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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해양기지를 두고 해군기지, 해적기지라는 타협할 수 없는 용어가 대결한다. 참여정부 시절 오프라인 신문과 인터넷 매체, 지방과 서울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했던 정치적 유산의 저주인가? 전통적인 전라도와 경상도, 강남과 강북, 재벌과 서민의 대립구조에 더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진 자와 못 가진자, 강자와 약자, 20~40대와 50대 이후의 연령층, 나꼼수 대 저격수, 해군장교 대 해군병사, 99% 대 1%, 급기야 해군 대 해적이 대립구조의 목록에 올랐다. 분열 메뉴의 다양성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대립각은 국책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폐기,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단식투쟁 항의와 무관심으로 나타났다. 마치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무한대립 경쟁이 한국사회에서 재현된 것처럼 철천지 원수나 적과의 동침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극한대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해적(海賊)이라는 용어 하나만 보더라도 아직 배움이 한참 짧은 20대 정치지망생이 빈정대듯 사용할 수 있는 감상적인 용어가 아니다. 해적은 인류의 공적을 의미하는 법률용어이다. 인류는 세계 평
  • [열린세상] 글로벌 연구중심 의대/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글로벌 연구중심 의대/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 학장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국 의과대학 및 아카데믹병원 협의회 국제 연찬회가 개최되었다. 약 20개국의 주요 의과대학 학장 및 아카데믹 병원장들이 모여서 중개연구와 의학교육 과정의 세계화에 대해 사흘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개연구는 실험실에서 발견된 연구 결과를 환자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의 시작부터 임상의사와 기초의학자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회의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건강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의대의 역할과 의학교육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질병 치료가 질병 돌봄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고 특히 질병 치료 위주의 의학교육이 질병 예방을 강조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 또한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개연구와 의학교육의 변화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의료의 국제화이다. 사스나 조류인플루엔자, 최근의 광우병 파동과 같이 이제는 질병의 발생이 한 나라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 [열린세상] 보시라이 사건과 중국정치 바로보기/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보시라이 사건과 중국정치 바로보기/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지난 15일 보시라이 충칭시 당 서기가 전격 해임된 이후, 중국의 정치 변동에 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지나치게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거나, 중국 정치상황의 큰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 문제는 보시라이 해임을 계기로 중국 최고지도부 내의 파벌 간 권력투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보시라이가 태자당의 일원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 계파의 몰락이라거나, 또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해석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근거 없이, 상투적인 파벌 구도 속에 꿰맞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에서 파벌주의 특징은 오랜 역사를 갖지만, 최근 20년간의 양상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과거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의 파벌정치는 생사를 건 치열한 권력투쟁이었고, 그 결과로 승자독식의 권력구조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장쩌민 시대 이후 상이한 파벌 간 타협과 합의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었고, 그 결과 집단지도체제라는 권력구조를 형성하였다. 또한 과거의 파벌경쟁은 치열한 이념·노선투쟁을 수반했지만, 최근의 파벌경쟁은 노선투쟁보다는 자리 안배를 둘러싼 세력 간
  • [열린세상] 디지털의 궁극은 아날로그/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디지털의 궁극은 아날로그/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디지털 세계의 확장은 가히 혁명적이다. 최근의 디지털 걸작은 스마트폰이다. 손바닥 위의 딱지만 한 기계로 전화, 메일, 영화·음악 감상, TV 시청, 길찾기, 게임, 사전찾기, 인터넷 등 할 수 있는 기능은 만능에 가깝다. 젊은이들의 필수품이고 중고령 세대는 따라가기 벅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만능의 스마트폰을 애용하는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가장 높다.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8.0%로 전체 실업률 3.5%의 2.6배에 달한다(2012년 1월). 디지털 만능기기를 가까이 접하는 시대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다양한 이용 장르와 늘어난 정보량을 섭렵하지 못하면 무언가 뒤떨어져 있다는 불안에 짓눌리기 쉽기 때문이다. 손톱만 한 집적회로(IC칩) 하나를 어중간한 인간의 기억용량이 감당해 낼 수 없게 됐다. 디지털 기기가 대신해 주는 일이 많아질수록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지털 관련 일자리는 더욱 잡기 어려워진다. 엄청난 천재가 아니고서야 비집고 들어갈 데가 없다는 착각을 들게 하니 말이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디지털 기기의 달인이라 하여 그가 과연 행복한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행복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
