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지옥철’ 9호선 해법으로 무상버스 투입한 서울시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구간이 개통된 후 첫 출근길인 어제 지하철은 예상대로 승객들로 혼잡을 이뤘다. 하지만 극심한 혼잡 등을 피하고자 한 시민들이 평소보다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안전사고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가진 9호선은 증차 없이 구간만 연장된 상황이기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루 44만명이 이용하는 9호선 일부 구간의 출근길 혼잡도는 240% 정도다. 적정 인원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 시민들이 탄다. 대표적 주택단지인 강서지구와 업무지구인 여의도·강남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구간 연장으로 승객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서울시는 그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화재 등의 사고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자칫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하철의 증차가 ‘해법’인데 1년 6개월이 지나야 증차된다고 하니 그동안 시민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서울시는 증차가 늦어진 데 대해 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늦어졌다는 핑계를 대지만 교통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해 증차 대책을 제
  • [사설] 미·일 新밀월시대, 日 우경화 지원 안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최종 확정됐다. 미국이 제공하는 최고의 예우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6년 시도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새 방위협력지침에도 합의해 경제와 안보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와 안보 협력을 고리로 미·일 간 신(新)밀월시대가 가속화되는 현실은 미국 정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정계 지도자들은 벌써 ‘아베 찬양’에 돌입했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경제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청취하는 기회”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아베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계가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에 치우쳐 아베 총리의 군사대국화와 우경화 행보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나 지난해 10월
  • [사설] 저유가 속의 공공요금 인상 러시

    서울 등 수도권의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의 상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이 분야에 따라 최대 36%까지 인상된다고 한다. 공공서비스의 만성적 적자 타개가 요금 인상의 목표인 만큼 재정 압박을 받는 형편이 비슷한 다른 지자체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가계의 소득 증가가 제로에 가깝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공공요금 인상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또 이번 인상안이 최근 정부가 사교육비· 통신비의 동결과 자동차 부품비의 인하 등으로 지출을 줄여 가계의 실질소득을 사실상 증대하겠다는 대책과도 엇박자를 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안동, 전북 전주, 충북 청주, 경기 의정부 등이 조만간 상하수도 요금을 대폭 인상한다. 안동시는 상하수도 요금의 현실화를 위해 4월부터 하수도와 상수도 요금을 각각 34.6%와 10%를 인상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4월부터 하수도 요금을 36%, 김포시는 올해 30%를 인상한다. 제주도는 5월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9.5%, 27% 인상할 예정이다. 20% 이상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문제다. 서울시는 조만간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물론 광역버스 요금을 200~500원가량 인상하는 안을 검
  • [사설]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인 안심전환대출

