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만성질환의 시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만성질환의 시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유엔은 지난주 향후 새로운 보건 정책 목표로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장병, 뇌졸중, 암 등 만성질환으로 한 해 3500만명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향후 10년간 3억명 이상이 만성질환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흔한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과 연관이 깊은 과체중이나 비만 인구가 전세계에 약 10억명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높은 사망 원인인 암, 뇌졸중, 심장질환이 매년 얼마나 발생하고 해마다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그 발생 원인과 예방대책은 무엇인지. 이런 것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등 궁금한 건 많은데 속시원한 답이 없어 답답하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의 발생률에 대해서는 국가 암등록 통계 자료의 도움으로 지난 몇년간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사망원인 2, 3위를 차지하는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에 대해서는 유병률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질병 발생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표성이 있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일정한 진단기준에 의해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자료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추세를 살
  •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암울한 소리가 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4.3%보다 낮은 4.0%로 예견하고, 내년의 전망치도 4.5%에서 4.0%로 낮춰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는 여간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사회의 최대과제라 할 수 있는 ‘좋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면,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이나 가정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행복도 위협받을 수 있다. 향후에는 일자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은 최근 출간한 ‘다가오는 일자리 전쟁’이란 책에서 “닥쳐올 세계전쟁은 일자리 전쟁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향후 30년 동안의 세계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힘에 의해 이끌리게 되고,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종래와 같은 자유나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가지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굳이 짐 클리프턴의 말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일자리 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반값 등록금 문제가 개학과 함께 다시금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33.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부모가 많아졌고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러다 보니 ‘반값 등록금’ 해법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의 경쟁력과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회적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등록금의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등록금의 인상 원인이나 대학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보다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장과 상표에 관심이 많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문제를 추스르기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시나브로 대학과 사회 그리고 학생 간의 불만과 불신이 증폭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가운데 감사원이 직접 사립
  •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최근 들어 전통 공연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전통 판소리가 외국인에 의해 연출돼 ‘오페라 혹은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화려한 무용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외국 사신 접대와 연회를 베풀었던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누각뿐 아니라 서쪽의 인왕과 북쪽의 북악 등 주변 산봉과 근정전 등 전각 지붕선의 자연미까지 그대로 ‘무대’로 살려내 빼어난 누각 건축미와 함께 최고의 전통 공연 향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전후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가 독일 오페라 연출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며,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을 통해 무대에 올려져 공연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직 창자와 고수의 단출한 ‘독립 공간’이었던 전통 판소리 공연의 무대가 이 공연에서는 ‘설치미술’의 전시관이었다. 무대는 흰 바탕(1막, 2막은 검은 바탕)에 굵은 붓질이 지나가며 큰 선(線)을 이뤄 산과 물, 별과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한국적 정서를 빚어낸 한 폭의 수묵화였다. 여기에 바다를 파란색으로, 육지를 노란색으로 원색의 조명을 비춰 무대를 물들였다. 높이 5m에 달하는 사다리형 설치대를 같은 높이의 한복 치마로 두른,
  • [열린세상] 저축은행 끼워팔기와 긍정의 힘/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저축은행 끼워팔기와 긍정의 힘/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85개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벌인 결과를 토대로 지난 18일 토마토, 제일, 제일2, 프라임, 에이스, 대영, 파랑새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추가적인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45일 이내에 자체 정상화가 어려우면 8월 매각에 실패했던 3개 저축은행을 포함해 10개사에 대한 매각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방식은 신속한 매각을 위해 인수자를 미리 정하고 인수자가 설립한 저축은행에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자산부채 이전방식(P&A)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가 우선 매각 대상 저축은행의 부실을 털고, 입찰 참여자가 실사 후 인수 제외 자산을 정하면 순자산 부족액에 대해 예보가 충당하고, 입찰자는 프리미엄을 얹어 입찰에 참여한다. 언뜻 보면 대부분의 자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중소기업 및 서민과 소호 대출의 활성화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객군을 다양화하며, 지역 밀
