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 [글로벌 In&Out] 윤석열 외교 6개월을 진단한다/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윤석열 외교 6개월을 진단한다/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정상회의가 이어지면서 미중, 중일, 한일, 한중 등의 정상회담이 오랜만에 성사됐다. 국가별로 강조점은 다르지만 다음의 두 가지는 분명해졌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미중 대립은 여전히 첨예하지만 반드시 갈등이 필연적인 것만은 아니며 정치적 선택에 따라 긴장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란 점이다. 둘째는 이렇게 긴장이 팽배한 미중 관계에서 한일 간 정책 선택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대립이 초래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6개월간의 외교 분야를 평가해 보고자 한다. 우선 대일 관계다. 일부에서 ‘대일 저자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윤석열 정권이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일본 정부와 사회에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양국의 안보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역사 문제로 인해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든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는 양국 정부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 [글로벌 In&Out]  미국 중간선거 결과, 또 다른 뉴노멀인가/서정건 경희대 교수

    [글로벌 In&Out] 미국 중간선거 결과, 또 다른 뉴노멀인가/서정건 경희대 교수

    2020년 팬데믹 대선 이후 사전투표가 급증한 미국에서는 개표 작업이 매우 복잡해졌다. 유효 투표인지 판별하는 시간도 꽤 걸려 이제 미국에서는 투표일(日)이 아닌 투표월(月)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간선거를 치르고 나흘 만에 네바다주 상원 선거는 민주당 수성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조지아주 결과와 상관없이 118대 상원에서도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조지아주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지금과 같은 50대50 상원 구도가 이어진다. 하원의 최종 경합 지역구들 역시 승자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다수당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이는 결국 1석에서 6석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새삼 확인됐다. 남아 있는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선전했고 공화당은 부진했다는 총평이 가능하다. 결국 정치는 기대의 게임인데 선거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웃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를 냈다고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였을까, 의외였을까.
  •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1991년 중국에서 출판된 ‘미국이 미국을 반대한다’ 초판본이 지난해 2500달러에 팔렸다. 어느 중국학자가 미국에 방문학자로 체류한 뒤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불안정은 상대와의 협상이 깨질 수 있는 최대의 위험”이라고 간파한 내용이다. 이 학자는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다시 선출된 왕후닝이다. 통상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35년 이상의 당력, 적어도 2개 이상의 성급 지역을 관리한 경험, 십수개 이상의 중요한 직책에서의 업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1995년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인 우방궈와 당 중앙판공청 주임인 쩡칭훙 등은 정치 이력이 없던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였던 왕후닝을 당의 두뇌인 중앙정책실에 추천했다. 장쩌민 총서기가 “당신을 중남해로 데려오지 못하면 내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질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실제로 왕후닝은 중앙정책실에서 근무한 지 불과 3년 만에 부주임으로 승진했고, 2002년 당 중앙위원이 된 이후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기에 이르는 25년 동안 중국의 방향을 설계해 왔으며 주요 정상회담 때마다 국가주석을
  • [글로벌 In&Out] 유럽이 바라보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글로벌 In&Out] 유럽이 바라보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지난달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7명의 상무위원이 확정되며 시진핑 체제 3기가 출범했다. 10년 단위로 권력 이양이 이뤄졌던 관례가 깨졌고 장기집권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바로 직전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내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이어 열린 EU 장관회의와 정상회의에서는 여전히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중국을 경쟁자로 보는 관점이 더 우세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EU는 대중국 정책에 있어 독특한 절충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19년 EU의 대중국 전략백서는 중국을 협력 파트너이자 협상 상대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했다. 