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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선 후보와 대북 정책/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대선 후보와 대북 정책/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12월 19일에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를 책임지게 될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선 분위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다수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국내 문제에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중은 경제에는 민감하지만 안보에는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 경제가 중요함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현실을 돌아볼 때 안보와 직결된 대북정책 공약도 국민이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제시된 후보들의 공약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북한과 먼저 대화하고 나중에 비핵화하자는 소위 유화책도이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의 원칙론이 효험이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이동하면서 군부교체 등 체제안정을 위한 시간벌기가 필요한데 남쪽의 대선 후보들이 대화와 경협을 우선하겠다고 하니 내심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북한의 안보 위협은 우리가 느끼고 있는 체감온도보다 매우 악화된 상태이다. 2년 전 연평도 포격은 침공에 가까운 무력도발이었다. 포격 5개월 전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헌법 전문에 ‘김정일 동지께서는 우리 조국을 불패의
  • [열린세상] 작은 담론, 작은 마을, 작은 도시/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열린세상] 작은 담론, 작은 마을, 작은 도시/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담론’은 도시를 설명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표현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 개념이 언어학과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까닭에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도시로 범위를 한정해서 생각한다면 변화를 유도하는 주요한 ‘흐름’이나 ‘방향’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양한 담론이 늘 존재해 왔다. 예를 들어 오늘날 가장 중요한 도시 담론이라 할 수 있는 친환경은 도시의 발전이 지구를 파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생을 모색하자는 데 핵심이 있다. 그러므로 도시계획과 건축디자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접목한다. 이처럼 도시에서 담론은 궁극적으로 실행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긍정적 역할과는 별개로 담론에는 도시의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도사린다. 바로 유행처럼 거대 담론에 다른 모든 가치들이 휩쓸려 버린다는 점이다. 거대 담론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이해와 깊이 있는 분석을 뒤로한 채 결과에서 드러난 성공 신화를 좇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 유비쿼터스 도시, 디자인 도시, 창조 도시, 녹색 도시 등이 지
  • [열린세상] 육아라는 이름의 2인 3각 경기/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육아라는 이름의 2인 3각 경기/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최근 몇 년간 저출산의 심각성이 이슈화되면서 우리 사회도 조금씩 사적인 육아 외에도 공적인 육아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선심성 지원정책이나 세심하지 못한 정책 적용으로 인해 그 취지가 빛을 잃는 경우가 발생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중 하나가 아이 돌보미 제도다. 일정 자격을 갖춘 보육사가 가정이나 아이를 보육하기 적당한 장소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원한다. 아이 돌보미 제도는 종일제 혹은 시간제로도 이용이 가능해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야근·질병·집안 행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 이용할 수 있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로 부모들의 많은 환영을 받았던 제도였다. 특히 소득수준 하위 70% 계층에게는 단계별로 지원금도 지급한 까닭에 더욱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제도는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점을 드러내며 삐걱대기 시작했다. 확보된 돌보미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신청을 하고도 돌보미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나마 얼마 지나지 않아 재정 고갈을 이유로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나 부모들의 한숨
  • [열린세상] 한·중·일 분업의 역동성과 그 모습들/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한·중·일 분업의 역동성과 그 모습들/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과 중국, 일본의 3국 경제는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 이면에는 국제분업의 역동성이 자리잡고 있다. 한·중·일 산업분업의 역동성은 3국 간 애증관계의 변덕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중·일 분업은 각국의 경제성장 및 산업발전단계의 격차에 조응하여 세 마리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맨 앞의 중국은 고도성장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품·소재를 우리나라와 일본으로부터 조달해 가공한 완제품을 선진국에 수출해 왔다. 중간 정도의 경제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핵심 부품·소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뒤 가공·조립해 세계 시장에 수출해 왔다. 이런 분업의 양태는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 대일 무역적자를 창출한 요인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대적 고성장은 대일 역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앞에 있는 기러기의 성장 속도와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 뒤를 따르는 기러기에도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중국 경제의 성장패턴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면 가공무역 형태의 부품·소재 수출보다는 내수용 부품·소재, 소비
