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 거부가 정치투쟁이라 착각하는 박근혜

[사설] 재판 거부가 정치투쟁이라 착각하는 박근혜

입력 2017-11-27 23:08
수정 2017-11-2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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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42일 만에 재개된 어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건강상의 이유’가 재판 불출석 사유였다. 서울구치소도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이 있으며, 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인치는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거동할 수 없는 정도로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늘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의사가 확고하고 구치소 측도 강제 인치가 어렵다고 한 만큼 오늘도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는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지난 10월 16일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면서 재판 거부의 뜻을 밝혔고, 동시에 7명의 법률대리인도 사임했다. 재판이라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으로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재판 거부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허황한 ‘정치보복’에 맞서는 정치투쟁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제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재판 거부에 호응이라도 하듯 “궐석재판을 강행하면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자의적 재판이 될 것”이라며 무죄 석방할 것을 주장했다.

거듭 밝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재판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국정을 뒤흔들어 놓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독재 정권 시대의 민주화 투사인 양 옥중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동정은커녕 반감만 살 뿐이다. 행여 정치보복으로 생각한다면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한 법정 출석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면 될 것이다. 그것이 국민들의 바람이고, 사상 유례없이 탄핵된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이 재판마저 거부했다는 오욕의 기록을 남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은 6개월이 만료된 뒤 이례적으로 재연장된 상태다. 재판부는 이쯤 된 만큼 궐석재판을 해서라도 1심 재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궐석재판을 유도해 국정 농단 재판의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박 전 대통령의 의도를 용납해선 안 된다.
2017-1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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