  • [열린세상] 지역간 연계 활성화 별도 예산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지역간 연계 활성화 별도 예산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최근 지역발전과 관련해 꽤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논의되고 있는 ‘지자체 간 연계협력발전의 활성화’다. 연계협력발전은 각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 지역발전정책 가운데 핵심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늦기는 했어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지자체는 협력발전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각자 독립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국한된 사업을 추진하고 재원을 투자해온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역 간의 대립과 소모적인 갈등도 적지 않았고, 자연히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상생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역 간의 연계협력발전은 관련 지자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가능하다. 각자의 이익을 확대하거나 각자의 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거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협력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 원칙 아래서 통상 관련 지자체가 공유하는 지역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향상시
  • [열린세상] 이제는 논의 공익적 환경가치를 높일 때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이제는 논의 공익적 환경가치를 높일 때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논과 농업기술 덕택에 196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그 참담하였던 보릿고개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논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논은 쌀을 생산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쌀 생산 외에도 일정량의 물을 담아놓는 그릇 역할을 하여 홍수를 조절하거나 지하수 등의 수자원을 함양한다. 벼 재배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요인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신 산소를 배출하며, 철새와 같은 야생생물에게는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논이 제공하는 공익적 환경가치는 화폐가치로 추정하였을 때 쌀 생산총액 가치에 거의 버금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는 쌀 과잉생산 및 농촌인구의 노령화로 인하여 매년 전체 논 면적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친환경 논과 휴경 논 면적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국내에서 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논의 공익적 환경가치를 제고한 논 관리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국내의 친환경 논에서는 뜻밖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친환경 논에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하여 살충제와 제초
  • [열린세상] 행복한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행복한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총장님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도 4년 동안 이 대학에 있으면서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따뜻한 리더십의 성공사례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니 행운이랄 수밖에 없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총장은 변변한 퇴임식을 마다하고 학교 식당에서 그동안 대학 구성원들과 만나 왔던 ‘해피아워’를 열어 시간이 되는 사람들하고 작별인사나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조촐한 모임을 예상했는데 대학 구성원 모두가 왔구나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총장이 나하고만 특별히 가까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과도 역시 특별히 가깝게 지내고 있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은 몇백명의 총장들을 모시고 일하는 교수라는 말이 있다. 저마다 잘난 맛에 사는 교수들의 마음을 사서 대학을 발전시키고 개혁시키기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학 총장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것일까. 어찌 됐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퇴임한 우리 대학 총장은 까다로운 교수, 안일한 교직원, 아직은 어린 학생 모두의 마음을 얻어, 이를
  • [열린세상] 곳간지기에게 힘을 실어주자/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곳간지기에게 힘을 실어주자/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선심공약이 나오는데, 과연 이런 공약들은 관철될까? 정책결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청와대, 행정부, 국회 그리고 여론형성층은 선심공약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들 간 역학관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여야의 이해가 충돌할 때에는 청와대와 행정부가 여당의 편에 선다. 이에 따라 ‘청와대+행정부+여당’ 대 ‘야당’의 일방적인 구도가 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정치계절에 예산 수반 정책에 대해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여야가 담합하는 반면 행정부는 분열된다. 먼저 여야는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심공약을 남발하며 예산 증액에 한목소리를 낸다. 각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서로 상대의 요구를 밀어주는 담합, 즉 로그롤링(log-rolling)이 발생한다. 반면 행정부는 예산을 쓰는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등 소관 부처와 예산을 배정하는 기획재정부의 대립이 더 첨예하게 된다. 소관 부처가 여야의 선심공약을 은근히 즐기기 때문이다. 예산이 늘어나면 힘도 생기고 조직이 늘어나 승진도 빨라진다. 부처 장관도 예산의 효과보다는 확보한 예산규모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 선심공약을 즐긴다. 성과를 측정하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하는데 장관은 내년 초면
