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북, ‘체제안전 보장’ 믿고 북·미 대화 테이블 앉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식도 “일괄타결(all-in-one)이 좋다”면서도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면서 비핵화가 단기간 또는 짧은 단계를 거쳐 이뤄질 수 있을 여지도 남겨 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북한은 남측 기자단의 풍계리 핵시설 폐기 참관을 허용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북·미 회담이 자칫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하던 상황에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완전한 핵 폐기 후에만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한다는 ‘리비아 모델’과 결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빅딜을 통해 일괄타결 형식은 취하되 비핵화를 최소한의 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이행에 따른 보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리비아 모델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별·
  • [사설] 청와대, 개헌안 철회하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전제로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오늘까지 국회가 의결해야 한다. 헌법 130조 1항은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이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지 꼭 60일째 되는 날이다. 청와대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 야 3당이 주장한 대통령 개헌안 철회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자진 철회할 계획은 없다”면서 “(개헌안 처리는) 국회 몫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이 막판에 바뀌지 않는다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늘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자유한국당(113명)이 표결에 불참하는 등 야 4당은 표결 자체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1명만이 본회의장에 입장해 기명투표를 할 듯하다. 개헌안 통과 정족수인 재적의 3분의2(196명)만큼의 명패가 접수되지 않으면 개표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개헌안이 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개헌안을 철회하면 ‘문 대통
  • [사설]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 매듭지어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늘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재논의한다. 지난 21일 열린 소위에서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는 정기 상여금 포함에 공감대를 이뤘으나 식비·숙식비 등 복리후생비에서 의견이 엇갈려 합의가 결렬됐다. 정의당 이정미 간사는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국회 논의를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원회로 다시 공을 넘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매듭짓는 게 옳다. 여야가 남은 쟁점을 합리적으로 조율해 이달 내 반드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길 촉구한다. 민노총은 국회 고용노동소위가 끝날 때까지 여의도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국회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앞서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도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어제 최저임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저임금위에서 8개월 동안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려 국회로 넘어온 상황을 뻔히 알면서 다시 최저임금위로 돌려보내자는 주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노조 출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라 양보할 줄 모른다”고 쓴
  • [사설] 북·미 역지사지로 6·12 정상회담 꼭 성공시켜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비핵화 전략과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특히 두 정상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 최근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하는 배경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회담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한·미 정상이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인 만큼 공동성명 없이 “앞으로도 두 정상이 긴밀히 협의한다”는 지극히 억제된 원칙을 밝히는 선에서 그쳤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행 비행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언급으로 확산할 수 있는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회담 개최와 결과에 대해 중재자인 우리 정부의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개인 성명 직후 북·미가 상호 존중하면서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처지를
  • [사설] 특권 내려놓겠다더니 ‘방탄 국회’ 연 진상 여야

    뻔뻔하고 낯 뜨거운 국회다. 여야는 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사학재단 공금 횡령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을 얼마나 쉽게 저버리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입으로만 정치혁신을 떠들어 댈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체포동의안 표결의 찬반 분포를 따져 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2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40여일 정쟁으로 국회를 공전시켰던 여야 의원들이다. 사법 심판대에 오르는 동료 의원을 보호하는 데는 눈물겨운 동업자 의식을 발휘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번처럼 불체포특권은 범죄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을 편법으로 보호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여야의 경계를 떠나 수시로 방탄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을 보호한다. 여야가 표결하더라도 1948년 제헌국회 이후 벌써 15, 16번째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참에 불체포특권을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의
