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기고] 누가 사드를 동북아 패권 무기라 하나/이연수 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관

    [기고] 누가 사드를 동북아 패권 무기라 하나/이연수 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관

    이달초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과 인터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가 최근 사드를 성주군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두고 ‘이는 북한의 핵 공격 대비가 아닌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함정이며, 중국 감시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만’으로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주로 KNO2, 스커드 계열로서 수도권 북방에 인접해 배치돼 있다. 이 지역에서 수도권 공격 시 사거리가 짧고 비행 고도가 30~40㎞ 정도로 낮아 패트리엇으로 대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노동 등 사거리가 1000㎞를 넘는 중거리 미사일은 대전이나 대구 이남 공격 시 높은 고도에서 하강할 때 발생하는 빠른 종말속도로 인해 요격 고도가 40㎞ 이상인 사드로 요격하는 게 최적이다. 이것이 이번 성주 지역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긴요한 수단으로 그린파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어 감시 레이더를 추가로 투입할 필요성은 시급하지 않다.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TM 레이더는 조기경보 자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격통제용 레이더다. 감시용으로 활용할 수 없는 장
  • [기고] 새마을금고 운동을 미얀마의 희망으로/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

    [기고] 새마을금고 운동을 미얀마의 희망으로/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농업 국가로 전체 면적이 남한 면적의 약 7배에 달하며 미얀마인의 70% 이상이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미얀마와 한국의 과거 50년간을 들여다보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1960년대 양 국가 간 인구 차이는 약 10% 이내였고, 1인당 국내총생산(GNP)은 50~70달러로 국민들은 배를 굶주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특히 농촌 지역에서 양 국가 간 발전 상황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미얀마의 농업은 비생산적, 낮은 경쟁력으로 인해 부가가치 창출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농촌 개발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미얀마 농촌의 빈곤층과 소규모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농업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서 농촌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독점적 금융기관인 미얀마농업개발은행(MADB)과 미얀마경제은행(MEB)이 농업 종사자 및 영세 농가에 저축 기회 및 대출을 제공해 왔으나, 2003년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빈농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중지됐다. 공식적으로 은행 자금을 대출받고 있는 인구는 1~3%밖에 되지
  • [기고] 대한민국, 칭기즈칸의 지혜를 빌릴 때다/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기고] 대한민국, 칭기즈칸의 지혜를 빌릴 때다/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000년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하나의 몽골제국으로 만든 칭기즈칸을 꼽았다. 사람과 과학의 교류를 통해 지구를 좁게 만들어 세계를 뒤흔들고 변화를 이끌었다는 게 선정 이유다. 그렇게 그는 자신보다 수천 년을 더 살 칭기즈칸이란 이름을 남겼다. 칭기즈칸의 대제국 건설 성공 비결로 기동력이 뛰어난 몽골말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길쭉길쭉 잘 빠진 서양말에 비해 체형은 작지만 힘과 지구력 특히 초원의 혹한과 혹서를 견뎌 낸 적응력이 실제 전투에서 뛰어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의 몽골 정상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현지에서 실제 몽골말을 볼 기회가 있었다. 어깨 높이보다도 낮은 몽골말은 짧은 다리에 몸집도 작았다. 몽골말의 힘과 기동성에 의구심이 들려는 찰나 몽골의 한 고위 관료가 독립을 기념하는 나담축제의 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 줬다. 수천 마리의 말들이 드넓은 대초원의 지축을 흔들며 달리는 장면이었다. 칭기즈칸의 기마부대가 대제국 건설을 위해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휩쓸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그 장관을 보면서 지난 반세기 빠르고 거침없이 경제발전을 일궈 낸 한국의
  • [기고] 핵보다 더 큰 위협은 안보불감증/이문호 공군전우회 부회장·예비역 준장

