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독립성 강조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1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8개월 사이 세 번째 수장이 된 윤 원장은 취임사에서 안팎으로 금감원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금융 감독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금융시장의 잠재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동시에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히 대처하는 것이 우리가 오롯이 집중해야 할 금융 감독의 본질”이라면서 “금융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이 주목받았다. 금감원의 독립적 운용은 학자 출신인 윤 원장의 평소 지론이다.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을 하부 기관으로 두고 정책과 감독을 함께 시행하는 현 구조로는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기관 감독 기능을 금감원으로 일원화하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주장해 왔다. 윤 원장이 취임사에서 “금감원을 둘러싼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국가 위험 관리라는 금융 감독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는 일이 있었고, 금감원 또한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윤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감원의
  • [사설] 2년차 맞은 문재인 정부의 관건은 경제다

    내일로 집권 2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첫해 경제성적표는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올해에는 2년 연속 3%대 성장이 예상되고, 12년째 좌절됐던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 유력하다. 기업의 ‘갑질’ 근절 노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한 경제정책들은 상당 부분 저소득 근로자 권리 향상을 위한 정책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우선’과 ‘소득주도 성장’의 ‘J노믹스 기치’를 내걸었지만 결실을 거두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경제성장 부축을 위해 혁신성장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를 주도할 기업과 창업 전선에는 생각만큼 열기가 따라 주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내걸었다. 업무지시 1호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국민의 기대치는 높았지만 실업난 해소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3월 말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청년실업률은 11.6%로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새 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 [사설] 한ㆍ일 통화스와프 재개 이를수록 좋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체면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고, 그렇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은 측의 기류가 3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는 메시지여서 어느 때보다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비상시에 각자의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주는 계약이다. 자금 유출에 대비하는 ‘외환 보험’과 같은 것이다. 외환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외환위기에 당장 필요한 외화를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조달할 수 있다.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2001년 7월 시작해 2011년 7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이후 양국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2016년 완전히 종료됐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록 한국은 3984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을 보유할 정도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이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금은 급격
  • [사설] 여야, ‘일괄타결’로 국회 정상화하라

    ‘국회 실종’ 상태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쌓여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급기야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반기 국회 종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국회 정상화 합의가 오늘 오후 2시까지 나와야 한다고 시한까지 못 박은 상태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들은 어제 만남에서도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정치 지도자란 사람들의 정치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노회찬 평화정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만났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애초 ‘검·경 수사를 본 뒤 특검 도입’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특검과 추경안 처리를 24일 동시에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조건 없는’ 특검을 주장하면서 합의가 불발된 것이다. 민주당이 특검과 관련해 추천은 야당이 하되 여당이 비토권을 갖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합의를 어렵게 했다. 국회 협상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
  • [사설] 한반도 문제 트럼프 개인사에 휘둘려선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북ㆍ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모두 정해졌다는 것을 공표했다. 하지만 북ㆍ미 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릴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전날에도 “우리는 지금 날짜와 장소를 갖고 있다”면서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ㆍ미 회담의 장소는 그 상징성 때문이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회담 시기 역시 두 정상이 발표할 내용을 놓고 의미 있는 수준의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표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지나치게 ‘극적 효과’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북ㆍ미 회담 날짜 및 장소 관련 언급이 고도의 심리전의 일환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 외무성이 그제 “미국이 우리가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제재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떠들어 대면서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끌어들이고 인권 소동에 열을 올리는 등 한반도 정세를 또다시 긴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ㆍ미 회담을 주목해
  • [사설] 북·미 회담 속도조절, 한·미 공조 더 중요해졌다

    이달 중으로 당겨질 듯하던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6월 초ㆍ중순 개최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이다. 회담 장소도 우리 정부가 희망했던 판문점 대신 싱가포르 등 제3국이 될 듯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과의 회동이 3~4주 안에 열릴 것이다”, “판문점 회담은 어떤가”라며 판문점 회담 조기 개최로 분위기를 잡아 가던 모습과는 사뭇 온도 차가 나는 흐름이다. 이를 두고 미 백악관 주변에선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일정 때문에 5월 하순 내지 6월 초 개최는 처음부터 어려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가 G7 정상회담 같은 주요 일정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TV 카메라를 향해 마치 ‘트럼프 쇼’라도 하듯 “채널 고정”을 외치며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하겠다는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 워싱턴에서의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회담 시기와 장소는 합의했으나 가장 중요하다고 할 회담 의제와 의제별 합의 수준
  • [사설] 서해 NLL 평화수역 지정, 北 태도가 관건이다