기후변화, 보건과 같은 분야에서는 협력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분야에서는 협상ㆍ경쟁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EU의 공식문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중국을 확연히 구분한 것이다. EU의 대중국 입장은 협력·경쟁·라이벌의 삼각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선언했던 트럼프 행정부나 가치기반의 연대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 [글로벌 In&Out] 북핵에 한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북핵에 한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북한이 올 들어 30차례 가까이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제7차 핵실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핵 무력 정책 법제화’를 선언하고 스스로를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 규정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협상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대응 등을 우선시하다 보니 대북 협상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러 양국은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비난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핵에 관대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마음대로’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일본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대북 관여를 확대해 북미 핵협상을 중개하려고 했다. 반면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한국의 정책은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급한 북미 협상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북미 협상은 좌절되고 문재인 정권은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윤석열 정권은 북
  • [글로벌 In&Out] 전략적 가치를 더해가는 메콩 지역/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In&Out] 전략적 가치를 더해가는 메콩 지역/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4900㎞의 메콩강을 둘러싸고 변화의 맥박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이 지역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콩 지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이자 중국과 인도를 사이에 둔 지리적 요충지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충돌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미중 간 경쟁,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 속에서 이 지역의 경제적·지정학적 가치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중국 이외에 적어도 한 국가 이상으로 공급망을 분산시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의 가장 큰 수혜 지역이 바로 이 지역이다. 중국 스스로도 대안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메콩 지역에 추가적인 생산거점과 물류, 유통망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중국 남부 쿤밍(昆明)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잇는 길이 1035㎞의 중국~라오스 철도가 개통됐다. 중국~라오스 철도가 개통되면서 라오스와 인접한 태국 등 메콩 지역과의 철도 연결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 [글로벌 In&Out] 중일 관계와 한중 관계의 같고 다른 길/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중일 관계와 한중 관계의 같고 다른 길/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지난달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베이징과 도쿄의 기념식에는 ‘경축’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양국 정부가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으나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 1972년 일본은 미중 데탕트에 편승해 발 빠르게 ‘하나의 중국’을 수용하고 국교를 정상화했으나, 지금은 최악의 관계에 직면했다. 일본은 미일 동맹 틀 속에서 대중국 압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중국을 겨냥해 ‘경제안보 추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도 건드리고 있다. 10월 10일 중화민국 국경일을 맞아 일본의 중의원과 참의원 19명으로 이뤄진 ‘중화민국 경축일 일본 축하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해 자위대 전투기의 출격 횟수를 늘리고 중국과 접촉면이 늘어난 남태평양에서의 군사작전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불 속에서 남의 밤을 줍지 말고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길을 가지 말라”는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양국 국민의 여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비록 지난해 양국의 교역
  • [글로벌 In&Out] 11월 미국 중간선거 관전법/서정건 경희대 교수

