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되레 귀 닫게 만드는 민노총의 불법 점거 시위

    그제 저녁 민노총 건설노조 소속 1만 2000여명이 서울 마포대교를 불법 점거했다. 퇴근 시간이어서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1시간여를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시위대와 이를 막아선 경찰의 몸싸움, 길을 터달라고 항의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이 됐다. 다리 주변만 교통이 마비된 게 아니었다. 도로가 이어진 시내까지 여파가 크게 미쳐 퇴근길 시민들이 발을 굴렀다. 건설노조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건설노동자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를 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마포대교로 향해서는 왕복 10차로 다리를 통째로 점거하고 갑자기 연좌농성을 벌였던 것이다. 민노총이 요구하는 건설노동자법 개정안의 핵심은 퇴직공제부금 인상이다. 퇴직공제부금은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으로, 사업주가 근로일수만큼 납부하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공제회에서 받을 수 있다. 이 돈이 2008년부터 하루 4000원으로 동결됐다. 그러니 지급액을 높이고 적용 대상도 확대하라는 것이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이다. 건설노조원들로서는 절실한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있어 개정안이 논의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면 조율할 여지는 분명히 있는 셈이다. 시민 원성이
  • [사설] ‘안정적 관리’로는 북핵 시계 멈출 수 없다

    75일의 침묵을 깨고 북한이 어제 새벽 장거리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북이 화성 15형으로 명명한 어제 미사일은 평양 인근에서 발사돼 무려 4500㎞ 상공의 우주로 치솟았다. 사정거리가 1만~1만 3000㎞에 이르는 역대 최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평양에서 워싱턴의 거리가 1만 1000km이니, 이제 동부 지역을 포함한 미국 전역이 북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북의 이번 ICBM 발사가 지닌 의미는 간명하다. 북은 채찍이든 당근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핵전력 완성을 향해 정해진 계획과 수순대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차례에 걸쳐 핵·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북이 60일 넘게 추가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이런저런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으나 이는 순진한 낙관에 불과했다. 강도 높게 이어져 온 한·미 연합전력의 막강한 무력시위에 잠시 숨을 고른 것일 수는 있으나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거들떠보지 않고 있음을 어제 미사일은 말해준다. 그 사이 전개된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북핵 대응에
  • [사설] 김 대법원장, ‘사법부 공격’ 의연히 대응해야

    문재인 정권에서는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지기를 기대했던 것의 하나가 사법부 공격이다. 불행하게도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법원에 침을 뱉는 후진적 언행들이 사라지기는커녕 다시 기승을 부린다. 적폐 수사를 받다가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준 판단은 무죄 추정 원칙을 지향해야 하는 법원으로선 합리적 결정이었다.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게다가 추미애 대표까지 가세해 “사법부 불신” 운운하며 법원을 한바탕 흔들었다. 심지어는 석방 결정을 내린 판사를 적폐로 규정하고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는 발언도 나왔다. 상식 이하이며 도를 넘어선 일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법 개혁의 중임을 수행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역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 일이 생길 때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 의견을 밝히고 경계하며 후배 법관들을 독려해왔다. 전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그랬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나 기각 등 법원의 판단을 두고 정치적 이해가 다른 단체·개인이 비난
  • [사설] 혁신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규제개혁 매진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지난달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선언적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혁신성장 정책들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읽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내놓는 정책들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혁신이 이뤄지도록 하는 풍토 조성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네 바퀴 성장 축’ 가운데 일자리 성장,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등 분배에 더 방점을 둔 게 사실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정부가 ‘급한 불 끄기’ 차원에서 강조하고 나선 것이 혁신성장이기에 과거 정부의 ‘창조경제’와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빨리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 혁신성장의 열차에 오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기술 변화에 맞춰 혁신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신혁신 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초스마트화 전략 등 구호는 다르지만 본질은 모두 혁신성장에 있다. 이런 세계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만 낙오될 게 뻔하다
  • [사설] 서민이 정말 원하는 집 공급해야 실패 없을 것

