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마린온 참사’ 원인과 방산비리 여부 철저히 규명하라

    그제 해병대 항공대의 6개월 된 신형 헬기 ‘마린온’이 시험비행 도중 지상 10m 높이에서 추락하면서 탑승자인 해병대원 6명 중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났다. 사고 당시 헬기의 회전날개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고 한다. 사고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기동 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한 상륙용 기동 헬기인 마린온 1, 2호기 중 2호기다. 수리온의 안전성은 감사원 감사까지 했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군 당국은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촉구했듯 방산비리가 아닌지도 규명해야 한다. 나아가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소방용 및 의무용 헬기 등에 대한 안전점검도 철저히 하기 바란다. 수리온은 6년 동안 약 1조 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자주국방용 전투용 헬기다. 2012년 12월 첫 실전 배치 이후 67대가 배치됐으나 결함투성이로 드러났다. 2015년 1월과 2월에 수리온 2대가 엔진 과속 후 갑자기 멈추면서 비상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엔 같은 결함으로 추락했다. 잇단 사고로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리온이 저온 환경에 견디지 못해 헬기 전방 유리가 쉽게 깨지고, 기체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고
  • [사설] 박보영 전 대법관 소신 결단, 원로법관제 개선 계기 되길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전남 여수시 시·군법원 판사에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법관이 3000만원 미만의 소액 및 즉결 심판 사건을 다루는 소도시 법원에서 판사 임용을 희망했다는 것은 ‘사건’이다. 대법관 출신이 개업하거나 로펌에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받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통하는 것이 우리 법조계의 현실인 탓이다. 그의 소신 행보는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판사의 꽃’인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친 뒤 시·군법원 판사를 지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부의 대표적 적폐로 꼽히는 전관예우 관행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다. 대법관 퇴임 직후 유명 로펌에 모셔지거나 개업을 하면 선임계에 도장 하나만 찍고도 3000만원을 받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으로 5개월간 16억원을 벌었던 사실이 드러나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다.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및 개업을 퇴임 후 2년간 제한하는 제도는 이런 폐단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사회적 비판 속에 법조계의 자정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전관예우 악습은 좀체 뿌리 뽑히지
  • [사설] 비핵화 속도 조절 언급한 트럼프, 대북 기조 바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비핵화 속도 조절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운 그는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빨리 움직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 걸음 더 나가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면서 “그저 프로세스를 밟아 갈 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서 ‘종전선언을 하자’는 북한과 ‘비핵화가 먼저’라는 미국의 이견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워킹그룹(실무협의팀) 구성만 하기로 한 북·미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강도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만들어 놓고도 북한의 호응이 없어 회담을 열지 못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비롯한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착 상태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표 없는 비핵화론’을 들고나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조차 든다. 비
  • [사설] 개헌 논의 재점화한 국회의장, 국민의 뜻에 응답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개헌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문 의장은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올해 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개헌 논의가 이제는 결실을 보아야 할 때”라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앞서 20대 국회의 개헌 논의는 여야가 개헌안 합의에 실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이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폐기되면서 두 달 가까이 멈춰 있었다. 하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개헌 재추진에 대해 물은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찬성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등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손익을 계산하다가 거의 꺼져 버린 개헌의 불씨를 문 의장이 다시 살린 점은 평가할 만하다. 1987년 6월 항쟁 끝에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1인 장기집권 시대를 끝냈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단임제 폐단 등을 막거나 줄이지는 못했다. 지방분권, 권력구조 개편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87체제’를 대
  • [사설] 국회 상임위에 부적격자 배정, ‘방탄용’인가

    제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부적격자 배정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각종 비리와 범죄 혐의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의원들이 무더기로 직무 관련 상임위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국회 혁신을 향한 국민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기막힌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어제 1차 완료된 상임위 구성 면면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배정이 적지 않다. 교육위에 배정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75억원 횡령 등 사학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른바 ‘방탄국회’ 덕에 겨우 구속을 면한 교육계 비리 피의자에게 대한민국 교육을 맡긴 꼴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기소된 염동열 한국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강원랜드를 지휘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소관 부서로 둔 문화체육관광위에 버젓이 배치됐다. 법제사법위를 배정받은 이완영 한국당 의원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여 있다. 국회법 제37조에 따르면 법사위는 법원 소관 의안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법정에선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국회에선 법원을 심사하는 셈이다.
  • [사설] 역대급 폭염에 취약계층 살필 역대급 대비책을

