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서울시의 난임 지원 ‘파격’, 국가로 넓히자

    [사설] 서울시의 난임 지원 ‘파격’, 국가로 넓히자

    서울시가 그제 파격적인 난임 지원책을 내놨다. 소득 수준이나 시술 횟수를 따지지 않고 난임 치료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상황에서 주목되는 파격 정책이다. 서울시는 난자 동결 비용(최대 200만원)을 전국 최초로 지원하고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지원도 확대한다. 배경에는 전국 꼴찌 출산율(0.59명) 충격이 자리한다. 2021년 기준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서울에만 5만여명이다. 전국으로는 25만명이 넘는다.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 변화 등으로 난임 진단과 치료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신생아 12명 중 1명은 난임 치료로 세상에 나온다. 서울시의 ‘파격’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난임 시술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주기는 하지만 시술별로 5~9회까지만 가능하다.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본인 부담액 비율도 30%다. 비급여 항목 등에 대한 추가 지원은 중위소득 180% 이하(2인 가구 기준 월 622만원)만 해당된다. 규정 횟수를 넘어서면 전액 본인 부담이다. 시술비가 회당 150만~500만원이어서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버겁다. 그러다 보니 비용 부담 등으로 포기
  • [사설] 윤 대통령 16일 방일, 한일 2.0시대 열기를

    [사설] 윤 대통령 16일 방일, 한일 2.0시대 열기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부 초청으로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12년간 중단됐던 일본과의 셔틀외교가 복원된다는 의미다. 2011년 헌법재판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부작위 위헌 판결,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10년 넘게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던 정상외교가 비로소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두 정상이 일궈낸 미래지향의 신시대가 짧게 끝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확정 판결,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보류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 양국은 그동안 파행을 거듭해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끼리의 약속인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가 하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방치하면서 양국 관계는 정부 간 갈등을 넘어 국민들의 혐한, 혐일 감정으로 확산되는 등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우리 정부가 마련한 미래지향의 한일 관계의 여정에 이제 일본이 보폭을 맞춰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내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라는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했다. 일본의 화답을 전
  • [사설] 여야 ‘잘하기 경쟁’ 3대 개혁에 초점 맞춰라

    [사설] 여야 ‘잘하기 경쟁’ 3대 개혁에 초점 맞춰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어제로 1년이다. 때맞춰 김기현 대표를 내세운 국민의힘 새 지도부도 꾸려졌다. 윤 대통령 친정 체제로 재편된 집권여당은 이로써 안정적인 국정을 위한 당정일치 기반을 마련했다. ‘친윤’ 일색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으나 윤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 힘을 실으라는 강력한 민심의 주문으로 읽어야 한다. 이제 관건은 여야의 관계 회복을 통한 협치다. 김 대표는 “최대한 빨리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어제 “민생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겠다”면서 “‘잘하기 경쟁’으로 위기의 국민 삶을 구하는 데 머리를 맞대자”고 했다. 여야가 협치의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진기해 보일 정도다. 방탄 국회 논란에 오죽 갈등으로 날을 지새웠으면 이런 상식적인 풍경이 되레 낯설겠나. 여야의 의지가 말의 성찬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여당은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으로, 야당은 ‘대표 방탄’으로 민생을 밀쳐 두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이 제 속도를 내려면 거대 야당의 대승적 협조가 절실하다. 낡은 노동제도를 바로잡
  • [사설] KT 대표 인선, 자율성과 책임성 모두 잡아야

