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2020 경제, 새로운 돌파구 마련해야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출액 5424억 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 줄었다. 수출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반도체 경기침체 등 대형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 수출이 16%나 급락했고, 홍콩 사태, 브렉시트,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도 수출 악재로 작용했다. 대내 상황도 우려할 만하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0.4% 상승에 그쳤다. 1965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보다도 낮다. 내수 경기의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도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1년 내내 0%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명목성장률 1%대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다른 실물지표의 부진이 결합된 저물가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장
  • [사설] 강공 예고에도 북미 대화 여지 남긴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새 전략무기를 골자로 한 “충격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 대신 발표한 나흘간의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의 1만 8000자짜리 보고에서 ‘새로운 길’을 의미하는 ‘정면 돌파’를 23차례나 강조했다. 정면 돌파는 핵·미사일을 뜻하는 전략무기 강화와 자력갱생이라는 핵·경제 병진 노선 회귀를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 반 북미 대화에 대한 실망감을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이라고 표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발사 중단(모라토리엄) 등의 조치에 대해 대가 없이 한미훈련, 추가 제재 등이 돌아왔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모라토리엄 해제를 예고했다. 새 무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으나 지난 연말 두 차례 동창리에서 시험했던 새 미사일 엔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정찰용 위성 로켓,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ICBM이나 로켓 발사는 미국이 경고하는 레드라인을 넘는 군사
  • [사설] 정부 여당, 국민 목소리 더욱 세밀하게 들어야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과거보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 갈등 정도가 심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67.5%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이 더욱 커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7.8%가 그렇다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서도 53.4%가 ‘조국 사태’로 갈등이 커졌다는 데 동의했다. 갈등 요소는 이외에도 많았다.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77.3%였고, 성별 갈등’에서는 19~29세에서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이 74.9%였다. 국민적 갈등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은 우선 민심에 맞서려 하지 말아야 한다. 조 전 장관 문제는 여러 논란을 증폭시키며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대학입시 비리 의혹에 따른 ‘대입 공정성’ 논쟁 같은 것들이다. 현 정부가 기조로 내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더이상 올리지 않기를 희망했다. 갑작스러운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문재인
  • [사설] 전기료 특례할인, 산업용 대책 없인 깨진 독 물 붓기

    가정에서 전기를 덜 쓸 때 받던 할인 혜택이 올해부터 사라졌다. 181만 9000가구의 전기요금이 사실상 오르게 된 것이다. 전통시장 전기,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요금 등의 할인도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다만 전통시장은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전기자동차는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한전은 그간 11가지의 특례할인을 시행해 왔다. 종류별로 일몰 기간은 모두 다르고 지난해 말로 주택용 절전 특례할인 등 3건의 특례할인의 일몰이 예정됐다. 한전은 당초 이 3건 모두 종료하려 했지만 정부의 만류로 한발 물러섰다. 한전이 특례할인을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자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 174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만 1조 1733억원의 손실을 냈다.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를 낸 탓에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해외주주의 투자자ㆍ국가 소송(ISD)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은 더이상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원가 대비 워낙 낮은 요금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데다
  • [사설] 화합과 협치의 새 정치를 새해에 기대한다

    엄중한 국내외 현실 속에서 경자(庚子)년 새해를 맞았다. 정치, 외교, 국방, 경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순탄하게 보이지 않는 비감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위기와 맞닥뜨리면 더 강해지는 대한민국이었기에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국민과 정부, 기업이 힘을 합쳐 하나가 된다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 4월 총선 앞두고 여야 ‘물갈이 공천’ 해야 올해는 4월 15일 총선에 여야가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여의도 지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정국 주도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정치사회의 개혁도 일부 이뤘다. 지난 연말 정부 여당은 개정 선거법을 통과시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고,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도 통과시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남았지만, 한국 사회의 오래된 숙제였던 검찰개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 승리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물갈이 공천’이 필요하다. 앞으로 4년을 관통할 새로운 정치 생태계를 형성하는
  • [사설] 쌍용차 복직, 노노사정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해고 10년 7개월 만의 복직 꿈에 부풀어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7명에게 성탄절 전날이었던 지난 24일 ‘무기한 휴직 연장’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출근을 일주일여 앞두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모신 저녁식사 자리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생애 첫 가족여행지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재입사가 결정된 뒤 정규직 일자리를 그만두고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복직을 기다려 왔다고 했다. 쌍용차는 무기한 휴직 기간에 임금의 70%를 지급할 방침이라지만 당사자들에게 기약 없는 복직 약속은 잔인한 ‘희망 고문’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이들의 복직은 지난해 쌍용차 노동조합(기업노조)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쌍용차 사측,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간 이른바 ‘노노사정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사측은 2009년 정리해고된 노동자 119명 중 60%를 지난해 말까지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노동자들도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이번에 복직할 예정이었던 47명도 이 합의에 따라 지난 7월 1일 재입사했고, 그동안 무급휴직을 하다 내년 1월 2일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측과 기업노조는 ‘노사 합의’ 형식으로 이들의 무기한 휴직 연장을 결정했다. 국내
  • [사설] 정치싸움에 미뤄지는 데이터3법 국회 처리 시급하다

