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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6·25전쟁 이후의 남한과 북한/서재진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6·25전쟁 이후의 남한과 북한/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북한과 남한의 역사 발전의 차이는 6·25전쟁에 의하여 규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이 너무 크고 구조적이다. 북한에 6·25전쟁은 폐쇄체제와 군사주의적 특성을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핵 개발과 선군정치로 계승되고 있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6·25전쟁의 원인이자 동시에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에 미친 가장 큰 변수의 하나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신화이다. 스칼라피노 교수에 따르면, 소련이 당시 소련 극동군 88정찰여단 지대장이었던 김일성 대위를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지명한 이유는 김일성이 소련에서 4년간 소련군의 지도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고 소련의 통제에 쉽게 따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련 군정이 해방 후 북한 내 여러 정파의 정치지도자들 가운데서 조만식과 박헌영 등을 배제하고 김일성을 선택한 것은 일본군에 대항해서 싸운 사람이 해방된 조선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이후부터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자신의 신화로 발전시켰고, 그 신화를 자기 권력의 명분과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불행히도, 김일성
  • [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농어촌에 희망을 주는 문학이 가능할까. 농어촌을 소재로 하여 도회와의 심정적 거리를 줄이고 소통과 교류를 불러오는 문학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한국마사회에서 세운 농어촌희망재단이 제1회 농어촌희망문학상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앞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이 상의 주관을 맡게 되고, 접수된 작품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의 생각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시 621명, 소설 274명의 놀랄 만한 응모 숫자도 숫자려니와, 그 속에 담긴 주제들은 참으로 다양다기하게 우리 농어촌의 절박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인구의 감소와 젊은 세대 및 노동력의 부재, 영농과 영어의 어려움, 가족과 같은 가축을 버려야 하는 구제역의 체험, 이제는 옛이야기처럼 빛이 바랜 포경선의 기억 등이 동시다발로 임립(林立)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온갖 악조건을 넘어서 향토를 지키고 또 도회로부터의 귀농을 꿈꾸며, 농어촌에서 희망을 발굴하려 애쓰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는 너무도 많은 문학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종류로 100개를 넘고, 상금도 쉽게 1억원, 5000만원, 3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외
  • [열린세상] 살아나는 궁궐/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살아나는 궁궐/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수줍은 듯 구름에 얼굴을 묻은 채 새하얀 살갗만 살포시 내밀며, 구중궁궐 창덕궁을 포근하게 감싼다. 달빛 받은 박석, 궁궐 전각의 기왓장이 빛의 반은 머금고, 남은 절반은 뱉어내 찬란한 음영으로 어둠 속 궁궐의 경이로움을 연출한다. 찬란한 음영은 궁궐의 밤의 신비로운 기운을 깨우며, ‘궁인’이 된 손님들을 궁궐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600년 전 돌로 만들어진 금천교를 지나면 진선문이 백성들의 ‘원성’을 북으로 알렸던 신문고의 잔영을 들려주고, 원성의 ‘소리받이’로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를 치렀던 인정전으로 왕도는 이어진다. 나는 듯한 유려한 곡선과 위엄 어린 직선이 조화를 이룬 정전(正殿) 인정전은 구중심처의 수백년 흥망성쇠, 곧 백성들의 고락의 내력이 달빛에 실려 도란도란 전해 오는 듯하다. 한 왕조의 흥망성쇠를 배태했던 임금의 집무실 선정전과 침전으로 사용됐던 희정당을 지나면 왕실이라기엔 너무도 소박한 ‘별궁’ 낙선재가 관람객을 맞는다. 전각은 소박하나 달빛 속에 빛나는 섬세한 문양의 문살과 담장은 고혹적인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낙선재 뒤뜰의 화계를 천천히 올라 머리를 낮추고, 작은 문을 통과하면 창덕궁의 비경이 담긴 후원이
  • [열린세상] 구제역, 뇌수막염, 소통/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구제역, 뇌수막염, 소통/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전국 4700여곳에 이르는 매몰지 침출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체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지역 5개 초·중·고교에서 집단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하였다. 식중독이 발생한 5개 학교는 같은 업체에서 김치를 납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 조사관계자가 김치제조업체가 있는 곳이 구제역 매몰지와는 상관없다고 발표할 정도로 일반 시민 사이에서 구제역에 대한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조사 중인데 강원 속초, 경기 용인, 경북 안동 등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곳이다. 지난 4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던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하였는데 당시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가 몇 명 더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며칠 전에는 전남 장성 상무대에서도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하여 민간병원으로 후송되었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도 강원도 홍천의 교육대에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추가로 밝혀졌다. 독일에서 변종대장균에 의한 출혈성장염 환자가