  • [열린세상] 춘곤의 계절에 피로의 시대를 생각하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춘곤의 계절에 피로의 시대를 생각하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사방으로 봄기운이 그득하다. 바람은 따스한 기운을 끌어안아 자기를 덥히고, 나무는 감추어 둔 새순들을 밀어 올리며, 풀은 갈색 껍질에 물을 불러들여 푸름을 준비한다. 몸은 겨울 외투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마음은 줄 이을 외출에 절로 두근거린다. 유행에 민감해진 열여섯 살 딸은 말리는 제 어미를 뿌리치고 과감히 봄차림으로 나섰다가 저녁 무렵 파랗게 질려 돌아오고도 배시시 웃는다. 그렇다. 어느새 봄이다. 겨울 추위를 건너온 육신이 새 기운을 받아들이려 지친 끝에 따스한 남쪽 바람에 기대 깜빡깜빡 잠들곤 하는 춘곤(春困)의 계절이다. 봄 피로를 물리치기 위한 각종 처방이 연례행사로 온갖 미디어를 뒤덮고 있다. 물론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 불러온 이 피로는 가벼운 운동 정도로도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그 피로와 겹쳐 있는 피로, 세상의 고단함이 불러들인 삶의 피로도 그렇게 가볍게 물리칠 수 있을까? 요즘 한 권의 책이 서점가에서 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가 주인공이다. 시집만 한 판형에 120쪽 내외의 책이지만, 나온 지 3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근 만난 사람들은 대개 이 책을 입에 올렸고 블로그·트위터 등 마
  • [열린세상] 생명과 공감 그리고 희망이 실종된 정치/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생명과 공감 그리고 희망이 실종된 정치/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정치엔 생명이 없다. 성큼 다가온 봄기운이 꽃샘추위 속에서도 생명의 움을 틔우지만 정치는 여전히 언 땅에서 죽음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 정치가 선거를 통해 꽃을 피우기는커녕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생명은 성장과 성숙의 원동력이다. 발전하지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정치가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태의 굴레에 머물러 있다. 공천과정과 비례대표 후보의 면면에서 일관된 국정철학과 가치를 찾아내기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발표한 공약을 살펴보면 현실적 타당성과 구체성이 결여된 선심성 공약들이 많다.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거나 총선과 대선이 끝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급조된 공약에 생명이 있을 리 없다. 여야의 공천도 변죽만 울리다 끝나 버렸다. 공천 방식과 공천 결과에 대해 말이 많다. 하향식 공천 방식이야말로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지목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야 모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새로운 인물은 있지만 새로운 정치를 상징할 만한 대표 주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권력을 만들어 가는 현실정치의 속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생력(自生力)과 자정력(自淨力)
  • [열린세상] 친박·친노 결투의 최후 승자는 누굴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친박·친노 결투의 최후 승자는 누굴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여야의 4·11 총선 공천이 끝났다. 양측 대진표를 보면 마치 친박과 친노의 결투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대체로 공천을 받았고, 민주통합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천을 많이 받았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 시스템 정치를 강조해 놓고 결과는 21세기 현대 정치에서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인치’(人治) 방식의 공천이었다. 참 실망스럽다. ‘인치’ 방식의 공천이지만 양당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새누리당은 박의 사람들이 주류이고, 민주당은 ‘친노‘라는 이념 동조자들이 주류이다. 두 세력의 결투 지향점은 4·11 총선이 아니라 하반기의 대선이다. 그러면 어느 편이 유리할까. 한 사람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은 수장이 힘을 잃으면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념으로 뭉친 세력은 제2, 제3의 인물이 등장하여 맥을 잇는다. 그래서 친박이 유리하지 않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서전(緖戰)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서전에 임하는 양당의 입장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유력 대선주자가 전면에 나섰기에 총선이라는 서전을 대선처럼 치러야 하는 절박함이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이 탐색전의 성격을 가진다. 친노를
  • [열린세상] 좋은 아부 나쁜 아부/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좋은 아부 나쁜 아부/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선거가 다가오니 또 민심을 유혹하는 공약들이 판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거나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 정책들이 정확한 계산이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마치 정치적인 판단 하나로 결정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도 10년, 20년 후에 아무런 후유증이 없는 것처럼 발표된다. 평상시에는 가려운 곳 하나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다가 왜 이 시기에만 이러는지 답답하다. 정치라는 것이 아무리 선거로 결판난다고 해도 이렇게 무책임해도 좋은지 모르겠다. 칭찬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부’라는 말이 있다. 아부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이 동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성질이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잘 대해 주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행동하는 것이 아부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이 특징을 갖는 유전자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부는 뇌에서 세로토닌 농도를 올린다. 세로토닌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높이므로 아부를 들으면 자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리처드 스텐걸의 ‘아부의 기술’을 보면 아부에는 선의에서 나온 아부와 악의적인 아부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프
