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거짓말로 환경보조금 타낸 지자체 엄벌해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거짓말로 중앙정부를 속여 환경분야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내는 등 국민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2~12월 부산, 대전, 경북, 충남 등 4개 지자체에 대한 환경분야 감사 결과 313억원이 부당 집행됐다. 2013년의 69억원보다 4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지자체들은 사업비를 부풀리는 식으로 국고보조금을 쉽게 따내고는 정작 확보한 보조금은 방만하게 집행했다. 해마다 세수가 줄면서 중앙정부는 증세냐, 복지혜택 축소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지만 지자체들은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서 마음대로 쓰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대전시는 대덕산업단지의 폐수종말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보내야 하는 폐수를 다른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 위해 국고보조금 14억 7700만원을 받아 이송관로를 설치했으나 시설물을 방치하고 있다. 다른 하수처리장으로 폐수를 보내려면 해당 업체가 동의를 해야 하는데 대전시가 이 업체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으면서 관로가 고철 덩어리가 됐다. 부산시는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하면서 불필요한 공정을 집어넣어 사업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11억 8900만원의 보조금을 과다 수령했다. 환
  • [사설] 세월호 참사 1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 그것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비극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늘을 부르며 목놓아 울어도 모자랄 민족사의 통한이다. 영문도 모른 채 300여명의 목숨이 스러져 갔다. 졸지에 가족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참사 1주년을 앞두고 마침내 눈물의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선언할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요구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관제’ 시행령안의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주 느닷없이 불거진 정부의 세월호 피해자 배·보상금 산정 기준 또한 일 처리의 선후 절차로 봐도 결코 정상적인 수순은 아니라는 점에서 거둬들여야 마땅하다고 본다. 유족들은 즉각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농성하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족을 돈으로 능욕하지 말라는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세월호특위 구성 시행령에 대해서는 제1야당 대표가 “진상규명을 막으려고 작심한 듯하다”는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는 혹독한 시험
  • [사설] 日 역사 역주행에 지구전 준비해야

    일본 정부가 어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을 통과한 3개 과목 18종의 교과서가 대부분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 침탈의 과거는 숨기고 억지 주장만 미래 세대에 주입하려는 꼴이다. 아베 정부의 이런 역주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면 당장의 한·일 관계뿐 아니라 양국의 미래까지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성숙한 대응도 중요하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의 독도 관련 기술이 종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도발적인 게 문제다. 공민·지리 교과서에 이어 이번에 역사 교과서에마저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렸다. 심지어 일부 교과서는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했다”며 일제 침탈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내세웠다고 한다. 자칫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일본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으니 힘으로라도 재편입해야 한다’는 오판을 심어 줄까 두려울 정도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양국 외교장관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양국 간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지 16일 만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니 말이다. 그러나 일본의 독도나 과거사 도발은
  • [사설] 전문성 떨어지는 ‘정피아’가 ‘관피아’보다 더 문제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政)피아’가 빠른 속도로 꿰차고 있다. 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 300개의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관피아는 줄고 정피아는 늘었다. 공공기관 300곳의 기관장·감사 등 397명 중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당시 161명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8명으로 43명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피아는 4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관료 출신의 공기업 기관장, 감사가 물러나자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그 자리에 속속 입성했다. ‘어부지리’를 얻은 꼴이다. 정치권 언저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공공기관의 요직을 선심 쓰듯 나눠 주는 것은 큰 잘못이다. 외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인사가 가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척결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고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음이 확인됐다. 관피아가 없어진 자리를 정피아가 차지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정피아는 일반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까지 접수하면서 또 다른 ‘적
  • [사설] 31조원 투입된 자원개발, 옥석 가려 손실 줄여야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 가운데 하나로 지탄을 받는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1차 감사 결과가 지난 주말에 나왔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원개발에 투자한 돈은 31조 4000억원이나 되는데 겨우 4조 6000억원만 회수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27조원은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인데 더욱 기가 찬 것은 앞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무려 34조 3000억원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대통령의 독려에 발맞추기 위해 공기업들이 실적 경쟁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임기만 채우면 되는 공기업 사장들은 해외자원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빚을 내 마구 사들였다. 목표를 채우려고 매장량이나 수익률을 부풀려서 비싼 값에 매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상관도 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경영자들이다. 민간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무분별한 투자를 했을까.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해외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해 왔던 사업이다. 산업을 굴러가게 할 동력
  • [사설] 北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남북 협의 외면 말라

