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1심서 유죄받은 최강욱, 국회 법사위원은 사퇴해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그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소속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0월 실제 인턴으로 활동하지 않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 아들은 이 확인서를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모두 합격했다. 최 대표는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으로 활동해 확인서를 써줬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고의로 입학 담당자들이 조씨의 경력을 착각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인턴확인서가 조씨의 입학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방해의 고의성을 인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의 폭주를 견제할 기관으로 법원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생각하게 한다”면서 “즉시 항소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심 판단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
  • [사설] ‘합헌 결정’ 공수처, 공직비리 척결 속도 내야

    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공수처는 초헌법적 기구’라는 지적에 대해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헌법상 부합한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19년 2월 공수처법이 삼권분립을 의미하는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검사의 헌법상 영장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법 전체 조항 위헌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근 2년여의 심리 끝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 출범의 마지막 장애물로 우려됐던 위헌 논란마저 정리된 만큼 이제 공수처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은 모두 거둬들이고 공수처 조직의 조속한 안착과 공직비리 척결에 힘을 쏟아야만 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거듭 약속한 대로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이라는 신념을 공수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반드시 지켜 내야만 할 것이다. 무거운 사명감을 갖고 조속히 조직 구성과 안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김 처장은 어제 판사 출신이자 대한변협 부회장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를
  • [사설] ‘물갈이’했다던 정치권서 터져 나온 초선의원의 막말정치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대 한 발언이 여당은 물론 야당, 여론 등의 비판을 받자 어제 사과했다. 조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 의원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권적 지원을 받았다며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라면서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고, 고 의원은 그제 조 의원을 모욕죄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21대 국회는 전체 의원의 절반 이상인 151명이 초선의원이다. 정치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염원에 부응해 공천돼 21대 국회에 진출한 초선의원들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높았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에서 다선 의원들을 솎아 내고 초선으로 물갈이하는 공천 개혁에 역점을 뒀다. 21대 총선에서도 예외 없이 막말 정치인들이 낙천 또는 낙선됐다. 큰 폭의 정치권 물갈이가 진행된 만큼 정쟁과 막말, 몸싸움이 발생하는 국회의 분위기가 대폭 바뀔 것으로 국민은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개원하니 초선의원 일부는 부패 등에 연
  • [사설] 초등 저학년 등교 확대, 교사 우선 백신접종 고려해야

    정부가 어제 유아와 초등 1, 2학년은 거리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해 올해 매일 등교하도록 하는 학사 일정을 발표했다. 해당 학년들은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신체 능력과 사회성 발달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코로나19 감염 경로가 교내보다는 학교 밖과 가정에서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나왔기에 가능한 조치다. 더불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보건교사나 돌봄교실에서 긴 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교직원들이 교육 종사자 중에서도 우선 백신접종을 받을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그제 “교육 종사자를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 당국이 어제 발표한 백신접종 계획 1순위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를 선택하고 3월까지 요양병원·노인의료복지시설에 대해 접종한 뒤 6월까지 65세 이상, 의료기관·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에게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종사자들은 올 하반기나 돼서야 백신을 접종한다. 그러나 이는 저학년 등교를 확대한 상황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학교 내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학생의 감염은 가족과
  • [사설] 들불처럼 번지는 러시아 민주주의 시위, 지지한다

    러시아에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독일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한 그는 푸틴 정부의 탄압이 예상됐음에도 지난 17일 러시아로 귀국해 체포됐다. 지금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과거의 반(反)정부 시위와 양상이 다르다. 지난 23일 주말 시위에는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최대 30만명이 참가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반정부 활동이 드문 세바스토폴, 케메로보 등과 영하 50도 혹한의 시베리아 야쿠츠크 시민들까지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특히 시위 참가자의 40% 이상이 첫 참여자이며 중산층 다수가 포함된 점도 심상치 않다. 시위자들은 “러시아는 나의 집, 나는 두렵지 않다”고 외쳤다. 경찰은 무력 진압에 나서 3000명 이상을 연행했으나 시위대는 이번 주말인 30~3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푸틴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나발니 구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호세프 보렐 유