    국방·통일·외교·해양수산부 4개 부처 장관이 그제 연평도와 백령도를 찾아 남북 정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지대화 합의와 관련한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다. 그동안 서해 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렸다.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 숱한 남북 무력 대결이 펼쳐졌고, 전면전으로 번질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NLL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고,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교류 활성화 등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대남ㆍ대북 비방 확성기 철거와 달리 NLL 평화수역 지정은 직접 무력 충돌의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고, 남북 정상 간 합의의 신뢰성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1953년 8월 30일 NLL 설정 이후 야간 어로 금지 등으로 생계에 지장을 받아 온 어민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크다. 우리 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던 중국 어선 문제를 자연스럽게
  • [사설] 백주 폭행까지 벌어진 식물국회, 부끄럽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그제 30대 남성에게 기습 폭행당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저잣거리도 아닌 국회 안에서 백주 대낮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기가 막힌다. 경찰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배후 여부 등을 철저하고 신속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소극적인 초동 수사로 의혹만 키웠던 드루킹 사건 수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민의의 전당에서 반(反)민주적 폭력이 행사됐는데도 일부 네티즌들이 “맞아도 싸다”며 오히려 한국당을 비난하는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위협이다. ‘자작극’이라는 근거 없는 조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찬가지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범인이) 절대 혼자 한 게 아니고, 우발적 범행도 아니다. 계획된 범행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한 것 역시 부적절하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추측만으로 의혹을 부풀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자제하는 게 옳다. 여야는 국회 안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폭행을 당하는 지경에 이를 만큼 국회의 권위와 신
  • [사설] ‘남북 함께’ 마중물 될 여자 탁구 단일팀

    남북한 여자 탁구팀이 함께 호흡을 맞춰 뛰는 모습에 우리는 가슴 뭉클했다.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남북 여자 탁구 대표팀은 그제 현지에서 전격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그 감격 속에서 이튿날인 어제 곧바로 일본과의 여자 단체전 준결승을 치러 냈다. 한반도 평화의 봄 기운이 과연 도도하게 밀려오는 것인가, 많은 이들은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을 것이다. 남북 탁구팀이 하나가 된 것은 1991년 지바탁구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남북이 뭉치면 예상할 수 없는 값진 시너지 효과가 뒤따른다. 자명한 진실이 이번 대회에서 다시금 입증됐다.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 회장의 제안으로 현장에서 성사된 단일팀은 남북 대결 없이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8강전을 치러야 했던 남북 선수들은 경기 대신 단일팀 세리머니를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즉석에서 그런 성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은 남북의 진심만 통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남북 정상이 만난 이후 역사적인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를 할퀴던 판문점 일대의 대남·대북 확성기가 철거되고 있다. 남북 탁구 단일팀은 정치적 고려에 휘둘리지 않은
  • [사설] 조양호 회장, 더 늦기 전에 결단 내려라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을 들었다.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 촛불집회’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과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은 물론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에 분노한 시민들이 동참했다. 노조가 조직한 집회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회다. 이들은 신분이 노출될 경우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가면과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신변 불안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자명하다. 총수 일가의 갑질에 더는 속수무책 당하지 않겠다는 을들의 절박한 권리 주장이자 삶의 터전인 회사가 오너 리스크로 흔들리는 상황을 이제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주인의식의 선언이다. 상황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 회장 일가에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사태는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력 갑질로 확산했고, 이어 밀수와 탈세 혐의로 일파만파 커졌다. 내부 제보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는 지난 9년 동안 일주일에 2~3차례 세관 신고 없이 해외에서 물건을 사들였다고 한다. 명품 가방부터 과자, 초콜릿까지 품목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
  • [사설] 경찰, 김경수 소환조사 ‘면죄부’ 안 돼야