    [기고] 핵보다 더 큰 위협은 안보불감증/이문호 공군전우회 부회장·예비역 준장

    유일한 분단국으로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한반도를 무력 적화통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100여만 정규군을 코앞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수해야 할 수도 서울이 북한의 기습 공격이 가능한 5분 비행 거리에 있고, 미사일과 장사정포, 화생무기에 노출돼 있다. 이와 같은 작전 환경에서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무수단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성공시켰다. 북한의 이런 행태에 관해 전 세계가 한결같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일부 진보 학자나 국민은 북한의 핵은 일본이나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통일이 되면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될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것이 우리 안보불감증의 현실이다. 최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보면서 안보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야당은 중국이 반대하니 경제적 불이익이 우려돼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하고, 경북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은 표를 의식해
  • [기고] 학교 교실에서 어항을 보고 싶다/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기고] 학교 교실에서 어항을 보고 싶다/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유년 시절 학교에 가면 교실마다 작은 어항이 하나씩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빨갛고 하얀 금붕어들이 유영하는 것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매일 당번을 정해 한 명은 어항을 깨끗이 씻고, 다른 한 명은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담아 손에 꼭 쥐고는 혹시라도 바닥에 떨어뜨릴까 노심초사했다. 행여 물 관리를 잘못해 금붕어가 죽으면 온 반이 난리가 나고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났다. 콩나물시루 같이 빽빽한 교실에서 물고기 한두 마리는 모두에게 위안을 줬다. 학교에는 비단잉어들이 노니는 연못도 하나씩 있어 하교 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함께 연못가에 둘러서서 잉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980~90년대에는 가정에도 어항이 보급돼 집집마다 금붕어나 열대어를 키웠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서구화되면서 개와 고양이가 관상어의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여유가 사라지면서 가정과 학교의 어항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아쿠아리움이나 큰 공원, 빌딩으로 가야 물고기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관상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
  • [기고] 지속 가능한 안전, 더이상 늦출 수 없다/이진기 UL코리아 전무

