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총리 1인 사과·사퇴로 수습될 일 아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세월호 침몰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받아들이되 참사 수습 이후에 이를 수리하기로 했다. 사고 이후 정부는 무능과 무책임, 부실 대응으로 일관하며 희생과 혼란을 키웠을 뿐 아니라 실종자 가운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의 사퇴는 시기가 문제일 뿐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져 왔다. 박 대통령의 결정으로 총리의 사퇴 시점은 일단 미뤄졌다. 하지만 총리 한 사람의 거취를 논하는 것으로 이번 참사가 제대로 수습되고 재난대응체계가 개선될 리는 만무하다. 참사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현 정부와 정권에 대한 민심은 이미 비등점을 넘어섰다. 여권 핵심부가 여론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정치적 유불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정 총리의 거취와는 별개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고 총체적인 재난대응 시스템의 쇄신책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정 총리는 그동안 내각을 통할하고 대통령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책임·소신총리라기보다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그림자 총리’의 역할에 그쳐온 게 사실이다. 이
  • [사설] 끝없는 조문 행렬···그래도 희망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째를 맞았지만 실종자 생환은 고사하고 구조·수색 작업마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진도 사고해역은 날씨마저 순조롭지 못해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모든 구조의 시간이 멈춰선 듯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의 분향소에는 고통을 함께하려는 조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은 숨 쉬고 있다. 지난 주말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 단원고의 임시분향소에는 빗줄기 속에서도 추모 행렬이 수백m를 이었다. 이미 수십만명이 찾았다. 조문행렬에는 유독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았다. 전국을 노랗게 물들인 소원 쪽지에는 간절한 기원과 다짐의 글이 넘쳐난다. 이들의 노력이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온전히 어루만질 수 있을까만 이웃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 정신을 보는 듯해 참사 앞에 치밀어 오른 분노가 다소 녹아내리는 듯하다. 국민의 그 어떤 헤아림도 유족의 비통함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우리 가슴에는 너나없이 사투의 현장에서 촌각을 다툰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죄인의 심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 [사설] 北, 한·미 정상회담 핵포기 경고 외면 말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천명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미아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국가로서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추가적인 압력과 제재 조치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이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도 북한이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 눈을 뜨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이 6자회담 노력의 무산, 주변 국가 군비경쟁의 촉발,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의적절한 메시지라고 본다. 북한은 핵 도발이 동북아 정세는 물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평화와 공존의 테이블에 나서야 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4개국 순방은 ‘아시아 재균형’(아시아 중시) 정책의 재정비에 목적이 있다. 지금 동북아는 경제적·군사적 패권을 확장하려는 중국과 재무장·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각자 도생의 위기로 치닫고
  • [사설] 아! 끝내 기적은 오지 않는가

    시간은 애타게 흐른다. 물속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 부모들에겐 1분 1초가 영겁 같을 것이다. 속은 새까맣게 탔고 침은 바짝 말랐다. 내 아들, 내 딸이 살아 돌아올까 퀭한 눈으로 기다렸건만 여태 생존자 소식은 없다. 희망의 빛줄기도 점점 가늘어져 간다. 기적은 끝내 오지 않을 것인가. 극한의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 잠수부들의 노고를 폄하하지는 않겠다. 생명을 위협하는 물살과 어둠을 뚫고 생존자를 찾으려고 몸을 던진 노력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식과 남편의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 해운사나 선장이나 해경이나 그들에게 안겨 준 건 깊은 절망감뿐이다.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남은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과연 정부가 구조에 100% 온 힘을 기울였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중 구조작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물 밖에 있는 사람이 다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치에 너무 빗나갔다. 몇몇이라도, 설사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숨이 붙어 있는 채 구조돼 나오는 모습을 온 국민은 간절히 기원했다. 간절한 기원도 이제 접을 때가 된 듯하다. 그러면서 두고두고 아쉽고 분통 터지는
  • [사설] 화물선처럼 운항했던 세월호 배후 파헤쳐야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취항에 앞서 이뤄진 선실 등 증축과 안전검사, 항로 인허가, 과적 단속 등 여객선 안전운항 지도·감독 등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몇 명이 승선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운항할 정도로 세월호는 화물선이라 할 만큼 과적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여러 차례 운항 규정을 어겼지만 가벼운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뒤를 봐주는 이들이 없고서야 가능한 일이겠는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배후에서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 운항한 여객선을 들여온 뒤 지난해 선실을 증축했다. 화물량은 구조 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1450t 줄었다. 개조 작업으로 세월호의 무게 중심은 51㎝ 높아지면서 복원성은 약화됐지만 안전검사는 통과됐다. 당시 한국선급은 화물을 애초 설계보다 적게 실어야 한다며 검사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무게 중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화물은 덜 싣고 평형수 양은 늘려야 한다. 세월호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오뚜기처럼 배의 중심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복원력