    [글로벌 In&Out] 11월 미국 중간선거 관전법/서정건 경희대 교수

    11월 8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문자 그대로 대통령의 4년 임기 절반 시점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연방 하원 435명 전원과 함께 연방 상원 100명 중 약 3분의1을 새로 뽑는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새로 6석만 더 얻는다면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118대 의회의 다수당이 된다. 공화당이 압승하리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현재 대략 10~20석 정도의 의석수 증가가 예상된다. 두 정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연방 상원의 경우 오히려 민주당이 한두 석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중간선거 때는 여러 주의 주지사 및 주 의회, 주 검찰총장 등도 새로 선출된다. 헌법에 규정된 대로 각각의 주가 대통령 선거를 관장하는 미국 시스템의 특성상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조지아의 주지사 선거 결과가 2년 후 대선 공정성 관리 차원에서 관심 사안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당제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던 1862년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40차례의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잃은 경우는 36회다. 1902년, 1934년, 1998년, 2002년 중간선거만 예외다. 특히 1934년부터
  • [글로벌 In&Out] 영국 여왕 서거와 트러스 총리의 취임/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글로벌 In&Out] 영국 여왕 서거와 트러스 총리의 취임/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9월에 영국은 두 가지 큰 변화를 겪었다. 첫째는 9월 8일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것. 여왕은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긴 70년간 즉위하면서 15명의 총리를 임명했다.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면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두 번째 변화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취임이다. 취임 직후, 여왕 서거에 따라 영국 전체가 국장 분위기에 돌입했다. 내각 구성은 조용하게 이루어졌고 정책 발표는 뒤로 미뤄졌다. 국장에 따른 세기적인 조문외교 준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트러스 총리는 마거릿 대처(1979~1990), 테리사 메이(2016~2019)를 잇는 세 번째 여성 총리이다. 올해 47세로 영국 총리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지난 2010년 하원에 입성한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나이에 비해서는 정무직 경험이 많다. 환경, 법무, 국제통상, 외무 장관 등을 거쳤다. 특히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는 국제통상 장관과 외무 장관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는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법인세, 소득세 등의 인상을 주장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
  • [글로벌 In&Out]  ‘통일교’와 ‘아베’에 허덕이는 日 기시다 정부/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통일교’와 ‘아베’에 허덕이는 日 기시다 정부/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한국의 윤석열 정부처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부도 지금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영감상법’(靈感商法)이라는 탈법적 행위로 신도들에게서 막대한 돈을 우려내 문제가 됐던 통일교와 집권 자민당이 ‘반공·승공’ 이념과 선거 지원 등을 통해 밀착된 관계를 구축해 온 사실이 부각된 탓이 크다. 통일교는 발상지인 한국에서는 ‘이단의 사이비 종교’ 정도로 인식되지만, 일본에서는 영감상법으로 악명이 높다. 국민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게 한 것이 통일교에 대한 모친의 ‘헌금’으로 가정 파탄을 겪은 야마가미 데쓰야에 의한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 살해 사건이었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정치인의 상당수가 통일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음이 이 사건을 통해 분명해졌다. 과거 통일교에 대한 수사가 유야무야됐던 배경에 자민당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무리하게 결정한 데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장례를 국장으로 치른 이는 박정희, 김대중 등 2명뿐이었다. 이승만, 윤보선, 전두환 등 3명은 ‘가족장’이었고 최규하, 노무현 등 2명은 ‘국민장’이었다. 진보 정권의 ‘원조’ 격인
  • [글로벌 In&Out] ‘초불확실성의 파도’, 싱가포르는 이렇게 넘는다/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In&Out] ‘초불확실성의 파도’, 싱가포르는 이렇게 넘는다/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에는 한 치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8월 2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싱가포르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결연함이 느껴진다. 국내외에서 불어오는 거센 도전의 바람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채 600만명이 안 되고 서울시보다 조금 큰 면적의 나라지만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생존전략 차원에서 세계 정치안보 정세와 경제의 흐름을 빠르게 예측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개방과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나침반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역시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민생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됐다. 에너지, 식품,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어져 올해 경제 성장은 당초 예상한 5%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리는 지난 30년 동안 싱가포르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해 오던 글로벌 경제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독립기념일 연
  • [글로벌 In&Out]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법/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법/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중국은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이른바 당ㆍ국가체제라는 점에서 국가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공산당의 지배력이 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5년마다 열리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국가전략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이다. 지난 8월 30일, 제20차 당 대회를 10월 16일부터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는데, 당분간 중국 정치의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이슈라는 국제적 불확실성과 코로나 팬데믹, 깊은 경기침체, 체제에 대한 신념의 위기가 맞물린 ‘백년 만의 대변국’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중국 내외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검열과 함구령으로 인해 권위 있는 정보가 밖으로 좀처럼 새어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8월 초 핵심 수뇌부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서 신지도부 구성을 논의했지만, 추론만 무성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0차 당 대회를 보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는 있다. 첫째, 일당체제에서 일인체제로의 성격 변화다. 이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 [글로벌 In&Out] 미국 의회와 중국 견제, 그리고 한국/서정건 경희대 교수

