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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복지와 청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복지와 청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연초부터 정치권을 달궈 온 화두인 복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가장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논쟁의 중심이 ‘누구에게 복지를 줄 것인가? 똑같이 줄 것인가, 다르게 줄 것인가? 누가 얼마나 부담하게 할 것인가?’와 같이 복지 정책의 대상과 재원의 조달 방법에 치우쳐 있었다면, 점차 ‘어떤 방향으로 복지를 확장할 것인가?’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전면적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아직은 우리나라 복지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하니 조세부담의 논란을 떠나 다 좋은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복지 재원에 대한 논의의 흐름 속엔 반드시 청렴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사자와 소를 위한 하나의 법은 억압이다.’라고 일갈하였다. 즉, 사자와 소를 한 울타리에 넣어 놓고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사자에게 밥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칸막이를 만드는 복지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지금까지의 복지 논쟁은 이러한 칸막이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를 위한 칸에 사자들이 숨어 먹이를 받아 먹
  • [열린세상] 평창 유치 이후 해야 할 일/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평창 유치 이후 해야 할 일/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2018 동계올림픽 후보지 결정을 일주일쯤 남긴 6월 말 특강이 있어 평창을 찾았을 때 겪은 일로 내 마음은 영 편하질 못하다. 나는 어느 도시를 갈 경우 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그곳에 도착해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주변을 들러 본다. 그런 뒤 최종 목적지까지는 대체로 택시를 이용한다. 그리고 택시는 청결한지, 기사는 친절하고 또 지역문화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탐색하는 버릇이 있다. 아마도 문화관광부 관광국장을 한 전력이 있어 그런 것 같다. 이날도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만에 평창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세번이나 도전하는 도시라고 하기엔 버스터미널이 너무 허름한 데 놀랐다.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탔다. 습관대로 택시를 타며 “안녕하세요, 기사님.”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좀 머쓱한 심정으로 읍내 외곽에 위치한 감자꽃스튜디오로 가자고 했더니 그는 무덤덤하게 핸들을 잡았다. 가는 도중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다음 주 평창이 잘되어야 할 텐데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제야 그는 “이번에도 평창이 안 되면 부동산 값 죽 쑤는데….”라고 중얼거렸다. 평창의 문화와 관광지에 관해서는 감히 물어 볼 엄두를
  • [열린세상] 사람의 도리와 일본인의 의식구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람의 도리와 일본인의 의식구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람의 도리란 육신의 원초적인 욕구에 매달려 가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아니될 것을 가려서 행동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치에 맞게 살라는 의미다. 도리의 도(道)는 육신의 명이 다하는 날까지 가야 하는 삶의 길을 말하며, 리(理)는 육신 속에 깃들어 있는 사람의 주관자, 즉 마음이다. 서양에서는 초자아(超自我) 또는 양심이라고 한다. 사람의 행동은 사전에 마음 또는 양심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절제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비로소 사람으로서 진면목이 나온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답게 살려고 한다면 마음의 분별에 따라 선택된 행동으로 길을 걸어가야 도리를 지킨다고 할 수 있다. 왜 사람은 도리가 필요할까? 얼마 전 어느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뒤에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뒤따라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내려야 할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내리려고 하는데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문 가운데 서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비켜주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면서 꼬마에게 조금만 옆으로 비켜줄 것을 주
  • [열린세상] 혼선 없는 개인정보보호 추진체계 필요/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혼선 없는 개인정보보호 추진체계 필요/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국민의 72%에 해당하는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대형 침해사고가 있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싸이월드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가입자의 개인 아이디,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이다. 경찰은 해커의 침입 경로와 개인정보 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상태이며, 방송통신위원회도 사고경위 파악을 위해 보안전문가가 포함된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고객정보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보관하는 개인정보를 최소화하고 수집하는 모든 개인정보는 암호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 발효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대형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조금만 더 일찍 제정되었더라면 최악의 침해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좀 더 세밀히 속을 들여다보면 설사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 중이었다 할지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6조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하여는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다른