    말 그대로 전국 곳곳이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다.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버스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무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친다. 실제로 주차된 화물 차량이 폭염으로 불이 나고, 도로가 파손되고, 화재대비용 건물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할 정도다. 지난 12일부터 전국적으로 확산한 폭염경보 속에 최근 나흘간만 2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런 폭염이 앞으로 길게는 40일까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예보한다. 찜통더위가 올해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지구온난화 현상에다 티베트 고원에서 데워진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실려 한반도를 덮친 탓이다. 7월 중순의 낮 기온이 평년의 8월 상순만큼 치솟는 현실이니 일사병, 열사병 등을 두루 일컫는 ‘온열질환’이 익숙한 생활용어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새벽에도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도 조만간 닥칠 거라고 한다. 온열질환자가 2000명이 넘었던 데다 한 달에 수십만원의 전기료 폭탄으로 아우성쳤던 재작년보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이어지는 폭염 경보에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도 빈곤 가구와 야외 작업자들을 배려하는 대책을 발빠르게 내놓고는 있다. 하지
  • [사설] 한국당, 모두 내려놓는 자기희생 모습부터 보여라

    자유한국당이 오늘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의결한다. 이로써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궤멸 직전의 위기 속에서도 극심한 자중지란의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 갈등 수습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을 받았다.  김 교수가 고사 직전인 한국당을 재건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까지 연출했지만,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는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이 “친박 청산 음모”라고 강력 비난하며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선(先) 사퇴’를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는 호가호위한 친박세력이 당 쇄신을 흔든다며 맞섰다. 의원들의 이런 행태에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구에서마저 “한국당은
  • [사설] 최저임금 일파만파, 고통 분담만이 해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두고, 소상공인들은 광화문 천막농성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이 산입된 것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너무 작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물 건너갔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적 약자인 ‘을 간의 전쟁’으로 비화하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재심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대선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사과하고 “올해 인상폭을 감내하기 위해 노사정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1만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경제 여건을 반영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했지만, 월간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간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경제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우리 경제는 최저임금
  • [사설] 석연찮은 촛불계엄 문건 대응, 宋 장관도 조사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 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기무사, 육군본부 등 군 내에서 오간 모든 문건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진상 규명 수사에 착수한 당일에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이 비상사태에 대비한 단순 계획 차원이라는 주장과 유사시 실행을 염두에 둔 문건이라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궁금증을 풀어 보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하나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한 특수단 입장에선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특수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특수단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의 한 길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문건을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특수단은 우선 소강원 참모장 등 문건 작성에 관여한 현직 기무사 요원들을 소환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작년 3월 최초 보고를 받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 [사설] 사회적 약자 보듬는 포용력 절실하다

