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념사진 찍고 라면 먹고… 얼빠진 공직자들

[사설] 기념사진 찍고 라면 먹고… 얼빠진 공직자들

입력 2014-04-22 00:00
수정 2014-04-2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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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과 대피, 구조 과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다. 제자리를 지키며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세월호 비극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느 누구도 세월호 사고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양 ‘남탓’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엉성한 대한민국이라는 톱니바퀴 조합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직도 배에 갇힌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치고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공무원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만에 하나 발생한 사고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할 그들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진도의 시신안치소를 찾았을 때 수행한 안전행정부 감사관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 장관은 사고 당일 실종자 가족이 식음을 전폐하고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다 구설에 올랐다.

통상적인 상사(喪事)의 경우도 사람들은 상주(喪主)를 어떤 말로 위로할지 고심하며 옷깃을 여미는 법이다. 더구나 국가적인 대참사를 당해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상가를 찾아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인가는 새삼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어떻게든 위로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는 게 우리네 전통이다.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 그리고 교육부는 이번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자성의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이런 가벼운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로는커녕 결과적으로 실종자 가족의 속만 뒤집어 놓은 꼴이 됐다. 대형참사의 발생과 수습 과정은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자료로 삼아야 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리 슬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참담함에 곡기(穀氣)를 끊은 유족을 위로하는 표현이지, 책임자에게 끼니 챙겨 먹으라는 가르침이겠는가. 이런 사건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허점이 모여 총체적으로 부실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공직자들은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직의 엄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4-04-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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