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분당乙 보궐선거의 승자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분당乙 보궐선거의 승자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1-04-19 00:00
수정 2011-04-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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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후보로 나선 분당을 보궐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강재섭 후보는 패배할 경우 정치적 공백이 너무 길어져서 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분당에서 지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내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는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에 맞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패배할 경우 지지도와 캠페인 능력을 의심받게 되고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탓에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특히 손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을 옮긴 이래 2008년 총선 때 종로 패배에 이어 이번마저 쓴잔을 마실 경우 새 둥지에서 설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낙마할 경우 내년에 정권 탈환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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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그런데 두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캠페인 전략을 비교하면 너무 비슷하다. 강 후보는 “여의도로 복귀하면 민심을 받들고 계파 없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사랑의 도시락 배달 봉사, 알뜰시장 방문, 대형마트 앞 유세 등을 통해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우며 5가지 약속, 즉 교통·주거·환경·교육·복지 개선을 내걸면서 지지층 결속에 힘쓰고 있다. 한편 손 후보는 “분당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변화를 시작하여 함께 잘사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하면서 율동공원, 탄천공원, 대형마트와 상가를 두루 다니고 있다. 손 후보는 또 ‘변화를 위한 선택’, ‘인물론’을 내세우며 주거·보육 및 여성·교통·일자리 등에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고 중산층과 젊은 층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지지와 비판으로 나누어진다. 한편에서는 등산을 떠나는 산악회를 찾은 강 후보에게 산악회장이 바이올렛 화분 한 상자를 건네면서 꼭 승리하라고 격려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한 후 아파트와 집값이 하락해 손해가 많고, 최근에는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살기가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강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바지와 흰색 셔츠로 통일한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리역 앞 광장에서 최근 인기 절정의 ‘뽀로로’에 따라 율동 한마당을 펼치는 가운데 손 후보가 등장하자 시민들이 “손학규”를 연호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면 일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후보를 믿을 수 없고, 더욱이 분당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손 후보가 무엇을 믿고 출마했는지 알 수 없으며 좌파(민주당)가 승리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선거 분위기만으로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여론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달라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다. 어떤 조사에서는 강 후보가, 다른 조사에서는 손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선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두 후보의 사회경제적 배경, 나이, 정치적 경력이나 비중, 인물, 공약 등이 서로 비슷해 유권자들의 선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대 투표, 경제투표 여부와 투표율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강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분당을의 유권자 성향이 보수적이고, 특히 50대 이상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강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손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분당을의 유권자 성향이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 최근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여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에 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본다. 더욱이 손 후보가 경기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아직도 이 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결국 승패는 남은 1주일간의 선거운동을 누가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두 후보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당선자나 패배자가 모두 분당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2011-04-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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