    개성공단이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이후 다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북측이 남북 당국 간 합의를 깬 임금 인상을 수용하라고 입주기업들에 채근하면서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 기간은 이달 10∼20일이다. 우리 측은 공단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 금명간 당국 간 협의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의 호응 여부에 따라 이번 주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서는 셈이다. 북측은 최근 일방적인 임금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북측 직장장들을 통해 우리 측 입주기업의 경리 담당자들에게 인상된 3월분 임금 및 사회보험료 산정 지침을 통보해 온 것이다. 남북 간 합의도,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도 모두 어기는 일방통행이다. 남북이 합의한 노동규정은 전년도 최저 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북측이 이번에 이 조항을 아예 없앴다고 통고한 형국이다. 남북 간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얼핏 보면 북이 요구한 인상률은 5%보다 겨우 0.19% 포인트 높아 별것 아닌 양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합의를 무시하며 북한 맘대로 임금을 인상하도록 물꼬를 터 주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 나쁜 선례는 시장원리에 따른 공단의 정상적인 발
  • [사설] 여야 말로만 경제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최근의 내수 시장은 ‘불타는 땅’과 ‘얼어붙은 지갑’ 두 가지로 정리된다. 부동산 시장은 초(超)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택 거래가 2006년 이후 근 10년 만에 가장 활발한 모습이고, 덩달아 집값도 완만하게나마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는 여전히 겨울잠을 깨지 못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의 매출 감소가 바닥을 모른 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 덕분에 백화점들이 문을 닫지 않는다는 말이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다. 지난해 각 가정에 쟁여 있는 돈이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인 91조 7000억원에 이른다니 지금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닫아 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관건은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과거엔 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뚜렷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없는 데다 베이비부머의 노후 불안과 청년세대의 취업난 같은 구조적 침체 요인이 여전히 소비심리를 붙들어 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지
  • [사설] 박범훈-중앙대-두산 ‘커넥션 의혹’ 제대로 밝혀야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온다. 중앙대 본교·분교 캠퍼스 통합과 적십자 간호대학 인수, 중앙국악연수원 건립과 주변 땅투기, 딸의 중앙대 교수 채용, 부인의 두산타워 상가 분양 특혜 등 손으로 다 꼽기 어렵다. 권력형 비리의 표본이라고 할 만하다. ‘박 전 수석-중앙대-두산’으로 이어지는 커넥션 의혹을 밝혀 내야 한다.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줬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 그룹으로부터 대가를 챙겼다는 의혹이다. 중앙대는 서울 캠퍼스와 안성 캠퍼스의 통합을 추진했는데 당시 통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자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가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교육부에 외압을 가하는 데 가세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통폐합에 반대하던 과장과 서기관은 지방으로 전근되는 보복 인사를 당했다고 한다. 중앙대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캠퍼스 통합을 부탁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2011년 5월 2일 이 전 대통령이 중앙대를 방문해
  • [사설] 이란 핵협상 타결… 이젠 북한이다

    이란과 미국 등 주요 6개국이 이란의 핵(核) 개발 중단과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잠정 합의안에 전격 서명했다. 오는 6월 말까지 세부적·기술적 협상이 남아 있지만 국제사회가 역사적 성과라고 환영하고 있고 양국 모두 만족을 표시하고 있어 최종 결렬 가능성은 낮다. 기본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15년간 핵 개발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1만 9000개의 원심분리기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인다. 반대급부로 국제사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심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검증하는 직후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다시 가동되는 안전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란이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현재 2∼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효과와 IAEA의 전면적 사찰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란 평가도 있다. 어느 일방의 완전한 승리가 아닌 탓에 미국과 이란 모두 보수세력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란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며 제한적 핵 주권을 선택했고 미국과 서방은 이란의 우라늄 저농축 활동을 인정하는 선에서 핵무
  • [사설] SK의 ‘착한기업 보상’ 다른기업으로 확산돼야