  • [사설] 유병언 일가 축재·비리 의혹 철저히 캐야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오대양사건과 세모그룹 부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로 해외에서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가 하면 아들 등 친·인척들을 내세워 사업체를 운영해 왔고, 교계에서 이른바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1997년 2000억원의 빚을 지고 부도를 낸 그가 불과 십수년 만에 5000억원대의 자산을 갖춘 ‘제2의 세모그룹’을 재건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같은 ‘변신’에 정·관계 인사들이 뒷배로 활동하면서 힘을 써줬거나, 그 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 등 각종 불법이 난무했다면 그 자체가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인 셈이어서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그제 유 전 회장 일가의 자택 및 계열사, 교회 등 17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우선적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은 세모그룹의 부도로 인해 무일푼일 수밖에 없었던 그가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느냐다. 유 전 회장 일가는 현재 제주
  • [사설] 정치권 막말로 국민적 분노 부추길 생각 말라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이 겪는 트라우마는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후진적이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최근의 소식은 선진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참사를 겪고 있는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그동안 의식의 진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국민 각자가 주머니를 불리는 데만 전력투구했다는 뜻이니 ‘경제 동물’은 남을 비판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당연히 희생자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제 살길을 찾는 데만 급급했던 선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럴수록 해양 교통수단의 안전을 관리하고, 사고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크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통령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국민만이 가진 특권의 하나다. 절대 왕조 시대조차 ‘보지 않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균환 최고위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통령을 겨낭한 막말 글이 게시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트위터에는 어제 오전 “국민주권 강탈한 당선범”이라며
  • [사설] 공직사회 머리부터 발끝까지 쇄신하라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힘든 시련의 나날이다. 세월호 참사 열흘째, 오늘도 통한의 진도 앞바다에 희망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와야 할 실종자들이 도대체 얼마인가. 그런데 한쪽에선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추태의 장본인이다.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는 해양경찰 간부가 있는가 하면 사고 현황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쫓겨난 고위 공무원, 식음을 전폐한 유족들 앞에서 천연스레 라면을 먹는 장관도 있다. 마침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반박하는 국가안보실장까지 나타났다. 그 천박한 공직 의식에 국민은 가슴이 무너져 내릴 지경이다.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어도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어쩌다 공무원 사회가 영혼은 없고 정신은 썩은 ‘무뇌(無腦) 집단’이 됐는가.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 어느 조직 하나 제 기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시스템 실패’다. 그 책임의 태반은 이런 체제를 만들고 관리해온 정부 관료들에게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 [사설] 동족의 슬픔 외면한 채 핵카드 빼든 북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를 다수 포착했다고 정부가 밝혔다. 함경북도 길주 풍계리 핵 실험장 일대에서 많은 활동이 감지돼 한·미 당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대변인의 전언이다. 핵 실험장 일대에 사람과 차량의 활동이 증가하고, 입구에 가림막이 설치된 갱도 내부로 일부 장비와 자재가 반입되는 장면도 위성에 찍혔다는 것이다. 여기에 “4월 30일 이전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북의 위협도 있었다니 도발 가능성은 매우 높은 듯하다. 핵실험이 25일을 전후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으로서는 인민군 창건일이기도 하다. 한반도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경우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세월호 참사로 남녘 동포들이 비탄에 잠겨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핵실험 카드를 빼들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북한의 핵실험은 돌이킬 수 없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새로운 핵무기의 개발로 국제관계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철저한 오산이다. 오히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제재를
  • [사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도 제대로 살펴야

    온 나라가 노랗게 물들었다.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잠긴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비는 염원을 담은 노란 리본이 온·오프라인을 뒤덮었다. 사고 발생 8일째를 맞은 이 아침까지 단 하나의 기적도 이뤄내지 못했건만, 온 국민의 염원과 소망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고 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를 촉발한 요인들과 책임자들, 그리고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하나 둘 꺼풀을 벗고 드러나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국민의 분노 또한 한껏 치솟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충격을 안겨준 대참사임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온 나라가 비탄과 슬픔에 잠겼다. 정부에 먼저 주문한다. 오늘은 실종자 가족들이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구조 작업을 일단락 지어줄 것을 요구한 시한이다. 지금까지 잠수요원을 중심으로 펼쳐온 실종자 구조작업을 오늘로 마무리 짓고, 선체 인양 작업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한 날이다. 조류가 가장 느려지는 조금 기간인 만큼 주말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구조작업은 마땅히 계속돼야겠으나 이와 별개로 선체 인양을 포함한 사고 후 대책도 서두를 시점에 다다른 것도 분명하다 할 것이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실망스러
  • [사설] 해경의 참사 앞 헛발질 책임 엄중히 물어야

