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이재용 영장, 여론몰이식 수사는 경계해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장고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빼들었다. 이 부회장에게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죄)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피의자로 불러 22시간 동안 조사하고서도 나흘간이나 신병 처리를 결정짓지 못했다.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한때 불구속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으나 특검이 정공법을 택한 것은 이 부회장을 풀어 주면 자칫 이번 뇌물수사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을 옭아맬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 듯하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한 특검보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특검의 결정에 대해 재계 등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검이 대통령 뇌물죄 처벌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기업인을 제물로 사용하는 ‘기업 특감’에 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를 쉽게 결정짓지 못한 것은 현 경제 상황과 각계의 우려를 들어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했다는 일종의 명분 쌓기용일 수도 있지만, 뇌물죄 입증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
  • [사설] 재벌개혁, 대선 표심 노린 ‘동네북’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박영수 특검은 비선 실세 최순실 일가에 특혜·대가성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지난주 이 부회장을 22시간이나 조사했다.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를 놓고 특검은 며칠째 고심하고 있다. “조사는 충분히 했다”는 특검이지만 결코 무 베듯 간단히 처리할 수야 없을 사안이다.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구속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론이 어느 쪽이든 특검의 칼날이 이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어떤 수위로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처지다. 삼성은 자신들이 권력의 공갈·협박으로 피해를 본 것이지 뇌물죄의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사실일지라도 세계 무대에서도 간판급인 글로벌 기업이 민간인 국정 농단에 엮여 허우적댄다는 것 자체로 구차스럽다. 이런 지경이니 둘만 모여 앉아도 입에서 절로 나오는 말이 ‘재벌개혁’이다. 권력의 위성 조직을 자임해 정권 눈치나 살피는 재벌의 구태는 누가 봐도 개혁 일순위다. 천번 만번 뜯어고쳐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틀렸다고 말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개혁의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는
  • [사설] 전통시장 잇따른 화재 총체적인 안전 점검을

    전통시장에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시설 및 제도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여전히 취약한 곳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관리를 책임져야 할 정부, 지방자치단체, 상인들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격이다. 전남 여수시 교동 여수수산시장에서 어제 새벽 발생한 화재 사건은 여느 시장의 화재와 닮아 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화재예방을 위한 시설 미비와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재 당시 경보기의 작동 여부를 떠나 불이 난 지 7분쯤 지나 신고됐다. 불은 이미 시장 안의 점포로 번지고 있었다. 결국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120개의 점포 가운데 116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점포 58곳은 잿더미로 변했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전통시장에서의 화재 위험성은 어제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새벽에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의 불은 점포 600여곳을 삼켜 버렸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지금까지 생업을 이어 가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은 정부, 지자체
  • [사설] 최순실에 이어 박 대통령도 헌재에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을 통해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거나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된 사항에 대해 할 말이 있고, 주장하고 싶은 게 있다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소명하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기습적인 간담회를 가진 바 있는데,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과 주장으로 새해 첫날부터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때 박 대통령은 “최순실은 지인일 뿐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라고 하거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완전히 (검찰이) 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라는 구중궁궐 속에 갇혀 진실에 눈을 감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변명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국민들 대다수는 분노와 함께 가소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검찰의 수사나 헌재의 공개 변론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기자를 불러 특검과 헌재와 여론을 압박하는 장외전을 갖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탄핵 반대를 요구하는 친박 집회가 매주 계속되고, 새누
  • [사설] 반기문 ‘정치 교체’ 구체적 청사진 제시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제 귀국했다. 그는 인천공항에 내려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뇌해 왔다”고 말했다. 스스로 밝히지 않았더라도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한 10년 동안 그가 쌓은 경험과 역량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 경륜을 이제부터는 국가 발전에 쏟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해 달라는 것은 당연한 국민적 요구다. 하지만 그를 맞은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직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는 자리에 걸맞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차기 대선에 나설 유력 후보의 정치권 데뷔를 응원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럴수록 성공적인 유엔 사무총장 업무 수행에 대가 없이 성원을 보냈던 국민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기자회견을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말로 시작했다. 추진력을 상실한 채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정치를 혁파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는 순수한 뜻이라면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 [사설] “미국의 적” 트럼프 정권 대북관, 北은 직시하라

