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수험생들이 동의하는 입시제도가 되려면/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열린세상] 수험생들이 동의하는 입시제도가 되려면/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대비 6월 모의고사가 지난주 끝났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수험생들 간에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 수능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 같다. 다행히 현행 입시제도엔 여러 가지 다양한 전형방법이 있어서 수능성적이 나쁘더라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특별히 재능이 있거나 논술을 잘 쓰거나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그것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으며, 가정형편이나 거주지역에 따라서도 대학입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찌감치 이러한 전형방법들을 찾아 입시에 대비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그러나 다양한 전형방법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오로지 내신과 수능에만 의존해야 하는 학생들에겐 이러한 전형방법들이 오히려 대학입학문을 더욱 좁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은 입학전형에서 수시의 비중을 높이고 정시에서의 선발인원 수를 줄여나감으로써 더욱 더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대학에서 요구하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나 요건과 상관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그저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수능준비를 한다. 이 평범한 학생들이 절망하는 것 중의 하
  • [열린세상] 큰 사람에게는 스승이 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큰 사람에게는 스승이 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선거의 세례를 통해 떠날 사람은 짐을 싸고, 들어갈 사람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금 들어갈 사람들도 머지 않아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는 날이 온다. 아니 지금 들어가는 시장·군수·도지사 중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기도 못 채우고 자리를 떠야할 것인가. 들어갈 준비를 완벽히 한다는 것은 멋지게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선자들이 써야 하는 것은 취임사만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떠날 때 남기고 싶은 퇴임사를 쓸 시간이다. 지도자의 개성과 인간성은 그 자리를 뜰 때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권좌에 있을 때 무엇을 했고, 무엇을 남겼느냐 하는 것은 지도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러나 떠나는 시기와 방식이 잘못되면 지난 세월의 공덕도 사라진다. 노심초사하며 권좌에 앉았지만 고통 속에서 정치적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과 퇴임 후에도 갈채를 받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국민이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권력으로 행복을 연출하다가 아름답게 떠나는 사람만이 갈채를 받는다. 역사의 눈으로 볼 때, 선거로 뽑힌 사람은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서 쓰는 단역배우다. 단역배우란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다. 일
  • [열린세상]척화와 주화/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열린세상]척화와 주화/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외적이 침입했을 때 이에 맞서 싸울 것인가, 화해를 할 것인가 하는 논란은 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자, 오늘날에도 여지없이 척화(斥和)와 주화(主和)로 논의가 갈렸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척화를 표방한 데 반해 민주당과 재야는 주화를 표방했다. 이명박 정부는 어뢰로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북한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민주당에서는 그래봐야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 피차가 재앙을 당할 것이니 북한을 잘 달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척화와 주화의 대립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러한 척화와 주화의 대립은 지난번 6·2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물증이 나온 만큼 그들을 응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친북행위를 근절해야 하니, 북한에 대해 동정적인 발언을 하는 야당에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민주당은 득표를 위해 국민을 전쟁위험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양자가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으나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과도한 억지논리를 펴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물증이 북한의 소행으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
  • [열린세상]2002년 6월과 2010년 6월/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2002년 6월과 2010년 6월/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2002년 6월과 2010년 6월은 겉으로 보면 매우 유사하다. 2002년 월드컵은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열렸다. 2002년 6월13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당일 효순·미선 양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되었다. 6월29일 연평도 인근해역서 서해교전(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노무현은 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부상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노풍(風)은 거셌다. 천안함 사건은 두 달 넘게 정치사회 쟁점으로 떠올랐고 6월11일부터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월드컵, 노무현, 지방선거, 남북문제는 2002년 6월과 2010년 6월의 공통점이다. 2002년 월드컵은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모든 사회정치 쟁점이 월드컵의 열기 속에 빨려들어갔다. 지방선거는 무관심으로 48.8%라는 최저 투표참여율을 기록했고, 효순·미선 양의 죽음도 당시엔 기억되지 못했다. 서해 교전으로 여섯 명이 전사, 열여덟 명이 부상했지만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에도 조용했던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0년 6월의 상황은 바뀌었다. 2002년 월드컵이 블랙홀이었던 것처럼 2010년 천안함 사건도 그 모든 것을 흡
