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역사의 정원사/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봄이 온다. 싹이 움트기 시작한 나의 정원을 바라보다가 체코 작가 차페크를 떠올렸다. 그는 정원사들의 일상을 빌려 인간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불멸의 낙관주의를 노래했다. 정원사의 꿈을 노래한 것이다. 이 장미가 내년에 꽃을 피우면 얼마나 멋질까를 생각하고, 10년 정도 지나면 저 가문비나무의 묘목이 얼마나 무성할까를 기대하는 것. 차페크는 정원사의 이런 마음으로, ‘초록 숲 정원’이 인간의 희망이라 주장했다.
한 사람의 역사가로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역사가 인간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구겨지고 초췌해진 역사라도 그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른바 인간이란 무엇이고 역사란 또 무엇일까. 인간의 특성에 관해서는 진즉부터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마는, 무엇보다도 인간은 ‘역사적 존재’이다. 나의 삶은 내 아버지의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같은 논리로, 그것은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삶이기도 하고, 내 아들의 삶, 아들의 아들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라지고 마는 허무한 것이 아니다. 긍정과 부정, 어떤 의미로든 우리는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의 이러한 힘을 실감한 나머지, 그것을 독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