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독립수사단, 계엄 문건 지시자와 보고라인 밝혀내야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에 국내 사안에 수사를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헌정 파괴에 버금가는 국기 문란으로 볼 만큼 위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 힘이 실린다. 진상 규명에 미온적인 군에 더는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란 기무사의 내부 문건을 보면 ‘박근혜 탄핵 기각’으로 시위가 격화돼 사상자가 발생해 계엄이 선포되면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으로 계엄군을 구성, 서울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중령·대령급으로 24개 정부 부처를 장악한다고 돼 있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관 자리에 있으면서 1979년 ‘12·12 쿠데타’와 그 이듬해 ‘5·18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상돼 섬뜩하다. 또 기무사는 당시 촛불시위를 종북세력 등의 발호로 보고, 계엄을 실행해 주동자를 색출하고
  • [사설] 여야 쟁탈전 법사위원장, ‘상전’ 안 되게 권한 줄여야

    국회의 헛바퀴가 해도 너무 한다. 여야는 어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가까스로 합의해 오는 13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경찰청장과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날짜도 각각 19일과 23~25일로 겨우 잡았다. 전반기 국회가 지난 5월 30일 종료됐으니 국회의장 공석에 상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공백기가 42일이나 됐다. 국회가 공전을 거듭했던 결정적 이유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다툼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입법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독주를 막겠다고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버텼다. 줄다리기 끝에 법사위원장은 관례대로 야당 몫으로 결정됐다.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에 목을 맨 것은 법사위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16개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된 모든 법안은 국회 본회의로 가기 전 반드시 법사위의 관문을 거쳐야만 한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의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상임위의 것과 충돌하는지 검토하고 법안 체계와 형식, 자구(字句)를 심사하는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법사위가 고유 권한을 넘어 대놓고 월권을 한다는 비판이 국회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여야가 순탄히 합의한 법안마저도 일부러 본회의로
  • [사설] 고혈압 환자에게 신속 고지하고 복제약 성분분석 나서라

    인체 발암물질 추정이 의심되는 성분의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판매중지 사태로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연락한다고 했으나 연락을 받지 못한 환자가 부지기수다. 다른 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 가운데에는 내지 않아도 되는 본인부담금을 낸 경우도 있다. 고혈압 환자는 600만명이 넘는다. 정부는 고혈압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신속히 알리는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안전성 제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발사르탄에서 제2군 발암 추정 의심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나와 제품을 회수 중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이후 보건복지부 대책에 따라 해당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자신이 이용하던 의료기관에서 본인 부담 없이 다른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다니던 병의원을 못 갈 경우 약국에서 무료로 교환받을 수도 있다. 환불 조치는 고혈압약은 장기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빠졌다.
  • [사설] 인도에서 ‘혁신성장’ 화두 꺼낸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길에 동행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혁신성장’을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장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은 최근 경제정책 기조 흐름에 비춰 중요한 변곡점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정보기술( IT)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스타트업 기업인의 우상인 장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장관급인 4차산업혁명위원장에 위촉됐다. 장 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3축이 있는데 시기별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면서 “지금 시장은 혁신성장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앞에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이전 정부가)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에 무심했기에 한 번은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느 타이밍에 조정해야 할지는 제가 할 것은 아닌데 고민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의 언급은 지난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빠른 시간 안에 시장과 기업, 국민이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 [사설] 대우조선 ‘반짝 흑자’ 났다고 파업하나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회생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얼마 전 대우조선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행한 결과 참가 조합원 중 93.4%가 찬성했다. 노조는 당장 파업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파업요건을 갖춰 놓고 회사를 압박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파산 직전의 회사에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겨우 살려 놓았더니 월급부터 올려 달라는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떼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노조는 기본급 4.11% 인상과 노동 강도에 따른 보상제도 강화,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임금 10% 반납과 정기상여금 월 분할 및 기본급 전환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무리할 뿐만 아니라 약속 위반이라고 본다. 대우조선은 2015년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으로부터 13조 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자구안 이행 등에 협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난해 노사는 임단협에서 경영 정상화까지 전 직원 임금의 10% 추가 반납, 진행 중인 교섭의 잠정 중단, 채
  • [사설] 사망·실종 200명 육박하는 일본 폭우, 남의 일 아니다

