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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중국 우주굴기의 원천/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 우주센터장

    [열린세상] 중국 우주굴기의 원천/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 우주센터장

    중국의 우주굴기(宇宙?起)가 무섭다. 중국은 최근 자국 기술로 세계 세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를 발사, 자동·수동 도킹 실험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이미 1970년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개량한 창정(長征) 1호 로켓으로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을 발사하며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 위성 자력 발사 국가가 됐다. 이후 지속적인 우주 개발을 통해서 현재는 우주기술력 종합순위에서 일본을 제쳤고, 유인우주선 기술만으로는 세계 3위의 우주강국 반열에 올랐다. 중국이 어느 날 갑자기 우주강국이 된 것은 아니다. 수천만 아사자가 발생한 1950년대 대약진운동 시기의 경제적 후진과 1960년대 문화혁명기의 사회적 대혼란에도, 중국은 마오쩌둥이 주창한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 대륙 간 탄도탄, 인공위성)의 전략무기체계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며 우주기술의 기초를 쌓았다. 이를 통해 로켓기술을 확보한 중국은 1992년 유인 우주계획인 ‘프로젝트 921’ 가동과 1993년에 항공우주 기술개발 전담 조직인 국가항천국(NRSC)을 설립하며 유·무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마침내 ‘
  • [열린세상] 스마트폰은 저절로 성찰하지 않는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스마트폰은 저절로 성찰하지 않는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스마트폰 열기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뉴스도 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이 그만큼 포화상태가 될 만큼 보급돼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신문과 방송, 통신을 융합한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한 놈이다. 내 손바닥 안에서 온갖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호텔·식당·교통편 예약도 하고 은행결제도 하고, 또 지인들과 시도 때도 없이 수다도 떨 수 있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다. 삼성과 같은 대한민국 회사를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의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스마트폰 보급률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선진국이다. 올해 말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미가 약 65%, 유럽과 일본이 45% 선, 기타 아시아·동유럽·북미의 20% 미만 선 보급률 전망치와 비교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스마트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성공하는 법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신화와 삼성전자의 성공, 스마트폰의 현란한 기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 불렸듯
  •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학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요즘처럼 참담할 때가 없다. 국민의 대표로 높으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개 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문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분’. 그런 ‘분’을 두둔하는 또 다른 높으신 ‘분’들. 나아가 이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 지도자라 자처하는 ‘분’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마다 제자들에게, 여름에 피서 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나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서 2학기 개강할 때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면 피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과제를 낼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큰 소리로 ‘예’하고 답한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렇게 1학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제 그런 엄포도 놓지 말아야 할 듯하다. 앞서 언급한 그런 높으신 ‘분’들이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간다 한들 욕먹는 여성밖에 더 되겠는가. 박완서의 소설 ‘친절한
  • [열린세상] 정치권, 포퓰리즘적 경제정치화 중단해야/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정치권, 포퓰리즘적 경제정치화 중단해야/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 입법 포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지지율을 올리고자 경제민주화라는 미명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법안 6개를 당론 발의로 제출했고, 새누리당도 이에 뒤질세라 경제민주화 1, 2, 3호 법안을 제출하더니 앞으로 4, 5호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입법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인기에 편승하려는 한탕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을 흔들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학술적으로 정의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어서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법안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경제주체 간 민주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민주적 관계’란 또 무엇인가? 형평과 상생이라는 미명하에 손발을 묶어 경쟁을 포기시키는 것이 민주적