  • [사설] 엘리엇 탓 말고, 대기업 투명경영으로 극복하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기한 보류됐다. 개편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29일로 예정됐던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임시주총을 취소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의 모듈부문 등을 떼어내 글로비스와 합치고, 모비스 존속법인(투자 및 부품 사업부)을 그룹의 지배회사로 삼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등의 주식 10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 국내외 자문기관이 부정적 의사를 표명하면서 분위기가 기울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우호 지분이 30.17%에 불과해 외국인 주주(47.8%)와 국민연금(9.8%)의 협조가 불가피했는데, 자문사의 반대 권고로 협력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타격이다. 현대차는 개편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존 개편안을 손질한 뒤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왜 시장에서 제동이 걸렸는지 냉철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제 입장자료를 통해 “여러 주주·시장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실패의 원인을 시장
  • [사설] ‘드루킹 눈덩이 의혹’, 고강도 특검 불가피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법안이 73.5%의 찬성으로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의혹은 갈수록 커지는데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니 특검 도입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추가적 의혹은 김경수 전 의원뿐만 아니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까지 드루킹 김모씨 등을 여러 차례 만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송 비서관은 사례비까지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런 사실을 한 달여 전 파악했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안이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법안이 통과되자 마지못해 사실을 공개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문 대통령은 어제 뒤늦은 보고를 받고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민정수석실에 따르면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드루킹 김모씨를 4차례 만나고, 여비 명목으로 사례비를 2차례나 받았다. 드루킹을 김 전 의원에게 이어 준 사람도 송 비서관이다. 그는 드루킹 파문이 커지자 지난달 이런 사실을 민정수석실에 알렸지만, 민정수석실은 드루킹과 송 비서관 사이에 부적절한 청탁이나 대선 지원 관련 거래가 없었다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한다. 청탁·거래의 사실
  • [사설] 일자리 추경, 청년 고용 창출 마중물 되어야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일자리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이 45일 만인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3조 8317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에서 이송된 뒤 심야 국무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하는 한편 행정절차를 단축해 최대한 집행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일부 예산은 이르면 오늘부터 집행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지난 16일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자 수가 116만 1000명으로 올 1월(102만명) 이후 4개월 연속 100만명 선을 넘어선 채 줄지 않는 탓이다. 전체 실업률은 4.1%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7%로 전체 평균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정부가 이번 추경에 ‘청년 일자리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고용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전체 추경의 75%가 일자리 창출용으로 짜였다. 그 추경이 국회에서 한 달 반이나 묶여 있었던 만큼 정부로서는 하루가 아쉬운 상황인 셈이다. 물론 최근의 ‘고용쇼크’가 재정 투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이 항구적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소득
  • [사설] 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남측 언론 참관 허용해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취재진이 어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북한대사관에 방북 비자를 신청했다. 북한이 우리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고 있지만, 막판에 상황이 바뀔 것을 기대한 대응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우리 언론이 참석해 취재하는 문제는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직접 언급한 사안으로 북측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긍정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를 허용한다고 했으나, 지난 18일과 어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두 차례 발송한 기자단 명단 수령을 거부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 대외선전 매체가 그제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강조했고, 기자단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산~풍계리 구간에서 열차 시범 운행 정황 등이 포착되고 있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다만 북한이 공지한 대로 외신이 방북하는 오늘 오전까지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 남측 언론이 배제된 상태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다. ‘남한 패싱’ 카드를 꺼내 든 북한의 돌발 대응은 최근 수위를 높이는 대남 압박 공세의 연장선상에
  • [사설] 북·미 상호 이해 높이는 한·미 정상회담 되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오늘 미국으로 떠난다. 다음달 12일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특히 최근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중점 협의할 전망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20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의 핵 담판을 앞두고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눌 마지막 기회다.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대장정을 흔들림 없이 열어 나갈 확고부동한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북핵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북·미 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는 엄포가 북에서 나오고, 이에 비핵화를 택하지 않으면 섬멸을 각오해야 한다고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북·미가 등을 돌리지 않고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성공적 결실을 만들어 내도록 이끌어야 할 과제가 문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내용, 특히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과 이 대화에서 묻어난 김 위원장의 속내, 그리고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판단을 가
  • [사설] 불씨 남긴 미·중 ‘통상 봉합’ 파장 예의주시해야