  • [열린세상] 하인리히 법칙과 키시미江의 교훈/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하인리히 법칙과 키시미江의 교훈/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모든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으나 누구나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혼신을 바쳐 국정에 임하고 박수를 받으며 퇴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퇴임하는 순간까지 부패 문제로 국정이 표류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정치권의 표(票)퓰리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사를 앞둔 집안처럼 어수선하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십상이다. 또한 청와대의 정치적 구심력이 점차 저하되는 상황에서 친인척·측근 비리가 불거지거나 공직자 비리가 누룩같이 번진다면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파만파로 거세질 게 뻔하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오듯이 세상의 모든 일은 징후가 있다는 것이다. 미 해군장교 출신의 하인리히가 보험감독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5만여건의 산업재해 관련 통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법칙이다. 그는 사망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 평균 29건의 부상사고가 생기고 300건 정도의 경미한 사고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2008년도 중국 쓰촨성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감지한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한꺼번에 이
  •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힘빠진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교수로서 참 미안하고 안쓰럽다.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도 불만에 가득찬 파업을 하는 요즘이다. 모두들 삶이 고달프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아우성에 편승해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들의 계산법에는 말문이 막힌다. 그럼 도대체 누가 행복한가? 더 큰 걱정은 정치가 바뀌고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다. 끊임없이 진보를 외치고 발전을 내세웠지만 삶의 질과 만족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문명론자들은 수렵채취시대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도시사회와 정보시대로 갈수록 진보고 발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수렵채취시대 사람들의 협동심과 영양상태가 현대인 못지않게 양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농경시대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그 이전 시대보다 더욱 가혹했으며, 삶의 스트레스가 훨씬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때부터 외형적 물질생산만 중시되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뒷전이었다. 한 인문학자의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수렵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데, 위험을 뚫고 사냥감을 포획한 전
  • [열린세상]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입시와 관련하여 과거에 많이 듣던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요즘은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지역균형선발이 이를 감안한 제도인 듯한데 지정 배정이라는 형식으로 그 의미가 다르다. 이제는 학력만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입신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인데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효율성은 고사하고 타당성도 의문이다. 현재 입시제도를 보고 있으면 필자도 지금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입학할 자신이 없다. 연마해야 할 기본 기능만 수능, 논술, 내신이 있고 이들의 조합과 기타 능력이 평가되는 정시, 수시, 입학사정관제, 글로벌 전형, 지역균형 선발이 있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있어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실상은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만 대처가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힘든 복잡한 입시제도로 입시설명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입시학원만 웃고 있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를 보자. 아직 우리가 쓰는 추천서를 서로 믿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진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써주는 수준의 신뢰사회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 [열린세상] 대학 등록금과 반성문/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 등록금과 반성문/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하던 대학이 소를 팔아야 감당이 된다고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리더니 이제는 아예 무시무시하게도 인골탑(人骨塔)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킨다는 것이 부모들의 뼈마디가 부서질 정도로 살인적이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등록금 등 경제적 고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매년 평균 230명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면 정말 암울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대학생 아들 둘의 학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50대 가장이 스스로 몸을 던진 안타까운 사건과 대학 입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도 150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어느 청년 인터뷰 기사를 보면, 대학 등록금으로 인하여 가족까지 해체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장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발 ‘반값 등록금’ 논쟁은 그 진정성과 포퓰리즘적 속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대학 등록금이 이 정도로 오른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등록금자율화 등 무분별한 대학자율화가 현재의 등록금 사태를 키웠
