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은희경의 ‘빛의 과거’, 시공간을 넘어 배우는 문화/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 과정
지난 학기 수업에서 한국 소설 몇 편을 읽었다.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 ‘빛의 과거’(2019)는 가장 최신작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주인공 ‘김유경’의 시점으로 2017년과 1977년의 시공을 넘나든다. 김유경은 친구, 즉 김희진이라는 인물의 소설을 읽으면서 신입생으로 기숙사에 처음 입사한 시기인 1977년의 추억을 상기한다. 1977년 신입생인 김유경과 그녀를 둘러싼 룸메이트와 동료들의 이야기, 신입생 환영회, 첫 미팅, 봄 축제, 학보사 경험, 오픈하우스, 연애사건들이 전개됐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김유경과 김희진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그려진 청춘문화이다. 한국에 오기 전 대중매체로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청춘문화 혹은 대학생 문화도 동시에 접했고, 한국 생활에서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청춘문화는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소설 속 당대의 대학생의 생활과 대학생 문화는 특히 눈에 띄었다.
‘빛의 과거’ 속 1977년은 감시와 검열의 시기, 즉 ‘긴급조치 9호’의 시기였지만 그 안에서는 정부와 맞서는 시위 외에 대학생 문화도 상당했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이 여대 기숙사생이라서 여성에 집중돼 당대의 대학생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