    정치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하는 4+1협의체와 자유한국당 간의 정치적 갈등이 증폭하면서 비쟁점 민생법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이 희생되고 있다. 혁신경제를 활성화할 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들이 거듭 연내 처리 의사를 밝힌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데이터3법 통과가) 막히는 것을 보면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다”고 했겠는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이날 공개된 내년 신년사에서 “정책 기조가 ‘기업의 활력제고’로 전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미래지향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권에 각성을 촉구했다. 경제단체장들의 경고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년에 2.4%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지만, 내년 경제 상황도 올해만큼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합의는 1단계로 미봉책일 뿐이다. 게다가 미중이 경제뿐 아니라 패권을 둘러싼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반면 국내 경제의 혁신성은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 기술분석잡지인 MIT테
  • [사설] 공수처법 통과,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기대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발의 뜻으로 퇴장한 가운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 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검찰총장,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행위를 수사·기소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는 법안을 2002년 만든 지 17년 만이다. 이제 권력의 구조적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감시기구인 공수처는 빠르면 내년 7월에 출범하게 된다. 앞서 표결한 기소권을 제외한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 수정안은 부결됐다. 국회 통과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제기됐다. 초법적 권력기관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나 표적수사할 것이라는 걱정, ‘정적 제거용’으로 악용할 소지 등이 지적됐다. 따라서 정부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한데, 7명 위원 중 2명이 야당 추천 몫이니 일방통행식 임명이 불가하다. 청와대의 수사
  • [사설] 추 법무장관 후보, 국민 위한 법무·검찰 개혁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예상대로 청문회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물론 당 대표 시절의 선거개입 의혹과 출판비 횡령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다. 검찰개혁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추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 구현도 약속했다. 추 후보자는 ‘비대한 검찰권력의 분산’을 검찰개혁의 화두로 던졌고 △적절한 검찰권 행사 △인권옹호적 관점에서의 조직 문화 변화 △조직 내부의 견제 △기소권 독점에 대한 국민적 참여 유도 등의 개혁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되면 후속 조치를 통해 개혁 법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검찰로 바로 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기소독점권을 거머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던 때 검찰은 다양한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셀프개혁’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 [사설] 북,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 안 된다

    북한이 지난 주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회의가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관건적인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면서 ‘투쟁 노선이 제시될 것’을 예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 등을 통해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로 주요 노선 및 정책 방향과 관련한 중차대한 시점에서 소집되곤 했다.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93년 제6기 21차 회의를 끝으로 17년간 공개적으로 개최되지 않았다가 2010년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재개됐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는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처음 제시됐고 2017년 10월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는 “국가 핵무력 건설의 역사적 대업 완수”를 언급하며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극복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 3차 전원회의는 경제집중 노선을 제시하며 앞선 회의의 결정을 사실상 뒤엎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는 유례없이 한 해에 두 번 소집된 만큼 역시 중대한 결정을
  •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외국계 먹잇감’ 전락 경계해야

    국민연금이 ‘악질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최근 의결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영진의 횡령,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됐음에도 개선 의지가 없으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 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는 경영 활동 위축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는 ‘산업의 특성과 기업의 사정’ 등에 따라 주주 제안을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기금운용위는 당초 지난달 13일 가이드라인 시안을 공개한 뒤 같은 달 29일 의결하려 했으나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하자 이러한 내용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요구가 묵살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총 안건 539건 중 부결은 0.9%(5건)에 불과했다.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국민연금이 국민을 대신해 주주 활동을 충실히 한다면 투자
  • [사설] 공수처법은 선거법 처리 충돌 되풀이 없어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된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종료돼 표결처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29일 이른바 ‘4+1’ 협의체의 단일안에 대한 수정안을 발의했으나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세력은 지체 없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후 ‘쪼개기 임시국회’를 이어 가며 남은 검찰개혁 법안들의 처리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만큼은 사력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선거법 처리 당시의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사실 지난 27일 국회의 선거법 처리 과정은 또다시 몸싸움과 욕설, 고함이 난무하면서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국회선진화법마저도 ‘동물국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인간장벽’을 치는 등 국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극심한 몸싸움 끝에 문 의장은 결국 질서유지권을 발동, 1시간 3분 만에야 의장석에 앉을 수 있었다. 선
  • [사설] ‘동물국회’ 재연하며 국회 통과한 선거법, 유감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 23일 본회의에 상정됐고 자유한국당을 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이날 표결 처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앞서 국회 단상을 점거하며 격렬히 반발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였고, 동물국회가 재연됐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참으로 뼈아픈 대목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여당과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장외투쟁에만 몰두한 잘못도 없지는 않지만, 이번 개정 선거법은 한국당이 배제돼 주요한 상대 선수를 빼고 경기의 규칙을 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당은 국회법을 지키며 협상에 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 이번 개정 선거법의 핵심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국적불명의 ‘누더기 선거법’이 되고 말았다. ‘4+1’ 협의체의 합의안은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 253석, 비례대
  • [사설] 조국 구속영장 기각,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 다퉈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측은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법원 측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 등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하지 않았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법원이 감찰 중단이란 직권남용에 관용을 배푼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반
  • [사설] 30만명 턱걸이 신생아 성평등 사회여야 는다