    경찰이 어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의 김 의원 조사는 드루킹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상에서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동원씨가 구속된 지 40일 만이고,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는지, 드루킹의 조직에 자금을 지원했는지, 인사 청탁 경위와 김 의원 전 보좌관이 드루킹으로부터 왜 500만원을 받았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김 의원을 진작에 불러 사실관계를 따지고 필요하면 대질 신문을 했어야 할 일을 고의적인 지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경찰의 늑장 수사로 어제서야 간신히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경찰이 김 의원에게 어떤 증거를 들이대고 조사했는지 의문이다. 김 의원의 계좌와 통화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경찰이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기각당한 뒤로 영장을 재신청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가 빚은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가 연속적인 헛발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을 소환한 것도 수사의 구색을 맞추려는 것일 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의 소리도 들려온다. 그래서 한심
  • [사설] ‘내부고발자 명단’ 해당 기업에 알려준 고용부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이 넷마블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고발한 직원 명단을 회사 측에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갑질 방지를 위해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가는 가운데 이유야 어쨌든 정부 기관이 과로사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를 해당 회사에 알렸다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인 넷마블은 2016년 직원 한 명이 목숨을 끊고, 2017년에는 다른 직원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과로사 시비에 휩싸인 바 있다. 일부 직원들은 연장근무 규정 위반을 이유로 넷마블을 고용부에 고발했다. 직원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민주노총 이름으로 고발했고, 연장근무 시간과 내역이 담긴 자료를 내면서 고용부에 익명 보장을 요청했다고 한다. 관악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넷마블 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자 어쩔 수 없이 증거 자료인 고발장 일부를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그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넷마블을 둘러싼 의혹은 추후에 상세히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관악지청이 내부고발자 명단을 넷마블 측에 알려 줬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자는 기업체나 정부 기관 구성원이 조직 내부에
  • [사설]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중국 역할 주목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틀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어제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라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면 11년 만의 중국 외교부장 방북이 되는 왕이 부장의 평양행보다는 리 외무상의 중국 방문이 순리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협의가 의제의 하나라는 형식논리도 있지만, 왕이 같은 거물이 평양에 간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지 않은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즉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을 빼놓아서 안 된다는 뜻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우리와 미국에도 쐐기를 박겠다는 행보인 것이다. 중국의 뜻은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미 3자 혹은 남ㆍ북·미·중 4자회담 추진’ 중 ‘3자’ 조항이 중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 주변화론’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다른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참여가 없다면 한
  • [사설]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史觀 다양성’ 되어야

    교육부가 2020년부터 중·고생이 배울 역사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담은 시안을 그제 공개했다. 교육부의 의뢰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행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 과정 및 집필 기준’의 최종 보고서다. 역사 교과서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돈을 겪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역사 교과서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집필 기준 역시 그때마다 달라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마자 다시 진보적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고민해야 하는 교육부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과연 ‘역사 교과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 당국의 근본적인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고민이 부족한 것은 물론 소신도 없다는 것은 시안의 6·25전쟁을 서술한 대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은 당초 기존의 집필 기준인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이라는 대목에서 ‘남침’을 빼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청회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반발이 일자 이번 시안에는 ‘집필 기준’ 아닌 ‘교육 과정’
  • [사설] 지금이 주한미군 철수 논란 벌일 때인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 불가피론’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변인을 통해 직접 선을 그었으나 문 특보의 여권 내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파장이 작지 않을 듯하다. 당장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문 특보 발언이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나온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폭과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보수 진영의 ‘과속’ 우려와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칫 소모적 남남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문 특보는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당국자로서 주둔해야 한다거나 철수해야 한다를 말한 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깊숙한 정보와 식견을 지닌 교수로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얼개와 관련한 전망을 내놓은 데 가깝다. 그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관련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고 한 것도 제3자로서의 관점에 바탕을
  • [사설] 이념 공세와 막말, 보수 망치는 자해행위다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막말과 욕설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깎아내리고 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 문 대통령을 겨냥해 ‘미친○○’를 연발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판문점 선언’을 ‘주사파들의 합의’라는 등 어이없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막말은 내용 자체도 황당할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인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케 할 만큼 도가 지나치다. 이들이 시정잡배가 아닌 정당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조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 장외 집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핵폐기 한마디도 안 받아 오고 200조원을 약속했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과거 10·4선언 등을 이행하려면 200조원이 들어간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 어디에도 200조원은커녕 1원도 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비핵화 과정에서 추진할 사업들을 마치 금방이라도 돈을 퍼붓기로 약속한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조 대표는 한 매체에 “대통령에게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브 동영상만 보아도 욕설 대상이 문 대통령임을 알
  • [사설] 술 취했다고 봐주는 法, 더이상 안 된다

