 확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 공개는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증가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사회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게 도와준다.
  • [열린세상] 日 ‘런치메이트 증후군’과 내셔널리즘/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日 ‘런치메이트 증후군’과 내셔널리즘/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지난해 도쿄대·와세다대 등 일부 대학 화장실에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지 말라.’는 쪽지가 붙은 일이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대학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화장실에서 밥을 먹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사실이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예’라고 대답했다. 일본 사회에 하나의 충격을 던진 사건이다. 일본의 도하 신문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이유는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 ‘외톨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다.’는 것이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대답이다. 혼자 점심 먹는 걸 공포로 여기는 심리를 정신과 의사인 마치자와 시즈오는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론은 “친구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게 화장실 식사 현상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키이스 페라지의 저서 ‘혼자 밥 먹지 마라’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책은 성공적인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원한다면 혼자 식사하는 버릇을 절대 피해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하필이면 왜 화장실일까라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화장실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전통적인 변소를 ‘가와야’(厠)라고
  •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요즘 ‘입법권 남용’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듣게 된다. 국회는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기소된 의원들이 면소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시도하려다가 입법권 남용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철회했다. 또 국회가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발의했다가 그만둔 것도 입법권 남용이라는 질책에 따른 것이었다. 국회의 입법은 소급입법 처벌금지 등 헌법의 명문규정에 위배될 수 없고, 국민주권·법치국가·권력분립 등 헌법원리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헌법질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국제법·국제질서를 부정할 수 없다. 또 국회는 헌법 범위 안에서 입법형성의 자유를 갖지만 입법상의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입법의 재량권 행사는 적법절차의 원칙, 비례와 공평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자의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 헌법의 일반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한계를 벗어난 법률은 헌법 위반으로 무효다. 최근 입법권 남용이 문제된 사안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보다 의원 각각의 개인적·지역적·집단적 이해득실을 중시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심판 등의
  • [열린세상] 국사교육 정상화의 길/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열린세상] 국사교육 정상화의 길/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국사를 필수 교과로 제도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의 제도화를 통해서 국사는 지속적·안정적으로 교육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이로써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에서 국사를 단 한 시간도 듣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었던 파행적 상황을 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사 교육은 수업시수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점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국사가 필수화되었다 하더라도 그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인 수업시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웃 나라들에서는 자국사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배정하여 질 높은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개혁을 통해서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정된 수업시수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 도쿄의 명문고인 히비야 고교에서는 일본사가 3년간 385시간에 걸쳐 교육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고급중학교에서는 3년 동안 최소한 216시간에 걸쳐 자신의 역사를 필수적으로 배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겨우 85시간의 필수화를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이처럼 우리와 역사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웃 나라
  • [열린세상] 정보공개를 통한 사법 부의 투명성 제고/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보공개를 통한 사법 부의 투명성 제고/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최근 한 연예인의 숨겨진 결혼과 이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국 법원의 소송과 판결 내용이 인터넷으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법원 판결은 공개되지 않는다. 판결을 공개하는 것과 공개하지 않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판결이 공개되는 경우는 소송인,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을 통해서다. 판결의 결과가 알려지게 되면 재판에 부패가 끼어들 가능성은 줄어들고 판결의 공정성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부패가 무엇이고 결과와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부패란 ‘공적인 자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적인 자원에는 공용 자동차와 같은 공적인 물품뿐 아니라 공적인 권한과 권력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부패의 형태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규제 권한을 이용하여 뇌물을 수취하는 것이다. 사법부에서 판결이라는 공적인 권한을 이용하여 뇌물이나 과도한 소송비용을 받는 것도 부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부패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못사는 국가 대부분에서 부패가 만연해 있음이 관찰된다. 부패는 공정
