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혀 내두를 슈퍼甲질, 롯데홈쇼핑뿐이겠나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추악한 납품 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제 검찰이 공개한 그들의 비리 행태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대표이사부터 MD(상품기획자)까지 위아래가 모두 연루됐다는 점에서 마치 범죄조직을 연상케 한다. 그들은 우월한 지위와 치열한 납품 경쟁을 악용해 납품업체를 상대로 마구잡이로 돈을 뜯어냈다. 황금시간대 배정 등을 미끼로 뒷돈을 받는 것도 모자라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자 납품업체에 주식을 비싸게 되팔기까지 했다. ‘수금’ 방식도 악질이다. 친·인척뿐 아니라 전처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이용하는 등 수사에 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도 전처의 생활비나 부친의 도박 빚을 떠넘기는 등 납품업체들을 봉으로 여기는 그들의 ‘슈퍼갑(甲)질’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떼로 몰려다니며 상인들을 상대로 ‘보호비’를 갈취하는 조폭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이런 일이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에서 벌어졌다. 약자의 등을 쳐 검은돈을 챙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고도 엄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런 납품 비리가 롯데홈쇼핑에만 국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홈쇼핑 업계의 진입장벽이 높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반면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넘
  • [사설] ‘문창극 하차’ 교훈 새겨 국정 정상화 서둘러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체계에서부터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담론 형성 구조 등과 관련해 많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위가 어떠하든 안대희 전 총리 후보에 이은 줄낙마로 국정 전반에 심대한 주름을 안겼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이제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청와대는 지난해 조각(組閣) 과정에서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 이후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를 구성, 인사검증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번 파문에서 보듯 개선된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가 된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말고도 군 복무 중 박사학위 취득이나 칼럼 내용 등은 얼마든 검증 과정에서 걸러졌거나 논란이 불거진 뒤에라도 충실한 해명이 뒤따라야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문 후보자뿐 아니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의 논문 표절 논란 등도 현 인사검증의 부실을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국회 인사청문제도 차원에서도 이번 ‘문창극 파문’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이 KBS를 통해 처음 보도된 뒤로 전개된 여야의 공방은 왜 우리가 인사청문제도를 두고
  • [사설] 월드컵 응원장 쓰레기 더미, 시민의식 돌아볼 때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지난 23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거리 응원장 곳곳이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홍역을 치렀다. 나 몰라라 하고 버린 쓰레기의 양이 대한민국팀이 선전한 러시아전 당시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경기에서도 지고 응원문화에서도 참패한 꼴이다. 쓰레기 투기는 패색이 짙어진 전반전 종료 이후 더욱 심했다. 일부 시민은 같은 장소에서 응원하던 알제리팬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우리의 응원문화와 시민의식이 과거에 비해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서울의 일선 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알제리전의 거리 응원이 벌어진 강남 코엑스 앞 도로에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응원도구와 음식물 쓰레기, 맥주 캔, 빈병 등이 수북이 쌓였다고 한다. 뒷정리를 잘해 달라고 사회자가 당부했지만, 일부 시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양심적인 추태를 보였다. 러시아전 때와 비교해 쓰레기 정리에 두 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광화문 광장과 신촌 연세로의 거리 응원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심지어 포항에서는 야구장과 해수욕장에 모여 응원하던 일부 시민이 상점 기물을 파손하고 공공물품을 훔쳐가기도 했다. 불과
  • [사설] 與 진흙탕 당권 경쟁으로 무슨 희망 주겠나

    다음달 14일 이뤄질 새누리당 차기 대표 선출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를 앞세운 줄세우기 논란으로 구태를 재연하나 싶더니 엊그제는 여론조사 조작 논란까지 불거지며 집권여당임을 의심케 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주요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 측이 그제 제기한 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누가 보더라도 석연치 않다. 김 의원 측은 “지난 19일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보도한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의 차기 새누리당 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는 조작된 것”이라며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 측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와 달리 서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선 것으로 보도됐으나 실제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크게 다르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이에 서 의원 측은 “모노리서치에 여론조사를 의뢰하지도 않았고, 조사 결과를 언론에 배포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하면서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전달받은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매체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 결과를 몇 단계를 거쳐 받아 일부 매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지율 수치가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의도적 조작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
  • [사설] 교육계 이념갈등으로 학생들만 피해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정부 총력 저항을 결의했다는 소식이다. 서울행정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노조 전임자 학교 복귀 명령을 거부한 뒤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오후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소속 교사들의 집회 참여를 위해 이른바 조퇴투쟁도 벌이기로 했다니 학생들의 수업 차질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다음달 2일에는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제2차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12일에는 다시 전국교사대회를 열어 대정부 저항의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휴직 허가를 취소한 노조 전임자 72명이 다음달 3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복무규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공표해 놓고 있다. 전교조 결의에 따라 노조 전임자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징계는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갈등이 새로운 갈등을 부를 게 뻔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결국 우리 아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추진하는 조퇴투쟁이란 절박함의 표현이자 가장 강력한 수준의 항의 표시일 것이다. 조퇴투쟁이 현실화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정부의 교원평가제 시행방침에 반발하면서 벌인 이후 8년 만이라고 한다.