  • [열린세상] 지능과 지식이 아닌 지성을 추구해야/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지능과 지식이 아닌 지성을 추구해야/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대학이란 우리들에게 극단적 현실형이자, 이상형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이 치러야 할 희생은 경쟁으로 얼룩진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현실형이다. 반면 선택된 젊은이들이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젊음을 불태운다는 측면에서 대학은 또한 이상형이다. 그런데 대학의 이상형은 점점 축소되고, 빠른 속도로 그 공백이 현실형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대학에서 자유와 낭만, 그리고 순수와 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순수학문의 위기, 나아가 인문 인프라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순수학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응용학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 대학에선 응용학문의 효율성이 순수학문의 정통성을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은 ‘지성(intellectual)’의 추구가 아니고 ‘지능(intelligence)’과 ‘지식(knowledge)’을 숭배하는 곳으로 변질된 지 이미 오래이다. 단적인 예가 대학의 고시학원화이다. 고시공부야말로 우리의 지성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다. 지성의 전제 조건은 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창조적 발상인데 고시공부는 정해진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암기하는 공부로서 지성의 작동 원리와는 한
  • [열린세상] 트위터 정치, 소통 부재 개선할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트위터 정치, 소통 부재 개선할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6·2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치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새로운 미디어인 트위터의 위력에 주목하고 있다. ‘트위터(twitter)’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미니블로그이다. 트위터를 사용하면 김연아 선수나 연예인들의 정보를 언론보다 더 빨리 받아볼 수 있어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몇몇 지방선거 후보와 유명인들이 트위터를 이용해 투표를 독려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투표에 꼭 참여하자’는 취지의 글이나,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소위 ’인증샷‘이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었다. 결과적으로 트위터는 선거 무관심층인 20, 30대를 투표소로 이끌어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투표 참여율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청와대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온라인 대변인제의 운영을 지시하고 트위터에 계정을 공식 개설했다. 정치인들 역시 트위터 계정을 열고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현실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미 여러 번의 기회를 통해 새로운
  • [열린세상]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집권여당의 참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되는 대목 중 하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실제 개표결과나 방송사의 출구조사와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네르바나 PD수첩의 처벌사례를 보면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 국제앰네스티는 2010연례보고서에서 “한국 사회는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집회·시위 등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면서 미네르바 사건과 PD수첩 기소 사건 등을 소개했고, “미네르바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많아지고 정부의 무리한 기소가 늘었다.”면서 “과도한 불법화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권의 중핵이자 민주사회의 초석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도 국가적·사회적 공동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 등의 존중에 의한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 [열린세상]역사교육과 새 문화의 창조/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교수

    [열린세상]역사교육과 새 문화의 창조/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교수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을 떠나 일반 상식인이나 교양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우리나라 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약하다. 특히 우리의 역사교육에서 한국사 교육은 홀대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도에 급작히 시행되었던 ‘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등학교 과목 전체가 선택과목으로 변경되었고, 수업부담이 큰 역사는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제외될 우려가 컸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3년 동안의 학습과정에서 한국사 수업을 듣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학계는 중등학교 역사교육의 붕괴에 깊은 우려를 갖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체 역사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성 내지는 계열화의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래형 교육과정의 시행은 강행되었고, 고등학교용 ‘역사’ 교과서의 검정작업을 강행했다. 그리고 지난 5월6일에는 역사교과서의 검정결과를 발표하여 모두 6종의 역사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하였다. 이 교과서들은 최소한 3년간에 걸친 집필 준비과정을 통해 다듬어진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
