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설 앞둔 물가 급등,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라면 등 가공식품값이 훌쩍 뛴 데 이어 설을 앞두고 설상가상으로 밥상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물가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품귀를 빚는 계란은 물론이고 무·양배추·당근 등 농산물 가격마저 예사롭지 않다. 과일과 육류, 어류도 예외가 아니다. 무·양배추·당근의 소매값이 평년의 두 배를 웃돌고 배추는 1년 전보다 96% 이상 올랐다고 한다. 한우·갈치·오징어 가격도 20% 넘게 뛰었다고 하니 주부들이 “봉급 빼고 안 오른 게 없다”고 푸념할 만하다. 연초 밥상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는 지난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차바’의 영향이 클 것이다. 농산물은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평균 기온이 낮아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해수온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도 수산물 가격 상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농축수산물은 공급이 줄면 가격이 바로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시설재배 물량이 풀리는 봄까지 농수산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고, 온난화에 따른 수산물 개체수 감소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사재기 등 유통구조 문제로 인해 서민 물가 상승 폭이
  • [사설] 한일 외교적 긴장, 양국 미래에 도움 안된다

    부산의 평화비(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일본의 도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주한 일본대사 등을 일시 귀국시키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전격 중단하고 양국 고위급 경제 협의도 연기시켰다. 어제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자신들의 보복 조처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한술 더 떠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를 한국 정부가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12·28 합의에 따라 일본의 의무인 10억엔의 기금을 이미 전달했기 때문에 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합의를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일본 정부의 사죄 발언을 해달라는 일본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나 사죄 편지를 보내 달라는 한·일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거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는 양국 외교장관 공동 기자 회견문 형태로 발표된 것이고 아직도 정부 간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문제도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본은 양국 외교장관 사이에 철거한다는 구두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 [사설] 대통령 탄핵, 보수·진보 대결로 몰아선 안 돼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의 법정은 엄중하고 또 엄중해야 한다. 시민들이 생업을 접어가며 방청권을 따내 참관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모두의 비극인 현직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냉철한 법리에 따라 결정되는 과정을 담담히 지켜보려는 민심의 발로다. 그런데 그제 헌재 심판정의 방청석은 야유로 술렁거렸다. 숙연함과 절박감이 교차해야 할 법정에서 재판관조차 헛웃음을 짓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작지 않다. 헌재의 제2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상식을 벗어나는 변론 어법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박한철 헌재 소장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 “신이 헌재를 보호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달라” 등의 황당한 진술을 이어 갔다. 과연 대통령의 탄핵을 막으려 투입된 변호인의 입에서 나올 만한 수준의 말인지부터 의심스럽다. 오죽했으면 탄핵소추위원단이 변호인단의 주장이 박 대통령의 생각과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했겠나.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사실상 이제 시작이다. 탄핵 법정은 어떤 외압에 왜곡돼서도, 억지 논리로 지탄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
  • [사설] ‘보수 재건’ 골든 타임 놓치고 있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한 시한이 어제로 지나갔다. 이정현 전 대표가 지난 2일 사퇴를 한 것 말고는 친박 핵심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예상대로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과 ‘할복’, ‘악성종양’, ‘김정은식 공포정치’,‘죽음을 요구하는 성직자’ 등 이전투구의 설전을 주고받으며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다. 국민 상당수는 국정 농단과 대통령의 탄핵, 2개월간의 국정 공백에 대해 새누리당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권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새누리당이 혼란을 자초한 책임감을 진정으로 느껴 소속 의원 전원이 사퇴하고 당 해체를 선언한다 해도 국민의 속은 후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썩은 집을 뜯어고쳐 보겠다고 영입해 온 인명진 위원장이 당 개혁의 첫걸음으로 제시한 인적 청산에 대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친박 핵심의 치졸한 언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새누리당의 의원 40여명이 인 위원장 등 지도부에게 거취를 맡기는 백지 위임장을 제출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포함돼 있다는데, 당을 살리기 위한 어쩔
  • [사설] 청탁금지법 보완하더라도 근본 취지 훼손 말아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 설날과 맞물려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겪으면서 음식점업과 화훼업종 등 일부 업종의 피해가 한층 커진 데다 설 특수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100일을 갓 넘긴 짧은 기간에 부정부패와 과도한 접대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음에도 서민 경제의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한 게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미뤄봤을 때 설 명절 역시 서민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청렴한 사회의 구현이다. 국민적 공감대 아래 마련된 법안임이 틀림없다. 접대 식사비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이른바 3·5·10 원칙’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식사를 할 때도 법 규정을 따지고 저녁 술자리도 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병원이나 관공서 등의 청탁도 줄었다. 맛 좋고 값싼 음식점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 분명히 세태가 달려졌다. 사회가 변화의 과정에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급 음식점과 화훼·한우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고급 생선의 수요도 격감함에 따라 어민들의 고통도 가중됐다. 법 규정의 빈틈을
  • [사설] 野 의원 ‘사드 방중’, 분열 노린 중국 계략에 말렸다

