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평창올림픽 단독 개최만이 능사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드세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강원도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단독 개최에 힘을 실어 줬지만 분산 개최론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지금 분산 개최를 논의하는 것은 국민 혼란을 부르고 국제적 신뢰도 떨어뜨린다”며 “천재지변이 없는 한 분산 개최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 주민들이 왜 삼수까지 하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하는지 그분들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도 했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편협한 인식이다. 평창올림픽이 단독 개최될 경우 예상되는 지방재정 황폐화와 환경훼손 등 후유증을 생각하면 일시적인 국민 혼란이나 나라의 격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평창 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똑같을 것이다. 올림픽 같은 거대 스포츠 행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던 시대는 지났다. 올림픽 이전과 이후를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유치 당시 8조 8000억원으로 예상된 평창올림픽 총사업 예산은 2014년 말 기준 13조원까지 치솟았다. 지방채 발행 계획까지 고려하면 강원도의
  • [사설] 부패와의 전쟁 ‘정략적’ 접근으론 실패한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그제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총리는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총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리는 취임 이후 국정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는 부정부패와 흐트러진 국가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의 담화 발표 하루 만에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강력한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듯하다. 부정부패 척결은 역대 정권에서도 늘 강조해 온 사안이고 현 정부에서도 국가 대혁신을 최대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부정부패를 향한 칼날을 이미 빼든 상태다. 검찰은 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공공 인프라 분야 비리를 최우선으로 정하고 관(官)피아 범죄, 공기업 등 공공기관 비리, 민관 유착 비리를 척결하는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이
  • [사설] ‘벤츠 여검사’ 무죄 국민 상식과 거리 멀다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정의의 편에 서야 할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청탁과 금품을 받고 내연 관계까지 맺는 등 부패한 법조계 비리의 일단을 보여 준 사건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포함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음에도 정작 법 제정의 발단이 된 사건이 최종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내연 관계인 최모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 수사를 담당 검사에게 재촉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검사는 검사 재직 시절 알게 된 최 변호사가 소속된 법인 신용카드를 받아 샤넬 백과 모피코트,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구입하고 벤츠 승용차 리스 비용을 지원받는 등 약 6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가 연인 관계로 제공한 금품인 만큼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
  • [사설] 기준금리 1%대 시대… 부작용 최소화해야

    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1%대 금리는 우리 역사상 처음이다. 금리 인하는 무엇보다 정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생산과 투자, 소비가 부진한 ‘트리플 쇼크’에 빠져 있다. 또한 담뱃값 상승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확대해 생산과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촉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을 돌아볼 때 금리 인하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유로존과 일본은 국채 매입 등의 수단을 동원해 양적완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은 주요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 부진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들이다. 우리도 이런 세계 조류를 외면하고 독불장군처럼 버틸 수는 없다. 그러나 금리 인하에 따른 여러 부작용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계 부채다. 1100조원이라는 천문
  • [사설] 방산비리 이규태 ‘로비 의혹’ 철저히 파헤쳐라

    무기 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그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에 체포돼 구속을 앞두고 있다.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과 관련해 장비를 터키 하벨산으로부터 들여오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려 거액의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게 합동수사단이 밝힌 그의 범죄 혐의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당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600만 달러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사업비 착복 과정에서 일광공영 계열사들이 성능에 미달하는 장비와 부품을 납품했는가 하면 빼돌린 돈 가운데 일부를 로비 자금이나 리베이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그가 공군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 보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군 기밀을 몰래 입수한 정황을 파악하고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씨의 비리 혐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그가 30년 동안 무기중개 사업을 해 온 ‘거물’이라는 점에서 지난 4개월에 걸친 방산 비리 수사 가운데 이번 사건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그는 방산 비리의 몸통이 될 수 없으며, 이번 사건 역시 방
  • [사설] 거위 배 가르듯 개성공단 임금 올리려는 北