  • [열린세상] 김영환 사건과 한·중외교의 도전/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김영환 사건과 한·중외교의 도전/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며칠 전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학술행사차 서울에 온 중국의 소장학자 한 명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최근 양국관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김영환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사건의 자세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의 진상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받아들이는 이 문제의 심각성은 2004년 ‘동북공정’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동북공정’ 문제가 부각될 당시 중국 정부가 초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하면서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위협인식’이 크게 확산되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져 보았다. 물론 한 학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고, 다소 직관적인 답변이지만 문제 해결에 참고할 만한 것도 있었다. “랴오닝성 국가안전부에서 저지른 이번 고문사건에 중앙 정부가 개입했을 것으로 보는가?” 중국 학자의 답변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정도 사안에까지 중앙에서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랴오닝성 공안부문에서 모종의 첩보를
  • [열린세상] ‘지공거사’를 뵙고 나서/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지공거사’를 뵙고 나서/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난 주말 대학 동창들과 등산을 다녀왔다. 한 선배가 만 65세가 되면서 받은 시니어 패스(서울시 발행 교통카드)를 보여 준다. ‘지공(지하철 공짜)거사’가 되어 ‘전공노(전철 공짜 노인)’에 가입하였단다. 그 선배에게서는 결코 노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퇴직 후 하모니카를 배우기도 하고 동창들과 등산을 하며 보낸다는 말에서 현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찌 이 선배뿐이랴. 그나마 친목 모임에 나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후배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낫다. 모아 둔 것이 없이 퇴직해 하염없이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 그것을 견뎌야 하는 가족들은 어떨까. 요즘 문상을 가 보면 웬만하면 향년 90세 이상이다. 환갑, 칠순, 팔순도 가족끼리만 기념하는 통상의 생일이다. 그것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의 체력이 유지되는 건강한 상태에서 오래 산다. 심지어 70대 어부가 젊은 남녀들을 연쇄살인한 사례도 있듯이, 나이로는 결코 사람의 체력과 건강을 단정할 수 없다. 최근 서울시가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어르신’이라는 말로 바꾸기로 했다. 나이 든 사람이 신체적으로 약하고 의존적이라는 편견을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상하지만,
  •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도깨비도로란 올라가고 있는데 내려간다고 착각하게 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도로의 특정 구간을 일컫는 말이다. 도깨비도로 현상은 도로 주변의 지형 특성이 만드는 착시 현상이다.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리막인데도 오르막이라고 착각해 승용차 가속 페달을 힘껏 밟다가 차가 너무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거나 때로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깨비도로 착시 현상은 그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혹은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종종 이러한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진다. 전후좌우를 따져볼 때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정보와 비교해 빠르게 판단하도록 진화되어 온 뇌 구조, 개인 욕심이나 다른 이유로 인한 정보 수집 및 분석 오류, 더 크게는 그동안 형성해 온 좁은 관점 등등 때문이다. 자신의 확신이 크면 클수록 상대의 지적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도깨비도
  • [열린세상] 대선 정국과 영웅의 조건/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대선 정국과 영웅의 조건/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여름 휴가철인 데다 올림픽까지 겹쳐 소강 국면에 접어들 법도 하건만 정치 지형은 좀처럼 요동을 멈추지 않는다. 후보군이 각축을 벌이는 뜨거운 대선 정국에 한 권의 역사책이 떠오른다. 머콜리와 더불어 19세기 영국 최고의 역사가로 손꼽히는 토머스 칼라일의 ‘영웅 숭배론’이다. 서양 인물들의 전기를 모아 놓은 ‘위인 열전’ 또는 ‘인물 서양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19세기 서양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속했다. 하지만 제목이 문제였다. 영웅에 대한 맹목적 숭배와 절대적 복종을 연상케 하는 제목 때문에 칼라일은 20세기 접어들어 지독한 오해를 받았다. 1930년대에는 ‘총통(히틀러) 숭배’의 원조로 매도당할 정도였다. 먼저 ‘영웅’이 말썽이었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영웅이라 하면 대뜸 말 타고 칼 휘두르는 군사적 영웅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에는 두 명의 군인(나폴레옹과 크롬웰)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밖의 인물들, 즉 단테, 셰익스피어, 루터, 존 녹스, 루소, 로버트 번스(‘올드랭사인’을 쓴 시인) 등에게서는 군사적 영웅의 이미지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뛰어난 자질을 지닌 ‘위인’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칼라일 자신도 영웅을 위인과 동의어로