  • [사설] 인공 임신중단, 의료보험 적용 법제화 서둘러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 임신중단이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보험급여 적용을 반대하는 의견을 대한의사협회에 최근 제출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약물이나 수술에 의한 임신중단 처치의 의보 적용을 반대하는 비슷한 사례로 내세운 게 미용성형 수술이다. 미용성형이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이지만 건강보험법상의 목적에 맞지 않아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인공 임신중단을 미용성형과 동일하다고 보는 산부인과의사회의 시각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낙태죄를 위헌이라 본 헌법재판소 결정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보험수가 논의 없이 현행 수가를 적용하면 시술 의원이 줄어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주장했는데, 합리적인 적정 수가 보장을 요구하면 될 일을 국민 피해 운운하며 의료보험 적용 반대로 의견을 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게 2018년 4월이다. 유예기간인 2020년 12월까지 인공 임신중단을 합법화 영역에서 정착시켜야 할 정부와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정
  • [사설] ‘손실보상’ 형평성 논란, 꼼꼼 지원으로 최소화해야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자영업자 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제1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100조원을 확보해 코로나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손실보상’에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을 만하다. 정부·여당은 영업권을 침해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손실보상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돼지열병 등에 노출된 농가가 살처분 등을 하면 정부가 농가의 피해를 일정한 수준 보상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방역에 협력한 자영업자 등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 또 일본 정부 등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가게문을 닫는 음식점 등에 매출액에 해당하는 충분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라고 하기에도 어렵다. 천문학적 재원이 수반될 ‘손실보상제’는 과감한 지원 정책인 만큼 손실보상의 조기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법제화하는 만큼 보상의 대상과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 집합금지 업종이나 영업제한 업종뿐만 아니라 일반 업종도 포함할지 여부나 보상액의 수준 등도 검토돼야
  • [사설] ‘김학의 불법출금’ 제보자 고발해선 안 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2019년 3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고 제보한 자에 대해 법무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향응과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가 신고자로 추정되는데 기밀에 해당하는 수사 자료를 유출했다고 보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신고자는 공익제보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발 조치는 곤란하다. 신고 당사자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자 보호 조치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어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신고자 보호 조치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제보의 공익성이 인정되면 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되더라도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어 보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신고 당사자를 고발한다면 이는 공익 제보 활성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공익 제보는 의도보다 공익 제보의 내용이 해당 사회에 유익한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최서원(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범죄행위를 폭로한 고영태·노승
  • [사설] 국가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인정, 2차 가해 당장 멈춰라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면서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피해자는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영역의 노무까지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경찰·검찰의 잇단 판단 유보로 피의사실은 없고, 피해자만 존재할 뻔했다. 인권전담 국가기관이 피해 조사 착수 5개월여 만에서야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제도개선 권고에서 박 전 시장의 측근들에 대한 징계 권고는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인권위의 결정에 앞서 지난 14일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의 판단이 더 보수적으로 보이는 점은 아쉽다. 법원과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을 인정한 만큼 피해자의 상처를
  • [사설] 22년 만의 역성장, 손실보전제 등으로 내수 회복 힘써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던 지난해 한국 경제가 22년 만에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0%(전년 대비)로 집계됐다고 어제 발표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 소비가 5.0%, 설비투자는 6.8% 증가했으나 민간소비와 수출은 각각 5.0%와 2.5% 감소했다. 민간소비 감소폭 또한 1998년(-11.9%) 이후 가장 크다.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민간 부문이 성장률을 2.0% 포인트 끌어내렸는데 정부가 재정을 풀어 1.0% 포인트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역성장의 폭이 적어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지난해 경제의 역성장 폭이 다른 주요국보다 적은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4분기의 성적표를 고려하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를 분기별로 나눠 보면 경제성장률이 1분기 -1.3%(전기 대비), 2분기 -3.2%로 뒷걸음치다가 3분기 2.1%로 반등했으나 4분기 1.1%로 반등세가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수출이 선방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민간소비가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2.5단계의 거리두기가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
  • [사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종교단체발 집단감염