    [기고] 지속 가능한 안전, 더이상 늦출 수 없다/이진기 UL코리아 전무

    안전 기준을 제시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안전의 의미와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를 늘 고민하게 된다. 안전의 의미는 꾸준히 진화해 왔다. 화재 위험을 낮추고 파손, 상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1차적인 안전에서, 스마트 기기 해킹 방지와 실내 공기질과 같은 무형의 안전, 생산 과정에서의 안전성 확보 등 산업과 기술 혁신에 발맞춰 광범위하게 변모하고 있다. 안전의 함의는 계속해서 확장돼야 한다.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영향과 잠재적인 위험은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환경,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안전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속 가능성은 우리 사회와 생태계, 환경, 나아가 미래의 인류와 같이 당장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대상까지를 고려한 일체의 활동을 포함한다. 지속 가능한 안전은 제품 기획부터 원자재 수급, 제조, 유통 및 판매, 소비 등 전 단계에 걸쳐 고려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제품 기획,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체 유해성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 [기고] ‘화해·치유 재단’의 출범을 맞아/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기고] ‘화해·치유 재단’의 출범을 맞아/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 일본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정부와 합의하면서 밝힌 공식 견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더 명백하게 사죄했다.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통석의 염”이라는 낯설고 모호한 말이 아니라 “사죄와 반성”이라고 명시했다. 일본은 이와 함께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10억엔을 출연해 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12.28 한일 간 합의에 기반한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재단출연금 10억엔은 ‘손해배상금’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국내 정서를 떠나, 법학자 입장에서 이 부분은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낀다. 유감스럽지만, 법률가로서 아무리 검토해 봐도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
  • [기고] 피해자들 위한 화해·치유 재단돼야/유명환 세종대학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기고] 피해자들 위한 화해·치유 재단돼야/유명환 세종대학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작년 말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재단이 출범하게 되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끝나기 사흘 전인 작년 12월 28일 양국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일본 총리의 사죄’ 및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약 100억원의 재단 기금을 출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가슴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언급하였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현안으로 제기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지난 20여년간 ‘해결도 아니고 미해결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 문제가 다시 한·일 외교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2011년 가을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이를 강하게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교섭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만에 다시 시급한 외교
  • [기고] 리니언시에 대한 오해와 진실/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기고] 리니언시에 대한 오해와 진실/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담합 사실을 신고하면 시정 조치나 과징금 등 제재를 감면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자진 신고를 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되면 적어도 상대방보다 불리한 위치에 처하지 않기 위해 차선책으로 자진 신고를 하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이용한 제도다. 1순위는 완전 면제, 2순위는 일부 면제, 3순위부터는 감면 혜택을 부여하지 않아 빨리 신고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최근 담합이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져 담합 가담자의 자진 신고가 없으면 적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강제조사권에 감청 권한까지 가진 미국 법무부도 담합 사건의 90% 이상을 리니언시로 적발하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스스로 담합의 전모를 밝히므로 가장 효과적인 적발 수단이라는 것이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 결과 리니언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0개 이상 국가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리니언시는 담합 구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담합 가담자 스스로 담합을 붕괴시킴으로써 재발이 어렵도록 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자진 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
  •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시계를 멈추겠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해비탯Ⅱ) 회기 시한인 1996년 6월 14일 밤 12시 직전 의장이 이처럼 말했다. 해비탯Ⅱ 회의는 주요 의제였던 주거권의 인정과 실현 범위에 관한 회원국 간 의견 대립을 끈질긴 협상 끝에 극복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몇 가지 이견으로 회기 내 의제 타결이 불가능할 듯 보였다. 이에 의장 직권으로 회의장 시계를 멈추고 회의를 계속한 것이다. 몇 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모든 합의가 이뤄졌다. 그제야 회의장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해비탯Ⅱ 의제가 기한 내 채택됐다. 당시 유엔인간정주센터(UNCHS) 재정자문관으로서 이 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기억에 20년이 넘도록 남아 있는 에피소드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가 함께 나선 것은 1976년 5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해비탯Ⅰ이 처음이다. 유엔 차원의 첫 회의로서 참여 국가들이 전 지구적 실천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해비탯Ⅱ 회의에서는 치열한 논쟁 끝에 ‘주거권 및 주거 보장’이 의제로 채택됐다. 이후 각국은 임대주택 확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 정부도 최저 주거 기준 및 주거권
  • [기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보이는 것들/박세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기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보이는 것들/박세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과학자들이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편향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모순’(矛盾)이 좋은 예다. 중국 초나라 때 창(矛)과 방패(盾)를 팔던 상인이 자신의 창은 세상의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 하고, 돌아서서는 자신의 방패가 세상의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가만 지켜보던 손님이 “그럼 당신의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상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흔히 앞뒤 다른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으로 이해한다. 반면 과학자는 인간은 편향의 동물이므로 창이나 방패 한쪽의 얘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으로 새긴다.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안)’이 국무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모순을 떠올린 이유는 유독 상충하는 주장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본 계획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지 38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이다. 38년은 긴 시간이지만, 그사이 우리는 과거 380년 동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포켓몬고로 대표되는 증강현실을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기
  • [기고] 빅데이터 시대에 즈음한 경제총조사의 진화/유경준 통계청장

    [기고] 빅데이터 시대에 즈음한 경제총조사의 진화/유경준 통계청장

    지난 22일 ‘2016 경제총조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46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조선후기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리기 위해 팔도강산을 누볐듯, 통계 조사원들이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전국 450만곳의 1인 이상 사업체가 조사 대상이 되고, 공무원과 현장조사원 2만 3000명이 투입됐다. 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경제총조사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고용과 생산, 투입 등에 관한 구조를 파악하는 경제 분야 최대의 전수 통계조사다. 이 결과는 정부의 정책 수립과 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우리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저성장 시대에 성공의 지름길을 찾아가는 정밀지도 역할도 한다. 말 그대로 경제판 대동여지도이다. 올해 경제총조사의 성공에는 작년 인구주택총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자의 적극적인 협조와 조사원의 사명감이 큰 힘이 되었다.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본사 담당자는 900개가 넘는 매장별 사업 실적을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예정된 출산휴가를 가는 열성을 보여 주었다. 깁스를 하고도 조사를 완료한 조사원도 있었고 한 업체를 무려 19차례나 방문한 끝에 조사를 마친 조사원도 있었다.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 [기고] 장애인 서비스, 수요자에 맞게 개편해야/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기고] 장애인 서비스, 수요자에 맞게 개편해야/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지난해 초 장애인 언니를 돌보다 지쳐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홀로 언니를 돌봐야 하는 데다 경제적 어려움이 겹친 것이 이유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숨지기 1주일 전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원 혜택에 대해 알아봤지만 장애인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는 문의도 안내도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장애인 복지 예산은 1조 1000억원에서 1조 9000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느끼는 체감도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65.4%가 장애등록 후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복지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받아야 할 기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늘어난 서비스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장애인 대상 서비스는 장애인 당사자가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필요에 맞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눈 뒤 장애인이 서비스를 찾아 신청하면 장애 등급에 따라 기계적으로 제공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다양한 서비스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장애인이 이를 직접 찾아 신청해야
  • [기고] 행자부, 지방개혁 원안대로 입법해야/조윤길 인천 옹진군수