    성소수자들의 최대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그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19회인 이 축제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우리 사회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해마다 열린다. 매년 규모가 커져 올해는 역대 최장거리인 4.0㎞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길 건너편에서는 난민대책국민행동의 난민법 개정·폐지 촉구 집회가 뜨거웠다. “국민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이들은 제주 예멘 난민 강제송환, 난민법·무사증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난민 문제는 결코 쉽게 마침표가 찍히지 못하는 뜨거운 사회 쟁점이다. 그제 광화문의 두 집회를 일과성 행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에는 13개국 대사관과 주한 유럽연합,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가 참여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을 지양하자”는 참가자들의 외침이 뜨거웠으나 반대쪽의 목소리도 여전히 거셌다. 종교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려 오후 내내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성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은 말처럼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포용적 시각을 견지한 서구에서조차 여전히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는 사회적 불씨를 떠
  • [사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정부 더이상 불구경 안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노동계는 8680원,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해 양측의 간극이 컸지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측이 내놓은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벌써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이 크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을 폐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분을 고려하면 실질인상률은 9.8%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재계는 두 자릿수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존폐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불복종하는 ‘모라토리엄’ 실행과 심야 가격 인상, 동맹휴업 등을 예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인 329만원의 64% 수준에 그친다. 내년엔 200만원을 밑돌 수 있다. 2017년 기준 16.3% 수준인 최저임금 미지급률은 더 높아질 여지가 크다.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몰렸다”는 이들의 절규를 단순히 ‘업종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런 혼란은 다름아닌 정부가 자초했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 [사설] 미군 유해 송환, 비핵화 불안 걷어내는 계기 돼야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가 한 달이 넘도록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비핵화 시계가 멈추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장성급회담은 비핵화를 가늠할 방향추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지난 12일 유해 송환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준비가 미흡하다며 회담 연기 및 장성급 격상을 요청했고, 미측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12 정상회담에서 전쟁포로 및 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미 미군은 북한으로부터 유해를 넘겨받는 데 쓸 나무 상자 100여개를 판문점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유해 송환이 이뤄지면 북·미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다. 비핵화가 더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교환 조건을 놓고 양측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탓도 크다. 현재 양측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8월의 한·미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의 중단 등의 조치를 주고받았다. 이제부터 본격화할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내놓을 체제보장 조치를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군
  • [사설]어설픈 정책숙려로 면죄부 받은 ‘문제투성이 학생부’

    교육부가 정책숙려제 1호로 추진했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개선안에 교육 현장은 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 의뢰로 시민정책참여단이 학생부 개선 방안을 숙의한 결과 자율동아리 활동과 교내 수상 기록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소논문 기록만 빼는 권고안을 내놨다. 학생부는 확대일로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결정적인 평가 자료다. 불공정하다고 지탄받는 자율동아리와 교내 수상 기록을 그대로 두는 쪽으로 결론 냈다니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숙려제”라는 성토가 쏟아진다. 교육정책 혼선을 빚어 학부모들로부터 빈축을 사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그나마 평가받은 현장형 정책이 학생부 개혁이었다. 그런데 이 약속마저 후퇴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학생부 개선 작업은 한마디로 고육지책이었다. 비교과 활동을 기록하는 학생부가 ‘깜깜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목되자 개선안을 여론에 떠맡긴 측면이 컸다. 방과후 영어 수업 폐지 등 현장을 무시한 정책의 실패로 교육부는 번번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교육부가 지난 3월 학생부를 개혁 수준으로 손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을 때 학교 현장은 그나마 기대를 걸었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학생 자율로 운영하기는 사실상
  • [사설] 문희상 국회의장, 협치로 생산적 국회 만들어야

    6선 의원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까지 의장직을 수행한다. 국회부의장은 5선의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과 4선의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맡게 됐다. 민주당은 운영위 이외에 8개 상임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은 법사위 등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바른미래당은 정보위와 교육위원장,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게 됐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은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41일간 공전 끝에 구성됐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 및 회의 중지, 산회권뿐만 아니라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권한까지 갖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권한이 다소 축소됐으나 마음만 먹으면 국회 운영 자체를 전면 중단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국회의장은 중립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국회법에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회의장이 편파적인 국회 운영을 하는 등 인기영합적인 행보에 나설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의장 권한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
  • [사설] 워마드의 도 넘은 혐오, 어떤 차별도 해결 못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남성 혐오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와 파문이 번진다.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성체에다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태우는 사진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를 두지 않는 남성 중심 교리를 정면으로 조롱하는 표시다. 익명의 인터넷 공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적인 분노 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뜻의 워마드는 그동안 과격한 남성 혐오 글로 자주 논란을 빚어 왔다. 흉측한 사진과 예수를 “꽃뱀”이라 언급한 비난 글까지 등장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시자 처벌과 워마드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국제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핵심 교리를 모독한 사건인 만큼 바티칸 교황청에 공식 보고하는 절차를 실제로 진행 중이다. 문명사회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이런 나라 망신이 또 없다. 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논의는 어떤 순간에도 존중되고 지지받아
  • [사설] 다시 2%대 성장, 하반기 ‘슈퍼’ 추경을 편성해야