    [사설] KT 대표 인선, 자율성과 책임성 모두 잡아야

    우여곡절 끝에 KT의 새 수장에 사내이사인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내정됐다. KT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오른 4명을 그제 심층 면접한 뒤 윤 부문장을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현대차, CJ 등에도 잠깐 몸을 담았지만 윤 내정자는 대표적인 KT맨이다. KT 이사회가 KT 내부 인사를 낙점한 데 대해 여권과 KT 내부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어제 윤 내정자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KT가 CEO 후보 4명을 전원 내부 출신으로 채운 것은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소유분산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며 가세했다. 2002년 공기업 한국통신에서 민간기업으로 민영화됐지만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 KT는 주주 구성 등에서 분명 민간기업이지만 나라의 공공재인 주파수로 이른바 ‘면허장사’를 하는 공적 기능을 지닌 기간통신사업자이기도 하다. 회사의 지배구조에서부터 경영 전략, 사업 방향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준의 공적 책무가 부여돼 있는 것
  • [사설] ‘윤심’으로 뭉친 국민의힘, 민심의 바다로 나가라

    [사설] ‘윤심’으로 뭉친 국민의힘, 민심의 바다로 나가라

    국민의힘 새 대표에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김기현 의원이 과반 득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에는 김병민ㆍ김재원ㆍ조수진ㆍ태영호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엔 장예찬 후보가 당선됐다. 대표부터 청년최고위원까지 모두가 친윤 인사들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투표로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급증한 청년 당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김 새 대표의 1차 과반득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막상 당심의 선택은 달랐다. 친윤 진영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함에 따라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여당의 강력한 뒷받침과 공조라는 단일대오를 갖추게 됐다고 하겠다. 새 지도부의 책무가 막중하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당의 균열을 메우고 안정시키는 일이다. 윤심 논란 속에 나경원 전 의원의 중도하차와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고발 등이 이어지면서 경선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김 대표가 주도적으로 치유해야 할 사안들이다. 친윤 일색의 당 지도부가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공천의 틀을 갖추는 일이 관건이다. 과거 박근혜 정
  • [사설] 70년 한미동맹 격상 기대되는 尹 미국 국빈 방문

    [사설] 70년 한미동맹 격상 기대되는 尹 미국 국빈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한미 양국이 발표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2021년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2년여간 국빈으로 정상을 초청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국빈 만찬,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 제공 등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올해 70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양국 최대 행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동맹이 됐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국가들과 동맹을 맺어 서로를 지켜 주며 전략적 상호 이해를 강화해 왔다. 우리도 한미동맹을 발판으로 70년간 북한의 위협에 함께 맞서며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미소 냉전과 탈냉전을 거쳐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로 전환했다. 미중의 공급망 다툼은 격화되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 수십 발을 보유하고 한국과 일본,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며 실체적 위협으로 등장했다. 내적·외적 환경 변화를 맞은 한미동맹은 형식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이다
  • [사설] 세계질서 급물살, 한미일 공조 속도 높여라

    [사설] 세계질서 급물살, 한미일 공조 속도 높여라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은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물줄기에서 한국이 자칫 지류(支流)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절박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장악 기도로 이미 위기경보가 울린 상황이다. 한 걸음 더 도약해야 하는 한국 경제 역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진퇴양난의 샌드위치 신세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안보와 경제 양쪽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리는 도화선이나 다름없다. 징용 해법에 “시간을 두고 얻을 것을 얻어 내야 했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경제 환경을 보면 늦게라도 ‘걸림돌’을 걷어 낸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한미일 삼각공조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에 실질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징용 피해 해법의 일차적 성과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다음주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음달엔 미국을 국빈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70년 된 한미동맹을 업
  • [사설] 북 도발 시나리오별 대비태세 만전 기해야

    [사설] 북 도발 시나리오별 대비태세 만전 기해야

    13일부터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어제 담화에서 “언제든지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이 격추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달에도 한미 훈련 실행 시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북한의 협박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도발이 감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의 도발은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부터 전술핵 탑재용 초대형 방사포까지 각종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왔고, 전술핵탄두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엔 13차례나 해상완충구역으로 포격을 감행하는 등 9·19남북군사합의도 수시로 위반하고 있다. 작년 말엔 무인기들이 영공을 침범해 국민을 놀라게 했고, 지난달엔 탐지가 어려운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거짓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우리 군도 세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겠다.
  • [사설] 아이는 주는데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라니

