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최근 3년간 장애인 복지 예산은 1조 1000억원에서 1조 9000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느끼는 체감도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65.4%가 장애등록 후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복지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받아야 할 기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늘어난 서비스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장애인 대상 서비스는 장애인 당사자가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필요에 맞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눈 뒤 장애인이 서비스를 찾아 신청하면 장애 등급에 따라 기계적으로 제공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다양한 서비스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장애인이 이를 직접 찾아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으니 이러한 정보를 알기도 어렵고, 안다 해도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기준이 되는 장애 등급제와 장애인 복지전달 체계에 대한 개편 요구가 계속 있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수요자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수요자 맞춤형 지원이란 장애 등급 대신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종합판정 도구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한다. 먼저 장애인이 서비스별로 찾아다니는 방식에서 장애인을 찾아가 한번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장애인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 준다. 지역사회 보건소의 건강관리 사업, 고용노동부의 고용지원 등 다양한 사업과의 연계도 체계화한다.
또한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대한다. 소득·주거·재활·건강·안전·직업·교육·여가 등 다양한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확충돼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면 장애인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현재 공급자 중심의 장애인 복지를 장애인 당사자 맞춤형으로 개편하는 작업은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당장 내년 하반기에는 종합 판정을 적용하는 서비스와 복지 자원의 범위가 넓지 않아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전달 체계에 대한 10여년간의 고민과 논의를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 사업은 내년 하반기에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수요자 맞춤형 지원 체계가 정착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올 날을 기대해 본다.
2016-07-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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