    미국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기조로 가닥이 잡혀 간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 신임 외교안보 분야의 책임자들이 대북 강경 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국무·국방장관 지명자 등이 일제히 북핵 문제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도 높은 대북 압박 정책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 노선을 표명하고 있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는 최근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국제 합의 위반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등의 소극적 태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상황 인식은 더욱 엄중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진단하고 대북 선제 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이클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북한을 미국의 4대 당면 위협 중 하나로 지적할 정도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앞세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의 차기 정권이 정면 대응으로 방향을 잡으
  • [사설] 쉬지 못하는 한국인

    우리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삶이 행복하려면 일을 통한 성취감과 함께 즐거운 휴식이 있어야 한다. 질 좋은 휴식은 근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가정, 개개인 모두가 여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발표한 ‘2016년 국민 여가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점점 더 일이 많아지고 바빠지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전국 17개 시·도의 만 15세 이상 남녀 1만 716명은 주중 하루 평균 3.1시간의 여가를 즐긴다고 답했다. 휴일에는 5.0시간의 여가를 가진다고 했다. 이는 2014년 조사 당시의 평균 3.6시간, 5.8시간보다 여가 시간이 무려 30~40분 이상 줄어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휴일의 여가 시간이 10년 전인 2006년보다 30분이나 줄었다. 주 5일 근무제가 실시(2004년 7월)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가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이 우리 국민의 여가활동을 가로막고 있을까.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이 월평균 500만원 이상 되는 가구는 78.2%가 여가 활동에 참여한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 [사설] 의정부 경전철 파산 누가 책임지나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 경전철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은 지자체장이 업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주먹구구식으로 벌인 한탕주의 사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의정부 경전철 측은 이사회를 열고 재적 이사 5명 전원 의결로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2012년 7월 개통한 지 4년여 만에 적자가 2400억원이나 쌓여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이 빚은 대표적 지역 선심성 사업이자 세금 낭비 사례란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정부시 측은 개통 당시 하루 평균 7만 9000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 이용객은 1만여명에 그쳤다. 최근 수도권 환승 할인과 경로 무임승차 등 승객 유인책에 다소 힘입어 하루 평균 3만 5800여명으로 늘긴 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11만 8000여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간 운영 비용이 450억원이 드는데도 실제 수입은 150억원에 불과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의정부시는 파산하더라도 협약에 따라 새 사업자를 선정할 때까지 경전철을 계속 운행해야 한다. 문제는 사업을 졸속으로 벌인 결과가 고스란히 시민 피해로 돌아오
  • [사설] 책임감·목적·위기감 실종된 무력한 공직사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리더십 공백이 메워지기는커녕 커지는 형국이다. 황 권한대행의 “엄정한 근무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지시도 현장에서 확실하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위험 수위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빨라야 다음달 말이나 3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직사회의 혼란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도 위기의식·책임의식·목적의식을 잃었다는 의미에서 ‘삼실(三失)의 시대’라는 표현이 생겨났을 정도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 역시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정상적인 행위에 따른 충격과 허탈감이 만만찮을 것이다. 국정 기조에 맞춰 애써 만들어 실행에 옮긴 정책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 등을 위한 것이었거나 애초 취지와는 달리 변질됐다는 사실에 공무원으로서의 자괴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가 조직의 기초이자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직자의 일탈을 비롯해 조직 간의 불협화음도 심상치 않다. 외교관이 현지에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하
  • [사설] 이재용 소환, 정경유착과 처절한 결별하되 경제 상황 고려해 불구속 수사 검토할 필요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뇌물 공여가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핵심 혐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특혜성 지원을 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가 달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정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 방침을 굳힌 특검은 이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있었던 2015년 7월 25일 이후 최순실씨 모녀에게 지원된 78억원을 뇌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토록 해준 대가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와 관련, 합병 당시 삼성의 경영권 위기를 우려해 합병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합병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최씨 등에 대한 자금 지원 이전에 이뤄졌으며 정당하게 계약을 맺고 진행한 일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특검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로부터 입수한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삼성 측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태블릿PC에는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약 78억원의 지원 경로와 용처가 소상히 담겨 있다. 최씨 모녀가 갖
  • [사설] 반기문 입국으로 막 오른 대선 레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반 전 총장의 입국으로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권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해 온 유력한 대선 예비주자다. 유엔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했던 그는 단 한번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도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는 결코 빼놓지 않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외의 대선 예비후보였다. 그의 입국은 전직 외교관,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아닌 정치의 장으로 진입한 정치인 반기문의 출발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최근 몇 년간의 지지율 조사에서 1, 2위를 기록한 것은 아시아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란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겠지만,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희망과 갈구가 담겨 있는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지지율일 뿐이다. 장내로 들어온 정치 초보 반기문씨 앞에는 그가 대통령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혹한 검증과 함께 숫자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실존하는 지지자로 만들어 가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반 전
  • [사설] 생활 화학제품 유해성 상시 감독하라