    [사설] 아이는 주는데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라니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규모가 26조원으로 2007년 통계청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도 역대 최대였다. 학생도, 국민소득도 1년 새 줄어든 마당에 사교육비만 치솟는다니 대체 학교 교육은 어디서 낮잠이라도 자고 있다는 말인가 싶다. 저출산 기조 속에 지난해 학생수는 528만명으로 전년보다 4만명(0.9%) 줄었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고환율 여파로 인해 전년보다 7.7% 감소한 3만 2661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무려 10.8%가 늘어 26조원에 달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전년도에 비해 11.8% 올라 41만원을 찍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전년보다 2.8% 포인트 상승한 78.3%로 역시 최고치를 보였다. 사교육비 증가 요인은 코로나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결손 해소 욕구 등 다양하겠지만 교육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학습을 하지 못하니 팍팍해진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과외를 시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대면 수업 및 방과후 학교 정상화는 물론이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도 확대해야 한
  • [사설] 피의자가 수사검사 추천하자는 野 특검법 코미디

    [사설] 피의자가 수사검사 추천하자는 野 특검법 코미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후폭풍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관련 특검법 강행 처리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3일 ‘대장동 50억 클럽’ 등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한 데 이어 어제는 정의당과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공동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 체포안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무더기 이탈 속에 가까스로 부결 처리면서 계파 갈등이 거세지자 이를 타개할 요량으로 특검 강행의 속도와 대여 공세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대표가 핵심 피의자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무엇보다 특검 임명 절차와 관련해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에서만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중 1명을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는 민주당뿐이다. 특검 후보를 핵심 피의자인 이 대표가 사실상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피의자가 수사검사를 지명한다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50억 클럽’ 수사가 미진해 특검을 한다는 주장은 이런 셀프 특검의 모양새를 위한 구색 갖추기로 비쳐질 뿐이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 수사는 그 즉시 중단된다는 점에서 피의자를
  • [사설] 근로시간 유연화 안착 위해 부작용 잘 살펴야

    [사설] 근로시간 유연화 안착 위해 부작용 잘 살펴야

    정부가 산업 현장의 숙원이던 주52시간 근로제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업종을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산업 현장이 겪었던 노동의 동맥경화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힘을 합치면 모두가 만족할 노동 형태를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로시간제 개편 입법안은 주52시간(법정 40시간 근로에 연장 1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간 단위의 근로시간 산정 기준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몰아서 일을 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더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장시간 근로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4주 평균 64시간 근로 준수를 의무화했다. 현행 주52시간제에서는 한 명의 근로자가 주당 연장근로 시간을 1시간만 넘겨 일해도 사업자는 범법자가 됐다. 반대로 근로자는 밀린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발을 굴렀고, 편법 야근을 감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집중근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이나 수출기업 등에서 노사 가릴 것 없이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번
  • [사설] ‘강제동원’ 극복, 한일 정부의 치열한 노력에 달렸다

    [사설] ‘강제동원’ 극복, 한일 정부의 치열한 노력에 달렸다

    정부가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해법을 어제 내놨다. 알려진 대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수혜를 입은 우리 기업들의 자발적 기금을 받아 배상금을 지급하고, 한일 양국 기업들이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해 양국 장학생 육성 등에 나서는 내용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우리 정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2018년 10월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간접적이나마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의 뜻을 거듭 밝힌 셈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표류해 오던 강제동원 문제는 이로써 외견상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들이 배상의 주체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어제 내놓은 해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소송 원고 중 강제동원 생존자 3명도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시작부터 모두가 만족할 해법은 요원한 일이었다. 당장 이번 사태를 낳은 대법원 배상 판결만 해도 국가 간 협정이라는 국제법을 위반한 소지가 컸다. 국내의 국제법 전문가 대부분
  • [사설] 강제동원 해법, 아쉽지만 한일 미래 디딤돌 돼야