    금융 당국이 어제 안심전환대출을 20조원 한도로 추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1차 때 20조원까지 합해 모두 40조원 규모다. 선착순이었던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공급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고 이자와 원리금을 함께 갚아 나가도록 한 것이다. 금리가 연 2.6%대로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가량 낮다. 갈아탈 때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앴다. 파격적인 조건이라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24일 처음 출시된 뒤 불과 나흘 만에 연간 한도 20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정부가 추가 판매에 나선 것도 수요가 여전히 넘쳐나서다. 안심전환대출제도를 내놓은 것은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가계부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1089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연간 이자만 최소 40조원이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로 빚을 내서 집을 얻은 사람들은 이자가 높아지면 못 갚을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적 금융거래에 개입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했다. 2억원을 대출한
  • [사설] AIIB 참여 결정, 앞으로는 ‘뒷북 외교’ 말아야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회원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정부는 반색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의 조야는 대체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를 함께 흘린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곤혹적인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예방 외교’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부터 자문해 보기 바란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이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경제적 실리뿐만 아니라 총체적 국익 차원에서 그렇다. AIIB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아시아 금융 질서에 대항해 만들려는 은행이다. 근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미국이 애당초 한국 등 동맹국들의 참여에 제동을 건 배경이다. 하지만 동맹국이라고 해서 언제든 우리 경제를 책임져 줄 리 있겠는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를 돌아보라. 일본을 필두로 미국과 유럽 우방들이 속속 국내 은행에 빌려줬던 단기차입금을 회수하지 않았나.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외에 AIIB라는 새로운
  • [사설] 구제역 ‘물백신’… 한국형 백신 개발 서둘러야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백신 접종만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해 왔지만 기존에 써 오던 백신은 농민들의 주장처럼 ‘물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백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제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로부터 국내에서 사용 중인 구제역 백신주 ‘오 마니사’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면역학적 상관성이 낮은 수준(0.1~0.3)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면역학적 상관성은 1에 가까울수록 예방 효과가 높다. 0.3 이상은 돼야 구제역 방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존 백신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일부 축산 농가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고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에야 기존 백신에 ‘오(O)3039’ 신형 균주를 추가한 새로운 백신을 수입해 구제역 발생 지역에 우선 접종해 왔다. 신형 O3039는 면역학적 상관성이 0.42~0.73으로 효과가 훨씬 좋다. 농식품부는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축산 농가의 주장이 나오자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며 접종 방식이 잘못됐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물백신’임이 확인된 만큼 할 말이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 [사설] 정부가 손 떼면 천안함 추모 누가 하란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5주년인 그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용사 46명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유럽 순방 일정으로 인해 찾지 못한 지난해를 빼고 2011년 이후 5년째 이어진 행보다. 한데 내년부터는 자칫 대통령의 천안함 추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국가보훈처가 내년부터 가칭 ‘서해 수호의 날’을 정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피격 사건, 제2 연평해전 추모 행사를 한데 묶어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별적인 추모 행사는 볼 수 없게 된다. 대통령은 절대 잊지 않겠노라 했건만 추모 행사조차 변변하게 갖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으로 이들 영령의 희생을 기억하게 될지 답답한 노릇이다. 보훈처는 추모 행사 통합 방침의 근거로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국가 수호와 관련한 개별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추모식을 5주년까지 개최하도록 국방부 훈령 316조에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엇비슷한 추모 행사가 해마다 3~4건씩 되풀이되면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차라리 하나로 묶어 무게감
  • [사설] 공직사회 일탈 막을 사정활동 더 강화해야

    경찰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조직적인 세무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과 세무서 직원 수십명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뇌물을 받은 세무 직원 리스트에는 10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서울 강남에서 성매수를 하다 경찰에 붙잡힌 감사원 공무원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에게서 1인당 40만원짜리 식사를 대접받고 성상납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힘 있는 권력기관들이 어떤 식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 실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세무 비리 사건을 보면 세무서 직원이나 국세청의 조사담당 직원들의 조직적인 비리 실태를 알 수 있다. 세무사가 중간에서 로비스트가 돼 병원 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세무 공무원들에게 뿌린 것이다. 강남의 한 병원만 연루된 사건인데 다른 병원이나 기업들까지 뒤지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쏟아져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정부는 세입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공무원들은 세금을 덜 받도록 해 주고 뇌물을 받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감사원 공무원들의 일탈은 더욱 한심하다. 엄정한 감사를 해서 비리를 캐내야 할 감사원 공무원들이 도리어 성매
  • [사설] 직원은 내쫓고 회장 연봉은 올리는 금융지주사

    30억원 정도나 되는 연봉을 받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어섰다. 수익이 나빠지자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사실상 길거리로 쫓아내면서 자신의 연봉은 올리고 있다. 고통 분담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듯 내 뱃속만 챙기면 된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이런 후안무치(厚顔無恥)도 없다. 주요 금융사의 CEO들은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해 연봉을 깎았다. 하지만 올 주총 시즌을 맞아 ‘억지’로 내렸던 연봉을 1년 만에 슬그머니 경쟁하듯 다시 올리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 9억원과 성과연동주식 17억 4000만원 등 26억 4000만원을 받았다.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0%를 반납했다. 오늘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하나금융은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성과연동 주식 보상은 3년간 경영성과를 평가해 경영진에게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한도를 높이면 전체 연봉도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총에서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였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다시 7만주로 원상복귀하겠다는 것이다. 한동우
  • [사설] 변협이 밝힌 ‘대법관 변호사 도장값’ 3000만원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엊그제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으로 한 번에 3000만원을 챙겼다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사례를 공개했다. 하 회장은 “그는 당시 사건 내용도 모른 채 도장만 찍어 주고 이름을 빌려주는 식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소문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주변에는 그동안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송대리인에 이름을 올리는 도장값 3000만원, 담당 판사나 검사에게 전화 한 통 거는 데 5000만원이니 은퇴한 뒤 곧바로 100억원을 모으지 못하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듯 믿기지 않는 일이 결코 헛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 회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있던 2008년 여름 개업한 동료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한다. 벌써 7년 전이니 “도장 한 번 찍고 3000만원 받은 것도 벌써 옛날”이라는 비아냥도 과장이라고만 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의 잘못된 전관예우 관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 판·검사도 ‘부장’ 자(字)만 붙으면 퇴직하고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챙기는 판국이다. 그러니 대법관 출신이라면 수임료의 단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당사자들
  • [사설] 북, 5·24 조치 해제 원한다면 즉각 대화 응하라