    어느 나라든 국익과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적 이념·가치를 넘어서는 것이 국가의 안보이고 국가의 이익이다. 그런 점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상황에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7명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인사들을 만나 사드 문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신중치 못한 일이다. 우리 정부의 공식 외교라인을 무시하고 사드에 비판적인 야당을 끌어들여 사드 배치를 막으려는 중국의 ‘통야봉관’(通野封官) 전략에 야당이 말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어제 정치권에서 민주당 의원의 ‘사드 방중’을 놓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굴욕외교로 매국적 행위”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역보복을 풀어 달라는 식으로 부탁해 국가의 안보 문제를 돈과 흥정하는 굴욕외교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의 실패한 외교를 야당이 대신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정부의 무능 외교를 복원하기 위한 의원들의 충정을 매도하지 말라고 했다. 사드를 놓고 국론을 분열시켜 사드 배치를 막겠다는 것이 중국의 노림수다. 정치권의 공방을 보면서 중국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의 ‘사드 방중’은 시기적으로나
  • [사설] 일본에도 추월당한 ‘조선 강국 한국’의 지위

    국내 조선업의 수주잔량이 17년 만에 일본에 뒤처졌다. 수주잔량은 선박을 조립하는 독(dock)에 남아 있는 일감의 비축량이다. 2008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위도 일본에 밀렸다. ‘세계 최고’ 조선 강국이라는 영광도 함께 빛을 잃고 있다. 주된 원인은 극심한 수주 불황이다. 단적인 사례가 2008년 세운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의 높이 105m 크레인 해체다. 일감이 없어 가동이 중단되자 헐값으로 루마니아의 조선소에 넘긴 것이다. 대형 조선소들도 일감이 부족해 독의 가동을 일부 멈추고 있다. 국내 조선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이 최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한국 조선 수주잔량은 1991만 6852CGT(표준 화물선 환산 t수, 473척), 일본은 2006만 4685CGT(835척), 중국은 3064만 493CGT(1675척)다. 확정치가 아닌 추정치이지만 수주잔량이 일본에 추월당하기는 1999년 이후 17년 만이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8년 말에는 한국의 수주잔량이 일본의 두 배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로선 중국을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 없지만 2위를 되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
  • [사설] ‘선거권 18세’ 세계적 추세이나 충분한 공론화를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찬성하고 새누리당이 유보적인 입장인 가운데 개혁보수신당은 하루 만에 찬성에서 백지화로 방향을 틀었다. 정당별로 정치적 셈법에 따라 논의가 다소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국가기관의 판단도 엇갈릴 정도로 녹록지 않은 사안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19세 이상에게만 독자적인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미성년자(19세 미만)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단순히 나이로만 보면 우리 선거연령이 다소 뒤처진 게 사실이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 투표할 권리를 갖는다. 독일과 뉴질랜드, 스위스 일부 주에서도 선거연령이 16세다. 일본도 2015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춰 참의원 선거를 치렀다. ‘18세 선거권’이 비록 세계적 추세이긴 하더라도 우리 학제나 향후 정치 일정을 봤을 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화급하게 결론 내리는
  • [사설] 북핵의 중국 역할 강조한 트럼프 발언 주목한다

    연초부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적대 관계인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 대중 강경 노선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양국 사이의 입씨름도 거칠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동북아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허둥지둥대는 정부의 모습에 우려가 앞선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핵 공세의 수위를 높이자 트럼프 당선자는 즉각 “북한이 미국 땅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를 했다. 한술 더 떠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 중국이 정작 북핵은 돕지 않는다”고 밝히자 중국 언론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는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 역할론을 강화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접근법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도 중국의 ‘하나의 중국’ 문제에 협조할 수 없다는 발언과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외교
  • [사설] 자고 나면 치솟는 생활물가, 서민은 힘들다