  • [열린세상] 한국의료의 수준과 의료에서의 창조적 파괴/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한국의료의 수준과 의료에서의 창조적 파괴/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창조적 파괴’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사용한 말이다. 신상품이 개발되고 새 시장이 출현하면 전혀 다른 생산방법과 산업조직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경제와 생활수준이 향상된다. 이때 동시에 신기술이 대체하는 기존의 기술과 산업은 없어지거나 매우 약화되므로 ‘파괴’라는 말을 도입했다. 19세기에 증기기술과 철강기술을 결합한 철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운송수단인 증기선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 한 예로 볼 수 있다. 신지식이 새로운 기술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강렬한 말로 설명한 셈이다. 기술혁신을 통해서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도 방문해 창의성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과도 통한다. 기술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경제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을 보면 뚜렷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하여 단말기, 통신시장이 변하고 그에 따라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수요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식경제부를 두는 것도 이러한 새로운 지식의 중요성을
  •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난 14일은 작가 황순원 작고 1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서 더욱 작가가 그리워진다. 2000년 작가의 장례식장을 지킬 때, 세 명의 여고생이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조문을 왔다. 그들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평소 작가를 존경하던 차에 부음을 듣고 하굣길에 들렀다는 것이다. 작가는 일평생 그 흔한 문인 단체의 감투 하나도 쓰지 않았으며, 문학과 관련이 없는 잡문 하나 쓰지 않았다. 작가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는 자신이 평생 만들어 온 독을 완성하기 위해 가마 속으로 몸을 던지는 송 영감이 나온다. 그 송 영감처럼 작가는 오로지 문학에만 모든 열정을 바쳤던 것이다. 그 결과 “소설가 황순원을 말한다는 것은 해방 이후 한국 소설사 전부를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문학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작가의 제자 중 소설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예에 근 10년을 투고한 이가 있다. 어느 해 그 제자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적이 있다. 1월 1일자 신문에 실린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을 보니 자신의 작품이 다른 한 작품과 함께 최종심까지 올랐고 자신은 탈락했는데, 심사위원이 작가라는 것이었다.
  • [열린세상] 9·11 10년, 3·11 반년/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9·11 10년, 3·11 반년/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2001년 9월 11일 미국 동부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난 지 10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서 대재해가 발생한 지 반년이다. 양국의 대응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미국인과 일본인이 탄 배가 조난당했다. 촌시가 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곧바로 뛰어내리게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인에게는 “뛰어내리면 당신은 영웅입니다.”라고 하면 되고, 일본인에게는 “모두 뛰어내리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9·11 이후 10년간의 빈라덴 ‘사냥극’과 3·11 이후 일본의 대처에서도, 이 조크에서 말한 양국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9·11이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 미국을 누가 감히!’라는 태도로 자신이 영웅인 양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9·11 발생 다음 달 빈라덴 잠복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 정부를 전복시켰고,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 색출을 내세워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다. 이들 전쟁으로 9·11 사망자(약 3000명)의 두 배 이상 목숨을 잃었고 미국의 재정악화도 심각해졌다. 테러 응징 과정에서 미국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반(反)알카에다 독재 이슬람국가들을 두둔하는 모순적 행동도
  •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정치와 언론이 안철수 바람에 매달리고 더 키우고 싶어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의 정치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처럼의 흥미와 감동, 그리고 유익을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고 싶은 심사가 작동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심지어 대통령과 청와대까지도 유권자의 정서, 희망사항과는 한참 동떨어진 채 빗나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처럼 놀라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그야말로 현실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닷새간의 안철수 바람이 현실 정치에서 실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돌풍을 일으킨 그 짧은 기간에서조차 안 교수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등의 험한 말을 들어야 했고 안 교수 스스로 ‘한나라당 응징’이라는 사실상 정치적 실언을 함으로써, 그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기존 정치인과 같은 처지에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최고의 관심과 인기를 누릴 때 떠나는 스타처럼, 안 교수는 안풍(安風)이 최고점에 다다를 때 홀연히 정치판에서 퇴장함으로써 최고의 정치적
  • [열린세상] 미국의 대북정책, 아전인수식 해석 경계한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국의 대북정책, 아전인수식 해석 경계한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관계를 견인하는 주요 핵심 동력 중 하나이다.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때로는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 그간의 경험이자 교훈이다. 그런데 지금도 그러한 오류가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추석 연휴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북한의 무조건 6자회담 재개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지난 4월까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을 역임한 제프리 베이더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해야 할 일들(선결조건이라고도 하는)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미국이 북핵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선거를 앞두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직에서 물러나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으나 그의 비중과 역할에 비춰 오바마 정부의 기본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6·25전쟁 당시 미군 유해 발굴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북한의 소위 ‘통미봉남’이 재연될
  • [열린세상] 지방 국제화의 맹점/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지방 국제화의 맹점/장제국 동서대 총장