    침몰한 세월호 승객 구조 과정에서 해양경찰의 미숙한 초동대응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가 관제구역으로 진입했는데도 정확한 보고를 받지 않아 초기 구조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빌미를 제공했고, 해경 간부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조하려는 자세로 임해야 함에도 “못한 게 없다”는 언사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사고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고 온 국민이 죄인의 심정인 마당에 적절치 못한 개탄스러운 처신이다. 해경의 초기 대응은 곳곳에서 안일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관제해역에 들어섰지만 진입보고를 받지 않았고, 사고 전 2시간 동안 어떤 교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는 500명에 가까운 승객이 탄 여객선이었기에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도 먼저 호출해서 경로를 파악해야 했었다. 따라서 세월호가 목적지인 제주VTS에만 통신채널을 열어 놓고 나머지 채널은 끈 채 운항했지만 이를 알 수 없었다. 이는 선박 관리 모니터링의 문제다. 이날 진도VTS의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다른 선박과는 교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포해경은 또 침몰을 최초로 신고한 학생에게 ‘경도와 위도’를 묻는 등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
  • [사설] 참극 겪고서야 주섬주섬 민생법안 들춰보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일주일 여야 정치권이 한 일은 두 가지다. 진도 참사 현장에 내려가 눈도장 찍은 게 하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여 엉뚱한 헛발질로 거센 비난의 돌멩이를 맞을까 싶어 집안 단속하며 전전긍긍한 게 또 다른 하나다. 눈도장 찍기나 헛발질이나 둘 다 해선 안 될 일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조차 여야는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애초에 그들이 현장에서 뒹군다 한들 위로받을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노심초사했던 헛발질은 또 어떤가. 구조작업에 촌음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자작시를 읊조리고, 트위터 등에다 색깔론을 퍼뜨리고, 버젓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 목숨 건 구조활동이 더디다며 ‘범죄’ 운운했다. 몰상식과 후안무치도 정치권에선 울타리가 없는 듯하다. 이번 세월호 대참사의 원인을 하나씩 캐고 들어가다 보면 말로만 민생을 외쳐온 우리 정치, 당리당략 말고는 그 무엇도 안중에 없는 여야 정당과 맞닥뜨리게 된다. 재난 안전과 관련한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 쌓인지 오래건만 이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번 참사가 꼭 법령 미비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관련 법안들 중 무엇 하나라도 제때 처리됐더라면 오늘의 참극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표
  • [사설] ‘해피아’·해운사 유착 의혹과 비리 낱낱이 캐야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세월호 침몰에 특히 책임이 큰 곳은 해운사와 이를 감독하는 기관들이다.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은 업무에 미숙한 선장과 선원을 고용했으며 해난 대비 체제와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참사를 일으킨 주범이라 할 것이다. 선박을 점검하고 안전운항을 지도해야 할 관련 기관의 책임 또한 청해진해운에 못지않다. 문제는 이 기관들을 ‘해피아’, 즉 해양수산부 출신 낙하산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사당국은 사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해운사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청해진해운의 면허도 취소할 것이라고 한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비리들을 낱낱이 캐기 바란다. 해운사와 해운 관련기관, 해수부 공무원들과의 유착 관계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해운사의 안전운항을 지도· 감독하는 업무를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서 맡고 있는 것부터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해운사들이 회원인 단체가 감독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수부 퇴직자들은 해운조합이사장 자리를 38년간이나 차지하면서 사실상 해운회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해수부와 해운조
  • [사설] 살신성인의 영웅들 의사자 지정하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여)씨의 영결식이 어제 엄수됐다. 생사가 갈리던 찰나에 고인은 유언처럼 학생들에게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무책임한 선장과 기관사는 이미 배를 버린 뒤였다. 이기심과 천민자본주의의 거센 물살 속에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인 고인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다는 한 가닥 희망과 안도감을 심어줬다. 살신성인의 의인(義人)은 또 있다. 단원고 남윤철(35) 교사는 난간에 매달린 채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 주며 탈출을 도왔고, 더 많은 학생을 구하러 객실 쪽으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올가을 결혼을 앞둔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 승무원 정현선(28·여)씨도 승객들을 대피시키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선장이 책임감과 직업윤리를 내팽개치고, 재난대응 체계가 허물어진 바로 그 순간 이들의 의로운 행동으로 많은 학생과 시민은 목숨을 구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보답할 차례다. 국가가 의로운 행위를 인정하는 의사자(義死者) 지정은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그 유족은 보상금과 의
  • [사설] 대한민국 집단 트라우마 극복에 힘 모아야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의 비극 앞에서 일주일째 신음하고 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 대다수도 정신적 충격과 슬픔, 분노, 무력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 건 물론이고 집 밖을 나서기가 겁난다거나 심지어 목욕탕 물만 봐도 가슴이 울렁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낱말들이 부쩍 늘어난 점만 봐도 국가적 슬픔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PTSD, 즉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참사보다도 희생자 규모가 막대한데다 희생자 대다수가 고교 2년생 어린 자녀들인 점,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참사가 벌어지고 장기화되고 있는 점, 그리고 정부의 사고 수습이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점 등이 이번 참사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한층 배가시키는 요소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희생자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상처다. 사고 직후부터 지금껏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그토록 갈구하는 생존 소식을 듣지 못하면서 심신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 아이를
  • [사설] 기념사진 찍고 라면 먹고… 얼빠진 공직자들