    일본 서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어제 현재까지 사망자가 110명을 넘어섰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사망자 말고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주민이 최소한 70명에 이른다니 이웃 나라의 불행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후현 구조시의 1050㎜를 비롯해 많은 지역에 한 해 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사흘 동안 집중됐다니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산사태와 침수에 따른 재산 피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피해를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도 집중폭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가 놀라운 것은 일본이 방재 선진국으로 공인받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일본 기상청은 폭우가 내리기 전부터 교토부와 기후·효고·돗토리·오키야마·히로시마·후쿠오카·사가·나가사키 등 8개 현에 호우 특별경계를 발령하고 500만명 남짓한 주민에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전에 하천의 수위가 빠른 속도로 높아져 주택을 집어삼켰다. 침수 가능성이 낮다고 안심하고 있었던 고지대 주민들도 산사태와 지반·주택·도로·담장의 붕괴로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일본을 급습한 폭우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
  • [사설] 이견 노출한 북ㆍ미 고위급회담, 인내를 갖고 ‘윈윈’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그제까지 1박2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이행하기 위해 후속 협상을 벌였다.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 측은 종전선언 발표 등을 요구하고,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이번 회담이 양측 간 팽팽한 입장차 속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직후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발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미루려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로 종전선언의 조기 성사를 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측은 먼저 비핵화 초기 조치를 진행한 뒤 일정 시점에 가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맞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는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 [사설] 계엄 문건까지 작성한 기무사 존치해야 하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작성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은 충격을 넘어 공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지난 5, 6일 잇따라 공개한 문건에는 탄핵 기각을 전제로 대규모 시위 진압을 위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을 동원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론 통제와 정부 부처 장악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비상계엄령을 연상케 하는 문건이어서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천만다행 실행되지 않았다고 해도 문건 작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하다. 지난 2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 사찰과 여론 조작 정황을 공개한 데 이어 촛불 진압 계엄 문건까지 드러나면서 이런 기무사가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기무사가 그 전신인 보안사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행해 온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등 온갖 일탈과 논란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조직이 해체되지 않고 건재하다는 점이 오히려 이해가 안 될 정도다.
  • [사설] 서울대 총장 사퇴로 드러난 낮은 성희롱 인식 수준

    최근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총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강 총장 후보의 사퇴는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동료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 등이 거듭 불거진 탓이다. 강 후보의 성추문이 나도는 상황에서 최종 총장 후보로 선택한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무슨 배짱이었는가 싶다. 한국 사회를 사는 젊은 여성들은 성희롱과 성추행의 피해가 발생해도 국가가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분노로 ‘대학로 시위’를 지속·확대하고 있다. 세 번째인 지난 토요일 서울 대학로에는 여성 6만명이 모여 몰카 촬영 등에 대한 편파 수사와 공권력의 솜방망이 처벌 등에 대해 항의했다. 강 교수는 총추위와 이사회의 두 차례 검증을 통과했지만,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6일 사퇴했다. 총추위는 ‘성 비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고, “그런 사실 없다”는 강 후보의 자가 검증을 그대로 믿었다. 이어 총추위는 강 후보 등 3명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서울대 여교수회가 여교수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총추위는 이미 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교육부 차관도 포함된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15명 중 8명의 찬성으로 그를 총장
  • [사설] 끝내 현실화한 미중 무역전쟁, 긴 안목의 대비 필요하다