    지난 2일에서 4일까지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2006년 부산과 후쿠오카 두 도시를 국경을 초월한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는 비전을 갖고 출범한 ‘부산-후쿠오카 포럼’ 제6차 후쿠오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두 도시의 학계·언론계·법조계·경제계를 망라한 지역 리더들이 모여 중앙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지방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보자는 취지였는데, 진지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중앙에 기대어 무엇을 달라고 애걸하는 데 지쳐 버린 지방 도시들이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인 회의였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뒤 지방 도시들은 국제화를 내세우며 외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단체장들은 세일즈 행정을 내세우며 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지역에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고, 또 그렇게 해야 지방이 자립할 수 있게 되고, 사람이 모여드는 곳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필자가 살고 있는 부산의 경우를 보더라도 시는 ‘부산미래발전을 위한 10대 비전’을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비전 중 국제적 연계를 요하는 것을 정리해 보면 ▲부산 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건설 ▲
  • [열린세상] 한 세기 전 아픈 역사기억에 비춰 본 중국/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한 세기 전 아픈 역사기억에 비춰 본 중국/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6일 중국 국무원은 ‘평화발전백서’를 펴냈다. 백서는 말한다.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며 결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국가주권과 안보, 그리고 영토를 “단호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이 백서는 후진타오 주석이 2003년 이래 추진해 온 화평굴기(和平?起) 정책과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을 잘 보여준다. 전자는 평화를 추구하면서 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적극적으로 국제 관계에 개입해 국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화평굴기는 속내를 감춘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 주변국을 영향권 내에 묶어두려는 기미(羈?)정책을 폐기한 적이 없었다. 방점은 유소작위에 찍혀 있다.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의 개발과 항공모함 바랴크호 진수를 둘러싸고 중국 위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 한 세기 전 국망(國亡)의 아픈 역사가 생각난다. 우리의 근대화를 가로막은 주범은 중국이었다. 1860년 베이징조약 때 러시아에 연해주를 넘길 때만 해도 중국은 그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알지 못했다. 1870년대에 들어 러시아는
  • [열린세상] 이제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이제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주자인 휼렛패커드(HP)가 개인용컴퓨터(PC)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1990년대 IBM이 대형 컴퓨터에 매달리다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컴퓨터 산업에서 퇴출됐듯이 HP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기술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사라지는 것이 냉엄한 비즈니스의 현실이다. 원자력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성과 높은 경제성으로 승승장구하던 원자력 산업이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 사고가 탈(脫)원전의 신호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기후변화 문제와 높은 석유 및 가스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경제국들의 소비 증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면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에 대한 매력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를 계속 이용하려면 더욱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경제성도 있는 것으로 논의되는 소형 원전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원전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1985년
  • [열린세상] 제주해군기지는 21세기의 전라좌수영/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제주해군기지는 21세기의 전라좌수영/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재개되었다. 공사장 입구를 막고 내부를 점거해 오던 외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수개월 동안 법이 통하지 않는 해방구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경찰·검찰·법원 등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면서 사태는 급반전되었고, 지난 2일 경찰이 공사장을 불법점거하고 있던 외부 시민단체 회원들을 강제 해산시키면서 공사는 다시 시작됐다. 우리 군은 한국전쟁 이후 61년 동안 거의 모든 국방비를 대북 전력 확충에 쏟아왔다. 전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는 다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진취적인 기상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군사력이다. 과거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우리 조상들의 얼을 이어받듯이 우리 후손들에게 바다로 뻗어나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을 물려주기 위한 발판이다. 우리도 세계로 눈을 돌려 더 큰 가슴으로 세상을 굽어볼 마음도 한번 가져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데 이런 웅대한 기상을 가진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논리와 대안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이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이 있을 때 제주해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하고 중국이 미군을 타격하기 위해
  • [열린세상] 무역 1조달러 시대의 과제/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무역 1조달러 시대의 과제/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상품무역은 지난 7월까지 약 630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 둔화로 우리의 수출 여건이 불투명하나,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조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지금까지 8개국에 불과하다. 수출은 그동안 우리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면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국내총생산(GDP)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무역의존도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약 105%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 수출부문인 제조업의 수출의존도 얘기는 다르다. 제조업 생산에서 제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9년에 우리나라가 34.1%로 일본(24.1%)보다는 높고, 미국(35.8%)과는 비슷하고, 독일(60.9%)보다는 낮았다. 이 비중이 과도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오늘날의 수출 성과는 우리 산업 발전을 가져온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이다. 무역의 성과는 우