  • [열린세상] 재난방지 지출은 투자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재난방지 지출은 투자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2005년 미국 역사상 가장 심한 재해인 허리케인 카트리나, 7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칠레 지진, 최근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미국 남서부의 토네이도, 상상도 못할 강한 쓰나미로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자연재해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 인적 물적 피해도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재해의 강도와 정도는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 “설마” 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여름 장마철과 태풍이 올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 즈음해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도 이런 재해에 대한 대처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자연재해 관련 당국인 정부, 언론 및 기업들 모두 기후변화·온난화 이슈에 대해서 그 핵심인 환경과 재해방지를 통한 국민 삶의 지속적인 영위에 대해 초점을 두지 않았다. 대신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공황 극복을 위한 정치적·행정적 조치나 신재생 에너지개발 등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 탄소배출 제재에 대한 기후변화와 온난화 현상의 원인 분석은 매우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 눈앞에 일어나는 기후변화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 [열린세상] 한국의 ‘딥 팩터들’/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한국의 ‘딥 팩터들’/장제국 동서대 총장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대니얼 앨트먼은 최근 내놓은 ‘10년 후 미래’라는 저서에서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변하기 힘든 장애물을 ‘딥 팩터’라고 정의하였다. 지정학적 위치라든가 정치제도, 교육수준 등 단시간에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고속성장 중인 지금의 중국이 장기적으로 성장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는데, 그 요인은 유교라고 하는 변하기 어려운 문화적 장벽이 결국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딥 팩터’를 가지고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나라는 세 가지 정도의 ‘딥 팩터’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먼저 대립과 갈등의 정치구조라는 ‘딥 팩터’를 들 수 있겠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1970~80년대의 군부독재를 ‘피플 파워’로 종식시킨 ‘쟁취’의 산물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서슬이 퍼렇던 군부의 공포적 권위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철의 제도에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일구어 낸 ‘항거의 DNA’가 우리가 자각하기도 전에 한국 정치문화의 한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득과 타협의 정치는 없고, 모든 사안에 대해 오직 ‘대립’과 ‘쟁취’가
  • [열린세상] 행복과 믿음/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행복과 믿음/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다. 저 산 너머 어딘가에 있어 찾아가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행복이란 기분에 해당하는 느낌으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족과 기쁨이 충만하여 흐뭇한 상태를 일컫는다. 행복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특정한 기운이 지속되는 경우에 나타난다. 사람은 어떤 일이나 사안에 흥미나 열성을 갖게 되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며 신명이 일어난다. 이것이 즐거움으로 이어지고 마음 가득히 만족스러운 기분이 밀려오면 다시 흥분되고 상쾌한 느낌으로 전이되는 가슴 벅찬 현상, 즉 기쁨이 솟아나는데 이러한 꽉 찬 기쁨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행복은 부정의 기운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긍정의 기운에서만 나타난다. 긍정의 기운은 사람을 주관하는 마음이 육신의 두뇌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들을 꺼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 작동되는 마음가짐으로, 어떤 사실이나 주장 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조화로운 마음자세를 말한다. 나와 너의 개념에서 비롯되는 소유와 무소유의 상대적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이든 처음부터
  • [열린세상] 재래시장 어떻게 해야 하나/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재래시장 어떻게 해야 하나/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재래시장은 한 도시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생활의 정취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에콜로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냉난방기의 가동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형유통점에 비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그린시장이다. 대화 없이 기계가 찍어내는 가격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쓸쓸한 도시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대형유통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간이다. 접속은 많아도 접촉이 없어 외로운 도시사회에서도 재래시장은 흥정이 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서의 공간이다. 따라서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상징적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는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을 지키고자 재래시장에서 500m 이내에 대형유통점의 입점을 금지하는 SSM규제법(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하였다(2010년 11월). 