  •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올림픽이 뜨겁다. 참가한 선수들의 승리 이야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함성이 열대야만큼이나 뜨겁다.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은 역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승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다. 그런데 메달을 딴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문법이 있고 격이 있어 보인다. 1972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의 리호준은 세계신기록으로 북한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후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고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이 야만적인 인터뷰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도록 하였다. 죽기 살기로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40년 후의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의 안금애 선수는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땄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전투적 적개심이나 지배자에 대한 충성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국가주의의 모습이다. 올림픽을 국가의 우월성이나 인종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메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본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별로 메달을 집계하여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60세부터 80세 연령층(6080)의 빈곤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 대부분을 보낸 이들 세대의 월소득이 70만원에 불과해 저소득층의 삶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연령층 평균소득의 67%에 불과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높은 상대빈곤율도 사회통합 차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노인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2002년 OECD의 정책 권고 이후 기초연금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과 OECD의 제도 도입 권고에도 제도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204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지출이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열린세상] 정치화된 복지는 설 자리가 없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정치화된 복지는 설 자리가 없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한국의 복지는 지난 몇 년간 재정과 제도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왔다. 복지예산은 올 예산 중 28.2%로 국방, 교육 등을 앞질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복지제도도 사회보험과 수당성 연금, 보육·돌봄을 포함한 각종 사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도입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 성장에도 국민이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정부에 의한 복지 공급은 증가하는데 수요자는 왜 그것을 체감하지 못할까. 복지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했고 근본적인 원인이 복지서비스 전달과정의 분절화, 파편화에 있음을 주목하였다. ‘분절적·파편적 전달체계’란 복지급여와 서비스가 최종 수요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신청·조사·결정·제공 과정이 급여와 서비스별로 따로따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다 보니 서비스별로 각각의 과정에 투입되는 사회적 자원 중 상당 부분이 일반관리비용으로 소모되거나 행정력의 낭비가 발생하여 왔고 복지급여나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가 제각각 관리됨으로써 중복 수혜나 대상자 누락과 같은 문제가 초래됐다. 또한 국민들도 급여나 서비스 이용을 위해 각기 다른 창구를 이용해야 하는 혼란을 감수해야 했다
  • [열린세상] 생선을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울텐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생선을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울텐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시대적 소명의식이란 자기 시대를 살면서 현실을 바르게 보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짚어 나가는, 일련의 깨어 있는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각자의 삶 속에서 부딪히는 안팎의 현상들에 대한 일종의 주관적 소신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소명의식의 발현은 주어진 역할 속에서 자기 몫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마음자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칫 능력 등 우월적 차별의식을 정당화하는 데 집착할 경우, 사회는 집단적 이기주의로 흘러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그래서 소명의식은 무엇이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공약수인지를 분별하는 마음가짐에서 출발돼야 한다. 소명의식의 필요성은 주변상황을 살펴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고 생존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의 자신과 후손들까지 아우르는 데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든 역량을 물질적 풍요의 극대화에 전력투구해야 했기 때문에 소명의식을 잊고 살았다. 경제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물질이 객관적 판단기준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은 물질을 구하는 데 목숨을 걸고 있다. 마치 물질의 도움 없이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중증환자의 병색이 완연하다. 썩