  • [열린세상] 정부조직은 권력자의 소유물이 아니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조직은 권력자의 소유물이 아니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에 이상한 전통 하나가 생겼다. 후보들마다 정부조직을 이렇게 저렇게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 정책을 전담할 미래창조과학부 설치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과학기술부 및 해양수산부 부활과 정보미디어부 신설을 내걸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미래 혁신 경제를 담당할 미래기획부 신설을 주장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잦은 개편으로 정부의 안정감이 흔들리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처의 간판과 명패를 바꿔야 하고, 명함을 다시 찍고 부처 홍보에 돈이 드는 등등은 그나마 지엽적인 일이다. 5년마다 부처 이름이 변하면 국제무대에서 대외협력과 협상 파트너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조직 개편을 한다는 등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현재 15부2처3위원회의 명칭을 보면 정부 수립 후 그대로 남아 있는 부처는 국방부와 법무부 정도다. 나머지는 합치고 나누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과거 내무부는 행정자치부를 거쳐 오늘의 행정안전부로 변했고, 교육부는 교육인적자원부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라는 현재 이름으로 변했다. 과
  • [열린세상] 새 정부의 홍보 시스템/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새 정부의 홍보 시스템/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공약 가운데 공직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은 아무래도 정부조직 개편의 향방일 것이다. 새 정부에서 조직이 개편될 경우 비중 있게 검토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정부 홍보 시스템 재편이다. 이명박 정부의 홍보활동이 반면교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산 소고기 파동을 겪으며 임기 내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홍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소통이 부족한 정부, 소통을 잘못한 정부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유난히 강조한 정부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소통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 정부로 인식되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정부에서는 정부 홍보조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정부 홍보 총괄조직을 폐지한 것이 홍보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홍보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 것인가.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새로운 정부 홍보 총괄 조직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부터 있어야 하나, 만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된다면 세 가
  • [열린세상] 건강 민주화의 전제 조건/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건강 민주화의 전제 조건/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18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 뒤면 또다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선장을 뽑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가장 낮은 문맹률,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 등 교육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 수준은 유독 선거에서만은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역시 정책 대결이 실종된 선거이고, 여야의 엇비슷한 공약이나 국가 살림은 고려되지도 않은 복지 정책들을 차분하고 치밀하게 검증할 기회도 없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가 됐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 세 후보의 공통적인 공약 사항이고, 구체적인 실행안까지 발표됐다. 하지만 더욱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즉 건강을 국가가 챙기고 돌봐야 한다는 ‘건강 민주화’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건강의료만큼 우리 사회가 양극화된 분야는 별로 없다. 서울에서 강북과 강남의 건강 수준 차이는 서울과 지방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일례로 2010년 암 사망률 조사에서 노원구는 인구 10만명당 118명이 사망한 반면, 강남구는 89명이 사망해 확연한
  • [열린세상] 서울도서관 찬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서울도서관 찬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지난 14일 수요일 오후에 서울도서관에서 개최하는 독서당 고전강독회에서 첫 강연을 하였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마련한 행사로 13일 시작되어 한 달간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고전강독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서울도서관의 강독회는 옛 서울시 청사가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이후 개최하는 첫 행사라고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 측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1960년대부터 서울에서 생활한 내게 시청은 늘 정치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국회의사당이 근처에 있었을 때는 더했다. 그렇기에 저 육중한 건물이 도서관으로 변모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청 앞 광장도 시민에게 개방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1980년대에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으므로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믿어 왔다. 시청은 달랐다. 강연을 하는 날, 일부러 30분이나 일찍 갔다. 서울도서관이라 새겨진 편액을 보고 신기해하였다. 내부를 둘러보면서는 다시 감탄했다. 기존의 건축물이 지녔던 중후한 멋이 살아 있으면서도 자연 채광에서 묘한 생기가 전해져 왔다. 일반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정기간행물실, 기획전시실, 장애인자료실 등의 배치도 외국 도서관에 뒤지지 않았다. 어린이자료 코너의 발랄한 분위