    [기고] 행자부, 지방개혁 원안대로 입법해야/조윤길 인천 옹진군수

    지방자치의 근간은 자치조직, 자치입법, 지방재정이다. 지방자치 20년을 되돌아보면 지방정부의 자치재량권은 많은 제한을 받았다. 특히 지방재정은 중앙과 지방이 8대2라는 근본적인 구조 탓에 중앙 의존성이 강화됐다. 또 부자 지방 정부와 가난한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불균형도 문제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해 조정교부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개혁안으로 손해를 보는 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2018년까지는 일부만 적용하도록 입법예고안을 수정해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개선의 정도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금수저’, ‘흙수저’를 이야기하는데, 개인뿐 아니라 지방정부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 인근의 자치단체들은 급행철도, 지하철, 고속도로 등이 자꾸 생겨 집값이 계속 올라가고 그 덕분에 해당 자치단체의 세수도 올라간다. 변방 자치단체는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 인근의 자치단체들을 따라갈 수 없다. 우리 옹진군은 재정도 부족한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등 안보 위협과 중국어선 불법 조업과 같은 생계 위협도 감내하면서 살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
  • [기고] 1987년 대선 구로을 우편투표함 이젠 풀어야/문상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기고] 1987년 대선 구로을 우편투표함 이젠 풀어야/문상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1964년 대통령이 각 부처를 연두순시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하려 하자 사광욱 초대위원장이 ‘행정부의 장이 헌법상 독립기관을 방문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일화다. 창설된 지 1년밖에 안 된 선거관리위원회였지만 선거의 공정성이 정치적 독립성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이 전설처럼 전해지는 것이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적 권한도, 인력도 부족했지만 적어도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그러나 1987년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사건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부심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권위주의하에서 국민의 힘으로 이뤄 낸 직선제 개헌으로 모처럼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으나 당시 미흡한 선거법제와 부족한 선거 경험으로 우편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져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해는 점점 커져 부정선거라는 주홍글씨를 남긴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끝내 개함하지 못했던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그 미완의 과제를 이제 해결하고자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우편투표함의 진위를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다. 그동안 각계에서 몇 번의 개
  • [기고] 한국, 글로벌 사이버 보안의 중심축/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기고] 한국, 글로벌 사이버 보안의 중심축/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열린 ‘초연결 사회’는 우리 경제와 삶을 획기적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전 지구적인 사이버 보안 위협의 문제도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축적된 보안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협력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례로 2013년 개최된 제3차 ‘사이버 스페이스 서울총회’에서는 우리 측의 ‘사이버 보안 경험 공유’ 제안이 무려 87개국으로부터 동조를 얻은 바 있다. 또 지난해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제시한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사이버 보안 공동 대응의 중요성’은 사람에게 이로운 인터넷에 대한 논의의 깊이와 넓이를 한 차원 높인 제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민간 분야 사이버 안전을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인터넷침해대응센터(KISC)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보안 정책을 배우고 기술을 이전받아 자국에 이식시키려는 개발도상국 관계자들의 방문과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35개 이상의 국가들과 정보보호 업무 협약을 맺고 있는 KISA는 세계은행,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과 공동으로 개도국 맞춤형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미주개발은
  •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불가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요구르트, 장미오일, 장수마을 그리고 아름다운 흑해 연안 휴양지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기후 좋고 공기 신선하고 미세먼지 적고 인프라가 적당히 개발돼 계곡에는 자연산 송어가 넘치고 대부분 농산물이 친환경 제품으로 물가는 한국의 반 정도로 문명사회에 있는, 지구의 비경이 있다면 여기가 아닌가 싶다. 남부에 있는 로도피 산간은 장수촌으로 유명한데 맑고 깨끗한 공기, 친환경적인 식생활, 제올라이트가 함유된 이온수가 비결이라고 한다. 국토 곳곳에서 분출하는 광천수는 위장, 관절 등에 특효가 있으며, 1000여개의 온천 중 약 80%는 의료적 효과가 있어 의료관광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오아시스인 바 우리나라 의사도 이곳에 요양병원을 세우려고 한다. 아울러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인 생산국으로 특히 세계 와인 마니아에게는 가격 대비 맛과 질이 뛰어나 ‘아는 사람만 아는 와인’으로 통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나는 ‘마부르드’라는 품종이 유명하다. 또한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전국에는 발굴되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의 트라키아 및 로마 시대 유적, 특히
  • [기고] 리우올림픽, 안전과 건강이 최고 응원/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대사

