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매운 음식, 더 매운 세상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매운 음식, 더 매운 세상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갓 태어난 아이에게 세상은 어떤 맛일까? 인간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이렇게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구별할 수 있는 맛이 단맛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자라면 짠맛을 구별하게 되고, 쓴맛과 신맛까지 구분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왜 이런 순서로 맛을 구별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 맛의 특징이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첫 숨을 쉬는 데 성공한 이후, 최고의 과제는 먹는 것이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는 탯줄이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에 배고픔을 느껴 본 적이 없었지만, 자궁 밖 세상은 다르다. 먹는 것을 놓친다면 비축해 둔 에너지가 별로 없는 아기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기에 배냇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젖빨기에 여념이 없다. 엄마의 젖은 달고, 단맛은 당분의 맛이다. 당분, 즉 탄수화물은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기에 아기는 단맛을 처음으로 느끼고, 또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가 그 다음으로 구별할 수 있는 맛은 짠맛이다. 인체는 6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12~15% 정도를 잃는 경우 탈수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 [열린세상] 개인정보 보호 국가안보에도 중요/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개인정보 보호 국가안보에도 중요/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떠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해서 관리되는지, 어느 곳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메시지 또는 채팅 정보가 테러 집단이 창궐하는 국가에 소재하는 서버에서 관리되고 있다면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서비스 이용자들은 정보보호, 특히 개인정보 보호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ID와 패스워드의 암기가 쉽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의 ID와 패스워드로 여러 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은행·보험·증권의 접속 ID, 포털 서비스나 동호회 및 카페의 ID, 심지어는 자신의 회사 업무 계정이나 유관 기관의 용역 관리 계정 ID도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A포털 서비스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해당 포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포털 서비스의 이용자와 관련된 모든 인터넷 서비스도 해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패스
  • [열린세상] 한·중 산업분업 20주년 회고와 전망/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한·중 산업분업 20주년 회고와 전망/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작년까지 한·중 간 교역은 연평균 20.5%의 성장률을 기록해 대(對)세계 무역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은 1992년 64억 달러에서 작년에 2206억 달러로 34.5배 증가했다. 한·중 간 무역이 확대되면서 두 나라는 상호 핵심적인 무역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2004년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였고, 우리나라는 중국의 2위 수입국, 4위 수출국으로 부상하였다. 중국의 내수와 수입 수요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92년 3.5%에서 작년에는 24.1%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물론 대선진국 수출의존도의 하락을 수반한 것이었다. 한·중 간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의 확대는 우리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구조 고도화에 기여해 왔으나, 다른 한편으로 저숙련 노동을 중심으로 한 ‘고용측면 탈공업화’를 야기한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계,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자본·기술집약적 부품소재 부문에 대중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섬유 등 노동집약분야, 철강 그리고 항공,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에 비교열위를 가지고 있다
  •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snow)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알뿌리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날인 4월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아마도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체의 버거운 삶을 노래한 것이리라. 사실 올해 4월은 잔인했다. 19년 만에 4월에 서울에 눈이 내려 냉랭한 4월로 시작하더니 경찰청장까지 물러나게 한 수원 토막 살인 사건, 그리고 총선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혼잡한 이합집산 과정과 폭로, 비방으로 롤러코스터 정국을 거쳐 왔다. 이제 가정의 달인 5월, 그 어느 달보다 사랑과 소통이 충만한 따뜻한 달이어야 하건만, 때 이른 무더위로 봄날은 온데간데없어졌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인생의 봄날에 해당하는 우리 청소년들도 마음껏 누려야 할 푸른 청춘의 날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요즘 시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온 나라의 어른들이 한숨과