  • [열린세상] 정치공학에 정의는 있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정치공학에 정의는 있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풍이 대한민국을 휘몰아친 것이 엊그제다. 그걸 보며 우리사회에 정의로운 행동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는 정치가 그 역할을 다하는 사회다. 정치가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삶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정치인들도 선거철만 되면 소통, 공정, 인권, 복지 등 공동체 생활에서 불가결한 가치를 목청 높여 외치면서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대권을 향한 정치인들의 행보에 정의란 과연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정의롭지 못함은 극단을 향해 가는 듯하다. 여야가 서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몇 가지 정치적 쟁점에서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를 위태롭게 한다. 헌법의 요청인 정당주의에서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문재인 후보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민주당의 경선을 거쳐서 대통령 후보가 된 분이다. 결코 ‘대통령 단일화’에 나서라고 선출된 후보가 아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 [열린세상] 구글과 애플은 계모 마인드를 버려야/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구글과 애플은 계모 마인드를 버려야/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계모는 의붓어머니, 즉 아버지가 재혼함으로써 생긴 새어머니를 뜻한다. 계모도 어머니이므로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나 자기가 낳지 않은 남편의 자식들을 차별 없이 돌보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계모가 의붓자식들을 냉대하는 경우가 많다. 백설공주를 쫓아낸 계모왕비, 신데렐라에게만 힘든 집안일을 시키면서 온갖 구박을 일삼았던 신데렐라의 계모, 그리고 콩쥐를 핍박했던 팥쥐 어머니가 나쁜 계모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대안망의 등장과 네트워크의 범용화에 따라 그동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지위가 약화되면서 구글, 애플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로운 맹주로 등장하였다. 모바일 플랫폼이란 통상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마켓이 결합된 개념으로 정의된다. 운영체제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실행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환경을 의미하는데,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양한 콘텐츠 개발자와 소비자들을 통제하며 생태계 내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생태계 내 가치의 흐름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간혹
  • [열린세상] 가을과 거울의 교감을 위하여/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가을과 거울의 교감을 위하여/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다. 외양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여기겠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인간이 외모에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시간과 돈을 들이는 현상은 거울의 발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류 최초의 거울은 연못이나 호수에 자신을 비춰보는 물거울이었다. 그 후 청동이나 구리 등의 반사경이 만들어졌고, 서양에서는 은거울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은 청동거울을 많이 사용했는데, 가난한 이들은 일제강점기까지 물거울을 사용했을 정도였다. 100년 전만 해도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맑고 투명한 유리는 유리판의 뒷면에 주석박을 붙이는 방법으로 12~13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16~17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에 들어와서 사용되었다. 당시 남편이 장터에서 귀한 물건이라는 거울을 사서 부인에게 선물을 하고 두 사람이 같이 거울 구경을 하는데, 부인은 남편 옆에 웬 낯선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몹시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맑고 투명한 거울은 우리의 외양을 비추는 아주 정직한 거울이 되었다. 지금처
  •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에 관광 잠재력을 활용해야/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에 관광 잠재력을 활용해야/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이달 중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드디어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관광객 수에 있어 우리도 세계 상위 20위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성과의 최대 공헌자는 역시 중국이다. 몇 해 전부터 명동을 비롯한 우리의 주요 상권은 춘제(春節), 국경절 등 중국의 명절기간에 큰 호황을 누려왔다. 지난 10월 초 국경절 즈음에는 10만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방한해 약 2억 달러를 쓰고 돌아갔다고 한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관광 발전의 3대 혁명은 1960년대 항공티켓 가격 하락과 패키지 투어 발달,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상이라고 꼽았는데 그 진단이 틀리지 않은 듯하다. 관광은 사람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다. 따라서 어떤 분야보다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뛰어나다.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쇠락해 가는 농어촌의 경제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위해 지역의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에 눈을 돌렸다.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단체가 협업하여 직업훈련센터를 만들고 특산품 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 고유의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의 관광업 종사 비율은 전체 고용인구 중 적게는 3%, 많게는 11%에 이른다. 다