    [사설] 강제동원 해법, 아쉽지만 한일 미래 디딤돌 돼야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오늘 공표할 것이라고 한다. 알려진 대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두 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ㆍ게이단렌)가 가칭 ‘미래청년기금’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묻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은 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해법에서는 북핵 등 안보 위기에서 경제적 번영을 이어 나가려면 동북아의 핵심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긴박한 상황 인식이 읽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과 만나 정부 해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견해가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해법을 모색하는 한국 정부 노력에 이제는 일본도 호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양국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998년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담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21세기
  • [사설] 국민연금 자산운용 전문성 대폭 강화하길

    [사설] 국민연금 자산운용 전문성 대폭 강화하길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 8.2%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국민이 허탈해했다. “있는 돈도 못 불리면서 국민한테만 손을 벌리느냐”는 분노도 터져 나왔다. 일리 있는 분노다.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25년째 동결 상태인 보험료율(9%)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 개혁 명분을 위해서라도 수익률 제고는 절실하다. 그러자면 자산운용 전문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금운용전문위원회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는 정부 대표 6명,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각각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 분야를 대표할 뿐 전문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정부 대표만 해도 경제부처 차관들이 당연직으로 들어가는데 이들은 행정 전문가이지 기금 전문가가 아니다. 심지어 금융위 차관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런 와중에 기금운용위 산하 상근 전문위원에 검사 출신의 한석훈 변호사가 선임돼 논란이다. 재계 추천을 받은 한 변호사는 20년간 검사로 지내다 2007년부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상법 등을 강의했다. 연기금 운용과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20여년 전 기금운용위를 띄울 때만 해도 형평성
  • [사설] 북, 식량난 허덕이는 판에 도발 꿈꿀 일인가

    [사설] 북, 식량난 허덕이는 판에 도발 꿈꿀 일인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위에 다다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미 CNN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북한의 식량 공급이 치명적으로 악화돼 인간이 최소한의 필요를 채울 양 아래로 감소했다”고 그제 전했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이미 북한의 인구 절반이 영양실조에 시달렸는데, 지난 3년간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 7차 전원회의를 비롯해 최근 잇따라 식량 증산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정에 따른 것이라 하겠다. 60만~100만명이 굶어 죽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 버금가는 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 김선경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어제 유엔을 향해 한미 연합훈련을 즉각 중단하도록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13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 연습을 지목한 것으로, 어제 담화는 한미훈련을 빌미로 한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수순으로 보인다. 북이 남북 간 대화는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하는 데 골몰하는 것이 한미 훈련 강화를 촉발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을 터에 그들의 적반하장이 개탄스럽다.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야외기동훈련
  • [사설]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 핑퐁게임 안 된다

    [사설]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 핑퐁게임 안 된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개혁안을 점검했다. 이달 안에 보고서를 국회에 전달하겠다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원래 1월에 끝냈어야 할 작업이다. 더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고서에 담길 내용이다.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이다. 안 될 말이다. 백화점식 의견 나열은 전문가들 스스로 연금개혁 동력에 찬물을 끼얹는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정부 몫이라는데 그 정부는 국회만 쳐다본다. 핑퐁게임하는 모양새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 내고 더 받기’, ‘오래 내고 늦게 받기’ 등 여러 방안이 분출하는 듯싶던 자문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의견 차이가 워낙 커서라고 한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측은 24년째 동결 상태인 보험료율만 올리자고 주장한다. 사회보장 기능을 중시하는 측은 40% 안팎인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리자고 맞선다. 보험료 정도를 손댈 게 아니라(모수개혁) 아예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금과의 통폐합을 추진하자(구조개혁)는 주장까지 나온다. 구조개혁은 연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다. 군인, 공무원 등 특수직역의 저항도 넘어서야 한다. 모수개혁으로라도 첫발을 떼고 구조개혁으로
  • [사설] 3월 국회 열어 놓고 민주당 집단 외유라니