    SK그룹이 착한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평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의미가 작지 않다. 사회적 기업은 빈곤, 환경 등 사회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면서 일반 기업처럼 영업활동도 한다. SK는 올해부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때 고용, 환경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얼마나 냈는지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지원금)를 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회 문제 해결과 수익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야 하는 사회적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면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판단에서다. ‘착한 기업들은 좋은 일을 하고 돈도 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사회적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그제 정부, 사회적 기업 관계자들과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을 갖고 올해는 35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한 뒤 내년 4월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첫해 재원 25억원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나가 2019년에는 누적 지급액이 7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저서에
  • [사설] 노사정 대타협, ‘합의를 위한 합의’는 안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지난달 31일로 된 시한을 넘긴 가운데 막바지 협상이 한창이다. 어제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4인 회의에 이어 고위급 실무자와 공익전문가로 구성된 8인 연석회의를 가동하면서 이견 조율을 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소위 5대 수용불가 사항 중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관련 사항 등에서 일부 이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일반해고 완화 등 고용 유연화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일반해고 완화에 대해 선뜻 찬성하기 어려운 처지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규직이라고 해서 능력이나 근무 성실성에 관계없이 끝까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일단 대기업 정규직으로 고용되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 노동시장 특유의 이중구조가 만들어지는 근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10
  • [사설] 의원 수 늘려 첫 단추 잘못 끼우려는 정개특위

    선거구 획정 문제로 본격 가동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폭주할 기세다. 그제 국회의원 정수를 60명이나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선거구의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을 틈타 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키우려 나선 꼴이다. 의원 수가 모자라 대의정치가 겉돌고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국회의 몸집 불리기를 용인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제 정개특위에서 그간 압도적 반대 여론에 눌려 금기시됐던 의원 정수 확대론이 고개를 들었다. 정의당 심상정,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 등이 거론하자 다수 의원들은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자세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국회가 의회정치 발전과 무관한 전철을 답습하려 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일이다. 2001년 헌재가 지역구 인구 편차를 4대1에서 3대1로 줄이라고 했을 때도 273석이던 의석수를 299석으로 늘렸었다. 하지만 이후 어디 여야 간 무한 정쟁이 줄고 민주적으로 타협하는 선진 의정이 뿌리내렸던가. 헌법이 국회의원의 정수를 ‘300인 이상’이 아니라 굳이 ‘200인 이상’으로 정한 까닭이 무엇이겠나. 상한선을
  • [사설] 비정상·무책임 오너 경영 방치하면 안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대기업 등기임원 보수공개 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연봉 5억원이 넘는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됐지만 정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재벌 총수나 오너 2세들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거나 아예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는 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지난해 법원의 유죄판결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어느 면에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이해할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 3세 경영인들도 등기 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지난 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삼성 일가에서 연봉을 공개한 인물은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사 중 15.5%인 37개 그룹의 오너 일가가 이번에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등기임원 연봉공개가 법률로
  • [사설] 여야, 허튼 공약으로 민심 현혹하지 말라

    여야가 그제 4·29 재·보궐선거 정책공약을 각각 내놓았다.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맞세우는 상투적 선거구도의 틀을 넘어선 것은 아니나 여야 모두 거대담론 대신 주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공약들을 발굴해 제시하려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지역의 현안을 중심으로 한 공약들을 중점 제시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당 차원의 굵직한 공약들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야의 공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쪽이 더 문제랄 것도 없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공약(空約)에 그칠 내용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그저 표심 확보만 노린 선심성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의 정책 공약은 상당수가 지역 개발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인천 서·강화을의 안상수 후보의 경우 인천 지하철 2호선 조기 개통, 검단신도시 개발, 강화도와 영종도를 잇는 연도교 건설 등을 약속했다. 대부분 자신이 인천시장을 지낼 당시 계획했거나 추진했으나 야당 소속인 후임 송영길 시장이 예산과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 내지 취소한 일들이다. 전국
  • [사설] 배달앱 횡포 공정위가 조사 나서야

    음식점과 소비자를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배달앱’ 시장은 1조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7개 배달앱 서비스 업체를 조사한 결과, 드러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음식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10%가 넘을 정도로 과도하고 미성년자도 마음대로 술을 주문할 수 있으며, 배달 음식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또 주문은 쉬워도 취소나 환불 절차는 몹시 까다로웠다. 모바일을 활용한 상거래는 유용한 점이 많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결제한다. 또한 상거래 업체 간의 경쟁으로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싼 상품도 많다. 편리하고 가격도 싸니 소비 진작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소비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장한 지 수년이 되어가는 배달앱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음식을 고르고 주문을 하기가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배달앱 다운로드 건수는 37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음식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해서 배달앱 업체가 요구하는 수수료를 떼이다시피 하고 있다. 1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1000원이 넘는 돈을 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음식점의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손실을
  • [사설]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수능 개선안