  • [열린세상] 차기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 성공하려면/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차기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 성공하려면/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세 대통령 후보가 모두 대통령의 인사권 축소를 공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88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비상임이사 임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많은 자리에 대한 임명은 장·차관 임명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행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지적은 청와대의 인사 독점과 무자격자 임명으로 요약된다. 차기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현행 법령은 대통령, 기획재정부, 소관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기관장의 경우 대체로 크고 상징성 있는 공공기관의 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나 그 외는 소관 부처 장관이 임명토록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감사 역시 큰 기관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나 그 외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부처 장관이 임명한 기관장에게는 공공기관을 총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감사를 붙여 견제한다는 취지이다. 비상임이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소관 부처 장관이 임명권을 나누어 가진다. 먼저 청와대 인사독점론은 청와대가 법률이 정한 임명권 범위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 측근 비리의 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 인사 독점은 과거에도 있
  • [열린세상] 성장과 복지,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열린세상] 성장과 복지,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장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과거의 성장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다고 각 캠프에서 주장하지만 여전히 복지에 치우치거나 성장과 복지의 연관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요하지만 재벌의 탈출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의 경우에도 세 후보 모두 상당수준의 복지공약을 나열하고 있으나 그 원칙과 방향성, 특히 재원문제에 대해 세밀한 검토를 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사실 저소득층을 위해 영구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정책 등을 추진 중이므로 무조건 늘리는 주택복지가 상책일 수 없다. 저소득층의 지출여건을 감안한 보급 평수 검토를 포함하여 지원원칙을 꼼꼼히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생계비로 4인가족 기준 월 149만 6000원(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먹는 비용과 주거비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학교급식도 국민기초생활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급식비 무상지원은 중복지원이 되는 셈이다. 의료비 지원도 선진국 수준에 비해 크게 뒤질 정도가 아니다. 생계복지와 의료복지는 수준문제가 아니
  • [열린세상] 대량 아파트 공급 시대의 종언/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열린세상] 대량 아파트 공급 시대의 종언/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압축 성장 과정을 거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짧은 시간 내에 선진국 문턱을 넘고 있다. 자본과 기술, 경험 측면에서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과감한 산업 선택과 베이비붐 세대 인력의 뒷받침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여전히 서비스 산업 전반에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중화학에서 첨단 산업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주택 산업도 압축 성장 과정을 거쳤다. 모든 자원이 경제 개발에 집중되던 시기에 주택 부문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했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를 도입하여 수요자의 분양대금으로 아파트 대량 공급의 시대를 열었다. 아파트 공급은 초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주거 형태로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아파트는 주택 공급의 중심에 들어섰다. 2010년 인구주택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재고는 850만 호를 넘는다.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주택수가 크게 부족해 대규모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로 이어졌다. 대도시 주변은 끊임없이 대규모 택지개발로 이어지고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 그린
  • [열린세상]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국운이 상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나간 근대 역사를 되돌아보면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한국전쟁이 일어나 그야말로 폐허의 밑바닥에 내동이쳐졌던 한국이었다. 미국의 원조에 힘입어 겨우 기운을 차려 가던 한국이 드높은 교육열과 잘살아 보겠다는 각오가 있어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제9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국운 상승의 증거가 되는 첫번째 쾌거는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또 한번 따낸 것이다. 유엔회원국도 되지 못하던 처지에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이제 두 번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자리에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엔안보리 진출은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의 일원으로서 국제평화와 안보유지를 위한 유엔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북한이 무무하게 날뛰는 현실을 보다 전향적으로 견제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두번째는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들어 오기로 결정된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중량감 있는 국제기구를 처음으로 유치하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이 세계에서
