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정보공개를 통한 사법 부의 투명성 제고/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보공개를 통한 사법 부의 투명성 제고/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입력 2011-04-25 00:00
수정 2011-04-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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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최근 한 연예인의 숨겨진 결혼과 이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국 법원의 소송과 판결 내용이 인터넷으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법원 판결은 공개되지 않는다. 판결을 공개하는 것과 공개하지 않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판결이 공개되는 경우는 소송인,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을 통해서다. 판결의 결과가 알려지게 되면 재판에 부패가 끼어들 가능성은 줄어들고 판결의 공정성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부패가 무엇이고 결과와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부패란 ‘공적인 자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적인 자원에는 공용 자동차와 같은 공적인 물품뿐 아니라 공적인 권한과 권력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부패의 형태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규제 권한을 이용하여 뇌물을 수취하는 것이다. 사법부에서 판결이라는 공적인 권한을 이용하여 뇌물이나 과도한 소송비용을 받는 것도 부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부패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못사는 국가 대부분에서 부패가 만연해 있음이 관찰된다. 부패는 공정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며,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투자할 유인을 잃게 된다.

부패는 경쟁을 저해하여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유능한 인력이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낭비되도록 한다. 부패가 심한 국가들의 성장이 낮았다는 엄밀한 통계분석 결과들이 학계에서 보고되어 있다.

부패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부패는 이미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부패가 심한 국가에서는 저소득층이 더욱 소외되고 사회통합이 저해되게 된다. 만약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법부 판단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형태로 인식한다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서 애정과 소속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의욕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부패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한가? 세계은행은 부패 감소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1)공무원 및 정부기관이 자신의 성과에 책임을 갖는 책임성(accountability) (2)필요한 정보가 공개되는 투명성(transparency) (3)정책, 법, 규제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고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적용되는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 (4)국민이 정부 형성과 정책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성(participation) 등이 바로 기본 요건 항목들이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면서 책임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참여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네 가지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필요해 보이는 요소는 투명성과 책임성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 투명성은 관련된 정보들을 공개함으로써 개선될 수 있다. 최근 초·중·고교와 대학에 대한 정보가 보다 넓게 공시되고 있으며, 정보 공개 청구가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권력기관들 중에서 사법부의 부패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판사에서 전직한 지 얼마 안 된 변호사가 담당한 소송인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려주는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존재하는데, 이는 공적 권한이 사적인 이득을 위해 사용되는 부패의 일종이다.

전관예우뿐 아니라 변호사나 검사에 대한 접대나 직접적인 뇌물 지급 사건이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이러한 사법부의 부패를 감소시키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재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재판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 소송 관계자들의 사적 생활 보호가 약화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재판이라는 공적인 결정을 요청할 때 이미 이러한 사적 생활 보호를 일정 정도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재판 결과 공개를 통해 사법부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우리나라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2011-0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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