    술 취한 시민을 구조하다 폭행당한 119 여성 구급대원이 후유증에 시달리다 끝내 뇌출혈로 숨졌다.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인 강연희 소방위는 한 달 전 도로에 쓰러진 취객을 구조하던 과정에서 취객에게 머리를 맞았다. 19년간 구조 현장을 누비며 꾸준히 실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는 등 강 소방위는 누구보다 직업정신이 투철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강 소방위의 어이없는 희생에 ‘주취 폭행’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높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이번에도 크게 처벌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술 취했다고 봐주는 법 제도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것이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소방관이 업무 중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례는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찰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간 근무에서 경찰관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주취자들의 폭언과 폭행이다. 상습 주취자나 폭행 경력자는 정보를 별도 공유하고, 엄격한 사법 조치 방안을 미루지 말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관대한 문화다. 술김에 한 실수에 책임을 따져 묻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이런 정서가
  • [사설] 북·미 정상, 판문점에서 비핵화의 문 활짝 열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는 방안에 대해 전향적 의사를 밝혔다. 전날 트위터에 처음 판문점 회담에 대해 혼잣말하듯 운을 뗀 데 이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자 질문에 “(판문점 개최가) 전적으로 가능하다. 그 생각을 했다”고 답한 트럼프는 이어 “비무장지대(DMZ)의 (판문점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3국에서의 회담을 기정사실화하며 몽골 울란바토르와 싱가포르 등을 유력 후보지로 북·미 양측이 검토해 오던 상황에 견줘 급격한 상황 변화가 아닐 수 없다. 70년 남북 분단사의 살아 있는 유물인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상징성이나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의 회담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고 할 것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1993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지 부시, 2012년 버락 오바마 등이 판문점이나 DMZ를 방문한 적은 있으나 북한 지도자와 한반도 평화를 논하고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을 끝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미 대통령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언급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
  • [사설] 美 철강 고율 관세 피했지만 쿼터 회복이 과제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면제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미국 백악관은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수정을 승인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줄이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25%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받지 않게 됐다. 한국이 관세 잠정 유예 7개국 중 유일하게 고율 관세 면제 지위를 확정지은 것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의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2일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4월 말까지 잠정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에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철강 고율 관세 유예기간을 당초 예정된 5월 1일에서 한 달 더 연장했다. 이 국가들은 6월 1일 이전까지 미국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고율 관세가 일단 부과되면 언제 바뀔지 모르는 현실에서 한국이 조속히 철강분쟁을 매듭지은 것은
  • [사설] 사태 심각성 모르는 조현민의 앵무새 사과

    ‘물벼락 갑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어제 경찰서에 출석했다. 조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만 여섯 번씩이나 반복했다. 조씨는 지난 3월 중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 관련 회의 중 대행업체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물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4년 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행태, ‘앵무새 사과’와 한 치도 다를 게 없는 판박이다. 자매들의 갑질 파문으로 한진그룹은 회장 일가의 퇴진 요구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씨는 어제 검은색 옷을 입는 등 나름 치밀하게 ‘반성 모드’로 임했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유리컵을 던진 것과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은 하지 않고 연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하다. 그러니 그의 사과 발언은 마음에서 우러난 사과라기보다 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 연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씨뿐 아니라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난동을 부리고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에게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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