    [사설] 3월 국회 열어 놓고 민주당 집단 외유라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월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대거 외유를 갔다. 민주당 내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 20여명은 어제 2박 3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가진다며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들은 “당의 진로와 총선, 진보의 재구성 방안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청래 위원장과 고민정·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휴일인 3·1절에 임시국회를 열자고 요구한 건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회 본회의는커녕 17개 상임위 중 어느 곳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텅 빈 국회를 뒤로하고 이재명 대표는 그제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현 정부가 3·1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방탄 국회를 열어 놓고 장외투쟁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무역 적자가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반토막이 났다. 경기침체의 끝이 언제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반도체 관련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 [사설] 속도 높이는 규제 철폐, 기득권 저항 넘어서야

    [사설] 속도 높이는 규제 철폐, 기득권 저항 넘어서야

    정부가 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경제단체장,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개최했다. 1·2차 회의가 환경·문화재 규제 해소에 중점을 뒀다면 3차 회의는 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핵심 규제들을 대거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 신산업 진입 방해물 제거와 기업 투자 및 무역 활성화를 위한 규제해소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규제철폐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해 효과를 낸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로봇을 활용한 배송·순찰·주차 등 신산업 창출, 메타버스 분야의 신규 사업 도전환경 조성 등이 주목된다. 소상공인들이 영향을 받는 형벌 규정 108개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신기술 접목 사업들이 곳곳에 도사린 규제들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고, 처벌 중심의 경직된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규제개혁 방안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들 규제 상당수는 기존 관련 업계의 이해와 직결돼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이들을 설득하고 저항에 맞서 뚝심 있게 밀어붙이냐에 좌우된다고 해도
  • [사설] 눈덩이 무역적자에 세수 급감, 씀씀이 중요해졌다

    [사설] 눈덩이 무역적자에 세수 급감, 씀씀이 중요해졌다

    경제가 다시 사면초가에 빠졌다. 2월 무역수지는 예상대로 적자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 적자다. 1년 적자 행진은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환율은 다시 달러당 1300원대를 뚫었다. 물가도 불안불안하다. 이 와중에 1월 세수는 7조원이나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국민 고통은 커져 가는데 ‘실탄’마저 말라 가는 양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씀씀이 관리가 중요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무역적자가 53억 달러라고 어제 발표했다. 1월(-127억 달러)보다는 적자폭이 줄었다고는 하나 벌써 두 달치 적자액이 작년 한 해 적자액의 40%에 육박한다. 반도체 수출이 거의 반토막 나면서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게 결정타였다. 큰 폭의 무역적자는 달러 부족으로 이어져 환율 상승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세수 타격은 이미 현실화됐다. 법인세, 부가세 등의 국세가 1월 42조 9000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보다 6조 8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정부가 쓸 돈의 주된 수입원이 세금인데 18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이다. 정부는 연초(年初)라는 계절적 요인이 걷히고 중국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가 나타나면 경제 상황이
  • [사설] 말 아낀 尹 3·1절 기념사 함의, 日 깊이 살피길

    [사설] 말 아낀 尹 3·1절 기념사 함의, 日 깊이 살피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3·1절 기념사는 종래의 3·1절, 8·15 광복절의 그것과는 몇 가지가 달랐다. 첫째, 일제강점기 36년간 한반도를 침략한 일본에 대해 반성이나 사죄를 요구하지 않았다. 둘째, 일본을 명확하게 연대와 협력의 파트너로 규정했다. 셋째, 전례 없이 짧은 1300여자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념사가 짧다고 해서 거기에 담긴 함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어제 3·1절 104주년 기념식에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의 첫 3·1절 기념사가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고 통렬히 비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반일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결과가 문 정권 5년간 사상 최악의 한일 관계였다. 윤 대통령의 대일 인식은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등의 말에 집약돼 있다. 위기 극복과 자유 번영의 파트너로서 일본과 연대하고 협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