    종교단체 소속 비인가 시설인 대전 IEM국제학교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25일 현재 127명이나 생겼다. 16~18세 청소년을 선발해 기독교 신앙과 중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이 학교의 학생 120명은 지난 4일부터 15일 사이에 대전 중구 대흥동 IM선교회 건물 기숙사에 입소했는데, 한 방에서 최대 20명까지 함께 생활을 하고 샤워실과 화장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했으며, 식당에는 칸막이조차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남 출신 학생 1명이 처음으로 지난 12일 감염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학교 측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지 않고 기숙사 격리 조치만 했다. 결국 전남 순천과 경북 포항 집에 갔던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뒤늦게 무더기 감염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온 나라가 1년 넘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와중에 이 학교가 이처럼 ‘밀집·밀폐·밀접’ 등 최악의 3밀 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집단생활을 강행했다니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 지난 연말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학생들도 등교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영업금지로 생계난에 처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밀폐된 장소에 몰아넣고 방역
  • [사설] 법무차관 관련 폭행사건, 윗선 개입 여부 밝혀내야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은 어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과 관련된 영상물에 대해 “국민들께 상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전날 언론 등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고 담당 수사관이 택시기사에게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사과였다. 최 국장이 지난해 12월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은 없다”고 했던 점에서 경찰이 애초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게 아닌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진상조사단을 편성하고 담당 수사관을 대기 발령했다. 경찰이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단을 꾸렸지만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조차 감추려 했던 경찰이 과연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사건 해결의 핵심이 될 블랙박스 영상도 재수사를 맡은 검찰이 복원한 데다 영상의 존재 여부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더군다나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윗선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긋는 것도 석연치 않다. 경찰 조직 특성상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이 차관이 관련된 사건을 경찰청 등 상부에 보고도 없이 종결 처리했다고 경찰이 주장하지만 쉽게 납
  • [사설] 충격적인 성추행 당사자로 직위해제된 정의당 대표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어제 전격 직위해제됐다. 주요 정당의 당대표가 성 비위로 징계 절차를 밟는 일도, 성추행 피해자가 현역 여성 의원인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에 이어 진보정치를 표방한 정의당 당대표까지 성추문에 휩싸인 탓에 진보진영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가진 뒤 나오는 길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도 여러 차례 당내 조사 과정에서, 그리고 또 어제 발표한 입장문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죄했다. 박 전 시장 등의 성추행 이슈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 온 진보정당에서, 그것도 당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이미 징계 절차에 돌입한 만큼 정의당은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면서 단호하게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이번 사안을 엄정 처리해야만 한다. 피해 사실을 당내에서 공론화한 장 의원의 용기,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김 전 대표의 자세,
  • [사설] 한국, ‘기후변화 4대 악당’이란 질타 새겨 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실천의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유보했다. 이윤추구가 우선인 기업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출범했지만 전담 인력과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다. 게다가 석탄발전소를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데 국책은행들이 동원되는 등 국제사회에 엇갈린 신호를 내고 있어 문제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첫 번째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꼴찌에서 두 번째에 머무르고 있다. 오죽하면 영국의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은 한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기후변화 전문지 ‘클라이밋 홈’도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 발전 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2050년 이후에도 진행하게 돼 있고 내연 기관차의 퇴출 시점에 대한 논의 역시 부족하다”고 짚으면서 전반적으로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바람도, 태양광도
  • [사설] ‘코로나 빚더미’ 서민 딛고 성과급 잔치하는 시중은행들

    시중은행 노사 대부분이 지난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성과급이나 위로금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4개 은행이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통상임금 180∼200% 수준의 성과급·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창구에서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위로와 보답이라지만, 은행 대출을 늘려 가게와 가계를 유지해야 했던 일반인에게는 마음이 편치 않은 소식이다. 그 불편한 심사를 남이 잘되는 것을 보니 배가 아프다는 거냐는 식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의 이익이 났다. 시중은행들은 경영을 잘했다고 주장하겠으나,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생계형 대출이 급증한 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나 ‘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부동산·주식 투자 대출의 수요가 대폭 증가한 것이 핵심적인 이익 증가의 배경은 아닌가 싶다. 이자 장사를 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 대부분이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이들의 고통을 지렛대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코로나의
  • [사설] ‘북핵’ 언급한 바이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라