이러한 가운데 SSM규제법이 규정한 500m라는 범위를 1㎞ 혹은 2~3㎞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재래시장 활성화 논의에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보다는 단지 재래시장이라는 공간과 상인의 입장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일본이 실패했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 [열린세상] 복지정치와 복지의 정치화/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복지정치와 복지의 정치화/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일반적으로 복지, 혹은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불완전성 혹은 폐해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그것은 경쟁적 시장 기제를 통한 자원의 배분이 ‘자유’를 담보해 주는 만큼 ‘평등’이나 ‘사회정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의 공유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복지란 자본주의의 경제논리가 낳은 시장 실패의 사전적·사후적 교정을 위한 정치적 선택의 산물이라고도 이야기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복지와 정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복지정치(welfare politics)는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흐름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키고 자유무역의 강조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 국경을 허물게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확대되어 가고, 시장 질서를 최선으로 여기는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세계화의 충격에 대해 어느 사회현상이나 마찬가지로 옹호론과 비판론이 양립하게 마련이다. 세계화의 옹호론자들은 세계화가 시장기능을 활성화하여 경제 성장과 소득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낙관적 견해를 표출하는 반면, 비판론자들은 국가 간·계층 간 경제적
  • [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서명된 후 4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는 우리 측이 FTA 비준을 더 이상 늦추는 일은 결국 FTA 좌초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번 추가협상을 통해 우리 측이 허용한 자동차 분야의 커다란 양보도 FTA 발효 지연으로 인한 기회비용에 비하면 작은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비준 반대 태세를 강화화고 있으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FTA 이행법률안을 곧 의회에 상정할 방침을 굳히고, 민주당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무역조정지원(제조업과 서비스분야에서의 FTA로 인한 피해 보상제도)에 대한 합의 도출에 고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민 대다수는 FTA로 인한 경제성장에는 기대를 걸고 있으나,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및 콜롬비아와의 FTA로 인해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할 급격한 실직문제에 대해 미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FTA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의회와 정부가 무역조정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지원 폭과 적용기간에 대한 공화,
  • [열린세상] 김정일의 오산과 딜레마/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 김정일의 오산과 딜레마/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온갖 힘을 다해 경제 건설을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변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김정일이 중국의 안보전략 기조인 경제 건설과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연계시킨 이 발언의 전략적 의미는 무엇일까. 김정일은 핵과 남북관계, 경제 건설이라는 세 가지 연계정책이 중국의 과거 안보전략 유형을 모방하고 있음을 비치면서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었으리라 본다. 북한은 냉전 때 중국이 동맹국인 구소련의 핵우산을 마다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음을 알고 있다. 내부 논쟁에서 마오쩌둥은 핵무기를 가져야 강대국의 들볶임(麻煩)을 받지 않고 평화로운 주변 환경의 조성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선 핵, 후 경제 건설’의 정책을 추진했다. 북한 또한 동맹국인 중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선 핵, 후 경제 건설 노선을 선택했다. 북한은 제 1차 핵실험 후 핵 국가로 자처하면서 강성대국 건설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 과정은 중국과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초래해 국내 경제 건설에 필요한 국제적 지원과 개혁에 불리한 주변 환경을 만들었다. 중국은
  •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매일 규모가 커져만 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의 신뢰가 좌초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관이 오히려 이들과 공모하여 수조원에 달하는 서민 예금을 날리고 퇴출되는 일련의 과정은 한 편의 반전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우리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믿을 수 없는 영화를 떠받치는 첫 번째 반전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예견된 퇴출을 앞두고 자신들의 예금을 불법적으로 인출하는 장면이다. 자율적 규제를 부르짖으며 시장 만능주의의 커튼 뒤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기업가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첫 번째 반전을 뛰어넘는 두 번째 반전은 비리를 감독해야 할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마저 이들의 로비에 매수됐으며, 정치권 역시 이미 부실이 드러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방해한 사실이 발각되는 장면이다. 공정한 게임의 틀을 만들고 감독해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은행과 담합하고 있는 이 장면은 우리 시장경제의 슬픈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 사건 이후 한국의 시장경제에 대한 각종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혹자는 게임