  • [사설] 軍 관심병사 관리 허점 제대로 메워야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건은 관심병사의 관리 부재와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병영문화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인의 일탈 경위와 사건의 인과관계도 밝혀야 하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고는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이에 상응한 개선대책이 절실하다. GOP 부대는 24시간 경계 근무를 반복해야 하는 곳이다. 스트레스와 긴장에 시달리기 일쑤다. 때문에 원활한 임무 수행과 부대원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지역보다 하급 장교와 하사관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 기본은 관심병사의 지속적인 관리라 할 수 있다. 외부와 차단된 부대에서 관심병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뇌관의 폭발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건의 원인은 군부대의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일이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7월 기한으로 전 부대 정밀진단 실시’ 계획을 밝혔지만 딱히 기한을 둘 게 아니라 소대에서 사단에 이르기까지 1년 365일 관심병사를 이중, 삼중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착근시키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의 병영문화가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
  • [사설] 공직자 재취업 잣대 더 엄격해야 한다

    전지전능한 심판이란 있을 수 없다. 오감만으로는 룰 위반을 모두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히 작심하고 심판을 속이려 드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국제축구협회 등이 오심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비디오판독 등 다양하고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이유다. 퇴장 등 엄격한 제재를 통해 룰 위반 의지를 꺾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지금 이른바 ‘관피아’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 역시 룰 위반 집단인 관피아 척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을 대충대충 허술하게 심사해서는 관피아 척결은 헛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안전행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재취업한 4급 이상 퇴직 관료가 2009년 이래 684명에 이른다고 한다. 같은 기간 재취업한 퇴직공무원이 총 1472명이니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심사도 받지 않고 멋대로 재취업한 셈이다.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취업심사 의무를 만든 것은 이들이 현직에 있을 때 맡았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협회, 민간기업 등에 곧바로 재취업
  • [사설] 日 위안부 만행 세계기록유산으로 남기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사실상 한국 정부와의 정치적 타협의 소산인 양 주장하며 자기 부정을 서슴지 않은 일본 아베 정부의 행태는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고 할 것이다. 먼저, 일본 스스로의 역사 발전을 가로막았다. 아베 정부는 지난 20일 내놓은 고노 담화 검증보고서를 통해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엄존하는 역사를 명백하게 훼손했다. 1993년 담화 발표 당시 고노 관방장관이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사실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한 발언을 ‘고노 장관의 임의적 발언’으로 깎아내렸다.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담화가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역사의 시계를 21년 전으로 돌린 것이자, 부끄러운 과거사에다 더욱 부끄러워해야 할 현대사를 이어 쓰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도 유대인 학살 책임자들을 추적하고, 해마다 홀로코스트 추념일이면 총리부터 머리를 숙이는 독일과 너무나 대비된다. 과거사 차원을 넘어 외교적으로도 아베 정부는 정상 국가로 간주할 수 없는 도발을 저질렀다. “당시 일본이 문안을 통보해 와 우리의 의견을 줬을 뿐”이라는 한승주 당시 외교부 장관의 증언에서 보듯 그들은 21년
  • [사설] 또 총기사고… 일그러진 병영문화·사병관리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총기사고로 사병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총기를 난사한 병사는 전역을 석 달 앞둔 임모 병장으로 실탄을 갖고 탈영했다. 총기를 난사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소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임 병장은 ‘관심 병사’로 분류돼 관리를 받던 중에 사고를 저질렀다. 허술한 사병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8명이 숨진 2005년 경기 연천군 GP(전방초소)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병영문화 개선 대책이 시행 중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부대나 군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GOP 병사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더 심하다. 외출과 외박이 어려운 격오지여서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험준한 지형, 혹한과도 싸워야 한다. 경계 근무에는 휴일이 없기 때문에 병사들은 쉴 날이 없다. 쉴 만한 시간에도 철책 보수나 제설 작업에 동원돼 휴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대남 위협에 따른 경계강화로 병사들의 피로도는 더더욱 심화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병영 내 폭력과 가혹 행위는 상당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근절됐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발되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 [사설] 문 후보 이외 후보들 검증도 소홀해선 안 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검증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붙고 있는 사이 다른 후보자들의 문제점도 적잖게 드러났다. 그들의 흠결 또한 문 후보자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제자들의 논문을 11건이나 표절하고 연구비를 가로챈 의혹을 사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정치특보로 활동하면서 불법 자금 5억원을 전달한 죄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서울 소재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사실이 드러났다. 장관 후보들은 국회 인준투표를 거치진 않는다. 그러나 각종 의혹을 떳떳이 소명할 자신이 없다면 청문회 전 스스로의 거취를 정하기 바란다. 특히 김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설문 조사를 해보니 88%가 부적합하다는 답이 나왔다고 밝혔고 다른 교육단체들의 비난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과 연구비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야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김병준 당시 교육 부총리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중도에