  • [열린세상] 기업만 살찐다면 정리해고가 답일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업만 살찐다면 정리해고가 답일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온나라의 힘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결집되던 1998년 당시 정부는 두 가지 정책수단을 택했다.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기업 살리기와 기업의 군살빼기였다. 다양한 군살빼기 방식이 있으나 정부와 기업은 손쉬운 정책 수단을 택했다. 정리해고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진보성향의 김대중 정부에서 지극히 친기업적 정책을 택한 셈이었다. 통계 수치를 보면 1997년 11월 이후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168조 6000억원이었다. 1998년 대한민국 국가예산이 164조 2000억원이었는데 당시 1년 예산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기업도 군살빼기에 나섰다. ‘고용보험통계연보’를 보면 1998년 당시 총퇴직자 수는 197만 5700명이었고 이 중에서 비자발적 퇴직자는 89만 2100명으로 총퇴직자의 45.1%였다. 같은 해 넓은 의미의 정리해고로 설명할 수 있는 퇴직자, 즉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자와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자의 수를 합치면 39만 3800명 수준으로 총퇴직자의 19.9%였다. 위기상황인 만큼 정리해고자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있은 지 10년이 더 지난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지표는 크게 변했다
  • [열린세상] 교육에 희망을 거는 사회/이현청 상명대 총장

    [열린세상] 교육에 희망을 거는 사회/이현청 상명대 총장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교육적으로 열정을 가진 민족이다. 이스라엘 민족보다 더 교육열이 강한 민족이다. 부모들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사회적 계층 상승 이동을 추구하려 한다. 아이스링크에 가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김연아 키즈’와 부모들로 북적이고, 골프연습장에 가면 ‘2세대 박세리 키즈’가 넘치며, 수영장에 가면 ‘박태환 키즈’가 가득하다. 요즘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K팝’ 아이돌스타처럼 되고자 땀을 흘리는 청소년과 이를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방송매체에서도 영국의 폴 포츠와 같은 성악가를 배출하듯이 숨은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방영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은 교육만큼은 계층과 성별, 지역을 초월하여 모두가 올인하고 있다. 물론 ‘고3 가족’이나 ‘기러기 가족’ 등 과열·과잉경쟁 현상에는 걱정할 부분도 없지 않지만 결코 비판적 시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21세기형 어머니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우리나라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이 진정 세계 제일이 되려면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첫째로, 이제는 반복된 훈련을 넘어 창
  • [열린세상] 통상법치국가에 걸맞은 법률 기능 갖추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통상법치국가에 걸맞은 법률 기능 갖추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통상법치(通商法治) 국가’라 할 만하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쇠고기 협상 등을 계기로 수많은 통상법적 이슈가 대중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돼 왔다. 투자자·정부 소송, 간접수용, 네거티브시스템, 독소조항, 신금융서비스 규제, 비위반 제소, 허가·특허 연계 등 전문개념이 인터넷 토론을 지배하고, 좌우진영으로 짜여진 TV토론을 통해 비전문가들의 입속에서 해석됐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관련 산업 종사자나 시민단체들의 반응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고대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처럼 진리나 도덕적 기준 없이 정치적 입장만을 그때그때 강화하기 위해 토론하고 댓글을 다는 행태가 오히려 영웅시됐다. 그 결과 한·미 FTA는 4년 가까이 표류하고, 쇠고기 교역은 정상화되지 않았으며, 국가 이익과 농업 자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쌀시장 조기관세화는 뒷전이다. 이런 시행착오의 주요 원인은 통상법적 이슈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나 언론이 각자의 구미에 맞는 전문적 비전문가를 내세워 의혹과 논쟁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가이익에 입각해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 [열린세상] 중국 공산당 90년, 축하와 우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 공산당 90년, 축하와 우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1921년 7월 23일 오사운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에서 중국 공산당 1차 전국 대표대회가 개최됐다(오늘날 창당 기념일을 7월 1일로 한 것은 창당 20주년이 되던 1941년에 편의적으로 정한 것). 그러나 조계 당국 등의 주목을 받게 돼 체포 위기에 몰리자 참석자들은 상하이를 탈출했고, 회의는 결국 저장성 자싱(嘉興)에 있는 한 호수의 유람선에서 7월 31일 마무리됐다. 전국 50여명의 당원을 대표한 12인으로 출발한 이 작고 어려운 시작이 오늘날 8000만명이 넘는 당원을 거느리고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지도하는 중국 공산당의 출발이었다. 중국에서는 이 작은 시작을 ‘천지개벽의 대사건’이라고 말한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나의 정당이 1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시종여일하게 지속된 것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곡절이 있기는 했으나, 중국은 공산당 지도하에 반(半)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통일된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고 G2로 불리는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러니 창당 기념일을 맞아 붉은 깃발로 중국 전역을 채색하다시피 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비판