    남북 경제협력의 실험장인 개성공단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한이 공단 근로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그제 정부는 일방통행식 임금 인상에 따르는 우리측 입주 기업은 제재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공단의 존폐가 걸린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북측은 공단 운영상의 각종 제도 개선은 당국 간 협의로 결정한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북측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중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비용·편익 분석 등 시장 원리에 맞는 합당한 설명도 없었다. 입주 기업의 애로는 들어 보지도 않고 거위의 배를 갈라 한꺼번에 알을 꺼내 먹겠다는 식으로 인상률을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개성공단 임금이라고 해서 고정불변일 순 없지만, 남북 합의를 깼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근로자 임금인상은 전년도 종업원 최저 임금의 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말이다. 물론 북측이 일방적 임금 인상률을 산정한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을 법하다.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이 급감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국제 유
  • [사설] 소득 많아도 건보료 한 푼 안 내는 건보체계 손봐야

    건강보험료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연간 소득이 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이들이 무려 4800여명이나 된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듯 소득이 있으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건만 이 같은 상식이 거꾸로 가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소득이 많아도 건보료를 내지 않고 마음 놓고 병원에 다닐 수 있도록 건보료 부과체계 자체를 엉터리로 설계한 탓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건보료 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현행 건보료 제도에서는 소득이 있어도 직장을 다니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저소득층의 지역가입자라도 전·월세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어김없이 부과된다. 집도 있고, 수천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말 “(나는) 퇴임해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바뀌어 보험료가 0원이 되지만 (가난 때문에 자살한) 송파 세 모녀는 집도 없고 소득도 없는데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 수지가 올해 흑자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매년 조 단위의 적자
  • [사설] ‘세림이법’에도 교통사고 참사 못 막은 이유 뭔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아이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그제 경기 광주시 어린이집 앞에서 빚어진 일이다.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자신이 타고 온 25인승 통학버스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사고는 그동안에도 끊이지 않았다.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도로교통법의 통학버스 안전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까지 만들었다. 법 개정의 직접적 계기는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에서 당시 세 살이던 김세림양이 통학버스에 부딪혀 숨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29일 새로운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 불과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똑같은 일이 벌이진 것이다. 인솔 교사는 통학버스가 멈춰선 뒤 19명의 아이 모두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고 여겼다. 운전사는 운전사대로 이런 모습을 지켜본 뒤 통학버스를 출발시켰지만 이모군이 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하며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지켜 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세림이법’도 당초에는 나름대로 세심하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3세 미만 어린이가 이용하는 통학버스의 경찰서 신고를 의무화한 것도 새로 추가된 내용의 하나다. 그것
  • [사설] 불법·불공정 문제 남긴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전국의 농협과 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어제 전국 1802개 시·군·구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미니 지방선거’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선거를 통해 무투표 당선자 204명을 포함해 모두 1326개 조합의 대표가 새로 뽑혔다. 조합장의 위상이 농어촌 지역에서는 특히 높기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유권자만 280만여명에 달하는 이번 조합장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같은 날 동시에 치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처음으로 직접 관리를 맡았다. 부정선거를 막고 행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중앙선관위가 일괄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지만 혼탁 양상은 여전했다. 제도상의 미비에 따른 문제와 형평성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깨끗한 선거를 바라던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쳐 결과만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선거 초반부터 돈봉투를 돌리다 적발됐다. 1960~1970년대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에 못지않은 불법·혼탁 선거가 판을 쳤다. ‘5당4락’(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공공연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중앙선관위가 어제까지 집계한 금품살포와 흑색선전 등 위반 행
  • [사설] 홍준표식 ‘복지수정’ 롤모델 삼을 만하다