  • [열린세상]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체크 리스트/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체크 리스트/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통령 선거가 후반을 향해가면서 후보들의 정책 경쟁이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매우 착잡하다. 마음에 와 닿는 국가 경영의 비전과 전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는 ‘3무’(무비전, 무대책, 무소신) 정책 공약들로 채워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무비전, 북핵문제·영토분쟁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북·외교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대책, 그리고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해법 등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은 회피하는 무소신 등이 그것이다. 새로 출범할 정부가 제시해야 하는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은 불확실한 세계정세 속에서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을 의미하고,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떤 통일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통일 구상은 명확하지 않으며, 통일을 장기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일은 분명한 미래 비전을 기초로 적극적으로 조건과
  • [열린세상]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이번 대선을 보니 모든 후보들이 소통과 융화를 외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융화가 부족해졌다는 이야기다. 계층 간, 지역 간, 심지어 가족 간에 이해는 점점 줄어들고 조급함과 짜증만이 넘쳐난다. 사실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 뇌세포의 기능은 세포간의 연결로 시작된다. 그렇다고 모든 뇌세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신경세포가 다른 모든 신경세포와 연결되어야 한다면 필요한 공간도 엄청나지만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신경세포들은 주로 주변의 신경세포들과 중점적, 효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구역별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은 기능적으로 전문화되어 특정 작업을 주로 처리한다. 여러 구역들이 같은 시간에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처리된 일들 중 중요한 내용만이 다른 조직으로 전달된다. 군대나 회사 같은 조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부대 하나가 다른 부대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는 모른다. 그렇지만 전쟁과 같이 중요한 일이 벌어질 때 각 부대들이 어떤 명령을 수행 중인지는 알게 된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도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단위별 조직들이 기능을 수행하고 서로 소
  • [열린세상] ‘여성적’ 대통령 논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여성적’ 대통령 논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근혜 후보의 여성성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논란의 질적 수준은 매우 거칠고 투박하여 듣기 민망할 정도다. 그러나 소모적인 정쟁이나 공박, 비아냥, 키득거림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여성성 또는 사회의 여성성 문제는 진지하게 성찰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후보 세 명은 생물학적 성별을 넘어서서 모두 일정 부분 여성성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 여성성을 지향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려 하고 있다. 강함·추진력·박력보다는 섬세함·배려·힐링 등의 가치를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연구자들은 지구촌의 다양한 사회 형태를 남성적 문화가 강한 사회와 여성적 문화가 강한 사회로 구별하곤 한다. 남성성이 강한 사회는 확고한 주장, 부의 획득, 일의 성취감 등에 가치를 많이 둔다. 반면 여성성이 강한 사회는 이웃을 돌보고,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삶의 질을 고려하는 데 더 가치를 둔다. 남성성이 강한 사회의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을 최고의 학생으로 칭찬하고 대우한다. 학생들은 경쟁하고 성취하고, 성공하기 위해 애쓴다. 여성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이런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 [열린세상] 열정(熱情)이 천직(天職)을 만든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열정(熱情)이 천직(天職)을 만든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가을도 끝자락에 걸린 어느 날, 연구실로 졸업을 앞둔 제자가 찾아 왔다. 4년 내내 장학생으로, 또 학생회 간부로 씩씩하게 활동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몹시도 초췌한 모습이었다. 진로 때문에 무척 고민을 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랜 고민 끝에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는데, 어느 대학에 지원을 해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는 대로 이것저것 가르쳐 주자 제자는 조금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나는 제자에게 왜 교사가 되려는지 물었다. 제자는 정년이 보장된 가장 안정된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불현듯 얼마 전 명예퇴직을 한 친구가 생각났다. 고교 시절 수재 소리를 들으면서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 임원으로 있던 친구이다. 쉰을 갓 넘긴 나이에 퇴직을 한 친구는 대취한 채 나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자식들이 아직 대학 다니고 결혼도 못 시켰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하고 싶었던 일은 다 저버리고 오로지 가족과 회사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런 삶이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의미를 갖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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