  • [열린세상]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거는 기대/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거는 기대/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문 동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쇼핑, 음식, 명소 탐방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에는 한류 붐을 탄 공연 등의 문화예술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파리는 매년 1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뉴욕타임스는 파리가 외국인을 끄는 매력 중 하나로 분위기 있는 동네문화를 들었다. 카페, 치즈가게, 빵집, 푸줏간 등이 전통적 영업과 형태로 도시 미관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라파랭법’으로 불리는 제도가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작은 상점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의 매력은 누라 뭐라 해도 문화예술이다. 세계 문화의 수도답게 사람들은 문화예술 명소를 순례하듯 다닌다. 파리 체류 당시 필자는 이 도시만의 특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추천해 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을 종종 받곤 했다. 그때 안내한 곳 중 하나가 자크마르 앙드레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19세기 은행가이며 미술수집가였던 에두아르 앙드레와 그의 부인 넬리 자크마르의 저택으로 티에폴로의 천장벽화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 18세기 프랑스 회화와 당시 풍요로웠던 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전
  • [열린세상] 반성없는 정치권력, 그래서 아직은 5년 단임제다/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前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열린세상] 반성없는 정치권력, 그래서 아직은 5년 단임제다/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前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대통령의 5년 단임제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그동안 잠복해 있던 권력형 비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파이시티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수학용어인 파이(π)는 무한히 진행되어 나눠지는 수로, 지금까지도 계산이 끝나지 않은 수를 말한다. 이처럼 양재 파이시티는 영원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한국 최고의 건물로 남을 것이라는 의미로 작명되었다고 하는데, 작금에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발전을 거듭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리의 파이(π) 구조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권력과 비리, 대통령의 임기와 비리 구조의 표출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그동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항상 마지막이 불행한 과거로 점철되어 왔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한 임기를 국민들의 눈높이를 외면한 채 자신들과 측근들에게 맞추다 한 분은 부정선거와 4·19혁명에 의해 강제로 하야되는 운명을 맞이하였고, 다른 한 분은 유신헌법으로 임기를 연장하였으며 민주주의를 한동안 후퇴시킨 부작용으로 인하여 10·26 궁정동 사건으로 갑작스러운 비운을 맞이하였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운명은 민주주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졌으나 또 다른 물리력
  • [열린세상] 인터넷 지식정보 활용법 교육 필요하다/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터넷 지식정보 활용법 교육 필요하다/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인터넷상의 블로거들은 대체로 지식정보를 엄선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듯하다. 과거에는 그릇된 정보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낡은 정보들이 일소되고 정확한 정보가 유포되는 경향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몽유도원도’의 시에 나오는 ‘청지’(淸之)가 안평대군의 자(字)인 줄 몰라 ‘밝은 정취를 기리노라’라고 풀이한 것이 인터넷상에 도배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 오역을 찾아볼 수 없다. 처음 번역을 하면서 우연히 실수를 저지르신 분은 인터넷상에 자신의 오역이 돌아다닐 때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실 듯하다. 얼마 전 학부 수업 시간에 세종대왕이 남긴 유일한 한시인 몽중작(夢中作)을 보드에 써주고 그 뜻을 각자 풀이해 보라는 숙제를 내준 일이 있다. 학생들의 보고서를 받아보니, 대부분 세 번째 구 ‘多慶雖云由積累’(다경수운유적루)의 多慶을 多黃(다황)이라 적고 무리하게 풀이를 해 왔다. 내가 보드에 잘못 적었던가 해서 물었더니, 인터넷의 여러 블로그에 그렇게 소개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역사정보시스템의 전문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간단히 접할 수 있는 블로그를 이용한 것이다. 세종대왕
  • [열린세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작가 이문열이 ‘세계의 문학’이라는 문예지의 1987년 여름호에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1992년에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문열은 1950년대 말의 한 시골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폭력과 부정한 방법으로 친구들 위에 군림하다가 몰락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을 통해 권력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모습을 풍자하였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신기업인 KT가 2G 서비스 강제 종료, 삼성 스마트 TV 인터넷 접속 차단,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문자 투표에 대한 과다요금 징수 등의 문제로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KT는 2002년에 민영화되면서 공기업의 색채를 지우려고 노력했고, 경영층의 비리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9년에는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이동전화 보급률을 달성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발표하는 정보통신 발전지수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상당부분 KT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KT가 최근에 고객들이나 사업 파트너들을 대하는, 오만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태도를 보면