  • [열린세상]전업 작가와 연봉 800만원/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전업 작가와 연봉 800만원/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최근 두 명의 작가를 만났다. 한 작가는 소설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끝에 그는 지금 구상 중인 작품에 대해 말했다. 몇 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그런 것은 소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작가는 시인이다. 전업 작가인 그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 술 한 잔 사 달라고 했다. 묵묵히 술만 마시던 그가 한참 뒤에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정말 살기 힘들다고. 서울 변두리에 사는 시인은 오른 전셋값 때문에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은행에서 그의 작년 총수입이 800만원 정도이기에 아주 적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만 아니면 죽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시인에게 나는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 주지 못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는 무척 힘들다. 소설 한 편을 쓰면 대략 50만원의 고료를 받는다. 일 년에 열 편을 쓰면 500만원이다. 그런데 일 년에 서너 편 쓰기도 힘든 것이 창작 아닌가. 운 좋게 대기업 사보에 글을 쓰면 고료가 꽤 된다. 그러나 그런 기회도 마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쩔
  • [열린세상] 원전 안전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원전 안전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비록 이견이 있었지만 원자력발전이 안전하다는 인식,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널리 통용되어 왔다. 물론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수납하고 수명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 비용을 가산하고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감안하면 생산비가 적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하는 수준까지 전기료 인상을 수용할 태세가 없다면 당장의 현금 지출이 적은 원자력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후세의 부담이야 그들의 문제이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가정은 작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붕괴와 방사능 유출로도 결정적인 손상을 입지 않았다. 지진이 유발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친 자연재해가 원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난 2월 9일 점검을 위하여 멈춘 고리 원전에 전원을 공급할 비상발전기가 12분 동안 가동되지 않는 비상상태가 발생했던 일이 한달 이상 은폐되었다는 소식에 답답해졌다. 피해는 없었지만 그 원인을 후쿠시마 사고처럼 자연재해로 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원전과 방사성물질은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이고 모든 기계와 설비는 고장으로 인해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한 것이다. 가동한 지 수십년된 원전
  •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한달간 4차례에 걸쳐 원로 사학자인 최문형 선생의 특강을 들었다.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였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 올바른 역사 인식의 저해 요인은 역사 연구의 쇄국화에 있다. 원인과 결과를 따로 분리해서 기술하면 그 역사는 이미 가치를 잃게 된다.”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제사적 시점에서 역사를 보아야 한다는, 한국 사학계에 주는 고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지막 강의에서 노학자는 물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가 ‘병합’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왜 5년이란 세월이 걸렸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평생 학문 연구에 천착해 남다른 업적을 쌓은 석학의 일갈(一喝)이 죽비소리처럼 미몽을 깨운다. 의병의 줄기찬 저항 때문이었다는 한국 사학계의 통설은 진정한 원인이 아니었다.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막을 힘이 없었다거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영·일동맹을 맺은 후 미·영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용인했다는 우리의 통념도 틀린 것이었다. 당시 만주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려 한 러시아는 일본에 여전히 버거운 존재였다. 만주 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미국도 일본의 독식
  • [열린세상] 탈북자 문제, 우리 사회가 해결 방안 찾아야/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탈북자 문제, 우리 사회가 해결 방안 찾아야/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달 넘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악화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 정부의 공개적인 행보, 시민단체와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와 호소, 정치인의 단식 등이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국제사회도 관심을 보이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어 중국의 변화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탈북자들이 북송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기존의 노력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위 ‘조용한 외교’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북한당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탈북자 일부라도 한국으로 오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당분간 그조차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공론화 또는 이슈화’와 ‘조용한 외교’라는 정책적 선택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것이 보다 효과적인지는 관점에 따라