  • [열린세상] 여수세계박람회가 남긴 것/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여수세계박람회가 남긴 것/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여수세계박람회가 이제 엿새 후면 대장정을 마친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 같은 대규모 문화행사를 볼 수 없다니 아쉽다.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문화이벤트 중 최대 규모였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최근 여러 나라가 박람회나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일회적이라거나 소모적이라고 폄하되던 축제나 이벤트 같은 마이스(MICE)산업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는 행사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지역개발 효과는 물론 지역과 국가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의 유치를 온 국민이 큰 경사라고 좋아했던 것도 이 같은 연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의 기대 속에 개막된 여수세계박람회의 성패나 공과를 한마디로 단언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옳지도 않다. 개막 때부터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입장객 수가 적다느니, 전시관 관람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느니, 볼거리가 빈약하다는 비판들도 있었다. 기대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탓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 [열린세상] 군 탄약고와 노후포탄 유지의 심각성/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군 탄약고와 노후포탄 유지의 심각성/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얼마 전 육군 탄약창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거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탄약고는 탄약의 수명 연장과 성능 보장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탄약고는 너무 약해 보였고 항온·항습 설비마저 없었다. 또한 탄약은 제때 정비해야 위력을 보장할 수 있다. 제때 정비하지 않으면 탄약의 수명이 단축되고 성능이 떨어지며 정비비용이 증가하는데, 정비주기를 넘긴 탄약이 너무 많아 보였다. 그와 더불어 105㎜ 포탄 등 30년 이상 된 노후 탄종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였는데,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노후된 탄약저장시설을 개선하여 탄약의 수명을 연장하고 생존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탄약의 성능과 수명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 군은 슬래브형 탄약고, 이글루형 탄약고, 동굴형(지하형)탄약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슬래브형 탄약고는 건설비와 유지비가 저렴하고 통풍은 원활하지만,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며 방어력이 너무 약한 결정적 단점이 있다. 이글루형 탄약고는 건설비용은 좀 더 들지만 탄약고의 생명
  • [열린세상] 올림픽 단상/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 단상/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시즌, 밤마다 불 켜진 창문 사이로 환호와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출전선수는 245명, 금메달 10개가 목표라고 한다. 전체 참가 선수단 규모가 1만명이 넘고 26개 종목의 총 금메달 수가 302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야심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유별난 금메달 사랑일까, 아니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쟁시대의 한 단면일까? 우리나라의 인구나 경제력을 고려할 때 스포츠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목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경기 초반부터 유난히 오심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포츠는 경쟁의 세계이다. 이곳에는 금메달 스타만이 주목을 받는 ‘승자 독식’의 원칙이 지배한다. 화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올림픽도 경쟁의 논리를 비켜갈 수는 없다. 스포츠 스타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광고업계의 러브콜을 받는다. 그래서 누구든지 스타가 되려는 꿈을 꾸고, 그 자리에 올라서려고 끝없이 분투한다. 비단 스포츠뿐일까? 효율과 경쟁의 논리는 오늘날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을 휩쓰는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신자유주의’의
  • [열린세상] G2시대와 한국외교 방향/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주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G2시대와 한국외교 방향/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주스위스 대사

    2008년 뉴욕발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화두는 미·중(G2)시대이다. G2는 정치적으로는 이해가 충돌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으로 돈을 번 잉여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상호보완적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미국의 국민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약 4분의1로 군사력, 과학기술, 소프트파워 등 총체적 국력에서 중국을 크게 앞선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5000달러로 미국의 10%에 불과하다. 중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성장에 따른 지역·계층 간 부의 불균형 문제와 자유·평등 욕구의 사회적 확산을 잘 관리하면 2030년쯤에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지 모른다. 구한말 역사는 반복하는가?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있다. 2030년쯤에는 중국과 함께 러시아의 부활도 예견된다. 러시아의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고 시베리아의 엄청난 지하자원을 동원하면 경제성장은 시간문제이다. 대(大)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도 대통령에 복귀했다. 일본은 어떤가? 잃어버린 10년과 경제침체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이 일본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양과 질을 감안하면 여전히 제2의 경제대국이다