    환경부가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의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활 화학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따라 탈취제, 방충제 등 시중의 화학제품 2만 338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18개 회수 품목에는 유한킴벌리, 홈플러스 등의 방향제와 스프레이 세정 제품도 포함됐다. 모두 부엌, 욕실, 차량 등 일상생활 속에서 광범하게 쓰이는 친숙한 제품들이다. 만시지탄이더라도 환경부의 전수조사는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의미 있는 조치다. 전수조사 대상 가운데 위해 우려 제품으로 분류된 제품의 79%에서 살생물질이 발견됐다.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에서 특히 살생물질이 많았다. 이런 유해 제품들을 생활공간에 방치했다니 아찔하다. 살생물질 자체가 당장 인체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살생물질이 일정 수준 이상 함유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국내 시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은 4만 4000여종에 이른다. 해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400여종이 넘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재작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제
  • [사설] 日 정치인 도 넘는 망언 자제해야

    일본 정치인의 연이은 막말식 발언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염치없는 발언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각의(국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과 관련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스와프 따위도 지켜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빌린 돈도 갚지 않는 신용 없는 국가라고 지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가의 존엄을 무시한 모욕적 언사다. 국교를 맺은 이웃 나라에 대해 일국의 정치인이자 각료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재무상을 겸하고 있는 아소 부총리가 통화 스와프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도록 하는 계약으로 상호 외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 간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차관과는 개념이 다름에도 아소 부총리는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몰상식적 발언을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 [사설] 시대착오적인 야권의 개표 부정 주장

    지금 정치권에서는 철 지난 부정선거 논란이 한창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엊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통령선거는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였다”면서 “투표소 수개표로 개표 부정을 방지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데 이 시장의 주장에 호응이라도 하듯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어제 “투표소 수개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시대인데 투개표 부정선거를 논하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이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당히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의 한 사람이다. 송 의원 또한 인천시장을 역임한 4선의 중진이 아닌가. 후진적인 우리 정치문화를 앞장서 개선해야 할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혼란스럽다. 이 시장이 말한 3·15 부정선거란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를 말한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장기집권 체제의 연장을 위해 유권자 조작과 부정 개표를 일삼다 오히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 시장이나 송 의원의 표면적인 문제 제기는 개표에 사용하는 투표지 분류기가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
  • [사설] 청문회 위증 등 35명 고발, 처벌 선례 남겨야

    ‘최순실 청문회’가 끝났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요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위증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상 규명보다는 불신감만 키운 청문회였다. 열릴 때마다 이런 문제로 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리는 청문회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최순실 청문회’는 7차 청문회를 끝으로 그제 막을 내렸다. 청문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최순실씨 모녀와 국정 농단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데다 특검수사까지 맞물려 어느 청문회보다 국민적인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상실감만 더 크게 안겨 줬다.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한 1차를 제외한 2차부터 7차 때까지 상당수 증인이 출석조차 하지 않은 맥빠진 청문회가 계속됐다. 더구나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출석한 증인들조차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해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증인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거나 위증을 해도 고발을 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처벌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제재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 [사설] 中의 방공구역 침범, 정부 대응 너무 소극적이다