  • [열린세상] 지방 자치와 선거의 의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지방 자치와 선거의 의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6·2지방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지방의회 선거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다시 시작되어, 이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성년기를 맞이하고 있다. 먼저 지방자치제도의 의미를 살펴보자.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보아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통한 지방정부의 효과적인 운영 유도이다. 각각의 지방정부는 일정 정도의 자율성을 지니고 다른 수준과 구조의 세금을 부과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민들은 거주지 선택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정부 서비스와 세수 구조를 가진 지방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과정을 최초로 모형화한 학자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경제학자 티부(Tiebout)로, 티부는 이러한 선택과정을 개인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클럽을 선택하는 과정에 비유하여 ‘발로 하는 투표’라고 지칭하였다. 이러한 ‘발로 하는 투표’는 지방정부로 하여금 주민들의 선호에 부합되는 서비스와 조세 구조를 갖도록 유도한다. 성년이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에서도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면적이
  • [열린세상] 한·일·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다자협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한·일·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다자협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한·일·중 3국이 제주도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3개국의 협력 및 발전의 비전과 미래상을 담은 한·일·중 협력 비전 2020을 발표하였다. 비전 2020은 3국 협력관계의 제도화, 공동번영을 위해 경제 및 환경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등을 2020년도까지 달성한다는 구체적 목표와 미래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비전 채택은 3국의 공동이익과 동아시아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3개국의 역량을 보다 집중, 협력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한·일·중 공통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제주도 3국 정상회담의 핫이슈는 천안함 사태였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를 보는 일본과 중국의 시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천안함 사건으로 생긴 엄중한 영향을 해소하고 긴장을 점차적으로 완화하며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대북조치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는 전략적 모호함을 견지하였다. 반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천안함사태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한국의 조사결과 발표와 대응
  • [열린세상] 도모미 부모의 한국 사극 사랑/이종수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도모미 부모의 한국 사극 사랑/이종수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한류 덕분인지 대학 캠퍼스에 중국, 일본, 타이완에서 온 유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도모미는 우리 학교 대학원에 유학 온 성격이 밝고 예의바른 일본 여학생이다. 2004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한 ‘천국의 계단’을 보고 한류 팬이 되었고, 유학까지 오게 됐다. 도모미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여자주인공이 술을 먹고 토하는 장면을 보고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 ‘자유분방한’ 한국 여성들의 술 문화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고 한다. 도모미의 부모님 역시 한국 사극 팬이다.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 중년층 여성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붙였다면, 2005년 ‘대장금’, 2007년 ‘주몽’, 최근 ‘이산’에 이르는 한국 사극은 일본의 중장년 남성과 여성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최대 DVD 렌탈숍인 쓰타야(Tsutaya) 집계에 의하면 최근 가장 인기있는 DVD는 한국 드라마이다. 그중에 사극이 30%를 웃돌고 있다. NHK 위성채널에서 방송되는 ‘이산’도 ‘대장금’을 능가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도쿄 가까운 곳에 사는 60대의 도모미 부모님들은 한국 사극을 빌려
  • [열린세상] 위기를 기회로, 국민통합이 핵심이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기를 기회로, 국민통합이 핵심이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금년 상반기는 안팎으로 어수선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은 46명의 우리 해군장병이 희생된 참사로 주변국가들 간의 치열한 외교전으로 비화되었고,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는 최근들어 가장 위험한 긴장상태로 악화됐다. 4년 만에 치러진 6·2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북풍·노풍이 교차하면서 정국이 뜨겁게 달구어졌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실상 이명박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선거정국은 끝났고, 천안함 폭침사건도 조만간 유엔안보리에 회부됨으로써 수습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위기가 끝났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고 미구에 닥칠 더 큰 도전을 감안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각오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 번째 위기는 안보 위기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방안보 분야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전술·전략 등 지엽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천안함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우선 사건 수습과 해결과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나 감사원 감사와 안보태세 점검결과를 토대로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강한 군
  • [열린세상] 월드컵과 정전/박녹 기후변화에너지대책포럼 간사·한전원자력연료㈜ 감사