    미국 백악관은 그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동맹과 긴밀한 협의하에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며 ‘새로운 전략’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새 전략’ 언급은 지난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노선과 기조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대신 실무협상부터 밟아가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대북 접근법을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과 맥을 같이한다. 당초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선순위라는 점을 시사한 점은 다행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점검에 착수한 만큼 한미 간 소통과 이견 조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 외교안보 라인과 바이든 외교팀의 협의를 거쳐 북한과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한반도프로세스의 재가동 필요성을 호소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제 40분간 유선 협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
  • [사설]영업손실 보상 법제화, 제대로 논의하고 만들어라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영업손실 보상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며 손실보상 법제화를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하지 못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이미 국회에는 임대료 등을 지원하거나 매출 손실액 일부를 지원하는 법안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출돼 있어 어떤 형식으로든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영업 손실 보상을 법제화한다는 목표는 세워졌지만 실제 집행에 이르기까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어제 “(영업손실 보상 법제화와 관련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다”고 언급했다. 핵심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이다. 자영업은 업종별, 사업장별로 임대료 등 고정비용은 물론 피해규모가 제각각이라 대상자 선정, 보상액 산정 과정 등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3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형평성 항의가
  • [사설]택배 근로자 과로사 대책 합의, 차질없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21일 1차 합의문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파업을 예고했던 전국택배노조가 파업 계획을 철회해 ‘택배 대란’ 우려가 해소됐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에서 속칭 ‘까대기’라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의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명문화했다. ‘공짜노동’으로 불리는 분류작업은 택배 근로자의 과로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합의문에 따르면 분류작업을 위한 인력 증원을 위해 정부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에 방문취업비자(H-2)를 지닌 동포 외국인력 채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에도 나서야 한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밤 9시 이후 심야배송도 제한하기로 했다. 택배노동자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 이내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심야배송을 막기 위해 배송 예정일로부터 최대 2일 뒤까지는 지연배송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택배 근로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문제들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합의가 차질없이 제대로 실천되느냐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합
  • [사설] ‘마지막 1년‘의 각오, 전 내각이 공유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그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단없는 전진’을 위해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북미·남북대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이제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특별히 상기시킨 것이다. 결승점을 앞둔 마라토너가 전력을 다해 최후의 스퍼트를 내듯이 특별한 각오로 얼마 안남은 임기 내에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주문과 다름없다. 내년 5월9일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하반기부터는 급속하게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뻔하다. 문 대통령이 상기시켰듯 일할 시간은 이제 사실상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현안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외에도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부동산 폭등은 서민들의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코로나19로 더 커진 양극화의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이 둘로
  • [사설] 초등학교 돌봄 기능 확충해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저출산 문제는 획기적인 계획만으로는 쉽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명대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명을 밑돈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는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난해 주민등록상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인구 감소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통계청이 2029년이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9년이나 빠르다. 그제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은지 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은 “돌봄에서 초등학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초등학교를 돌봄 친화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중등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교육재정은 남는 문제가 있어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서 돌봄과 교육의 개혁은 매우 시급하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 중심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중심축의 하나가 초등학교가 돼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초등학생의 돌봄 공백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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