  • [열린세상] 5월에는 탱고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5월에는 탱고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반년이 조금 더 지났다.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을 관두고 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는 조깅이나 헬스를 즐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운동하는 습관이 사라져 갔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설을 쓴답시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허리라인도 무너지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에 딸려 있는 상가건물에 탱고, 자이브, 왈츠를 가르쳐 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학원은 수년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데, 왜 그날에서야 눈에 띄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3개월 수강료를 지불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헬스장에 가기는 어려운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생각하면 발길이 저절로 옮겨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춤을 배운 첫날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맡은 역할은 남자였다. 퇴근시간대에 홍대 부근이다 보니 교습생은 대학생·근처 직장인·주부들이 대부분인데, 짝을 맞추다 보니 남자가 모자랐다. 필자가 남자 역을 맡게 된 것은 키가 크다는 이유였다. 남자는 여자를 리드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편이다. 마음에 맞는 남자와 춤을 추지 않을 바에야, 목적이 운동이었던 만큼 불만은 별로 없다. 그동안 왈츠와
  • [열린세상] 품위있는 죽음 준비하기/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품위있는 죽음 준비하기/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6·25전쟁, 4·19혁명 등 격변의 근현대 한국사를 경험하고 산업역군의 주역으로 경제발전에 몸바쳐 청·장년기를 보낸 후 어느덧 초고속 노령사회의 일원으로 진입해 버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후기산업사회를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경험한 유일한 세대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뿌리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높은 교육열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 국가에 대한 헌신이었다. 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고스란히 우리와 다음 세대의 몫이다. 그런데 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올해 4가구 중 1 가구에 달해 2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급증한 것은 젊은 층의 결혼 기피와 만혼이 늘었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독거노인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는 지난 2010년 48만 가구에서 2035년에는 210만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20%)에 진입한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높다고 한다. 노
  • [열린세상] 일본에 현대차가 없는 이유/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에 현대차가 없는 이유/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세계 시장에서 약진이 눈부신 현대차가 일본에선 안 보인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4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1100대 정도를 팔았고 재작년에는 118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0년 일본의 수입승용차 등록대수 21만 3000대 중 고작 0.06%이니, 일본에서 현대차가 안 보인다 해도 무방하다. 작년에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659만대를 팔아 토요타자동차의 판매대수 795만대를 뒤쫓고 있으니 놀라운 성과다. 그런 현대차가 유독 일본에선 맥을 못 춘다. 왜일까? 혹자는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지만, 폭스바겐(4만 7000대), BMW(3만 2000대), 벤츠(3만 1000대) 등 독일차가 선방하고 있으니 꼭 폐쇄적이라 할 수도 없다. 이럴 때 전통과 국격의 차이가 곧잘 제기된다. 현대차는 폭스바겐, BMW, 벤츠보다 전통이 짧고, 한국은 독일보다 국격이 낮으니 일본인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신주쿠에서 한국 음식이 잘 팔리고 일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것은 왜인가? 이를 단순히 한류붐이라 하면 어째서 현대차는 한류붐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가? 일본인들의 가격대별 상품 선호 차이가
  • [열린세상] 한미 FTA 피해의식 언제까지 가려나/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한미 FTA 피해의식 언제까지 가려나/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2012년 4월 23일 한 신문은 ‘맥쿼리 건드리면 ISD 대상, 9호선·광주순환로 인수 난관’이라는 제목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현실적 위협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불평등한 한·미 FTA로 국가기간시설에 대해서도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고 과대 포장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그러나 보도는 진실을 과장한다. 원래 FTA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본질은 자본의 국제거래를 활성화하고 안정성을 담보해 주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어느 나라가 국제 표준적인 상거래 관행을 준수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경제질서를 규율하여, 국제 자본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객관적인 분쟁해결제도를 확보해 주자는 것뿐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시장으로 변모하는 오늘날 해외자본의 활발한 유치는 경제 번영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제거래가 국제 표준적인 상거래와 거리가 멀고 예측이 어려운 경제 후진국가에는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진출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폐허에서 단기간 내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것을 전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우리 부모 세대가 오직 불굴의 열정과 맨주먹으로 기술확보