    [열린세상] 월드컵과 정전/박녹 기후변화에너지대책포럼 간사·한전원자력연료㈜ 감사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주 한·일전 축구대결이 벌어진 일본 최대의 경기장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환하게 비추던 야간 조명을 보면서 연초 읽었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올해 초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인 ‘아바타’는 3D 입체영상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일궈냈다. 이 영화가 한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울산에 소재한 한 대형 영화관에서 웃지 못할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전기설비에 들어가 감전되어 정전되는 바람에 9시간 동안이나 영화상영이 중단된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입장권을 예매하고 상영을 기다리다 돌아갔을 수많은 관객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지난 3월 칠레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강진은 1700만명이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하는 정전 사태를 가져왔다. 2003년 8개주에 걸쳐 5000만명에게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60억달러에 이르는 정전 피해를 입었던 미국에서는 금년 2월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해안지역에 기록적인 폭설과 시속 150㎞에 달하는 강풍으로 또 한번 어려움을 겪었다. 50여만 가구가 고립되었고, 대부분의 기간시설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6년에는 유럽 전체의 정전으로
  • [열린세상]정치인의 주술, 유권자의 미신/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정치인의 주술, 유권자의 미신/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주술과 미신이 넘치고 있다. 개인의 복을 비는 소박한 차원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정책 사안들, 합리적 판단을 요하는 공적 사안들을 놓고 그런 일이 집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신문, 방송, 포털사이트는 정치인의 주술적 언행과 일반국민의 미신적 심리를 잘 반영해준다. 정치인과 주술사의 유사함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권력만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이라면 공적 사안을 균형 있게 논하기보다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한쪽만 과장되게, 그리고 반복해서 외쳐대려 할 것이다. 그래야 자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전의를 북돋울 수 있고,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자꾸 똑같은 말을 들음으로써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차츰 믿게 되거나, 최소한 경쟁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안을 합리적, 균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극단적, 일방적으로 마구 재단하며 유권자를 선동하고 심지어 공포심마저 일으키려 한다는 데서 권력지상주의에 빠진 정치인은 주술사를 연상케 한다. 미국산 쇠고기,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찬반 진영의 일방적 주장과 공포심 조장이 큰 우려를 자아내더니, 천안함 사태에
  • [열린세상] 단순노출효과의 두 얼굴/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심리학 교수

    [열린세상] 단순노출효과의 두 얼굴/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심리학 교수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내게 요즘 괴로운 것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확성기로부터 쏟아지는 유세 소리 때문입니다. 확성기 성능 문제인지 아니면 여러 소리가 섞여서인지 새벽(?)의 고성방가에 짜증이 납니다. 소리뿐 아니라 거리의 모습 또한 마치 새마을운동 시절인 70년대로 돌아온 촌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도 혼잡하지 않았고 워낙 정보가 귀했으니 그마저 신기하여 동네 꼬마들이며 사람들이 줄줄 따라다니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요즘 유세 차는 불쌍할 정도로 외면당하면서까지 저렇게 뭔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를 몰고 다녀야 하나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도대체 선거 때만 되면 겪는 이런 방법이 실제 후보자들에게나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심리학의 재미있는 이론 중 ‘단순노출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용에 관계없이 그저 반복 노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호(호감)를 낳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많이 본 건 익숙해져서 생소하고 낯선 것들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결국 내 편으로 여기려는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인간의 비합리적인 감성이지요. 지난 수십 년간 심리학자들은 수백 편의 논문을 통해 이 단순노출효과를 검증해 내고 있는
  • [열린세상] 4대강 사업의 해법/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전 충북대 총장

    [열린세상] 4대강 사업의 해법/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전 충북대 총장

    ‘4대강 사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6·2 지방선거의 쟁점은 단연 4대강 사업이다.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일에는 법원이 4대 강 사업 취소 소송과 관련하여 현장검증을 벌였다. 4대강 사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찬성, 반대. 이 두 가지 외에는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가. 환경단체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의 성직자가 연대하여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이유는 ‘생명과 환경’의 보호다. 원칙적으로는 옳다. 감히 누가 소중한 생명을 짓밟는 일에 찬성한다 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토목사업은 인류의 복지를 위해 어느 정도 자연을 변형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오두막을 하나 지을 때도 그 자리에 있는 자연 상태를 변형시키지 않고 세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4대강을 개발할 때 지나친 자연 훼손을 줄이면서 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4대강은 유죄와 무죄를 확실히 말하는 법원으로 가는 신세가 됐다. 모든 문제를 꼭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그 사업의 실행과 절차상에 하자가 있는지는 따지고