    천안함에 올라 우리 서해를 지키던 46명의 젊은 용사가 산화한 지 오늘로 5년을 맞았다. 비감한 아침이다. 못다 핀 넋들은 물론 천운으로 살아 남았으나 지금도 당시의 충격과 공포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58명의 장병을 생각하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적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돌아보면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앞바다에서 번뜩인 섬광은 천안함만 두 동강 낸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국론까지도 둘로 갈랐다. 일부이긴 하나 지금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이들이 엄존해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천안함 사건에 따른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놓고도 일각에서는 조건 없는 해제를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 당국은 어제 판문점 대표부 이름의 ‘고발장’을 통해 예의 천안함 폭침 날조 주장을 되풀이하며 5·24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당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으로 인해 동북아시아로부터 철수될 위기에 놓인 미군이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자 천안함 사건을 조작했다며 천안함과 미군 잠수함 충돌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그제에도 북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신들은 천안함 사
  • [사설] 야당, 부실 논란 딛고 연금안 대타협 책임져라

    좌고우면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시한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여당과 정부 안에 비해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취지의 야당 안을 발표한 것이다. 현행 7%인 기여율(월급 중 매월 보험료로 내는 비율)을 국민연금 수준인 4.5%에 별도 계정 2.5%+α를 추가하는 식으로 10%까지 높이고 지급률(평균 연봉에서 퇴직 후 수령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행 1.9%에서 1.45~1.70%로 낮추는 방안이다. 전체의 84%로 추산되는 중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고액 연금은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야당 안은 발표 직후부터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체 안을 내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던 야당이 결국 여론에 못 이겨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모호하고 부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야당이 세부 숫자와 구체적인 방법을 빼놓고 개혁안의 윤곽만 공개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비겁하다’는 비난을 쏟아냈고 공무원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도 “야당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전국공무원노조
  • [사설] 공공기관 직무능력 위주 채용 방향은 옳다

    공공기관 채용 관행이 직무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뀔 참이다. 삼성그룹 입사 시험처럼 출신대학 등 이른바 ‘스펙’을 묻지 않는 방식이다. 정부는 그제 이를 위해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 이런 ‘무(無)스펙’ 전형은 일단 우리 사회의 비생산적인 학벌지상주의를 깰 만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다만, 정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직무능력이 또 다른 ‘스펙’이 되는 부작용을 막는 게 관건일 것이다. 직무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채용 방식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의 스펙 쌓기 경쟁은 한국 사회의 고질 그 자체일 게다. 일례로 공공기관의 직무 영역 중 영어가 필요없는 곳도 많을 텐데 입사 기준으로 토익·토플 점수를 일률적으로 요구할 까닭이 뭔가. 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경력, 자격증 등 온갖 종류의 스펙을 채우고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 단순 근로에 실망해 직장을 옮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처럼 허울뿐인 스펙 쌓기에 투자한 시간과 돈만 아까운 게 아니다. 불필요한 스펙 대신 필요한 실질적 직무능력이 있는 인재를 뽑지 못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큰 낭비 요인인 셈이
  • [사설] 경기도의회 ‘꼼수’ 유급보좌관 폐지해야