  • [열린세상] 인간안보의 역동성과 정부/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 인간안보의 역동성과 정부/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국가안전보장이란 국가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가의 존립 요소는 국가 구성 요소인 인구와 영토, 국가의 이념 및 통치제도를 포함한다. 전통적 국가 안보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군사·정치적 위협을 주로 다루었다. 인간(시민) 안보는 국가 안보에 의해 일치,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핵, 인권, 환경 위협은 안보의 대상을 인간으로 확대시켰다. 1994년 유엔 인간개발보고서는 인간 안보의 개념을 식량 안보, 환경 안보 및 인권 안보를 포함해 다양하게 분류했다. 질병, 환경, 인권 문제는 초국가적 정치, 윤리 및 과학·기술 문제로 국제적 관리가 필요한 이슈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인간 안보와 국가 안보는 양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보스니아와 르완다, 최근 리비아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시민군 간의 유혈충돌은 정부가 시민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사례다. 이는 정부의 통치제도를 인권보다 앞세워 일어난 사태다. 유엔은 내정불간섭 원칙의 예외로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군에 의한 시민군의 대량학살이 국제 개입의 요인이다. 개입 목적은 국민 보호이나 통상 정권 교체로 확대된다. 수단은 외교·경제적 압박
  • [열린세상] 일본 대지진은 신의 징벌인가?/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 대지진은 신의 징벌인가?/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3·11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의 침몰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강진과 대형 쓰나미는 수만명의 인명피해와 후쿠시마 원전폭발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불러왔다. 이러한 대재앙에 대해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의 경고’로, 그리고 이시하라 도쿄 시장은 ‘천벌’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세인의 빈축을 샀다. 미국의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는 최면상태에서 LA, 샌프란시스코, 뉴욕이 초토화되는 것을 보았으며, 일본의 대부분도 물속에 가라앉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과 중국의 민주화를 예언한 바 있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의 풍수사상가인 남사고 선생이나 19세기 조선 헌종 때의 예언가인 송하노인도 일본 침몰을 거론한 바 있다. 특히 1983년 자신의 임종을 예고했던 탄허 스님은 일본의 3분의2 이상이 바다로 침몰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들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히구치 신지 감독이 2006년에 발표한 영화 ‘일본침몰’은 바로 그 같은 일본국민의 잠재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스루가만에서 진도 1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한 후 도쿄, 규슈 등 일본 전역에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나라 전
  •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귀가 먹먹해졌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돌발성 난청이다.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주인공처럼 청각장애를 숨기려다 보니 온몸이 굳어져 한 주를 힘들게 보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육신의 장애만큼 심각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서 오는 마음의 장애이다. 올 들어 연속적으로 발생한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신적 장애의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제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106개 조사 국가 가운데 한국의 자살비율이 가장 높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다는 다른 통계도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자살 유혹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빨리빨리’ 경쟁문화와 단 한번의 실수와 패자 부활도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 탓이다. 소통의 단절이다. 자살한 대학생들은 죽음을 앞두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거나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뿐’이라고 자아커뮤니케이션을 했을지 모른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자살사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정신적인 장애로만 생각할 뿐, 사회적인 문제로
  • [열린세상]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돕자/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돕자/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

    북한이 또다시 극심한 식량난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많은 주민이 아사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북한을 탈출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탈북자 단체의 보고서도 공개되었다. ‘고난의 행군’ 시대라는 1990년대에는 약 200만명의 북한 주민이 기아로 숨졌다고 한다. 이런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는 걸까. 유엔은 지난 3월 60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긴급히 식량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기구들이 발표한 북한 식량상황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100만t을 상회한다. 여름철 홍수와 혹독한 겨울 등 일련의 충격파가 북한을 식량위기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5월쯤 북한의 식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43만t의 식량을 긴급 지원할 것을 국제사회에 권고했다. 유엔의 권고 이후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원 식량의 엄격한 분배 모니터링 실시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 [열린세상] 분당乙 보궐선거의 승자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분당乙 보궐선거의 승자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후보로 나선 분당을 보궐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강재섭 후보는 패배할 경우 정치적 공백이 너무 길어져서 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분당에서 지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내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는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에 맞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패배할 경우 지지도와 캠페인 능력을 의심받게 되고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탓에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특히 손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을 옮긴 이래 2008년 총선 때 종로 패배에 이어 이번마저 쓴잔을 마실 경우 새 둥지에서 설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낙마할 경우 내년에 정권 탈환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두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캠페인 전략을 비교하면 너무 비슷하다. 강 후보는 “여의도로 복귀하면 민심을 받들고 계파 없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사랑의 도시락 배달 봉사, 알뜰시장 방문, 대형마트 앞 유세 등을 통해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우
