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자원의 저주와 중국, 북한이 얻어야 할 교훈/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자원의 저주와 중국, 북한이 얻어야 할 교훈/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입력 2020-12-22 20:10
수정 2020-12-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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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북한은 코로나로 인해 무역이 거의 중단됐고 시장에서는 이상 신호가 터져 환율과 유가 등의 가격변동과 이상한 움직임도 보인다. 사실 무역 중단은 내부 상황을 감안한 북한 당국의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으로 그만큼 국가 내구력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라 장기화된 제재이다. 미국과 복잡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독자 개발한 백신을 북한에 제공하게 되면 코로나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 코로나가 급성질환이었다면 오히려 제재는 만성질환이 될 수 있고, 제재로 인해 대중 의존도를 높여 앞으로 북한의 주권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 중국은 친구이자 위협이다. 중국에 나라 경제가 먹히고 엘리트도 포섭돼 김씨 가문보다 중국 당국에 동조할 우려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재 완화를 구하는 것이 어떤가? 미국과 협상을 잘해서 비핵화의 경로에 진입하게 되면, 남북 교류가 활발해져 대중 의존도가 줄어들고 투자도 늘면서 광물이나 의류뿐만 아니라 고가 품목들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이는 경제구조도 개선되고 나라도 발전한다는 논리인데, 사실 한국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도 북한의 핵포기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같은 꿈이 있기에 이런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이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상 유지보다 이런 방안에서 유일하게 불리해 보이는 것은 ‘김씨 가문’이다.

핵 보유가 체제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북한은 경제개발보다 체제보장을 우선시해 왔다. 하지만 제재가 장기화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중국과 광물무역을 많이 해 온 나라들에 대해 학습할 필요가 있다. 자원은 축복이자 저주일 수 있다. 중국 투자 관련 연구에 따르면 어떤 나라는 외자도입으로 천연자원을 개발해 공업발전을 이루게 되는데, 그 나라 제도의 질이 중요하다. 비리가 적을수록 소유권제도와 법제도가 투명해지고, 공평할수록 공업 같은 복합적인 경제 생태계가 잘 발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이나 서구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1970년대 한국 정도, 혹은 1980년대 중국처럼 당국이 사적 자본의 축적과 사업가의 번창을 ‘사회악’이 아닌 필요한 것으로 보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어떤가? 현재 북한 당국은 시장을 때때로 탄압하면서 시장의 상위인 돈주(신흥자본가들)와 결탁하기도 하고 언제든 공개 총살로 위협할 카드도 갖고 있다. 소유권도 보장하지 않고 사적 자본을 반혁명적이라 선전하면서 거시적 차원에서 필요악으로 보면서도 시장이 당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사회악으로 일부를 척결하기도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보다 더 시급한 건 제도 정비다. 핵이 어렵게 이룬 성과라면 시장과 국가의 이상한 혼합은 비정상적이며 정비해야 할 제도이다. 코로나 위기에서처럼 앞으로도 시장을 탄압하고 사회를 사납게 억누를 수 있다는 잘못된 교훈을 얻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중국과 자원무역을 해 온 나라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시장과 돈주가 주체혁명의 위업에서 흑사병이 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김 위원장은 돈주를 대대적으로 당에 입당시켜 주고 새로운 계층으로 인정하면서 소유권이 아니더라도 공동관리권과 같은 법적인 권리를 만들어 ‘하사’하고 실제로 그들을 혁명의 동반자로 인정해 주면 경제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자원의 저주에 빠져 경제개발의 경로를 개척할 리가 만무하다. 돈주가 출현한 지 20년이 지난 이제라도 북한 시장의 힘이자 북한 경제에서 주력이 된 세력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면 제재와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경제 개혁과 경제 개발의 꿈을 되살릴 수 있다.
2020-12-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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