    미국이 7월 6일(현지시간) 대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예정대로 고율의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날 340억 달러(38조원) 상당의 중국의 대미 수출품목 818개에 25%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 1102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맞서 중국은 “국가의 핵심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34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돼지고기와 대두, 옥수수, 쇠고기 자동차, 화학제품 등 545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부과 조치에 나섰다.  G2(주요 2개국) 무역전쟁의 향배를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조치로 두 나라 모두 치명타를 입는다는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로 내년 말까지 미국 내에서 14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은 0.3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
  • [사설] ‘눈먼 돈’, 국회 특활비 당장 폐지하라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내역의 일부가 마침내 공개됐다. 영수증도 없이 마음대로 쓴 돈으로 그 사용처를 보면 ‘눈먼 돈’이었다. 참여연대는 어제 3년간의 소송 끝에 국회로부터 받아 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용한 240억원의 특활비 지출명세서를 공개했다. 연간 76억~87억원인 특활비 중 ‘급여성 지출’이 연 40억원 이상이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매월 6000만원을, 예결위원장 등 상임위원장들도 매월 600만원씩 받아 갔다.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에서 5000만원 안팎을 사용했다. 호텔 숙박비나 식비, 항공료는 별도 예산에서 지원받는데 그 많은 액수를 어디에 썼는지 알 길이 없다. 국회의원은 매월 1000만원 가까운 세비에 정치후원금을 받는데 매달 50만원의 특활비도 받았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즉 급여 이외의 비용임을 명백히 했다. 집행 내역은 비공개가 가능하나, 그 요건을 공개로 인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로 한정했다. 그러니 국회가 사용한 특활비는 거의 불법이라고 할
  • [사설] 미·중 무역전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일 없어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미국은 오늘 오후 1시(현지시간 6일 0시)부터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중국도 미국과 동시에 같은 규모,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예고한 만큼 곧바로 맞대응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어제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시행하면 어쩔 수 없이 반격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막판 극적인 타협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확률은 희박하다. 미국은 지난 2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이나모바일의 자국 시장 진입을 불허하면서 대중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이에 중국도 바로 다음날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26종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양국 모두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끼칠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기전망 지표 중 하나인 6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올 들어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는 등 세계 무역량 감소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나라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설] 인구절벽 늦추려면 혁명 수준 대책 내놔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어제 육아기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2년간 1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남편의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과 유급출산 휴가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내려가고 출생아 수도 30만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보이는 등 ‘인구절벽’이 가시화되는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대책을 두고 ‘2040세대의 육아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했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젊은층의 시선은 역시 싸늘하다. ‘몇백만원 더 준다고 누가 애를 낳겠냐’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휴직 급여는 기존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렸지만, 휴직 뒤 첫 3개월에만 국한되면서 4개월 이후에는 12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아빠들이 생계 부담에 육아휴직을 낼 수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고용보험 미적용자에게 150만원을 더 준다지만, 그 수준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리도 만무하다. 9000억원의 재정 투입 규모도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재정 당국이 소극적으로 예산 편성을 했다는 뒷말도 들린다. 이쯤 되면 정책 입안자들이 ‘저출산 속도를 늦추는 건 불가능하니 괜히 헛돈만 쓰지 말자
  • [사설] 현직 장성이 세월호 유족 사찰…기무사 전면 개조해야