    한국은행이 어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보다 0.1% 포인트 내려잡았다. 최근의 극심한 고용 부진을 반영해 취업자 증가 폭도 10만명대(18만명)로 수정했다. 2%대 성장률은 우리에게 낯선 수치가 아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어닥친 2012년 2.3%를 기록한 이후 2%대 성장률에 머문 햇수가 더 많았다. ‘뉴노멀’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지난해 3.1% 성장률은 이례적으로 양호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 이번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우울하게 본다. 고용과 수출,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빨간불이기 때문이다. 2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대다. 이 같은 고용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이 고용 여력을 잃은 데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신규 취업자가 급감하는 탓이다. 월 단위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라는 암초를 만난 수출도 최근 주춤했다. 7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억 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 이상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
  • [사설] 비핵화 담보할 종전선언 우리가 중재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싱가포르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한 합의 중 하나인 종전선언을 2개월반 만에 재차 언급한 것은 종전선언 추진이 자칫 표류할지도 모르는 북·미 관계의 동력을 되찾고,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 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평양 북·미 고위급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이유 중 하나도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의 의견 차이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북한 외무성이 내놓은 담화는 북측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제기했지만 “미측이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미국의 체제보장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기 조치로 보고 있는 듯하다. 정전선언에 이어 수교협상 개시,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등 미국이 취할 조치야말로 북한이 불안감을 떨치고 비핵화에 이르는 안전한 징검다
  • [사설] 후반기 국회, 켜켜이 쌓인 숙제 서둘러 풀어라

    20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그제 마무리됐다. 지난 5월 21일 본회의에서 일부 법안을 처리한 뒤 41일간 이어졌던 공전을 끝내고 어렵게 정상화된 것이다. 민생은 제쳐 놓고, 자리다툼에 골몰한 여야의 구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때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국회의장 공석 기록(선출일자 기준)까지 남겼다. 하마터면 5일 앞으로 다가온 70주년 제헌절 때 국회의장 없는 경축식을 치를 뻔했다. 원 구성 때마다 벌어진 국회의 이 같은 책임 방기가 더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국회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며, 예산을 들여다보는 원래의 기능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만 1만여건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미세먼지저감법, 규제혁신 5법 등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도 서두르려 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을 처리해야 할 핵심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야는 각기 우선 처리를 주장해 온 ‘민생입법’부터 서둘러야 한다. 여야 4개 교섭단체는 지난 5월 민생입법협의체를 구성해 중점 법안을 교
  • [사설] 유엔의 북 식당 종업원 탈북 의혹 규명 요구 따라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년 전 한국으로 집단 탈출한 중국 내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 여종업원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을 촉구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특히 일부 여종업원들을 면담한 결과 “이들이 한국에 오게 된 경위에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여종업원들이 순수하게 자의로 탈북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여종업원 집단 탈출은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기획탈북’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들의 한국행을 알린 건 2016년 4·13 총선을 엿새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는 한국으로의 탈출을 원한 식당 지배인이 현지 국가정보원 요원의 요구에 따라 여종업원들을 협박해 탈출이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이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다음주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북한도 연초부터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이 문제를 연계하는 등
  • [사설] 한진家 부정편입 뒷북 결론, 교육부도 책임 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1998년 인하대에 부정 편입했을 뿐 아니라 학사 학위 취득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달 인하대를 두 차례 현장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조 사장의 편입과 졸업 취소를 재단에 요구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또 인하대가 청소·경비 용역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몰아주는 등 회계 부정이 적발돼 조양호 학교법인 이사장에 대한 임원 자격도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인하대에 기관경고를 통보하고, 교비를 부당 집행한 조 이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 인하대는 “이번 징계와 수사 의뢰는 과도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적극 소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교육부의 이번 인하대 조사가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 입학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조 사장의 부정 편입 의혹은 이미 20년 전에 교육부가 조사했던 사안이다. 당시 교육부는 부정 편입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 9명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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