    새해 들어 교통비, 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계란 값이 치솟는 등 지난 연말부터 장바구니 물가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영란법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내수 시장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공공요금과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불을 댕겼다. 서울시는 하수도 요금을 올해부터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 2019년까지 매년 10%씩 추가 인상할 계획도 마련했다. 서울시 대부분의 자치구는 20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격을 장당 440원에서 490원으로 올렸다. 인천과 대구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150원씩 인상했다. 이 밖에 부산시와 경기도, 세종시, 제주 등 상당수 지자체도 지하철 요금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은 비록 10~20% 내외의 소폭 인상이라 할지라도 소득이 낮은 계층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의 성격상 아껴 쓰거나 대체재를 사용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요금
  • [사설] 방중 민주 의원단 사드 보복 중단 요구하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방중 의원단에 사드 배치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송 의원 일행의 방중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사대·조공외교’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송 의원 일행도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양국 간 경제적 교류 상황 악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같은 문화적인 문제, 중국 정부의 전세기 취항 불허와 같은 안 좋은 문제들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중국 측에 전하고, 자제를 촉구하려고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국간 난맥상을 푸는 의원외교 차원의 방중이라고 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이 확인된 자리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방중은 중국 측의 태도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음이 사실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수교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최근 우리나라 전세기의 중국 취항을 거부한 중국은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생산한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까지 내렸다. 사드 배치
  • [사설] 헌재, 신속하고 공정하게 탄핵심리 진행하라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첫 공개 변론이 어제 오후 열려 9분 만에 끝났다. 공개 변론은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조기 종료됐지만 역사적인 탄핵 심판의 첫발을 뗀 것이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지 25일 만이다. 헌재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탄핵 심판을 위한 준비절차기일까지 가졌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모두 발언에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심리할 것”이라고 탄핵 심판의 대원칙을 밝혔다. 또 “헌법 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깊이”라며 사건의 의미를 규정했다. 박 소장은 그제 시무식에서도 “공정하고 신속한 결론”을 강조했다. 헌재는 헌법 정신에 따라 최대한 빨리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 정지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차대한 사안임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대리인을 통해 밝혔듯 공개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리인단의 변론만으로도 충분한 만큼 굳이 당사자 출석이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범죄 피의자로 비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판단일 것이다. 2004년 3월 3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 [사설] AI에 닭·오리 키우지 말라는 일차원 정책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휴업보상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AI가 확산할 가능성이 큰 겨울철에는 닭과 오리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런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방역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대책을 구상하고 있을지 딱하다. 하지만 전염병을 감당할 수 없으니 화근이 되는 생명체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휴업보상제는 가축 감염병 대응 방안 가운데서도 극약 처방으로 통한다. 백방으로 손을 써 봐도 묘책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는 정책 방안인 것이다. 당국이 과연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사상 최악의 AI에 어제까지 가금류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역대 최악이었던 2014년의 살처분 기록을 두 배나 뛰어넘었다. 닭보다 사육 규모가 영세한 오리 농가의 피해도 기록적이다. 이런 재앙은 초동 방역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에 급급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얼마나 느슨하게 대처했는지는 정부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정부는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도 한 달 뒤에야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 [사설] 27개월 만에 2순위 총장 임명된 경북대

    경북대 총장 임명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총장 공백 27개월 만에 1순위 총장 후보가 아닌 2순위 후보인 김상동 교수가 그제 총장에 취임하자 1순위이던 김사열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임명권의 잘못된 행사를 문제 삼아 소송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 문제는 특히 문화계에 이어 교육계에서도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학내 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가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들을 국립대 총장 임명에서 배제하기 위해 총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거나 2순위자를 ‘거꾸로 임명’하는 교육 농단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장·차관급 공무원 신분인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직·간선으로 후보 1·2순위 2명을 뽑아 교육부 장관이 한 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진 고유 권한이기에 후보 1·2순위가 최종 뒤바뀐 것 자체를 놓고 비판할 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중앙 부처의 고위직 공무원들도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드러나 후순위 후보가 1순위로 올라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교육 분야의 경우는 다르다. 헌법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아탑마저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
  • [사설] 해외서 체포된 정유라 강제송환 차질 없어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은 덴마크 쪽에 긴급 인도 요청을 통해 정씨를 하루빨리 귀국시키겠다는 움직임이다. 특검 수사가 한창이지만 정씨의 신병 확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씨의 태도에 어떻게든 변화의 조짐이 있을 거라는 점에서 정씨의 소환은 이래저래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최근 정씨는 유럽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국내 송환이나 강제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영주권이 없는 데다 돈세탁 혐의로 현지 수사기관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어 귀국 카드가 외통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씨의 압송을 한시라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 농단의 시발점이자 최대 수혜자가 다름 아닌 그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으로 공정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입시마저 의혹의 뻘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입시 의혹 속에서도 “돈도 실력.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페이스북 글로 또래들을 좌절시킨 맹랑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의 변호인은 한때 그를 두고 “세상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다”고 두둔했다. 이런 발언은 국민
  • [사설] 박 대통령, 헌재·특검에서 숨김 없이 진실 밝히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 간담회가 국민을 분노케 한다. 비밀 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진 지난 1일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물론 세월호 7시간, 미르·K재단 불법 모금 등 제기된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됐는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박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와 의혹을 해명하고 변호할 권리가 있다. 또 억울한 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13개의 헌법·법률 위반은 물론 그동안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조차도 모두 부인했다. 삼성 합병 지원 의혹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특검을 비난했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로 각종 불법에 개입했다는 당사자 진술조차도 부정했다. 심지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공모하거나 봐준 일이 없다”고까지 했다.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는 발언은 통치 행위를 앞세워 불법과 탈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이런 모습은
  • [사설] 차기 대통령의 최고 덕목은 ‘소통과 통합’