  • [열린세상] 위기의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체제/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기의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체제/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위기의 중국 공산당은 어디로 갈까. 보시라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은 쉽사리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은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 중앙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보시라이 부인의 영국인 사업가 살인혐의 외에도 당 지도부 통화내역 감청, 부정부패로 축적한 1조 2000억원 규모 재산의 해외 은닉, 쿠데타 시도설, 100명의 여성과 염문설 등등. 4월 30일 관영 신화사는 보도를 통해 보시라이 스캔들 관련 외신 보도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은 외신보도를 더 신뢰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보시라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은 외신이 먼저 터뜨리고, 얼마 후에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양상이었다. 중국 정부의 정보통제력은 상실되었고, 중국 공산당은 국내외적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사실 중국 최고지도부의 부패혐의 숙청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장쩌민 시대에는 천시퉁 베이징시 당서기와 양바이빙 중앙군사위 비서가 숙청되었고, 후진타오 시기에는 천량위 상하이시 당서기가 숙청되었다. 이들 역시 정치적 비중에서 보시라이에 뒤지지 않는 거물들이었다. 하지만
  • [열린세상] 남해안 발전의 출발 여수 엑스포/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남해안 발전의 출발 여수 엑스포/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여수 엑스포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며칠 전에는 총예행연습도 했고 이제 최종 리허설을 남겨두고 있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오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개최되는 여수 엑스포는 105개 국가,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한다. 이번 엑스포는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 엑스포, 2002년 월드컵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에 속한다. 서울에서 2시간 50분이면 엑스포역에 도착할 수 있는 KTX 전라선과 항공편 등 다양한 교통망과 호텔 등 숙박시설도 확충되었다. 지방자치단체도 전광판, 홈페이지, 버스 등을 동원해 여수 엑스포 홍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언론도 여수 엑스포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 CNN은 최근 ‘2012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7곳’ 중 1위로 여수를 선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 채널 유로뉴스도 여수 엑스포에 대해 이와 비슷한 소개를 하고 있다. 여수 엑스포에서는 눈에 띄는 대목이 많다. 160년의 박람회 역사 가운데 처음으로 박람회장이 바다 위에 만들어졌다.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사라고사 등 ‘바다’를 주제로 한 박람회
  • [열린세상] 애완동물 무단방사 위험하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애완동물 무단방사 위험하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얼마 전 문화재청이 경주개 동경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멸종위기에 처해져 자칫 우리의 후세들에게 전해주지 못할 뻔한 동경이를 이제부터 복원하고 국가의 문화재로 보전한다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고유의 토종견인 동경이는 삼국사기와 같은 옛 문헌에 자주 나오고 신라고분에서는 토우로도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우리에겐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을 가까이 두고 기르는 애완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애완동물은 기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사람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평안함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병원에서는 애완동물을 보조치료사 또는 호스피스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근래에는 자신의 벗으로서의 동물이란 의미로 애완동물보다는 반려동물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할 정도이니 애완동물에 대한 사회적 대접과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애완동물이 우리에게 항상 좋은 것만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1977년 일본의 후지TV가 미국너구리를 주인공으로 한 아동 애니메이션을 방송하였다. 이후 주인공이었던 미국너구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애완동물로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 [열린세상] KTX 경쟁도입 필요하다/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열린세상] KTX 경쟁도입 필요하다/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행정부에 견줘 국회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책결정에 있어 국민여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현안을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복잡한 사안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자연히 여론조사는 개인의 피상적 의견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니 국민여론은 더욱 피상적으로 되어 갈 것이다. 이에 따라 피상적 여론이 국가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TX 경쟁 도입 논쟁도 그중 하나이다. 수서발 KTX 노선의 열차 운영을 민간 기업에 허용하여 철도공사와 경쟁하면서 서로 가격도 낮추고 서비스도 개선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가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찬성률이 22.6%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4월 의뢰한 설문조사에선 64.5%로 나타났다.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참여연대는 ‘민영화’를 물었고, 국토해양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철도 민영화’로 알고 있으며 민영화는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민간에 특혜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니 정치권은