    경기도의회의 ‘유급보좌관제병(病)’이 또 도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유급보좌관을 도입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한 경기도의회가 이번에 또 ‘꼼수’까지 동원해 ‘변형’ 유급보좌관제를 운영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지원할 수십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 예산도 크게 늘렸다. 그동안 계속 추진하던 유급보좌관제가 무산되자 201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회 역량 제고’라는 명목으로 17억 7000만원을 증액해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유급보좌관제가 2012년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난 것을 모르지 않을진대 지방의회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란 말인가. 거대한 광역 자치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급보좌관을 둬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원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첨병은커녕 지방자치의 뿌리를 아예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이 다 가도록 한 건의 조례도 입안하지 않는, 무늬
  • [사설] 비리에 성희롱까지… 부끄러운 해군

    우리 해군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이 비리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해군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전직 참모총장 두 명이 두 달 새 비리로 잇따라 구속됐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해군의 명예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황기철 전 총장은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의 평가 결과를 위조하라고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STX에서 금품을 받아서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의 최고사령관을 지낸 사람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장비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해군의 부패 고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도 여실히 보여 준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니 통탄할 지경이다. 해군의 한 장성은 2011년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했다. 이 장성은 당시 같은 숙소에 머물던 이 부사관의 방으로 찾아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의 한 중장은 진해 해군기지 골프장에서 캐디들에게 “버디를 하면 노래를 부르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
  • [사설]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는 연금개혁 못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야당과 공무원노조는 비판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직접 이해 당사자의 이익집단인 공무원노조조차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했을 만큼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연금 개혁이 곧 ‘제살 깎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고, 야당이 발목을 잡는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대타협기구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태일 안(案)’이 부상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신규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완하고자 개인 저축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으로 이루어진 기존 체계를 공무원연금, 퇴직금, 저축계정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 [사설] 지역 비하 넘어 왜곡·선동 댓글도 엄벌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감정 조장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이나 발언을 하는 경우 최대 2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그러진 현대 정치사가 만들어 낸 지역감정과 이에 따른 지역 분할 구도는 비단 정치에서뿐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 걸쳐 깊고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념과 세대, 계층으로 갈라지는 대립 구도의 바탕에 지역 갈등이라는 공고한 뿌리가 자리하고 있다고도 할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두 차례의 정권 교체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의 지역 분할 구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대한민국 선거를 관통하는 상수(常數)로 작용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것처럼 선거제도를 바꿔 지역대립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겠으나 사회 저변에 깔린 지역적 편견을 깨지 못하는 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위 자체를 적극적으로 억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올바른 현실 진단과 처방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지금
  • [사설] 천안함 피격 5년…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

    26일로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지 5년이 된다. 백령도에서 해상작전을 수행하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산화했고 이들을 구하려다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천안함 생존 용사들과 유족들의 가슴속 상처와 고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호국보훈협회가 천안함 생존 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및 대면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사건 5년 후에도 여전히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살아가는 게 힘들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꺼리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보내기는커녕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천안함 생존 용사 중 심각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3명을 제외하고는 국가로부터 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생존
  • [사설] 제대로 못할 거면 ‘이달의 스승’ 선정 중단하라

    교육부가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12명 가운데 8명이 친일 의혹이 있는 것으로 그제 드러났다. ‘이달의 스승’은 지난해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지시로 시작된 사업이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기 위해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듯이 매월 ‘이달의 스승’을 선정하겠다는 취지로, 3억 5000여만원의 홍보 예산이 책정됐다. 최규동씨가 첫 ‘이달(3월)의 스승’으로 선정됐는데 그의 친일 행적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부실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최씨는 죽음으로써 일왕의 은혜에 보답하자는 내용의 선동적인 글을 일제 관변 잡지에 썼다. 비난이 커지자 교육부는 소속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민간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에 후보 12명에 대한 검증을 다시 의뢰했다. 그 결과 김교신, 안창호, 주시경, 이시열 선생을 뺀 나머지 8명에게 친일 행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교수 4명, 교사 3명, 교원단체 1명, 퇴직교원 1명 등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했는데 이들은 친일인명사전과 언론 보도만을 토대로 검증을 했다. 선정위원회는 애초 2000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고도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졸속으로 선정했다. 이번 사달의 단초를
  • [사설]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일 3국 관계가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주말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공동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핵무기 개발 반대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재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지난 3년간 한·일은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 등이 겹치면서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점철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나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가에서 이번 회의를 ‘새로운 디딤돌이자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안에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3국 관계 복원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상회의 성사까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다.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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