  •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러시아 시인 만델슈탐은 평생 동안 딱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독자라고 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시인이라서 뭔가 비유적으로 말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 청소년의 독서 현황을 접하다 보니 새삼 만델슈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0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한 학기에 평균 29.5권의 책을 읽는다. 고등학생은 대학 입시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7.6권을 읽는다. 고등학생이 한 학기에 7.6권을 읽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부족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9.5권이건 7.6권이건 그것이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면접에 응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꼭 지난 3년 동안 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물어본다. 학생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며 어렵사리 몇 권의 책을 생각해 낸다. 그러면 나는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 말해 보라고 한다. 학생은 아까보다 더 곤혹스러워한다. 대부분의 경우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이 안 난다, 읽긴 읽었는데 정리가 잘 안
  • [열린세상] 대선캠프 정치를 청산하자/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대선캠프 정치를 청산하자/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전문가들은 정당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아직도 파벌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벌과 정당을 구별하는 잣대는 전자가 원칙 없이 사익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원칙을 가지고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정당은 원칙을 중시하지 않고,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다.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기는 것은 사익을 위해 원칙을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우리의 파벌정치가 3김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 기가 막힌다. 과거에는 3김 중심의 머신정치였다면 최근에는 캠프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전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거의 맹목적 충성심 때문에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머신, 즉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3김이 신당 창당 버튼을 누르면 거의 모든 추종자들이 기계처럼 소속 당을 버리고 신당에 참여한다. 과거 머신정치는 주로 소수의 정치인들이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캠프는 정치인은 물론 학자, 언론인, 심지어 당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의 공개적 조직으로 변질되는 바람에 폐해가 더욱 심
  • [열린세상]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주에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대학 몇 군데를 방문하였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세계 대학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노벨상 수상자가 진행하는 강의, 수백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 일년 내내 캠퍼스 곳곳에서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논쟁과 다양한 공연 등 대학이 자유와 진리의 전당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분야 간 속도의 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시속 160㎞의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관료조직, 대학은 50㎞도 안 되는 속도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속도의 차이는 결국 상호 충돌을 야기하고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하였다. 몇 달째 등록금 논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0년도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약 40조원 중에서 약 12%가 대학에 지원된다. 정부지원만 가지고는 건물 하나 제대로 짓기 어렵다. 하버드대의 대학발전기금은 35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나
  • [열린세상] 평창 올림픽 관건은 지역발전 소프트웨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평창 올림픽 관건은 지역발전 소프트웨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평창 올림픽 유치성공의 낭보가 들린 지 3주가 지나간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평창 올림픽 유치에 대해 적지 않은 담론이 있었다. 쾌거를 달성한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 자부심, 그리고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달뜬 전망이 담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마냥 샴페인 무드에 젖어 있어도 될까. 기우(杞憂)인지 몰라도 걱정이 많다. ‘성공적인 글로벌 이벤트 개최’라는 절체절명의 사명도 동시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 유치는 끝이 아니고 또 하나의 시작이다. 하계 올림픽과 달리, 동계 올림픽은 설원과 자연 속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지역발전으로 승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래서 머리가 더 무겁다. 지역발전의 관점에서 동계 올림픽 성적표를 보자.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국가나 지역발전에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1998년 릴레함메르를 제외하고는 손에 꼽기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방법론’에 대한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다. 동계 올림픽은 지역발전의 파급효과가 큰 이벤트다. 평창