  • [열린세상] 살처분과 생명/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살처분과 생명/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이 아주 낙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었으니,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 딱할 것인가. 먼저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그 기사를 보면서 달리 짠한 마음이 들었다. ‘살처분’이란 말 때문이다. 살처분이란 깡그리 죽이는 것으로 처리했다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그 구체적 과정이야 다 아는 터이다. 굴착기로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소와 돼지를 밀어넣은 뒤 흙으로 덮는다. 짐승들은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고 구덩이 속에서 숨이 막혀 죽어갔을 것이다. 살처분이 이번 구제역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3년 전 조류독감 때도 닭과 오리를 대량으로 살처분했으니, 전염성이 높은 가축의 병에 ‘살처분’은 자동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생명들은 그저 고깃덩이일 뿐인가, 아니면 돈을 벌어주는 도구일 뿐인가.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조는 ‘홍재전서’에 ‘벌레들을 잡아 물에 던지는 일에 대한 윤음’을 남기고 있는데, 살처분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하다. 요지는 이렇다. 현륭원은 정조의 부친인 사도세자의 무덤이다. 정조가 현
  • [열린세상] 법이 겉 다르고 속 달라서야/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열린세상] 법이 겉 다르고 속 달라서야/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위반을 둘러싼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사건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법에 정한 한계를 벗어날 유혹을 많이 느끼고, 실제로 위반하나 봅니다. 이런 일을 보면, 법에 규정된 범위가 있지만 지킬 생각이 없든지 오히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려면 참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적힌 그대로, 말하는 그대로 행동한다면 덜된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습니다. 어떤 것을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 말을 그대로 듣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것을 해도 된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믿고 그대로 한다면 모자라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고 해서 자기 생각대로 하면 썰렁한 눈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이 다른 부조화는 언어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알 한다.’라고 할 때 실제 잘한다는 뜻이 아니듯이, ‘이런 바보’라고 할 때도 진짜 바보라는 뜻이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들이야 실제 말하는 상황이나 어투에서 진짜 뜻이 전달되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
  • [열린세상] 글로벌 금융불안의 다음 단계/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열린세상] 글로벌 금융불안의 다음 단계/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안정을 위해 엄청난 재원을 퍼부은 대가는 이제 본격적 재정위기를 통해 유로의 기축통화 위치를 흔들고 있다. 그 결과 거대한 네트워크로 통합된 세계의 금융시장은 거듭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000억달러에 이르는 유럽계 은행들의 재원 마련 부담은 3개월 달러 리보금리를 3월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이면서 모처럼 자리잡던 회복세를 약화시키고 있다. 금융불안이 되풀이되다 보니 안정화 비용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현상유지의 유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실제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되면서 위험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누적되고 있다. 금리나 환율, 또는 재정지출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자발적 정책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채로 시장상황에 종속되었으며 정책효과가 전달되는 경로마저 실종되었다. 과거 저금리와 낮은 변동성의 안정국면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정책수단의 보정적 역할은 이미 예상되었다. 기축통화표시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는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유동성이 얼어붙는 위기 시에는 자체적 조정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데다 기축통화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러한 의존구도는 대규모 조정과정에서 기축통화관련 위험
  • [열린세상]저물어가는 오월의 상념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열린세상]저물어가는 오월의 상념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부처님이 또다시 찾아오셨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창연한 오월의 거리를 환하게 수놓고 있다. 어둠의 나락에 빠진 세상에 빛을 주고자 했던 그분의 뜻이 새삼 다가온다. 까까머리 동자승의 해맑은 얼굴이 소담스러운 연꽃을 가득 담은 수면위에 어른거린다.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속에도 순간 무욕의 별천지가 명멸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퍼지길 기원하는 시절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유한한 존재인 중생으로서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저 부질없고 한낱 찰나와 같다는 이승의 욕심을 도무지 저버릴 재간이 없다. 피안의 극락정토를 동경하며 무념무상 속에 침잠하기에는 일상의 오욕칠정이 너무나 강하게 꿈틀거린다. 현세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사바세계의 범부들이 지고가야 할 영겁의 운명일 것이다. 현세적 삶에 대한 갈망이 거부할 수없는 업보라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여러 기념일을 맞은 오월은 이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정의 달 벽두에 우리는 한 ‘기러기’ 가족의 비보를 접했다.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두 딸과 어머니가 생활고에 시달려 동반자살한 데 이어 장례를 위해 그곳을 찾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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