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선처럼 운항했던 세월호 배후 파헤쳐야

[사설] 화물선처럼 운항했던 세월호 배후 파헤쳐야

입력 2014-04-26 00:00
수정 2015-02-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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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취항에 앞서 이뤄진 선실 등 증축과 안전검사, 항로 인허가, 과적 단속 등 여객선 안전운항 지도·감독 등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몇 명이 승선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운항할 정도로 세월호는 화물선이라 할 만큼 과적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여러 차례 운항 규정을 어겼지만 가벼운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뒤를 봐주는 이들이 없고서야 가능한 일이겠는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배후에서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 운항한 여객선을 들여온 뒤 지난해 선실을 증축했다. 화물량은 구조 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1450t 줄었다. 개조 작업으로 세월호의 무게 중심은 51㎝ 높아지면서 복원성은 약화됐지만 안전검사는 통과됐다. 당시 한국선급은 화물을 애초 설계보다 적게 실어야 한다며 검사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무게 중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화물은 덜 싣고 평형수 양은 늘려야 한다. 세월호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오뚜기처럼 배의 중심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복원력 상실이 꼽히고 있다. 청해진해운 측은 세월호가 지난 15일 출항하기 이전 화물 657t과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적재량은 화물 1157t, 차량 180대로 밝혀졌다. 세월호 운항관리 규정에 따르면 차량은 승용차 88대, 트럭 60대 등 148대를 실을 수 있지만 32대를 초과했다. 세월호는 운항 초기부터 과적을 밥 먹듯이 했다. 세월호가 인천~제주 항로를 처음 운항한 지난해 3월 한 달간 7차례 제주항에 입항할 때 총 화물선적량은 2만 2509t으로 파악됐다. 한 편 운항에 평균 3215.6t으로 최대 적재량보다 3배 이상 싣고 운항한 셈이다. 평형수 대신 화물을 더 실어 무게중심을 유지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가려야 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여객선 사업을 하다가 1997년 2000억원을 빚내고 부도를 냈지만 2년 뒤 청해진해운을 세웠다.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해운업체가 무너졌는데 다시 똑같은 사업을 하게 된 과정에서부터 부도 10여년 만에 대재산가로 부활한 데 대해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협회 등에 포진해 있는 퇴직 공무원들이나 감독관청, 지자체, 정치권 등에 금품 로비를 했는지 여부 등 비리를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한다.

[반론보도문]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2014-04-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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