    세월호 침몰과 대피, 구조 과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다. 제자리를 지키며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세월호 비극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느 누구도 세월호 사고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양 ‘남탓’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엉성한 대한민국이라는 톱니바퀴 조합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직도 배에 갇힌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치고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공무원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만에 하나 발생한 사고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할 그들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진도의 시신안치소를 찾았을 때 수행한 안전행정부 감사관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 장관은 사고 당일 실종자 가족이 식음을 전폐하고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다 구설에 올랐다. 통상적인 상사(喪事)의 경우도 사람들은 상주
  • [사설] 국격 걸고 최후까지 구조·수습에 진력하라

    우리에게 과연 국격은 존재하는가. 국민 안전은 말뿐이었나. 일주일째를 맞은 세월호 참사가 희생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옥죄고 있다. ‘기적’을 말하는 게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는 참담하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흐른다. 국가는 무엇인가, 정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정부의 국민안전 구호는 불법과 부실, 무능의 세월호와 함께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 갇혀 버렸다. 세월호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의 시간대별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선장 등은 승객 탈출 지시를 받고도 31분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참사의 1차 원인을 제공한 이들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재난대응체계 또한 그 어떤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컨트롤 타워가 마비된 채 대응 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현재의 재난사고 매뉴얼로는 제2, 제3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손질했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으로 구축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재난 수습을 총지휘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 [사설] 재난대응시스템 사회 전반에 착근 시켜야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재난대응체계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라 할 수 있다. 후진국형 위기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객선 승선 인원조차 전산시스템으로 점검하지 못하고 수차례 수정하는 이 나라를 과연 정보기술(IT) 강국이라 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 승선 인원은 처음 477명에서 459명, 462명, 475명, 476명으로 집계를 번복했다. 책상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든다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재난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법과 제도 정비를 해 내실을 기하기 바란다.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의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행부의 재난관리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17일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만들었다. 그 이후 강병규 안행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대본은 유명무실하다시피 했다. 심지어는 해양경찰 등이 보고하는 구조 인원 등의 숫자마저 오락가락해 피해 가족들은 물론 전
  • [사설] 주검이 된 아이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참담한 아침이다. 솟구치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기 힘든 아침이다. 그래도 새파란 생명이니 저 거친 물살을 어떻게든 이겨내 줄 것이라 믿었던 온 국민의 실낱같은 희망과 애끓는 소망이 하나씩 하나씩 황망하게 무너지는 아침이다. 아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더디고 더딘 구조작업이 참사 발생 나흘째인 지난 주말부터 본격화됐으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진도 앞 검은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것은 좌절과 절망뿐이다. 그토록 염원하던 단 하나의 기적도 우린 낚아올리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첫날인 지난 16일 국민 모두의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잠겨 들어간 302명의 생명 가운데 어느 누구도 우린 죽음으로부터 건져내지 못했다. 시간이 야속하고 바다가 야속하다. 우린 정녕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족들을 이토록 허망하고 속절없이 바다에 묻어야 하는가. ‘아빠 걱정하지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 있으니까’라며 외려 가족을 걱정했던 그 의젓한 아이도,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며 준비 못 한 이별 앞에서 떨었을 아이도, 참가비 30만원이 아빠에게 짐이 될까 싶어 한사코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 했던 속 깊은 아이도 그냥 이렇게 떠나 보내야 하는가. 이젠 정말
  • [사설] 세월호 참사 악용하는 방종·일탈 용납말라

    전 국민이 비통해하면서 애도하는 와중에 방종을 일삼는 무리는 어떤 정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인가. 사고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후보들, 유족들을 비하하는 극단적인 네티즌들,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협잡꾼들….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편린들이다. 제정신이라면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아직도 꽃다운 학생들을 포함해 이백수십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푸라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유족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할 수만 있으면 스스로 물속에 몸을 던져 자식과 남편을 구해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꺼져가는 촛불처럼 생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설마 했던 죽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눈물조차 말라가는 애타는 모정 앞에 온 국민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고 같이 슬퍼하면서 마지막 기적을 기원하고 있다. 그런데 숯이 된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들이 있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은 유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지난주 말 밤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다. 같은 당 경기도 파주시장 예비후보들은 사고가 난 날 합동연설회를 연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연호를 외치고 헹가래를 치며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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