    새해 벽두부터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다. 본래는 12월에 치러질 대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서는 상반기 중으로 실시될 가능성도 크다. 여러 언론도 조기 대선을 고려해 연말연시에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쏟아냈다.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역시 가상 대결 지지도에서 누가 1위이고 누가 2위를 차지했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놓쳐서도 잊어서도 안 될 것은 향후 5년간 중차대한 국정을 이끌어 갈 지도자의 덕목이다. 서울신문이 전국의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연말 실시한 여론조사(2017년 1월 2일자 보도)를 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1위로는 ‘소통 및 사회통합 능력’(34.3%)이 꼽혔다. 연합뉴스와 KBS의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41.0%가 ‘민주적 소통 리더십’을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답했다. 소통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농단 사태를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불통(不通)의 반대 개념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각 부처의 장관들과 대면 보고를 기피하는 불통의 자세가 급기야는 탄핵 사유의 하나가 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낳았
  • [사설] 신뢰와 혁신으로 새 대한민국을 열자

    탄핵되면 조기 대선 치를 새해 통합 리더십으로 국민 한뜻 모아 악재 많은 국내외 여건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위해 다같이 나서야 태평성대만 누리는 역사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가난과 전쟁, 풍요와 평화의 시간이 교차했다.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이라는 참극을 겪고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고난도 슬기롭게 극복해 세계 주요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는 국정 농단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역경에 부닥쳤다. 그 어이없는 파문은 지금도 갈 길 바쁜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닭띠 해, 정유년 새해 새 아침에 태양은 어느 때와 똑같이 붉게 타올랐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국정의 선두에 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대통령의 궤도 이탈을 보면서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대통령의 일탈에 대해 국민은 엄동설한에도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힘 모아 저항한 끝에 탄핵 의결을 이끌어 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주권재민의 헌법 정신을 확인했다. 새해 우리 앞에는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대사
  • [사설] 이란서 2조원 공사 수주한 대림산업의 낭보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 가뭄에 허덕이는 가운데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2조 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낸 것은 세밑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이스파한 정유공장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 이후 글로벌 건설사가 수주한 첫 사례라고 한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따낸 역대 최대 규모의 공사이기도 하다. 이번 소식이 단비와 같이 반가운 것은 나라 밖에서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해외 진출의 자신감을 다시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14년(660억 달러)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282억 달러로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이런 중에 나온 대형 공사 수주는 내년 해외건설 시장의 반등신호로 잔뜩 움츠러든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시장 전열을 재정비하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는 대림이 이란에서 40년여간 뚝심으로 쌓아 온 신뢰의 결실이란 점에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대림은 1962년 이란과 수교가 이뤄지자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진출한 뒤 1975년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 토목공사를 처음으로 따냈다. 지금까지 모두 26건 4
  • [사설] 외교 실무자급 보내 사드 여론 분열 나선 중국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은 실무자급 외교관이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아주국 부국장이라는 천하이는 지난 26일 한국을 찾아 30일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한 기간에 국내 유력 정치인과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의 본부를 찾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이 한국민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는 반대 진영의 목소리가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천하이 부국장의 방한은 이 틈을 노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중국이 못마땅하게 여길 수는 있다. 그렇다고 외교관이 상대국에 뛰어들어 ‘사드 반대’ 목소리를 부추기며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중국 외교관이 우리 대기업 관계자를 만난 이유는 너무나도 뻔하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벌써 한류를 경제적으로 억압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 및 대중 공연을 막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활동을 갖가지 방법으로 제약하는 것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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