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쉬지 못하는 한국인

[사설] 쉬지 못하는 한국인

입력 2017-01-13 17:38
수정 2017-01-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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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삶이 행복하려면 일을 통한 성취감과 함께 즐거운 휴식이 있어야 한다. 질 좋은 휴식은 근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가정, 개개인 모두가 여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발표한 ‘2016년 국민 여가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점점 더 일이 많아지고 바빠지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전국 17개 시·도의 만 15세 이상 남녀 1만 716명은 주중 하루 평균 3.1시간의 여가를 즐긴다고 답했다. 휴일에는 5.0시간의 여가를 가진다고 했다. 이는 2014년 조사 당시의 평균 3.6시간, 5.8시간보다 여가 시간이 무려 30~40분 이상 줄어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휴일의 여가 시간이 10년 전인 2006년보다 30분이나 줄었다. 주 5일 근무제가 실시(2004년 7월)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가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이 우리 국민의 여가활동을 가로막고 있을까.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이 월평균 500만원 이상 되는 가구는 78.2%가 여가 활동에 참여한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그 절반 정도인 41.5%만이 여가 활동에 참여했다고 답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일이 많고 힘드니 여가 활동을 즐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기 만무하다. 그저 TV나 인터넷으로 여가를 대신한다는 답변이 60.8%나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21세기 대한민국 국민과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복지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소득 격차와 노동 강도를 줄이는 데 정부와 기업,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골프장, 경륜장, 경마장 등에 부과된 개별소비세 등도 없애거나 대폭 줄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 누구나 편리하게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각종 여가·문화 시설도 늘리고, 지원 정책을 찾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잘 놀고, 푹 쉴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
2017-0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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