    문재인 정부가 5년간 펼칠 주거정책의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이 베일을 벗었다. 당정은 공적 임대 85만 가구와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의 서민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는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 공공지원 주택 12만 가구, 대학생 기숙사 5만 가구 등 30만 가구를 공급한다. 새 임대주택 정책 방향과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제 도입 등에 따른 후속 대책은 오늘 발표한다. 서민주택 100만 가구 공급은 취지야 십분 이해하나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재원 마련부터 그렇다. 5년간 100만 가구 서민주택 건설에는 매년 23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이 들어간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연간 주택도시기금 5조원씩 들어가는 것과 별개다. 만에 하나 주택 경기 급랭 등으로 거래량이 확 줄거나 주택통장 대규모 인출 사태가 오면 주택기금이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부지 매입도 녹록하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 분당 신도시의 10배에 가까운 땅이 서울 인근에 필요하다.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지었다가 실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결국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푸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서울 허파’인 그린벨트 풀어 또
  • [사설] 조세정의 퇴색시킨 반쪽짜리 종교인 과세

    정부가 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그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종교활동비’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인 회계를 따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 종교인 회계는 조사할 수 있지만 종교단체 회계는 조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은 그동안 과세 방침을 줄기차게 반대해 온 보수 개신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것이다. 종교활동비는 교단이나 종교단체가 규약으로 정하거나 의결기구에서 승인만 하면 전액 비과세 대상이 된다. 실제 지출한 비용에 대한 증빙 요구도 필요 없는, 일종의 특수활동비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종교단체가 소득으로 과세되는 월급 대신 종교활동비를 늘리는 변칙을 쓴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종교단체 회계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는 일부 대형교회 등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 탄압을 내세워 강력하게 주장해 온 내용이다.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일반 국민의 감정으로 볼 때 종교인에 대한 특혜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더구나 정부가 마련한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종교인은 비슷한 소득의 일반
  • [사설] OECD 2위 성장률, 가계에서도 체감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가 3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 성장률이 집계된 22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1.4%)는 1.5%를 기록한 라트비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0년대 들어 지속된 저성장의 기조를 깨고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의 추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2년 이후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려도 많다. 3분기 고도성장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 때문에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경기 회복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은 더욱 걱정스럽다. 대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국민 전체의 소득을 늘리는 ‘분수효과’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0대 기업 매출액은 781조 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1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2.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는 총 367만 8000개로 전년의 371만 9000개보다 4만 1000개 줄었다. 대기
  • [사설] ‘낙태죄 사회적 논의’ 생각해 볼 때다

    청와대가 해묵은 논쟁거리인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공론화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이미 23만명이 ‘낙태죄 폐지’에 서명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불법시술 양상과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원정 시술 따위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이 언급한 자료와 사례를 들여다보면 청와대 의중이 낙태죄 폐지나 대폭 완화 쪽에 기울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낙태죄 폐지에 명시적으로 찬성은 안 했지만 현행법은 손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관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도 낙태에 관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낙태죄는 ‘임신한 부녀가 약물을 쓰거나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 낙태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2
  • [사설] 재판 거부가 정치투쟁이라 착각하는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42일 만에 재개된 어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건강상의 이유’가 재판 불출석 사유였다. 서울구치소도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이 있으며, 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인치는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거동할 수 없는 정도로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늘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의사가 확고하고 구치소 측도 강제 인치가 어렵다고 한 만큼 오늘도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는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지난 10월 16일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면서 재판 거부의 뜻을 밝혔고, 동시에 7명의 법률대리인도 사임했다. 재판이라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으로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재판 거부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허황한 ‘정치보복’에 맞서는 정치투쟁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제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재판 거부에 호응이라도 하듯 “궐
  • [사설] 국정원 정치개입 금지 법제화 필요성 크다