    [글로벌 In&Out] 미국 의회와 중국 견제, 그리고 한국/서정건 경희대 교수

    흔히 미국 의회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의회로 알려져 있다. 조세, 무역, 이민, 복지 등 광범위한 영역뿐만 아니라 “필요하고 적절하다면”(헌법 1장) 어떤 내용의 법안도 만들 수 있다.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리처드 닉슨을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비판했지만 외교, 안보 영역에 국한된 경우였다.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국내 의제의 경우 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효과성과 지속성이 불확실한 행정명령에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찰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좌초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과잉 진압을 엄벌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연방이 아닌 주와 지역 소속의 대다수 미국 경찰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에서 정한 위상과 달리 무기력하고 무책임하던 미국 의회가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항하는 법안 제정을 위해 돌연 적극적이고 합의적 태도로 나서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다를 바 없는 정책들이 민주당 지배하의 상하원을 연달아 통과했다. 세계 반도체칩 생산의 75%를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은 중동이 석유를 장악하던 이전 시기보다 더 심각하다며 지난달 말 반도체 기업들에 520억 달러
  • [글로벌 In&Out]  유럽이 직면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글로벌 In&Out] 유럽이 직면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이번 여름에 유럽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들은 섭씨 40도를 넘겼고, 가뭄 현상과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대규모의 산불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냉방시설을 잘 갖추지 못한 유럽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건강에 위협마저 느낄 정도였다. 유럽은 대체로 서안해양성 또는 지중해성 기후에 속하는 지역이 많다. 여름과 겨울의 날씨 차이가 대륙성 기후 지역처럼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몰아닥치는 폭염이나 추위에는 취약하다. 가령 영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 비율은 5% 미만이다. 만약 이번 폭염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연례적으로 되풀이될 경우 유럽의 주거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기상전문가들은 유럽 폭염의 주원인으로 북반구 전반에 걸친 고기압과 기후변화, 가뭄을 지적한다. 가장 큰 설득력을 지닌 원인은 기후변화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 약 348억t인데, 이 수치는 19세기 초에 비해서는 12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해수면의 온도는 1850년에 비해 약 1.1도 상승했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주변 기압계에 영향을 주어 일부 지역의 홍수와 가뭄의 원인이
  • [글로벌 In&Out] ‘하나의 중국’ 문제와 한일의 대응/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하나의 중국’ 문제와 한일의 대응/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이달 초 대만,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에 중국은 ‘하원의장이라는 미국 고위 인사의 대만 방문을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대만 침공 모의훈련 격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대만해협에서 감행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펠로시 의장과 조찬회담을 가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이유로 전화통화만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의 ‘전략적 모호성’과 선을 긋고 한미 동맹 강화로 중심축을 옮길 것으로 보였던 만큼 한국이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일 등에서 제기됐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 정권은 대만에서 장제스 국민당 정부를 몰아내고 중국 통일을 달성했을 것이다. 미국도 당시 장제스 정권을 불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한반도 참전과 동시에 대만 방위의 강화에 나섰다. 이후 1960년대까지 ‘중화민국’(대만)
  • [글로벌 In&Out] 아세안의 ‘모바일 퍼스트’ 바람 올라타야/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In&Out] 아세안의 ‘모바일 퍼스트’ 바람 올라타야/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아세안의 경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제조업 거점과 6억 7000만명에 이르는 소비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들이 현재의 아세안 경제를 나타낸다면, 미래는 ‘디지털 경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 국가를 방문해 본 우리 여행자들은 거리의 시민들이 휴대폰 하나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처리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서 직장까지 시민들의 일상에 파고든 ‘모바일 퍼스트’의 위력은 이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차량 호출은 물론 쇼핑, 음식 배달, 결제, 송금, 보험, 병원 예약 등이 휴대폰 앱 하나를 통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거리두기 속에서 전자상거래의 확대가 아세안 전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능 디지털 플랫폼, 즉 ‘슈퍼 앱’들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에서 사용되는 그랩(Grab)과 쇼피(Shopee), 인도네시아 최대의 슈퍼 앱 고투(GoTo), 베트남의 1등 메신저 잘로(Zalo)와 태국의 대표 메신저 라인(Line)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다.
  • [글로벌 In&Out]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한중관계 30년의 명암/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한중관계 30년의 명암/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8월 24일은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은 2021~2022년을 한중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한 데 이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조직해 양국 정부에 건의할 공동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수교 20주년 당시와 같은 들뜬 분위기는 없으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기념행사도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여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물리적 환경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교 당시의 탈냉전과 세계화 시대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가 크게 약화되었고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 수 없는 요인이 더 크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존중과 호혜협력 정신을 잘 발현했던 수교 초심을 기억하자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당시 한국은 북방외교를 통해 외교적 지평을 확대해 세계무대에 진출하고자 했고, 중국도 천안문사건 이후 국제제재를 뚫고 다시 개혁개방을 심화하는 등 이익의 균형을 절묘하게 찾았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양국 정부 지도자의 의기투합이 있었다. 이후 양국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외교형식을 격상할 정도로 모범적 양자 관계를 구축했다. 물론 마늘 파동, 동북공정,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드 배치 등과 같은 갈등이 있었지만,
  • [글로벌 In&Out]  대통령 지지율의 정치학/서정건 경희대 교수