    [기고] 리우올림픽, 안전과 건강이 최고 응원/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대사

    8월 5일부터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7월 초 정부합동 점검단과 함께 브라질을 방문해 리우 올림픽 조직위 치안담당 국장, 리우 군경 총사령관, 브라질 질병관리본부장 등을 만났다. 브라질 방문 전에 어느 외교관이 발간한 ‘신이 내린 땅, 인간이 만든 나라 브라질’을 읽어 보았다. 이 책이 말해 주듯이 브라질은 마치 부잣집 외동아들과 같이 세계 5위의 넓은 영토와 비옥한 토지, 온화한 기후, 풍부한 자원,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다른 중남미 지역과 달리 화산이나 지진, 태풍도 없는 정말로 신이 축복한 땅임을 느꼈다. 특히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이탈리아 나폴리, 호주 시드니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자락에는 파벨라라고 불리는 무허가 건물이 밀집해 있는데 이 지역에만 약 180만명, 즉 리우 전체 시민의 약 5분의1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마약과 범죄의 온상인데, 리우 시내에서 약 3시간 반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브라질의 경찰 병력도 파벨라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사실상 포기할 정도로 무법 지대다. 에디슨 두아르테 리우 군경총사령
  • [기고] 예방접종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자/오진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과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기고] 예방접종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자/오진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과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가족과 친지, 또 우리 주변에서 암 환자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이자 연간 20만명 이상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암은 개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이 될 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을 준다. 암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잘 알려진 대로 술, 담배를 멀리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하는 등 상식적인 ‘건강생활’로 암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상식적이라 하나 실천하기는 참 쉽지 않다. 또 하나의 암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으로 암을 예방한다고?”라고 생소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미 두 가지의 암은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바로 간암과 자궁경부암이다. B형간염은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B형간염 예방접종을 통해 간염도 예방하고 나아가 간암도 막을 수 있다. 1990년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으로 도입된 후 현재 20대 이하 연령에서는 B형간염 양성률이 1% 아래로 크게 감소했다. 예방접종의 효과로 향후 간암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또 하나의 암이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 [기고]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제도의 ‘허점’/구자명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

    [기고]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제도의 ‘허점’/구자명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

    건설공사에서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원·수급 사업자 간 신의 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를, 수급사업자는 계약이행보증서를 서로에게 교부한다. 수급사업자가 교부받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는 원사업자의 부도 등으로 하도급 대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보증기관을 통해 안정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확보하여 자금난, 연쇄부도 및 부실시공 등을 방지할 수 있다. 과거 종합건설업체 1개사가 부도나면 수백 개 수급사업자의 연쇄 도산과 소속 근로자에게 고통을 준 나쁜 사례를 수많이 경험했듯이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는 수급사업자 및 근로자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는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대금 체불 문제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하도급 대금 직불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대금지급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면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 교부를 면제해 주겠다고 지난 5월 26일 하도급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직접 지급 개선책에 대해 중소 전문건설 업계는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실제 대금지급 관리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를 금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금지급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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