    보편적 복지를 비판해 온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공언대로 다음달부터 학교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복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남도가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대신 추진하기로 한 것은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다. 무상급식을 줄여 확보한 643억원의 예산을 바우처사업, 맞춤형 교육지원, 교육여건 개선 등에 투입해 서민계층 자녀의 교육 격차를 없애고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가 직접 교육지원 사업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쟁’으로까지 불린 무상급식 정책의 대반전인 만큼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당장 경남교육청은 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교육청의 교육복지 사업과 겹쳐 혈세를 낭비할 뿐 아니라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파급효과가 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도교육청·도의회와 충분히 상의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절차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의 괴리를 이제는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
  • [사설] ‘거수기’, ‘방패막이’로 전락한 사외이사제 없애라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 소위 ‘정피아’(정치+마피아)의 금융권 진출이 노골화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이 사외이사 4명을 선임했는데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얼마 전 이른바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인 이광구 은행장을 선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서금회 멤버를 비롯한 정피아들을 사외이사로 앉힌 것이다. 금융권은 근래까지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모피아’들이 주요 보직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폐해가 드러난 ‘관피아’가 대부분 물러가자 정피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빈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관치 금융’이 ‘정치 금융’으로 바뀐 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의 요직에 앉은 정치금융 인사는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선 캠프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벌인 인물들이다. 마치 반정을 일으킨 공신들이 녹봉을 하사받듯이 알짜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업무는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 분야의 다양한 경력과 탁월한 식견을 가진 인물이 최고경영자나 임원으로 선임돼야 마땅하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금융의 경쟁력은 크게 뒤떨어져
  • [사설] “국회의원 집단 브로커化” 가능성 제기한 김영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왜곡되고 훼손된 ‘김영란법’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털어놓았다. 김 전 위원장은 어제 A4 용지 8장 분량의 입장 자료를 작성해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위헌 소지 논란도 빚고 있는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보호막을 만들면서 당초 취지를 퇴색시킨 대목에서는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았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 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조항을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국회의원 등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부패한 직업군의 앞자리에 늘 정치권과 정당이 오르내렸지만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정당의 고위 당직자 등을 제외한 점에서 정치권의 집단 이기주의가 물씬 느껴진다. 김 전 위원장은 가족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에 대해 민법의 가족 개념까지 설명하며 추가적인 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배우자만 적용할 경우 애초 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 적용 대상이 언론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 분야로 확대된 데 대해 적용
  • [사설] 방산비리 軍장교 감싸는 군사법원 필요 없다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돼 구속된 현역 장교 가운데 80%가 군사법원에서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 비리 척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최근까지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시켰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재판 중에 풀려난 것이다. 그들은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는 물론 적탄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에 연류됐던 현역 장교들이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민간인 17명 가운데 풀려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관련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할 위험성이 농후한 피의자를 풀어 준 군사법원의 판단은 법적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산 비리 근절이란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한편 폐쇄적인 군 사법체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군사법원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의 군 사법체계가 폐쇄적으로 운용되면서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 군사법원법은 1962년 일본이 운용하던 육군군법회의법과 해군군법회의법을 근간으로 미국의 군사법통일법전(UCMJ)을 일부 반영했
  • [사설] 국민은 금배지 연연하는 장관 원하지 않는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대한민국 장관직의 무게를 정치인들이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한눈에 보여 줬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겠다며 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각각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청문대에 선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의원과 유일호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한사코 즉답을 피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현시점에서 총선 출마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직자의 사퇴 시한을 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장관은 총선일 90일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유기준·유일호 후보자가 장관이 된 뒤 내년 4월에 실시되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사퇴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길어야 고작 10개월짜리 장관을 하는 셈이다. 유기준 의원은 “(장관의 진퇴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는 말로, 유일호 의원은 “(아직 장관에 임명되지 않은) 후보자 신분에서 총선 출마나 진퇴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답을 피해
  • [사설] 친일파를 ‘이달의 스승’으로 뽑은 정신 나간 교육부

    교육부가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적을 한 인물을 ‘이달의 스승’이라고 선정하는 정신 나간 짓을 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달(3월)의 스승’으로 뽑은 최규동(1882~1950)씨는 경성중동학교 교장이던 1942년 6월 일제 관변지인 ‘문교의 조선’에 ‘죽음으로써 군은(君恩·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최씨는 “반도 2400만 민중도 마침내 병역에 복무하는 영예를 짊어지게 되었다. 이 광영에 감읍하여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해 드리는 결의를 새로이 해야 한다”면서 “군무에 복무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황국신민 교육의 최후의 마무리로 완성된다”고 썼다. 일왕의 은혜를 갚기 위해 죽음으로 보답하자고 선동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표적인 친일 행각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최씨를 ‘민족의 사표, 조선의 페스탈로치’라고 선전했다. 전국 초·중·고교 1만 2000여곳에 최씨에 대한 교육 자료와 포스터를 나눠 주는 한심한 작태를 벌였다. 정부세종청사에도 최씨의 홍보 입간판을 내걸었다. 매일신보에 따르면 최씨는 조선신궁(신사)의 중일전쟁 기원제 발기인, 임전보국단 평의원, 징병제 실시 축하연에도 참가한 것으
  • [사설] ‘유리천장 지수’ 꼴찌로 국가 경쟁력 높일 수 없다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각국의 유리천장(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 있어서의 성차별)을 점수로 매긴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부끄러움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유리천장 지수는 남녀 간 고등교육과 임금 격차, 기업의 여성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로 낸 것으로 여성 차별의 정도를 살펴보는 척도다. 이 지수에서 우리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조사대상국 28개국 중 최하위다. 1위인 핀란드의 80점과 비교하면 무려 55점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평균 60여점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심하다는 무슬림 국가인 터키(29.6)보다도 점수가 낮다. 한국 여성들의 차별받는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임을 통계가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점차 남녀 간 대학 진학률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9년의 여성 진학률은 82.4%로 남성의 81.6%를 역전했을 정도다. 하지만 고학력 여성의 증가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여성고용률도 높아지면서 남녀 간 고
  • [사설] ‘불어 터진 국회’가 경기침체 위기 키우고 있다