  • [사설] 아베 정부 고노담화 흔들기, 일본의 비극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또 한번 한·일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역사교과서 왜곡 확대도 모자라 일본군 위안부 징발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마저 훼손하고 나섰다. 앞서 그제는 우리 군의 동해 사격훈련에 대해 독도 영유권을 운운하며 중단을 요구하는 주권 침해의 도발마저 불사했다. 그들의 수구적 역사 부정 행태가 대체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정녕 한·일 관계의 파탄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 아베 정부의 퇴행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어제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부장관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보고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통해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이름으로 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한·일 정부 당국자가 문안을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정부가 ‘한국 측과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은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양국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는 해석을 낳게 하는 것이자, 향후 과거사 부정의 또 다른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부터 시작된 양국 간 위안부 피해 보상 논의에 새로운 걸림돌을 깔아 놓
  • [사설] ‘필리핀 쌀수입 개방 5년 유예’ 함의 직시할 때

    세계무역기구(WTO)는 어제 우리나라와 함께 유일하게 쌀 시장 개방을 미뤄 왔던 필리핀에 대해 5년간 관세화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안(案)을 승인함에 따라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20년간 유지해온 관세화 유예 기간이 올해 끝난다. 정부는 우리의 입장을 오는 9월까지 WTO에 통보해야 하는 일정에 따라 어제 공청회를 여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필리핀의 사례를 냉철하게 분석해 농업인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필리핀이 쌀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뼈 아픈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이다. 필리핀은 쌀 의무수입량을 현재 35만t에서 80만 5000t으로 2.3배 늘리기로 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의무 수입하는 물량의 관세율도 40%에서 35%로 낮추기로 했다. 육류 등 다른 품목에서도 관세율을 인하하는 등 양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유예가 끝난 뒤에는 시장을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 개방의 시기를 불과 5년 연장하는 데 따른 반대 급부는 너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10년씩 관세화 유예
  • [사설] 국정조사 받아야 할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구성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여야 행태를 보노라면 대체 이들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설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심된다. 희생자 가족들의 애끓는 절규 앞에서 어쩌면 이렇게 정략을 셈할 수 있는 건지 그 후안무치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한 지난달 29일 이후 20일이 흘렀건만 지금껏 특위 활동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난달 15일부터 따지면 한 달 넘도록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조사가 이렇듯 겉도는 이유가 해양경찰청과 안전행정부 등 참사 관련 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일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견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니 이만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못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국회로 달려가 이달 말 기관보고 실시라는 중재안을 내놓는 웃지 못할 장면도 펼쳐졌으나 여야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23일부터 기관보고를 받자는 새누리당과 다음달 초부터 받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다 못해 기관보고 전 사전조사를 위한 예비조사단 구성을 놓고도 양측이 충돌했다. 이 와중에 어제는 새
  • [사설] 靑, 문창극 후보자 진퇴 명확히 정리하길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가 그제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에 대한 재가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귀국 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과 언론 매체는 사실상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총리 후보자가 마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모양새다. 혼선과 혼란의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내각을 통할하는 2인자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 자체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현 정권의 무능을 드러내는 일에 다름아니다.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문 후보자가 알아서 물러나도록 정치 수사와 메시지를 구사할 때가 아니다. 잘못된 인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비칠 수 있다. 지명을 철회하든, 국회 청문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든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게 국정에 책임을 지는 당당한 자세라 할 것이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정권은 시
  • [사설] 전교조 초심에서 다시 출발하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가 어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상태에 빠졌다. 1심 판결인 만큼 최종 결과는 물론 두고 봐야 한다. 전교조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고용부가 지난해 10월 전교조 규약을 고쳐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에서 제외하라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원이 아닌 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지만 지난해 가처분 소송에서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에 대한 시정명령의 적법함에는 의문이 없다”면서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외노조로 보는 효과가 발생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춰 보면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없지 않다. ‘국민상식’의 관점에서 보면 전교조 조합원 6만명 가운데 해직교사 9명(0.015%)이 포함돼 있는 것을 문제 삼아
  • [사설] 엄정 평가와 강력 제재로 공공기관 개혁해야