    민간인 사찰과 댓글 사태 등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 개입 금지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권들이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 금지를 수차례 약속하고 다짐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치를 통해 과거의 관행과 단절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행 국정원법 9조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처럼 정치활동 금지가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역대 정권들은 국가 안보 등의 다양한 구실을 붙여 가며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이런 일탈행위들이 쌓여 급기야 민주주의의 근본을 허무는 선거 개입까지 이어진 측면이 크다. 국정원법 개정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큰 원칙은 국정원이 할 수 없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 당시 밝힌 것처럼 국내 정치나 공공기관, 사회단체, 언론사, 기업 등에 대한 동향 파악을 금지하거나 국정원 정치 댓글 사건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특정 정당·이념을 위한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거나 관제 집회 사주나 유도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적시해야
  • [사설] 재난 악순환 막을 ‘사회적 참사법’에 거는 기대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사회적 참사법’으로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을 재규명할 수 있게 됐다. 두 사안 모두 국민 관심 속에 진상 조사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은 부분이 남았다.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법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 법안의 통과로 당장 세월호 2기 특조위가 출범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사실상 강제 종료된 1기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이을 수 있는 것이다. 법안은 대형 참사에 대한 특별조사에 들어가고서도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지리멸렬하게 시간만 끄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법 공포 후 30일 안에 대통령이 특조위 위원을 임명하되 만약 선임 절차가 늦어지더라도 9명 중 6명만으로도 활동을 개시할 수 있게 했다. 활동 기간도 ‘1년 조사 후 1년 연장’으로 현행 6개월 연장보다 더 늘렸다. 특조위는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 수사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진상 규명에 필요한 자료 제출 명령, 청문회, 고발, 감사원 감사 요구도 가능해졌다. 무기력했던 이전의 특조위에 비하면 권한이 대폭 커진 셈이다. 사회적 참사법에는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
  • [사설] 국회는 ‘쪽지예산’이 불법적 세금 절도임을 알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오늘부터 정부 새해 예산안 증액 심사를 시작한다. 매년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쪽지예산’의 계절이 도래한 셈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슬그머니 끼워 넣는 각 지역구 현안 사업 예산을 일컫는 이 쪽지예산은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 예산안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20%나 삭감된 반면 내년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개발 사업에 여야가 더 공을 들여야 하는 형편이니 이런 쪽지예산이 우후죽순이 될 토양은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다. 실체도 없는 ‘영남 홀대론’이니 ‘호남 홀대론’이니 하는 예산 타령이 벌써 기승을 부리는 걸 보면 여야 의원들의 쪽지예산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심을 겨냥한 여야의 선심 예산 전쟁은 사실 앞서 진행된 국회 상임위별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가시화됐다. 국회 국토교통위가 17조 7000억원의 정부 SOC 예산을 20조 838억원으로 2조 3679억원 늘려 놓은 것이다. 철도 건설 5594억원, 도로 건설 4984억원 등으로 향후 예결위 차원의 조정을 거치면서 줄어들긴 하겠으나 지난해 4000억원 증액에 그친 것과 비교한다
  • [사설] 경총 부회장의 쓴소리와 靑의 경총 ‘패싱’

    정부의 최저임금제에 재계가 입술이 바짝 마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 부회장은 그제 또 쓴소리를 했다. 김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하지 않고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올리면 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들으라고 작심한 발언이다. 재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리 있는 말이다. 최저임금제는 첫째도 둘째도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이대로 최저임금이 올랐다가는 전체 임금 상승폭이 너무 커져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어진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현행 최저임금에는 정기 상여금과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와 연장근로수당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계산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 미달자로 분류되는 황당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 걱정은 사실상 현실에서 체감되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절박한 생계형 일자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제 국회를 다급하게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산입 범위 조정과 관련한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
  • [사설] 도 넘은 중국의 안보 주권 침해

    지난 ‘10·31 합의’로 일단락된 듯하던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달 중국 방문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행동’ 운운하며 우리에게 상식 밖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 자리에서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왕 부장은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는 고사성어까지 들먹이며 강 장관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의 계기가 된 우리 측의 ‘3불’(不), 즉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 천명에 만족하지 않고 사드에 대한 실질적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가 조치’로 사드 운용 시간 제한, 사드 앞 차단벽 설치, 중국 조사단의 성주 사드 기지 방문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사드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
  • [사설] 방통위의 구글 ‘위치정보수집’ 조사를 주목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구글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또 개인정보 관리 부실 문제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 강화에 나섰다. 방통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구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어렵게 구글에 칼을 꺼낸 든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봤다는 뜻일 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구글은 올 들어 11개월간 사용자 동의 없이 스마트폰과 통신기지국이 주고받은 정보를 이용해 개인 위치정보를 알아냈다. 우선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면 사용자가 위치 서비스를 해제했거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유심칩(USIM)을 빼도 위치정보가 모두 빠져나간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70%, 국내는 90% 이상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쓴다고 보면 모든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를 도둑질 맞는 셈이다. 2010년 구글은 지도상의 ‘스트리트뷰’ 기능을 위해 자동차로 세계 각국의 거리를 촬영하며 사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한 바 있다. 구
  • [사설] 대법원장 권한 내려놓기 ‘사법 정치화’ 벗어나기 돼야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대법원장이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고법 부장 승진제는 판사들의 ‘코드 재판’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판사들이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사심 없이 재판할 수 있는 토양이 비로소 갖춰지는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사법부 민주화를 가로막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자신이 사법부 개혁의 특명을 띠고 발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저것 따지기 앞서 고법 부장 승진제가 없어지면 일선 판사들은 무엇보다 윗선의 눈치를 살피는 재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고법과 지법 인사를 아예 분리하는 법관 인사 이원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법률과 양심에 따른 소신 재판은 사법부 존재 의미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단은 법원의 역사를 새롭게 쓸 만한 혁신이나 다름없다. 법원 관료화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핵심 요인이 재판에 작용하는 상명하복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법 부장은 행정부 직급상 차관급의 예우를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의 절반 가까
  • [사설] 세월호 유해 수습 은폐 책임 엄중히 물어라