  • [열린세상] 국제정원박람회 성공을 기대한다/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제정원박람회 성공을 기대한다/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이방인’의 작가 카뮈는 “런던은 아침마다 새들이 잠을 깨우는 정원의 도시”라고 말했다. 영국인의 정원 사랑은 대단하다. 영국인의 70%가 주택에 살며 정원을 가꾼다. 시골뿐만 아니라 도시도 마찬가지다. 정원은 주인의 지성, 사회적 지위,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을 뽐내는 무대로 여겨진다. 영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취미 중 하나가 정원 가꾸기이다 보니 BBC를 비롯한 영국 방송들은 정원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수시로 방송한다. 런던에서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첼시 플라워 쇼’는 월드컵 경기보다 더 인기가 있을 정도다(최은숙, 2010). 정원에 관한 세계적인 축제가 국제정원박람회다. 효시는 영국이다. 정원박람회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미국과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정원문화는 서구 귀족·상류사회에서 점차 일반화되어 지금은 많은 서구인들의 삶의 일부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원문화에 익숙한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어떤 이미지일까?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을 제법 안다고 하는 유럽의 지식인들을 만나 보면 한국의 역동성에 대해 자주 칭송한다. 북한 변수로 인해 늘 불안정하면서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단기간에 고도성장
  • [열린세상] 10조원 넘는 복지공약 재원대책 묻자/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열린세상] 10조원 넘는 복지공약 재원대책 묻자/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적어도 복지정책 면에서 정치권의 최근 무게중심은 왼쪽으로 이동한 듯하다. 지난해 말 집권당까지 가담하여 ‘한국판 버핏세’를 전격적으로 처리한 것을 보면 분명히 그렇다. 4월 총선을 맞아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복지공약들의 예상 소요 규모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가 민심을 반영한 것일까? 적어도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실시한 ‘우리 국민의 복지정책 욕구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니다’다. 이 조사는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상대로 실시해 온 조사이다. 올해는 네번째로 연초 약 한 달에 걸쳐 대면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복지이념별 정당지지 성향은 소폭이지만 오히려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보편 복지에 대한 지지도는 소폭 하락했다. 오히려 ‘선(先) 성장 후(後) 복지’를 지지하는 의견이 이번 조사에서 3% 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선별 복지에 대한 선호도를 구체적으로 묻는 항목에서는 1차의 경우 반대가 동의를 웃돌았으나(동의 대 반대 비율 0.98), 이번 4차의 경우 동의가 반대 의견의 1.6배까지 높아진 것
  • [열린세상]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지성인이란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습득하는 지식과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다음, 내면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분별의 마음(正心)을 세우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가치관의 소유자를 의미한다. 동양적 관점에서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든 자기가 해야 할 몫을 바르게 알고 그 몫에 따라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성인은 현실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스스로 강인한 자기 목소리의 실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 그들의 목소리를 움츠러들게 했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게 만든 것일까? 눈치를 살피는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은 그들 마음속에 깊이 숨기고 드러내기 싫은 또 다른 존재에서 연유한다. 이 존재는 스스로 내면에서 부끄러워 자책하는 이중적 마음이다. 탐욕과 자기보호에 급급했던 습성 때문에 양보라는 인식이 사라진 자기중심의 이기주의적 마음, 먼저 나서서 매를 맞을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다가 다른 이가 이뤄 놓으면 대충 무임승차하자는 간사한 마음, 이웃과 백성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만의 울타리에 숨어 버린 단절된 마음, 인간다운 삶이 피폐해지고 무너져 영혼이 상처받아도 거들떠보지 않는 파괴된 마음들이 그들
  •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의 쟁점과 사실관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의 쟁점과 사실관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고대녀라고 불리는 야당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해 인터넷은 아수라장이 되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4·11 총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위협들을 미리 대비하여 후손들에게 튼튼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드는 해군기지가 정치인들의 정쟁 소재가 된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2005년부터 제주 해군기지 관련 활동을 해왔던 필자가 사실관계를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구럼비 바위가 무엇인가? 강정마을 앞의 바위로 된 해안이 어느 날부터 구럼비 바위, 구럼비 해안이라고 불리며 희귀한 것처럼 가공되더니, 이제는 이 바위가 아예 신령스러운 것처럼 발전해 버렸다. 그 역사는 2008년 외부에서 개입한 시민단체가 구럼비 바위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고,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되던 그날 모 신문이 ‘신비하기 그지없는 구럼비’라는 표현을 쓰며, 휴전선도 아닌 한반도 가장 아래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난 기사를 쓰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럼비는 제주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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