  • [열린세상] 증오는 원시적인 감정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증오는 원시적인 감정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옛말에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깊고, 미운 놈일수록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미운 사람에게 고운 마음을 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아들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미움, 분노, 울화, 증오.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 중 마이너스 에너지를 발산하는 감정들이다. 인간이 이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지렁이를 밟으면 꿈틀거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통증을 느끼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생존 반응의 일부일 뿐이지, 지렁이는 결코 자신을 밟은 이에게 화를 내거나 복수하지 못한다. 학자들은 증오를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편도체(amygdala)라고 추정한다. 복숭아를 닮았다 하여 편도체라 불리는 이 작은 부위는 뇌에서 시상하부(hypothalamus), 해마(hippocampus)와 함께 번연계(limbic system)를 구성하는 곳인데, 이 부위가 존재해야 증오와 분노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매우 발달된 뇌를 가진 생물종이지만, 뇌의 모든 부분이 한꺼번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진화상
  • [열린세상] 보이지 않는 도시의 유산 /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열린세상] 보이지 않는 도시의 유산 /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유산을 뜻하는 영어 단어 ‘legacy’는 도시 연구에서 자주 등장한다. 도시는 과거로부터 다양한 영감과 교훈을 얻고 이 과정을 거치며 보다 나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본받을 만한 도시들은 자신들만의 ‘위대한 유산’을 지닌다. 위대한 유산을 언급하면 파리, 로마, 빈과 같은 역사 도시를 연상한다. 도시 전체가 있는 그대로 박물관이나 다름없을 만큼 화려한 건물과 예술품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는 도시의 유산을 주로 물리적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만드는 위험성이 크다. 즉, 대규모 프로젝트나 그럴듯한 건물을 지어 후세에 물려주는 것에 집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몇 개는 기본이고 심지어 몇 십 개를 지어서 한두 개만 성공하면 된다는 무모한 발상까지 한다. 과정과 무관하게 도시의 역사는 걸작과 그것을 실현한 지도자를 기억한다는 그릇된 학습 효과도 한몫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우리가 칭송하는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도시들이 ‘보이지 않는 유산’을 계승·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 있다. 건물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도시를 위한 바람직한 ‘제도·전통·관행’ 등이 하나의 유산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 [열린세상] 서비스 수지 흑자의 명과 암/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서비스 수지 흑자의 명과 암/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나라 안팍에서 들려오는 경제 소식은 온통 암울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유로존의 경제위기 지속과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축인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소비, 투자, 부동산 등 내수도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올해 들어 5월까지 우리나라 서비스 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가뭄에 단비 소식 격으로,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1~5월 상품수지 흑자폭은 수출 둔화로 인해 크게 줄었으나, 서비스 수지는 15억 달러의 흑자를 시현했다. 무엇보다도 수출 특화 부문인 운송 및 건설 수지의 흑자폭이 늘어나고, 여행 수지의 적자폭이 줄어든 것이 서비스 수지의 흑자 전환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발간된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서비스 수지 동향 및 정책방향’에 따르면 운송 수지는 수출물량 확대와 국내 업체의 경쟁력 유지로 흑자폭이 늘어났다. 건설 서비스는 아시아·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플랜트 발주 등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여행 수지의 개선은 관광이나 유학을 목적으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힘입은 바 컸다. 서비스 수지의 흑자 기조는 지속가능할 것인가. 올해 들어 건설, 여행
  •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까지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김문수, 안상수, 임태희, 김태호 후보 등 다섯 명이 나와 겨루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김영환, 김정길, 정세균, 박준영, 조경태 후보 등 여덟 명이 뛴다.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선의 속내를 보면 치열함이 배어 있지 않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된다는 예상을 뒤집을 만한 변수가 없어 싱겁다. 지난 24일 TV토론을 했지만 뜨겁지 않았다. 민주당은 딱해 보인다. 경선은 하지만 안 교수와 메이저 리그에서 겨룰 후보자를 선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 교수는 새로운 정치를 외치지만 잊혀질 듯하면 이벤트를 만들어 자기를 알리는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는 듯하다. 이게 ‘안철수식 정치’이고 신중함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변화를 외치는 그의 행보에 신선함보다는 짙은 정치적인 산법이 느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이다. 경제위기에 복지위기가 겹친 모습이다. 수출, 투자, 내수가 모두 불안하다.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3%는 고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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