    교육 당국이 어제 확정해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선 방안을 보면 오는 11월 12일에 치러질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면서 “고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올해도 ‘쉬운 수능’이라는 기조는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보면 사교육을 많이 하는 영어·수학이 특히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의 확정안은 지난 17일 수능 개선안 시안을 발표했을 때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개선 시안을 내놓으면서 “적정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하겠다”면서 “지난해 수능처럼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로 등급이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물수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던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으로 당시 해석됐다.
  • [사설] 서울시 ‘반값 복비’ 왜 머뭇거리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이른바 ‘반값 복비’가 대세를 이뤄 가고 있다. 그동안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온 경기도와 인천시의회가 강원도에 이어 반값 복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엉거주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회까지 동참한다면 반값 복비는 움직일 수 없는 정책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값 복비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중개수수료 체계는 200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친 전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집값 또한 만만치 않은 마당에 15년 전 복비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도 수두룩하다. 날뛰는 전셋값에 턱없이 늘어난 복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주택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권고안에 따르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집을 살 경우 수수료 상한을 종전 0.9%에서 0.5%로, 3억∼6억원 전세 계약을 할 경우에는 상한을 0.8%에서 0.4%로 낮추게 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서민’이 아닌 부유층 혹은 특정 계층만 오히려 혜택
  • [사설] AIIB에서 외면당한 北 핵 포기로 활로 찾아야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어제 스위스 로잔에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종일 산고를 겪었다. 반면 북한은 이날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할 뜻을 거듭 확인했다. 만일 미·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한은 핵 개발을 고집하는 지구촌의 유일무이한 ‘불량국가’로 남게 되는 꼴이다. 부디 북한 당국이 그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핵 개발 포기라는 통 큰 결단을 하기 바란다. 요즈음 테헤란 증권거래소가 아연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다. 이란의 증권·금융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자본의 관심권 밖이었다. 하지만 최근 핵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자 서구 투자자들과 금융 기업들이 핵 협상 타결 이후에 대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반면 북한 쪽 사정은 어떤가. 중국 자본의 유치를 겨냥해 압록강 하구에 황금평 경제특구를 조성했지만,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형편에 개성공단을 확장해 남한 기업 이외에 해외 기업을 불러들일 엄두라도 내겠는가. 북은 외화난 속에서 희토류 등 지하자원 수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 [사설] 상습 甲질 TV 홈쇼핑 규제 강화해야

    TV 홈쇼핑 업체가 납품 업체에 대해 불공정하게 한 행위가 또 적발됐다. 홈쇼핑 업체의 갑(甲)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홈쇼핑 6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43억 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는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이다. 과징금은 CJ오쇼핑이 가장 많고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순이었다.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앞장서 중소 납품 업체에 불이익을 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 주주인 홈앤쇼핑과 수협중앙회가 지분을 가진 NS홈쇼핑도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니 업계 전체에 번진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홈쇼핑 업체의 불공정 행위는 ‘갑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납품 업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납품 업체는 대부분 자체적으로는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인 만큼 홈쇼핑 업체의 턱없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홈쇼핑 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새로운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대책도 적지 않게 나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홈쇼핑 업체는 대부분 납품 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 [사설] 세월호 진상 규명 피해갈 생각 말라

    지난해 봄 우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에나 등장할 법한 대참사를 두 눈 멀겋게 뜨고 바라만 봐야 했다. 다시 되뇌기도 두려운 세월호 비극이다. 304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새로워지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속절없이 당한 비극이기에 우리의 상처는 더욱 크고 아쉬움 또한 더욱 깊은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우리가 내놓은 선후책(善後策)이란 정말 지질하기 짝이 없다. 전 국민적인 비극 앞에서 패가 갈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구 규모와 예산, 구성 면면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위의 정원은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120명보다 30명이 적은 90명이다. ‘국’이 ‘과’로 격하되는 등 조직 또한 크게 축소됐다. 우리는 단순히 정원이 줄어들고 조직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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