  • [열린세상] 최근 한반도의 변화와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최근 한반도의 변화와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보도되고,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북한과 중국은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우선적으로 시작하는 3단계 대화를 제의하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북한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을 초청, 조만간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한·미 간에 정책조율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을, 클린턴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했다. 분주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6자회담의 전격적 재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는 중국과 북한의 태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들은 회담을 통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비핵화 의지 표명이 우선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이 희망하는 북·미 간의 공식적 접촉도 남북한 관계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 [열린세상] 조그만 싹에서 열매를 보다/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열린세상] 조그만 싹에서 열매를 보다/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왔다가 무안을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안이 아니라 면박을 받는다면 황당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개인도 아닌 국가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그렇다.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고통을 겪는 일본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한국인이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지갑을 열고 저금통을 깼으며, 기업은 거액을 쾌척했다. 바로 이때 일본 정부는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미증유의 재난에 처한 이웃이기에 역사의 고통도 잊고 성심껏 위로를 건넸더니 뒤통수를 친 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들의 온정에 그런 대답을 내놨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시점이 우연히 겹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정된 사안이라 해도 일본 정부의 몰염치와 무신경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고, 그 즈음부터 한국인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잇단 지진과 원전사고 확대 소식이 날아들고 있지만 사태를 냉정하게 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문제는 일본이 싫다고 떼어낼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방사능비가 내렸을 때 너도나도 우산을 받쳐들고 종종걸음을 쳤던 엊그제를 떠올리면 한·일 관계는 숙명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마저
  • [열린세상] 참된 감동은 세대를 넘는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열린세상] 참된 감동은 세대를 넘는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너무 큰 사랑은 꼭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깨닫나 봐요.’ 한 시대를 풍미한 여자 가수가 아직 젊은 날에 생명을 다하며 남긴 편지의 한 토막이다. 그의 이름은 최여주, 상대방 남자는 한상훈. 그러나 이는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작품 속 상황이다. 강현우라는 또 다른 남자와의 삼각관계 속에서 사랑과 이별을 테마로 1, 2부에 걸쳐 무려 31개의 노래를 소화한 무대였다. 주크박스라는 장르는 어느 특정한 뮤지션이나 특정한 시대를 담은 노래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주제에 중점을 두고 드라마타이즈한 뮤지컬을 말한다. 이 무대의 실제 주인공은 ‘옛사랑’이나 ‘이별이야기’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고 2년 전에 4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이영훈이다. 애절한 사랑이야기의 스토리라인에는 당연히 픽션이 부가될 수밖에 없었겠으나 주제를 따라 흐르는 음악은 맨얼굴 그대로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자기도 행복한 거 아닌가.’라는 대사가 말하듯이 일생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단 한번의 고백도 없이 내밀하고 슬픈 사랑을 가꾼 남자의 노래이다. 1980년대 정치적 폭압의 시대, 메
  • [열린세상] 진정한 대학개혁이란/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진정한 대학개혁이란/장제국 동서대 총장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로 ‘서남표식 개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그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적잖은 대학에 개혁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도 대서특필하면서 그의 개혁에 찬사를 보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서남표식 개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서 그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보다 작금의 대학 개혁 바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이번 사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특정 대학들의 개혁이라는 것이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떠할지에 대한 인내적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유명대학이나 유명인이 일으키는 개혁의 시작만 보고 그 개혁이 이미 성공한 양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새로운 리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얼마든지 개혁을 일으킬 수 있다. 그것은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새로운 시도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해도 반드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제조업과 달라서 프로그램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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