    미국과 중국이 두 차례 고위급 담판 끝에 무역협상을 타결 지었다. 양국은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이 보잉의 비행기 등 미국 상품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으로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2개국(G2)의 통상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역분쟁 해소 선언은 반길 만하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미봉책으로 무역 갈등을 서둘러 진화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협상은 외견상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항복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은 당초 중국 측에 3750억 달러에 이르는 상품 무역 적자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줄일 것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두 가지 사항은 합의문에도 담겨 형식은 그럴싸하지만 내용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인들의 소비 증가와 경제발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중국은 미국의 재화와 서비스 구매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담았다. 미국은 구체적 숫자 명기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해 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견제 장치도 원칙론 수준에서 언급됐을 뿐이다. 두 나
  • [사설] 구 회장 떠난 LG, ‘정도(正道) 승계’ 모범 보이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어제 별세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을 치른다는 소식에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행적을 추모하는 목소리는 더 높다. 구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은 인간적 면모의 기업가로 기억된다. LG그룹이 사회적 물의를 빚지 않는 재벌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도 고인의 인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고인이 이사장을 맡았던 LG복지재단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의인상을 수여하는 등 사회 공헌에 앞장섰다. 지난해 철원 총기 사고로 순직한 병사의 부모에게 구 회장은 사재로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우리 재벌들은 시선 돌리기 카드로 선행 이벤트를 자주 구사했다. 구 회장의 사회 배려는 그런 깊이가 아니었음을 세상은 구별하고 있다. 개혁 대상으로서 재벌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오너의 철학과 리더십은 기업 내부의 생태문화와 외부 이미지를 좌지우지한다. 그런 엄연한 현실이 어제오늘 재확인되고 있다. 온갖 갑질 행태에다 구차한 탈법 의혹으로 망가진 대한항공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부 직원들의 옹호는커녕 퇴진 압박을 받는 총수 일가를 보면 경영인의 품위와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
  • [사설] 북·미 비핵화 정상회담, 연착륙 지혜 짜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모델이 리비아가 2003~2004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룬 뒤 수교, 제재 해제의 보상을 받은 것을 가리키는지, 2011년 미국이 리비아를 초토화하고,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전자라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과 생화학무기 폐기와 북핵의 미국 반출 압박에 반발해 북·미 정상회담 무용론을 편 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후자라 하더라도 군사공격 모델을 북한에 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초토화’라는 말을 동원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극함으로써 과거 트럼프식 어르고 때리는 어법이 되살아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비핵화 합의를 이루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보장을 약속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 보장과 관련해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었는지
  • [사설] ‘정치 검찰’ 벗으려면 ‘정치적 판단’에서 벗어나길

    문무일 검찰총장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서울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기소 의견을 낸 광주지검 수사팀에 증거 보완을 지시하면서 기소가 4개월 이상 미뤄졌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이 “문 총장이 당초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 총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전 전 대통령까지 기소하는 데 부담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적절했는지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검찰총장이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왜 여전히 답습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마다 국민은 ‘검찰 개혁’에 대한 포부를 접하곤 했다. 다양한 개혁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핵심은 언제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요약된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7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문 총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취임식에서 “최근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 [사설] 내년 최저임금, 올 고용분석 뒤 심의하는 게 맞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문재인 정부 2기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식을 갖고 첫 회의를 열었다. 2019년도 최저임금 법정 결정 시한은 다음달 28일이다. 심의 시한이 겨우 한 달 열흘 남았으니 시간적으로 매우 촉박하다. 아무런 준비작업 없이 시간에 쫓겨 자칫 졸속 처리했다가는 소모적인 논쟁과 큰 후유증이 불을 보듯 뻔해 걱정스럽다. 내년 최저임금은 상여금 등 산입 범위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 작업이 국회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를 시작했다. 노사 간에 산입 범위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해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안 이뤄지는 상황이다. 산입 범위를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등 제도 개선 작업을 완결짓지 못하면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는 겉돌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제도 개선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16.4% 올렸지만 휴게시간과 산입 범위의 임의 확대로 안 한 것보다 못한 처지라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선(先) 제도개선론을 주장한다. 제도를 먼저 개선한 뒤 그에 맞춰 적절한 액수를 정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에
  • [사설] 오늘 5·18 38주년, 진상 규명은 멈출 수 없다