    현직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장성이 세월호 참사 당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이 서울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당시 TF 구성원 60여명 대부분이 현직 군인이며 그중 한 영관급 장교는 장성으로 진급한 것으로 추가로 밝혀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방부에서 주재한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과거 정부에서 이뤄진 기무사와 사이버사의 불법 정치 개입이 국군 역사에서 마지막이 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무사를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기무사는 군사 보안과 국방정보 보호, 대테러 활동 방지를 위한 정보활동, 방첩활동 등이 주된 업무다. 군의 검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무사가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때 6개월간 TF를 운영하면서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 팽목항뿐만 아니라 단원고에도 요원을 배치해 일일보고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과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등의 문건을 통해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인물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탐색구조 종결’을 설득할 논리와 방안도 고안했다. 당시 흉흉했던 소문이 사실
  • [사설] 차기 여당 대표가 지킬 대상은 대통령 아닌 국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8월 전당대회가 이른바 ‘진문’(眞文·진짜 친문) 가리기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대표 출마자가 노골적으로 친문을 앞세우고, 당내 친문 인사 수십명이 모여 만들었다는 ‘부엉이 모임’이 최근 부각되는 등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후보 거론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통령과의 친분 정도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에서 ‘진박’ ‘원박’으로 나누며 기승을 부린 최고 권력자에게 기댄 계파 정치가 부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출사표에서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가 적임자”라며 문 대통령을 앞세웠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법무비서관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얼마 전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친소 관계를 바탕으로 (친문과 비문을) 얘기하는 것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현재 당대표 출마 후보로 거론 중인 인사는 ‘친문계’인 이해찬·최재성·전해철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다. 친문 성향의 당원들을
  • [사설] 기내식 파동 자초한 박삼구 회장 결자해지하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어제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은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번 대란의 단초를 박 회장이 제공하고, 대란 여파로 납품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란은 ‘그룹 재건’에 집착한 박 회장의 비정상적인 경영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할 것을 요구하고, LSG가 이를 거부하자 재계약을 취소했다. 대신 중국 하이난항공과 합작해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한 뒤 기내식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에 하이난그룹은 ‘20년 만기 무이자’ 조건으로 1600억원의 금호홀딩스 BW를 인수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해 금호홀딩스의 자본 확충에 골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금호타이어 인수의 지렛대로 삼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이번 대란은 그 결과다. 올 3월 화재가 발생한 GGK 대신 단기 계약한 소규모 업체와의
  • [사설] 종부세 개편안, 다주택자 추가 조치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재정개혁권고안’을 확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이달 말까지 논의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세법개정안에 권고안을 반영하게 된다. 이 권고안의 핵심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고안은 공정시장가액 적용 비율을 현행 80%에서 매년 5% 올려 4년 뒤에는 100%가 되도록 하고, 세율도 0.05~0.5% 포인트 올렸다. 이렇게 되면 초고가주택에 적용되는 세율도 예전 2%에서 2.5%로 높아지게 된다. 전체 종부세 적용 대상 인원 34만 6000여명에 세수증대 효과는 1조 1000억원가량 된다고 한다. 이 권고안은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주택에는 현행 세율인 0.5%를 유지하고, 6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누진제를 적용해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고가 1주택자,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도한 배려 논란을 차단하려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 구분 없이 모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인상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재정개혁특위는 마지막까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놓고 고심했지만, 별도의 배려
  • [사설] 바닥 드러낸 경총, 이래서야 존재 이유 있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어제 임시총회를 열고 송영중 상임 부회장을 해임했다. 협회 회원사 407곳 가운데 233곳(위임 170곳, 참석 63곳)이 참석해 224곳(찬성률 96.1%)이 해임 의결에 찬성했다. 송 부회장은 임기를 석 달도 채우지 못한 채 해임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경제단체의 상임 부회장이 중도 해임된 일은 1970년 경총 설립 이후 처음이다. 우리가 송 부회장 해임에 주목하는 것은 경총의 위상 때문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 안착에서 노사 문제를 전담하는 사용자 대표단체다. 경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라는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결국 박병원 회장과 김영배 상임 부회장이 물러나고 손경식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면서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의 송 부회장을 직접 선임했는데, 이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송 부회장은 2002년 청와대 노사관계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주 5일제 도입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정부안을 마련한 바 있다. 경총이 밝힌 송 부회장 해임 사유는
  • [사설] ‘비닐봉투 안 쓰기’ 업계 전반으로 확산해야

    국내 제과의 대표적인 브랜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를 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이 업체들은 매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재생종이 봉투를 사용하기로 그제 환경부와 협약을 맺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전국 매장에서 비닐봉지 사용량을 90% 이상, 뚜레쥬르는 내년 1월까지 80%를 각각 줄일 계획이다. 이 협약대로라면 두 업체는 연간 2억 3000만장의 비닐을 줄여 온실가스 1만 925t을 감축할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주도로 민간에서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크고 작은 대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기업과 시민의 각성과 협조 없이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비책은 있을 수가 없다. 기업들의 호응은 무엇보다 긍정적인 신호다. 페트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최근 페트병 몸체를 유색에서 무색으로 바꾸며 상표를 붙이는 접착제도 물에 쉽게 분리되도록 개발하기로 했다. 페트병에 색깔을 입히면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사실상 건드리면 터질 ‘환경 뇌관’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중국이 갑자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생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과도한 포장 문화, 무분별한 일회
  • [사설] 원 구성을 해야 개혁입법·개헌 논의도 하지 않겠나

    여야 정치권이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위한 실무협상을 오늘부터 갖기로 했다. 하루바삐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그리고 각종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반기 마지막 회기인 6월 임시국회에서 한 달을 허송세월해 놓고 민생법안 처리 운운하는 게 한심스러워 보이면서도 국회 정상화의 시급성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기대를 갖게 된다. 문제는 여야 모두 조속히 원 구성을 하자면서도 개혁입법연대니 개헌연대니 하면서 국회 내 세 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원 구성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먼저 세 불리기에 나선 쪽은 개혁입법연대를 추진 중인 범여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부동산세제 개편,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 입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권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뺀 모든 세력이 연대하자는 의미다. 여기엔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등 소수 당의 속셈도 숨어 있다. 여당에 협력해 원 구성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하나라도 더 얻겠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아예 상임위원장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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