    중국의 군용기가 그제 제주 남쪽 이어도 부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차례 침범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어제 밝혔다. 중국 군용기가 들어온 지역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겹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 측에 가해지는 중국의 각종 보복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군사적인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중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보면 대마도 남쪽 대한해협 상공을 통과해 동중국해와 동해 사이를 왕복했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물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KADIZ에 들어온 군용기는 중국군의 훙(轟·H)6 폭격기 6대와 윈(運·Y)8 조기경보기 1대, 윈9 정찰기 1대 등 10여대로 우리 공군도 F15K 전투기 등 10여대를 발진시켜 대응 출격을 했다. 합참이 밝혔다시피 우리 KADIZ로 들어오는 중국 폭격기가 소수였던 과거와는 달리 그제는 무려 6대나 동원한 드문 사례라는 점도 의심을 증폭시킨다. 우리는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이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취해 온 서울안보대화 초청
  • [사설] 中, 언제든 ICBM 쏘겠다는 北 묵과할 텐가

    북한은 그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33번째 생일을 맞아 또다시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곧바로 “우리 동맹을 위협한다면 격추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 탓에 가뜩이나 힘겨운 한국의 외교에 북한까지 끼어든 형국이다. 일본은 어제 부산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한·일 양국의 통화 스와프 협상을 중단하더니 대사와 총영사를 보란 듯이 귀국시켰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결정을 빌미로 일찍이 전방위적인 압박과 보복에 나선 가운데 여론전도 본격화했다. 탄핵 정국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북한이 ICBM과 관련된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이튿날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ICBM 개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북한의 외무성 담화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 [사설] 노사분규 등으로 ‘빅5’서 밀려난 자동차 산업

    우리의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빅5에서 밀려났다. 인도에 이어 6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선 산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마저 국제무대에서 뒷걸음질치는 추세라 국민의 걱정이 또 한 가지 늘어난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어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22만 8536대에 머물렀다. 이는 2015년의 455만 5957대에 비해 7.2%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반해 인도는 역대 최대인 450여대를 생산, 중국·미국·일본·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협회는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 빅5 자동차 생산국에서 밀려난 것은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420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5만 794대 생산을 기록한 이후 줄곧 450만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크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과 내수 부진, 노사 분규에 의한 생산차질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지난해 끝난 데다 국내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약간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 [사설] ‘블랙리스트’ 새 의혹에도 끝내 부인한 조 장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별도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의혹은 특검이 이미 사실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입에 올리기도 께름칙한 이른바 ‘적군리스트’ 의혹이 또 불거졌다. 문명천지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통탄할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말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특검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설령 여당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라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면 적군리스트에 포함됐다. 리스트가 주무 부처인 문체부 공무원들까지 쥐락펴락한 것은 물론이다. 블랙리스트처럼 이 역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건 작업을 총괄했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인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실무를 맡은 의혹이 제기됐다. 모두 사실이라면 현 정권은 정부 비판의 ‘비’ 자만 꺼내도 백방으로 입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비판을 수용해야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며,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는 순리마저 틀어막은 셈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억압 대상이 유연한 사고와 비판 정신이 생명줄인 문화예술인들이다. 이래 놓고 어떻게 문화융성이라고 국정 간판을 걸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 [사설] 여·야·정 협의체 가동, 벼랑끝 민생부터 챙겨야

    여야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참여하는 여·야·정 정책협의체 첫 회의가 어제 국회에서 열렸다. 탄핵정국 이후 외교·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민생을 돌봐야 할 두 축이 서로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고 기대 또한 큰 게 사실이다. 어제 회의에서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국내외 주요 현안들이 거론됐고 이견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는 정부, 정당은 정당대로 각기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처방과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한 차례 만남으로 난제들이 술술 풀릴 리 만무하며, 첫 숟가락에 배부를 리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야·정 협의주체들은 풀기 어려운 정치적인 사안에 매달려 지지고 볶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도전과 시련 앞에 놓여 있다. 중국은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구실로 갈수록 무역 보복을 노골화하며 우리의 국론 분열을 획책하고 있고, 일본은 아베 총리까지 나서 “위안부 소녀상에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국내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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