    오늘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되는 날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야만의 정권이 입힌 상처는 아물 줄 모르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만행의 실체까지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는 38년 전 광주 어딘가에서 사라진 피붙이를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여전히 5·18을 폄훼·왜곡하면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헤집는다. 38주년 기념일을 맞아 5·18 진상 규명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다. 진상 규명의 핵심은 최초 발포 명령자를 밝히는 일이다. 계엄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시민군이 저항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야만적인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와 수사기관 등이 조사를 벌였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조사자들은 모두 발포 명령 사실을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을 통해 ‘북한군 개입’이나 ‘헬기 사격’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반격하는 모양까지 취하고 있다.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의혹 진상도 꼭 밝혀야 한다. 여고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병을 앓다가 승려가 되고, 음대생이 교생실습 현장에서 계엄사 수사관에게 붙들려 가 고문을 받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증언
  • [사설] 금융위기 수준 고용 쇼크, 정부는 직시해야

    고용한파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국회에 추경 예산안을 신속하게 심의,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연달아 일자리 창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2만 3000명 늘었다. 올 2월(10만 4000명)과 3월(11만 2000명)에 이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특히 11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 등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관계에 대해 정부 내에서 진단이 갈려 우려를 낳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 달 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2~3월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던 입장을 번복한 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5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밝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발언과
  • [사설] 강남역 사건 2년,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고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를 극단적으로 표출한 충격적인 사건에 분노한 많은 여성들은 당시 강남역에 ‘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포스트잇을 붙이며 일상이 된 불안을 호소하고,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여성이 피해자였던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는 총 3만 270건으로, 2016년 2만 7431건보다 되레 10%가량 늘어났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안이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이지만 여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여성의 50.9%는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 치안 대책을 강화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엄단하겠다던 정부의 큰소리가 무색해지는 통계다. 안전해지기는커녕 더 불안해졌다는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강남역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불법촬영,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악성
  • [사설] 北의 판 흔들기, 비핵화 의지만 의심받을 뿐이다

    북한이 어제 갖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런가 하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국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상투적 협상 전략일 뿐, 비핵화 논의의 틀 자체를 허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한·미 공조의 틈을 헤집고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저의를 담은 것은 아닌지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우리 정부가 판문점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14일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북은 그제 오전 전화통지문을 통해 16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역제의했고, 이에 따라 어제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북은 그러나 돌연 어제 새벽 0시 30분 리선권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이름의 통지문을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맹비난하며 회담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6일 회담하자고 제의한 지 불과 13시간 만의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 “한·미 연합공중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 [사설] 보고 안 받겠다던 문 총장, 약속 깬 이유 밝혀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다. 그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독립수사단이 문 총장의 수사 외압 문제를 터뜨리자, 어제 문 총장은 직접 “검찰권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며 정면 대응했다. 급기야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일선 검사와 총장 산하 수사단이 검찰총장과 맞서는 모습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검찰 내부는 ‘독립성 훼손’을 놓고 내홍 중이다. “안 검사와 수사단이 그 정도만으로 총장의 수사 개입을 주장했겠느냐”는 설부터 “부실한 수사 결과에 대한 수사단의 면피성 문제 제기”라는 말도 나돈다고 한다. ‘경찰 수사권 독립 등 검찰 개혁에 미온적인 문 총장 흔들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게 검찰 조직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중요한 것은 문 총장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안 검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 총장이 작년 12월 8일 이영주 춘천지검장 대면보고에서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일반 다른 사건과는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 조사를 못 한다’며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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