    통계청은 어제 올 10월 출생아수가 2만 5648명으로 1년 전보다 826명(3.1%)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0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25만 79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789명(7.5%) 줄었다. 올 11~12월 태어날 아이가 4만 2035명이어야 올해 출생아수가 30만명이 된다. 출생아수 감소폭이 줄었으나 그동안 한 달 출생아수가 전년보다 2000명가량씩 줄었고 지난해 11~12월 태어난 아이가 4만 8068명이라는 점에서 올해 출생아수는 30만명을 가까스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2017년 한 해 출생아수 40만명이 무너졌는데 2년 만에 30만명 붕괴가 걱정되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출산 정책을 출산율과 출생아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주도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나 구체적이고 신속한 정책이 아쉽다. 또한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성평등을 이루려는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4.2%,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은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사설] 공수처법 24조 핑계로 검찰 내로남불식 반대 안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검찰이 강력 반발한다. 검찰이 문제 삼은 조항은 공수처법 24조의 2로 ‘공수처 이외의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한다’이다. 다시 말해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각적으로 공수처에 알리고, 공수처는 이 가운데 자신들이 수사할 내용을 선별해 보고기관에 알린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그제밤 “중대한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공수처의 ‘과잉수사’ 또는 ‘뭉개기 부실수사’가 우려된다는 등 검찰이 그토록 꺼리던 ‘가정을 전제로 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물론 검찰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해당 조항은 패스트트랙 통과 당시 없던 내용으로 갑자기 포함됐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식적인 논의를 거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통상의 법안 제·개정 절차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공수처법을 대표발의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아니라 되레 수사를
  • [사설] 北 ‘새로운 길’ 외통수 안 되게 제재·안전 묘안 찾아야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없이 성탄절이 지나갔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자제했다고 도처에서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설정했으며, 연말을 어떻게 보낼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이다. 아직도 연말까지는 닷새가 남았다.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의 내용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미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대내외에 제시할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열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핵 보유국 선언과 동시에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모라토리엄) 해제, 북미 및 남북 관계의 중단, 자력갱생, 옛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연대 강화 등 여러 갈래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뭐 하나 우려스럽지 않은 게 없지만 2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 재개를 비롯해 군사력 강화를 드러낼 다양한 수준
  • [사설] 월성 1호기, 서둘러 영구정지할 필요 있었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제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이로써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이미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로 폐쇄에 들어가게 됐다. 이날 결정으로 건설 중인 원전을 비롯한 국내 원전 30기 중 영구 정지 원전은 2기, 가동 중인 원전은 24기가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2012년 압력관 등 부품 교체사업과 안전성 강화 등에 7000여억원을 이미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가 2022년까지 10년간 수명 연장을 승인하면서 그때까지는 전력생산이 가능한 상태인데 이런 거액의 혈세를 쓰면서 수명 연장을 승인했던 원안위가 조기 영구 폐쇄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여름에 폭염이 오거나 또 다른 전력수요 폭증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심각한 안전성의 문제가 감지되지 않는 한 2022년까지는 가동하는 것이 옳았다. 문제는 원안위의 이번 결정이 월성 1호기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9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자료를
  • [사설] 여야 ‘비례당’ 만들어선 안 된다

    개정 선거법안이 ‘비례정당’ 창당 문제로 논란이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이삭줍기하려고 자유한국당이 위성 정당인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도 창당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가뜩이나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빈틈을 앞세워 실리를 채우겠다는 꼼수를 부리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당은 그제 ‘비례한국당’(가칭) 창당을 공식화했다.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장 창당하고, 내년 총선 직후 한국당과 합당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당 창당을 비판하던 민주당이었지만,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는 외부 전문가의 문자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일축했으나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보고를 입수했다”고도 했다.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창당한다면 이는 이번에 개정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허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 득
  • [사설] 북핵 평화적 해결 촉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 들어라

    성탄절인 어제 한미 군 당국은 지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가동하고, 해상에서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출동시켰다. 공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정찰기 4대가 24일 저녁부터 한반도 상공을 날며 감시·정찰에 나섰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의 실행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서 보듯 현재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성탄절 이후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이어진다면 비핵화 시계는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한중은 그제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평화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신호인 것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이후 ‘성탄절 도발’ 확률을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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