    공공기관들의 성적표가 나왔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7개 공공기관의 ‘2013년도 경영실적 평가’에 따르면 A등급은 2개, B등급 39개, C등급 46개, D등급 19개, E등급 11개다. 정부는 이번에 점수를 매우 짜게 매겼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은 한 곳도 없고 A등급(우수)도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 그러나 E등급(매우 미흡)은 전년보다 4곳이 늘었고 D등급(미흡)도 10곳이 증가했다.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D·E등급이 전체의 4분의1(25.6%)에 이른다. 전년 낙제 기관 수(16곳)의 배에 가깝다. 정부는 경영 실적과 안전 관리가 미흡한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하고 부채가 과도한 공공기관 중 자구 노력이 미진한 6곳은 임직원의 성과급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는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 전년 평가에서 A(우수)를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세월호 부실 검사 등으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이 공단은 세월호 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했다.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안전관련 기관의 심사는 계속 엄격하게 해야 할
  • [사설] 학위장사에 채용장사… 뿌리까지 썩은 학교

    새로 선출된 17명의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은 선거 과정에서 교육계 비리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교육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교육계에 팽배하다는 얘기다. 교육계 비리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 최근에도 잇따르고 있다. 현직 고교 교사가 돈에 눈이 멀어 시험문제를 통째로 학생에게 건네줬다가 적발됐는가 하면 한 현직 교감은 수천만원을 받고 정교사 선발 시험 정보를 특정 지원자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쯤 되면 교사와 교감이 ‘시험장사’, ‘채용장사’에 나선 셈이다. 이런 비리가 학교 현장에서 여전하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이 잡혀가는 현장을 목도한 학생들의 충격과 실망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뿌리까지 썩어버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한 유명 사립대 치과대학의 일부 교수들은 대학원에 다니는 현직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학위장사’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혔다.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써줬는가 하면 심사까지 맡아 무사통과해 줬다고 한다. 석사 학위는 500
  • [사설] 꼬리 잡은 ‘국피아’ 수사, 대대적으로 펼쳐야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이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장남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수억원의 현금 다발을 발견하면서 돈의 출처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박 의원의 운전기사를 지낸 김모씨가 박 의원 차량에 있던 30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 신고한 사실과 더불어 박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해운 비리와 불법 공천헌금 의혹 등이 맞물린 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 의원 의혹이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는 말할 나위 없이 그가 세월호 참사를 낳은 해운업계의 비리와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가 인천 중·동·옹진인 그는 6년 전인 2008년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대한민국 해양연맹 부총재를 지낸 데 이어 지금은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해양수산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야 의원 11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포럼만 해도 해운비리의 저수지로 의심받고 있는 한국선주협회의 지속적인 후원을 받아 왔다. 2009년 이후 해마다 꼬박꼬박 선주협회 지원으로 포럼 소속 여야 의원과 보좌관들이 해외 시찰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3월 박 의원이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해운업계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
  • [사설] 늑장인사 국정공백 더 이상 안 된다

    정부 주요 부처의 국장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 자리가 수두룩하게 비어 있는 데도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적잖은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경제는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와 개각, ‘관피아’ 척결, 정부조직 개편 등으로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이 되살아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인사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9개 부처와 한국은행에서 총 23명의 국장급 이상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5개, 보건복지부 및 국토교통부 각 4개 등이다. 기재부의 행정예산심의관은 지방예산과 경찰·소방방재청 예산을 총괄하는 등 세월호 사태 수습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지만 공석이다. 관세정책관은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 중인 데도 반 년 이상 비어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규제개혁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지만 5개월째 공석이다. 금융통화위원을 겸임하는 한은 부총재 역시 비어 있다. 복지부는 인구아동정책관, 노인정책관, 정책기획관, 감사관 보직이 공석으로 남아 있
  • [사설] 한국팀 국민에 희망주는 선전 이어가길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오늘 아침 강적 러시아를 상대로 첫 게임을 치른다. 우리 대표 선수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남김없이 쏟아부어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펼칠 것으로 믿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57위인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19위인 러시아에 다소 뒤져 있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H조에는 러시아 말고도 탄탄한 전력의 벨기에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알제리가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23명의 태극전사는 지난 4년 동안 차근차근 대회를 준비해 왔다. 우리 대표팀에는 전통적으로 다른 팀이 갖지 못한 강력한 정신력도 뒷받침돼 있다. 게다가 축구 역사에는 ‘공은 둥글다’는 교훈도 있지 않은가. 이런 요소를 결합시킨다면 국민의 기대에 결코 어긋나지 않는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브라질 월드컵이 과거 대회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두 달이 넘었지만 국민은 아직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종자의 상당수가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가운데 진도 팽목항에 남은 가족의 슬픔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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