  • [열린세상] 소프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문명재 연세대 행정학·언더우드 특훈교수

    [열린세상] 소프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문명재 연세대 행정학·언더우드 특훈교수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두 개의 시원한 기사가 실렸다. 하나는 T50 초음속 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에 이어 209급 한국 잠수함 3척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기사요, 또 하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개최되고 있는 발리에서 남북한 6자회담 수석들이 전격적으로 만나 일단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소식이었다. 발리 해변으로부터 불어온 한 줄기 시원한 대화의 바람이 한반도의 분위기를 모처럼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다룬 기사였다. 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시원한 행사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 40여개 기관의 공무원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정부혁신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혁신 성과와 장애 요인을 공유하는 행사였다. 지난 2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으로 추진된 인도네시아 정부 역량 강화 사업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하였다. 반부패위원회, 행정개혁부, 검찰청, 국가개발계획청, 국가사무처 등을 포함한 12개의 주요 정부기관이 그동안 한국의 전문가와 함께 설계한 모범적인 정부혁신 실행 계획과 성과를 발표하였다. 최우수 정부혁
  • [열린세상] 의궤, 궁궐문화 콘텐츠화/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의궤, 궁궐문화 콘텐츠화/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다 돌아왔으나 끝내 요절한 소현세자의 비장한 장례행렬, 66살 영조가 15세 소녀 정순왕후에게 새 장가 가는 혼례모습, 19세기 조선 조정의 실권자 조대비(신정왕후)의 팔순잔치, 현종의 비 명성왕후를 종묘에 부묘(?廟)하는 과정. 남인이었던 영의정 허적의 아들 허견이 인평대군의 세 아들 복창군, 복선군, 복평군 등과 함께 꾀한 역모를 막아낸 신하들의 공을 치하한 내용을 한글로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17세기 한글의궤.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돌아 온 외규장각 의궤가 국민환영대회를 거쳐 지난 1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 가장 오래된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를 비롯해 외규장각 의궤 71점이 그 존재가 알려진 1975년부터 학수고대한 국민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의궤와 함께 당대 왕실의 삶과 문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강화부 궁전도’ 등 관련 유물 94점까지 모두 165점이 입체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의궤는 당대 궁중기록문화의 꽃이다.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 과정과 의례절차, 내용 등을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의례 또는 의식의 궤범이 되는 책이다. 왕비, 세
  • [열린세상] 여기서 영원히, 혹은 저기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여기서 영원히, 혹은 저기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였다. SC제일은행의 성과급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4주째 접어들어 은행권 최장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파업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금융당국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아직은 노조 파업이 SC제일은행의 재무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고 유동성 수준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업 18일 만에 1조원 가까운 예금이 인출되었고, 금융감독원은 SC제일은행에 유동성 관리와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도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스탠다드 차타드(SC)그룹의 투기적 경영상태와 회계상의 문제 및 무리한 성과급제 도입 등을 비판하고, 경영진은 노사협상을 재개하면서도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노사 양측의 감정 대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록을 경신하는 노사 대립의 저변에는 국가별·산업별 경영 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외국기업과 국내기업 간의 성과 보상을 놓고 경영관리상 기본적인 정의의 차이가 존재한다. SC의 런던 본사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성과급제는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타 지역에서는 이미 도입된 글
  • [열린세상] 잠은 재우고 공부 시킵시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잠은 재우고 공부 시킵시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다. 네 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도 이 말을 굳게 믿고 자녀들에게 잠을 못 자게 하면서 공부를 시키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심지어 잠을 안 자고 공부하고 있으면 벌써 성적이 올라가는 듯 흐뭇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잠을 줄여서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갈까? 수면이라고 하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다시 깨어나게 되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다. 그리고 필요한 수면 시간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 4시간의 잠으로 충분하지만 어떤 사람은 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면 수면이 부족한 경우에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뇌의 일부분이 잠에 빠지고 작동을 중지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선 채로 잠을 자는 동물들에서, 또 일부의 뇌는 자면서도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새에서도 확인이 된다. 뇌는 부분적인 뇌세포들이 기둥처럼 뭉쳐서 하나의 실린더처럼 기능을 한다. 뇌는 수많은 실린더들이