  • [열린세상] ‘災後 일본’ 건설 세계가 지켜본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災後 일본’ 건설 세계가 지켜본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지난 5월 중순에 일본을 방문했다. 3·11 대지진 이후의 첫 방문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살펴보고 한·일 관계 개선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불야성을 이루던 도쿄의 번화가는 종전보다 어두웠다. 전철역 내 에스컬레이터가 부분 운행되고 있었다. 전차 속 가득했던 광고 포스터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내가 눈으로 확인한 변화는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도쿄시민들에게 센다이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더 이상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었다. 의도적인 침묵 그리고 무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뉴스를 통해 접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을 찾고 있다. 의연한 도쿄시민들을 보면서 불현듯 하나의 잔영이 스쳐 지나갔다. 일본 유학시절 가미코치(일본 북알프스의 일부 지역)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계곡 상류지역 다리(갓파바시) 앞에 있는 관광 상품가게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갓파(물 속에 사는 상상 속의 동물)의 눈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무엇인지 궁금했다. 뜻밖이었다. 작은 비닐 봉지 안에 병 조각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왜 저것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지 의아했다. 판매 수
  •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여야 간을 넘어 여권 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야권의 무상복지 주장에 대해 여권은 “표를 의식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재·보선 패배 후 여권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등 대폭적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여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적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권 내 논쟁은 국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기에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31개 시민단체들은 여당조차도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영합식 입법도 마다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규탄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포퓰리즘 입법활동을 중단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한 입법과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주도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측은 지난달 23일 서명자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청구요건인 41만 8000명을 넘어섰고, 이달까지 총 7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투표 청구서를 제출할
  • [열린세상]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인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출범 시의 공약 사항이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실현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자 야당에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함께 반값 등록금을 제기하였다. 최근 새로 구성된 여당 지도부에서도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다시 들고나오면서 이제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세 가지 진실을 정리해 본다. 첫번째 진실은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발간되는 ‘한눈에 보는 교육’(Education at a Glance)의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민간재원을 바탕으로 지난 30여년간 빠르게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중 사립에 재학하는 비중은 78%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대학들을 국·공립 또는 준 국·공립
  • [열린세상] 조약문의 반란/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열린세상] 조약문의 반란/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오늘 우리 사회에서 국제화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 국제화에 대한 열망은 해가 갈수록 강화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살 길은 모든 국민이 영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 교육정책도 영어교육의 강화에 집중되었고, 영어 몰입교육이 논의되었다.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특별 과외를 받게 하는 부모들마저 등장했다. 중·고등학교는 영어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대학입시에서 영어가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에도 수업에서 차지하는 영어강의 비율에 따라 그 수준을 평가했다. 물론 영어교육의 강화론은 비단 어제오늘 제시된 것만은 아니다. 사실 해방 직후 미 군정이 영어를 우리나라의 공용어로 선언한 이후부터 줄곧 영어교육이 강조되어 왔다. 해방공간에서 출세를 지향하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어를 배워야 했고, 미국 유학이 입신의 지름길로 작용했다. 미국 유학생 출신 교육관리들은 유학 초기에 겪었던 언어 불통의 한을 국내에 돌아와서 풀고자 한 듯했다. 그래서 그들은 영어 교육을 그렇게 강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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