  • [열린세상] 오스카와 따뜻한 과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오스카와 따뜻한 과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달 27일부터 개최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의 스타는 우사인 볼트도, 이신바예바도 아닌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라 할 수 있다. 일명 ‘블레이드 러너’인 그는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 뼈가 없어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모두 절단했다. 의사들은 ‘평생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의족에 의지해 걸음마를 배웠고,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나무에도 올랐다. 열일곱살 때 육상에 입문한 그는 1년 만에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400m 준결승에 조 3위로 올라와 비록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그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누구보다 진한 감동을 전 세계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비장애인 선수와 함께 트랙에 서고자 했던 그의 꿈이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오스카의 성공을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휴머니즘 드라마쯤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단순한 육상선수가 아니라, 달리지도 걷지도 못한 장애인이 보조기기를 장착하면서 장애가 없는 선수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직업인’이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있어 보조기기, 즉 보조공학은 신체기능의 일부를 담당할 뿐 아니라 세상으로 그리고 직
  • [열린세상] 지적재산 보호와 웹하드 등록제/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적재산 보호와 웹하드 등록제/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세계 곳곳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반한류(反韓流)니 혐한류(嫌韓流)니 하는 걱정스러운 현상들이 일부 나타나지만 한류의 기세를 막진 못한다. 최근 유럽에 진출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한국대중음악(K팝)은 물론이고 우리 방송 드라마들도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심지어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한류의 강세는 콘텐츠의 힘이다. 콘텐츠의 생명은 창조행위의 지속성에 있다. 문제는 최근 불법 복제·유통 등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창조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2년 전 이맘때 인기리에 상영 중이던 영화 ‘해운대’의 파일이 유출돼 P2P(파일 공유) 사이트에 불법으로 유통된 사건이 있었다. 불법 유통을 도모했던 사람들은 사법처리가 되었으나 영화사는 극장티켓 판매 및 부가시장에서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고, 해외 수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이 같은 불법행위로 콘텐츠시장의 피해가 심각하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의 ‘2011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의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2009년 한 해 동안 약 8억 8578만개에 2조 2497억여
  • [열린세상] 사람의 탐욕과 유좌지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람의 탐욕과 유좌지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람의 탐욕은 마음속에서 하고자 또는 얻고자 하는 욕심을 인내해야 하는 한계선을 넘어설 때 나타난다. 이것이 지나치면 사람으로서 본래의 품성을 잃고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서 태생적으로 욕심이라는 근원적 기운을 갖고 있다. 욕심의 실체는 우주 만물의 변화를 야기하는 동력이자 마음 의지로서 삶을 주관하는 기운이다. 욕심은 이상적 마음 의지와 현실적 능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면서 다스려 나갈 수밖에 없다.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탐욕으로 전이된다. 우리의 태양계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풀벌레조차 자기 몫이 있고 이런 무수히 많은 역할이 모여 세상의 균형을 이루며 다시 변화를 일으킨다. 이 역할이 바로 각각의 그릇이요 능력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욕심이 그릇에 채워지고 넘친다면 이미 그것은 능력 밖의 일이며 자기의 소관 범위를 벗어난 타인의 몫이다. 만일 누군가 더 많은 욕심을 내려면, 기존의 자기 그릇을 깨고 다시 그릇을 키운 다음 또 채우기를 거듭해야 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임금이 된 후 스승인 무학대사로부터 사람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 [열린세상] 우리 사회의 이중적 잣대/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우리 사회의 이중적 잣대/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조그마한 공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또는 탄식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스포츠다. 야구는 축구, 농구 등 다른 구기 종목들과 다른 점이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심판이 판정한다는 것이다. 심판의 판정에 따라 타자는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경기 때마다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을 종종 목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심판의 판정에 승복한다. 만약 심판이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관중들은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야구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의 규칙처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립된 기준은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나 명확한 기준마저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중적 잣대로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판단을 수용할 것을 강요까지 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투표란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가장 민주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로 자유민주주의를
  •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는 하나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는 하나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자본주의의 출발점은 경쟁이다. 경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윤이 재투자되어 사회도 함께 부강해지는 경로를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에 위기가 닥치면 이를 완화하거나 제거할 의무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는 분배를 의미하지만, 그 목적은 분배만이 아니다. 복지는 자본주의의 자체모순으로 초래되는 경쟁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자체모순이란 경쟁이 계속되면 특정인이나 그룹이 계속해서 경쟁에서 이기고, 경쟁에서 밀려난 자는 경쟁 여력을 상실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부가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적당히 쏠리면 대부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기 노력을 강화한다. 그래도 부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 정부는 복지라는 정책수단으로 이를 완화하고, 경쟁을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복지는 경쟁 유지 수단이지 시장경제의 걸림돌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는 공정 경쟁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회인가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가 많다. 첫째,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도가 그 하나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위 50대 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심각하다. 2003년 35.1%였으나 5년 후인 2008년에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