  • [열린세상] 전자정부 2.0과 소셜미디어 환경/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전자정부 2.0과 소셜미디어 환경/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태권도, 양궁, 반도체, 선박건조율, 인터넷, 전자정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2년마다 시행하는 유엔전자정부평가에서 연속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온라인서비스지수, 정보통신지수와 인력개발지수를 합산하여 엄격하게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은 셈이다. 물론 어떤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전자정부의 씨는 이미 25년 전에 뿌려졌다. 1987년에 추진한 기간전산망사업이 첫발이었다. 1990년대엔 초고속정보통신망사업으로 튼튼한 발판도 마련하였다. 2001년에 설치된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전자정부사업을 추진하였다. 특히 행정효율화와 온라인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나라장터, 홈텍스, 온나라시스템, 전자민원시스템, 전자출입국관리시스템 등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 전자정부 대표상품들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브랜드는 없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진화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소니와 모토로라
  • [열린세상] 권력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권력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어린애를 하나 데리고 살아간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겉으로 아무리 멋진 행동, 거룩한 말, 훌륭한 업적을 행한다 해도 저 마음 한편에는 짜증과 질투, 분노와 같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어린애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린애는 너무나 밉살맞아서 떨쳐 내버리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욱 짓궂게 달라붙는다. 그 어린애는 다름 아닌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욱 근본적인 진짜 나일 수 있다. 구스타프 융의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로버트 존스는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그 어린아이, 즉 본능과 직감의 자아를 ‘나의 그림자’로 부르고, 인간이 진정으로 잘 살려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그 그림자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의 관련 저서는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삶의 지혜를 주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죽을 때에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깨닫는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대개 사회나 타인 또는 자기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모습의 나로 살아가기를 거의 강요받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그마저도 한평생 평탄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다. 더욱이 빠르고
  • [열린세상] 은퇴자여 책을 읽으라/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은퇴자여 책을 읽으라/장은수 민음사 대표

    사람들 대부분은 조영무(趙英茂)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했던 일을 이야기해 주면 누구나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린다. 그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방원의 명을 받고 선죽교에 잠복했다가 정몽주를 철퇴로 내리친 사람인 까닭이다. 조선 건국 이후에도 그는 이방원의 편에서 다시 무력행사에 앞장섬으로써 자기 얼굴에 피를 묻혔다. 이 때문에 그 이름에는 인간백정 이미지가 덧씌워져 회자되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영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그려진 말년의 조영무 초상이다. 제2차 왕자의 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은 사병 혁파에 힘쓴다. 위화도 회군 이래, 피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무법천지의 시간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각자 수십, 수백의 부하를 거느렸던 권세가들은 당연히 반발했고, 조영무 역시 무기를 거두러 온 관리들을 구타해 쫓아버리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그는 미래 권력인 이방원의 최측근에서 급전직하해 모든 것을 잃고 지방으로 쓸쓸히 유배당한다. 드라마에 따르면, 이때 조영무의 두 번째 인생이 열린다. 유배 직후, 일자무식 행동대장이었던 그는 갑자기 책의 세계로 빠져든
  •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한국사 과목이 우여곡절 끝에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우리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막상 지정되고 나니 충실한 교육 대신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학교는 시험을 위해서 수주에 걸쳐 집중 교육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몇 주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무작정 외우고 또 교과서가 제시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인터넷에 국사 과목이 재미없고 싫다는 글들로 넘쳐난다. 오히려 교육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국사 또는 역사를 연대기로 착각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한국사를 다 가르쳐야 하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가르치는 분들도 이런 상황을 매우 불만족스럽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방향을 벗어난 것이다.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부터 교육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들을 외우는 것 말고 ‘역사를 보는 눈’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연대기 형식으로 혹은 이미 정설처럼 내려진 해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후에라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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