    3년 7개월의 고통스러운 기다림에도 유해를 찾지 못해 결국 유품만 놓고 장례를 치른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유골 수습 현장에서 뼛조각이 새로 발견됐으나 해양수산부 고위 간부들이 이 사실을 즉각 가족 등에게 알리지 않아 결국 ‘유품 장례’를 예정대로 치르게 한 것이다. 이미 재가 되고도 남았을 유족들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안긴 셈이다. 어제 해양수산부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17일 선체에서 수거된 반출물을 세척하다 사람 것으로 추정되는 손목뼈 1점을 찾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목포신항을 떠난다고 밝히고 18일 장례식을 준비하던 때였다. 현장수습본부는 그러나 뼛조각 발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도 사흘이 지난 20일에야 뼛조각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 이로 인해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은 관련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21일 예정대로 발인까지 마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본부장 등은 새로 발견된 뼛조각이 미수습자 5명의 것이 아니라 이미 유
  • [사설] 평창올림픽 기간 휴전 유엔결의 이행 의무 있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유엔 휴전 결의를 적극 현실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엔 총회는 지난 13일 우리 정부 주도로 제출한 ‘올림픽의 이상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이란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북한을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올림픽 휴전 결의안은 세계평화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1993년부터 개최국이 제출하고 유엔 총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올림픽 기간에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자 선언으로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우리 정부 주도로 이뤄진 만큼 작금의 한반도 위기를 경감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엔 결의를 현실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청와대 내부에서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 군 당국 간에 이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훈련 기간이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올림픽 자체가 정치와 인종, 이념을 떠나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잔치인 만큼 북한 참가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우리
  • [사설] JSA 귀순 영상 공개, 대응에 큰 잘못은 없었다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북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는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어제 발표하고,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귀순 병사가 몰던 차량이 배수로 턱에 걸려 멈추고, 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뛰어오는 귀순 병사에게 북한군이 총을 쏘며 뒤쫓는 모습이 담겨 있다.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공동경비구역 북쪽으로 되돌아가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유엔사의 공식 발표가 아니더라도 너무나 분명한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가뜩이나 긴장 상태에 휩싸여 있는 한반도다. 예기치 못한 국지적 분쟁이 대규모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유엔사가 조사 내용을 북한군에 통보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회의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유엔사의 조사 결과와 영상에 더욱 이목이 쏠린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귀순 당시 북한군이 우리 지역으로 40발 남짓한 총탄을 난사했는데도 한국군 경비대대가 응사하지 않은 것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유엔군은 귀순 병사가 운전
  • [사설] 더 큰 수출 타격 떠안긴 ‘세탁기 관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 수출량에 대해 첫해 50%의 높은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동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산 세탁기로서는 최악의 상태는 피했지만 더 큰 한국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해진 셈이다. ITC는 120만대를 초과하는 한국산 세탁기 수출 물량에 대해 첫해 50%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45%와 40% 등 3년간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놓았다. 월풀은 통상 수출 물량의 절반을 관세로 물리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첫해는 50%, 둘째 해는 45%, 셋째 해는 40%를 내는 방식을 택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는 낮은 관세를 매기지만,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문제는 이번에 관세를 물리면서 일률적인 방식으로 관세를 올리는 대신 TRQ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권고안은 월풀과 삼성·LG전자의 요구를 요구를 절충한 것이기는 하나 사실상 무관세인 현재 대미 상황과 연관지어 보면 앞으로 한국에 물리적 피해가 더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45%짜리와 40%짜리에는 비싼 관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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