    [글로벌 In&Out] 대통령 지지율의 정치학/서정건 경희대 교수

    대통령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임기가 보장돼 있다는 점이다. 내각제에서는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예정에 없던 선거 일정이 잡히지만 대통령제에선 탄핵이 아닌 이상 취임과 퇴임 날짜가 정해져 있다. 이는 대통령과 의회를 각각 선출하는 방식과 관련이 깊다. 또한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을 서로 다른 정당이 차지하는 분점정부도 종종 만들어진다.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후 주로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은 의회 선거에서 이기면서 공화당은 대통령 중심의 외교 정책에 일사불란한 정당, 민주당은 의회 주도 복지 정책에 특화된 정당이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선거와 선거 사이 기간에는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견제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율 조사와 발표가 한 방법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특히 경향성과 시사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선 통상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한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의 한국뿐만 아니라 1950년대 트루먼 이후의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웃사이더 지미 카터의 경우 좋았던 첫인상이 오래가지 못했고 밴 뷰런이나 허버트 후버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에 희생됐다. 한국전쟁이
  • [글로벌 In&Out] 인플레이션과 정면대결을 준비하는 유럽/강유덕 한국외국어대 LT학부 교수

    [글로벌 In&Out] 인플레이션과 정면대결을 준비하는 유럽/강유덕 한국외국어대 LT학부 교수

    지난 6월 유로 지역의 물가상승률은 8.6%를 기록했다. 1999년 유로화 체제가 출범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물가가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유가 상승 때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41.9%로 제일 높았다. 그런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도 3.7%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삼고 있다. 현재의 물가는 ECB의 목표를 크게 상회한다. ECB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책무로 갖고 있기 때문에 대응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유럽은 정부와 기업, 가계 주체가 모두 장기간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익숙해 있다. 2010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시켰다. 반면에 ECB는 2011년 이후 줄곧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했다. 이와 더불어 ECB는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코로나19 사태 기간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더 크게 늘렸다. 유럽의 경제주체들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적완화의 호수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이제 ECB는 물가를 잡기 위한 어려운 결정에 직면해 있다. 이미 지난달
  • [글로벌 In&Out] 아베 전 총리 사망과 한일 관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아베 전 총리 사망과 한일 관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습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다. ‘설마 일본에서 이런 일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베 정권은 1차, 2차를 합해 8년 8개월의 역대 최장기 집권을 기록하며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국민적 인기를 누린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그는 ‘역사 수정주의자’이자 ‘우경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줄곧 비판받았다. 나도 그의 역사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외교안보, 경제 등 여타 부문을 포함한 균형 잡힌 평가가 한국에서도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번 사건은 참의원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일어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전 예측에서도 자민당·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획득하는 등 개헌 추진 세력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총격 사건은 이런 정세를 더욱 굳힌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이 뚜렷한 쟁점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은 채워졌다. 한국에서는 개헌을 놓고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