    국회가 오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 3명과 금융위원장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등 5명을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다음주 열릴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3월 한 달 국회는 인사청문 시즌에 돌입한 모양새다. 후보자들마다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같은 단골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여야가 철저하게 그 진위와 자질 등 적격 여부를 가려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라 안팎의 상황, 특히 갈수록 주저앉기만 하는 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국회가 장관 후보자 몇몇을 검증하는 것으로 제 할 일 다 했다고 손 털 계제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저물가·저성장’으로 정리되는 지금의 활력 잃은 경제를 되살려야 할 시급한 책무가 국회에 주어져 있다고 하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0.5% 상승에 그쳤다.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저물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소비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백
  • [사설] 反테러법 제정 필요성 일깨운 美대사 피습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공격하면서 한국사회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북한은 연일 김씨의 반미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북 조국평화통일위는 어제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행동이 테러라면 안중근 의거도 테러인가”라고 되물었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정의의 칼세례’로 비호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망발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비이성적 테러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 이를 막을 테러방지법 제정 등 제도적 대비도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김씨가 북의 사주로 미 대사를 공격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펼친 북한의 지속적 반미 공세가 이를 부추긴 측면은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당일 새벽 북 선동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광증에 걸린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피해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는 물론 양국 정부와 국민의 의연한 대응으로 한·미 동맹의 대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 하지만 북과의 연계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가 극단적 과격파의 테러에서 100%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최악의 경제난과 총체적
  • [사설] 해킹당한 공공 아이핀,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본인 인증 수단인 공공 아이핀 시스템이 해킹으로 뚫렸다. 아이핀 발급자 430만명의 17%인 75만여명의 개인정보가 털려 부정 발급됐다. 아이핀은 잇단 대규모 해킹으로 주민등록번호가 시중에 떠돌자 주민번호의 대체 수단으로 정부에서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이번 사고는 기존의 단순한 주민번호 도용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실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부정 발급한 아이핀이 게임 사이트 3곳에서 이용됐지만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행정자치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증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시스템이 오인토록 인증 데이터를 위·변조했다. 사실상 인증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아이핀은 인터넷상에서 본인을 확인하는 개인 식별 번호로, 발급 과정에서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 확인한다. 주민번호는 저장하지 않는다. 2006년 민간에서 시작해 공공기관의 웹사이트에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공공 아이핀 해킹 사건을 보면 정부의 한심한 수준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이번에 이용한 ‘파라미터 위·변조 방식’은 기업에서도 방지 기능을 갖출 수 있는 초보
  • [사설] 아침 학습 막는 교육청 제 정신인가

    초·중·고등학교 ‘9시 등교’제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9시 등교는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시작돼 인천, 광주, 강원 등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시·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그 후유증 또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다. 인천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일찍 등교한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청취반을 만들어 운영하자 교육청에서 “하지 말라”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9시 이전에 등교하는 학생의 경우 사유서를 내라는 통신문을 돌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블랙코미디 소재로나 등장할 법한 황당하고 천박한 반교육적·비교육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9시 등교제는 맞벌이 부모와 한부모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에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 성격의 프로그램마저 교육청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와 명분을 들이대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등교 시간 조정 여부는 단위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 습관적으로 혹은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이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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