  •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에서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두명의 난쟁이가 있다. 1970년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쟁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에서 억압받다 굴뚝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 최수철의 ‘고래 뱃속에서’의 난쟁이는 진공에서 정상인과 함께 어울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 두 난쟁이를 연속선상에 놓고 보면 한국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고래뱃속’ 같은 닫힌 공간이 부자와 빈자, 정상인과 비정상인,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의 이항 대립에 기초해 전자가 후자를 억압하는 사회라면, ‘진공’ 같은 열린 공간은 양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이다. 차별과 배제, 억압과 착취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 사회야말로 한국 사회의 올바른 지향점이 아니겠는가. 1970년대 열악한 노동 조건에 항거해 일어난 전태일 분신 사건 이후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그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국제 스포츠 대회 4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더불어 K팝처럼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지금 이러한 성과를
  • [열린세상] 원전만 없었더라면…/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원전만 없었더라면…/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지난 6월 10일 일본의 소마(相馬)라는 농촌에서 50대 낙농가가 자살했다. 방사능 유출사고를 낸 후쿠시마(福島)제1원자력발전소의 30㎞권역 밖이었다. 농촌 총각은 필리핀 아가씨와 결혼하여 두 자식을 두었다. 대출을 받아 축사도 다시 짓고 젖소 치는 일을 전부로 이제 살아보자고 하는 때였다. 그런 그에게 방사능이란 보이지 않는 비수가 폐부에 꽂혔다. 키우던 젖소의 우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아내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외로움과 경제적인 어려움, 심신의 피로는 농부의 기력을 잃게 했으며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저항이란 퇴비 곳간의 합판에 쓴 ‘원전만 없었더라면….’이란 절규 섞인 유서가 전부였다. 도쿄(東京)전력이 자살로 밀어버렸고 국가는 그의 자살에 싸늘했다. 3·11 동일본 대재해가 일어나자 AC재팬(구 공공광고기구)은 ‘모두 함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등의 문구로 TV방송을 도배했다. 그런 문구는 농촌 신랑의 파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없었다. 그의 주검이 원전 폐기 운동의 단초가 되나 싶었는데 사회는 아랑곳없었다. 싸늘한 사회를 덥히기에는 전력기업의 독점과 지역의 이기심이 너무 차가웠다. ‘모난 돌이
  • [열린세상] 평양에 부는 바람/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평양에 부는 바람/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평양에 여러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있다. 첫번째 바람은 돈바람이다. 최근 평양 중심지에 흉물스럽게 서 있던 유경호텔 외관이 유리로 말끔히 단장되었다. 지난 1987년 착공되었으나 105층 건물 콘크리트 뼈대만 세웠을 뿐 자금난으로 20년 동안 방치되던 것이 중동기업인 오라스콤의 지원으로 외장공사를 마무리하여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기념비적 건축물로 등장하였다. 평양 중심으로 53만명의 가입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 평양의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 사례다. 평양 거리가 밝아졌고 환해졌다는 전언이 늘고 있고 42층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10만호에 달하는 현대식 주택이 건설되고 있는 걸 보면 돈바람이 불고 있는 건 맞는 말 같다. 두번째 바람은 중국바람-동풍이 불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년 사이 중국을 세번이나 방문했지만 더욱 많은 중국 고위층 방문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다. 2009년 가을 원자바오 총리를 필두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도급 고위 간부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긴밀한 협조와 소통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세습구도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등 대(代)를
  •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 속에서 솔깃한 구호가 들려 온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나라들이 선진국이었던 만큼 이참에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로 가자는 것이다. 어렵게 삼수까지 하면서 유치한 평창 올림픽이 다시금 우리 특유의 합심과 끈기로 세계적인 성공 사례가 됐으면 좋겠고, 또 그 덕에 대한민국이 스키점프하듯 훌쩍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면 돈 건강, 몸 건강, 정신 건강일 것이다. 우선 더욱 경제 성장을 이뤄 잘살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돈이 많은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부자 나라라고 반드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과정이 공정하고, 또 돈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가 건강해야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몸이 건강하다. 거리는 언제나 조깅족이나 사이클링족으로 활기를 띤다. 우리 사회도 생활체육이 널리 보급됐지만 보신 식품, 보약, 심지어 성형수술에 의존하는 건강관리 풍조가 여전하다. 돈보다는 땀과 시간으로 몸 건강을 유지해야 선진국이다. ‘돈’과 ‘몸’ 상태는 그런대로 선진국 대열. 하지만 정신 건강을 물으면 우리는 자신이 없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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