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의식주 어려운 ‘제2 송파 세 모녀’ 64만 가구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란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을 만큼 요란스럽다. 정부와 여당은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무상보육에 투입하라고 시·도 교육청을 압박한다. 야당은 무상보육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한이 있어도 무상급식은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양쪽의 목소리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복지 철학의 차이가 아니라 무상복지를 실시하는 데 우선 순위를 놓고 다투고 있을 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표라도 많은 집단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경쟁적으로 ‘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은 끝 가는 곳을 모르게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공개한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 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 아닌 빈곤층은 2010년 기준 64만 가구 105만명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2년 기준 11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는 서강대 산학협력단 조사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난다. 비수급 빈곤층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51만 9000원으로 수급 빈곤층의 5
  • [사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황우여 장관이 책임져야

    그제 전국에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난이도 조절에 또 실패하면서 변별력을 잃었다니 한심한 일이다. 가채점 결과 국어B형은 어렵게 나온 반면 수학B형과 영어는 역대 수능 가운데 가장 쉽게 나왔다고 한다. 영어나 수학B형은 만점자가 4%대로 역대 최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수학B형은 1등급 컷이 100점으로 예상된다니 변별력과는 한참 거리가 먼 한심한 수준의 문제가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은 수학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과학탐구영역, 그중에서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수능이 실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누가 실수를 더 하지 않느냐는 경연장이 된 꼴이다. 실수로 틀린 한 문제로 목표로 한 대학에 떨어지거나,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비교육적인 현상도 빈번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힐 때부터 영어가 쉽게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견됐다. 절대평가를 하면 영어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 [사설] 한·중·일 3국협력, 일본 노력에 달렸다

    2012년 5월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고 이를 토대로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즉각 화답했다. 3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일 수뇌부가 머리를 맞댄 마당에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다음달 말 전후로 3국 외교장관 회의 개최를 제의한 만큼 이르면 내년 초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한·중·일 정상은 그동안 매년 두 차례 정도 정상회의를 열어 왔지만 일본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역사 갈등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 문제 등으로 2년 6개월 이상 회담을 열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 한·중·일 3국이 영토를 맞댄 이웃이란 점에서 역사적·지리적 갈등이 늘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1, 교역량의 6분의1을 차지하는 세계 3대
  • [사설] 취업대란에 국회 정부는 뭐하고 있나

    내년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노는 젊은이들이 서너 집 걸러 한 집씩은 꼭 있게 마련이지만 취업문이 더 좁아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저(円低) 등 예상치 못한 대외변수로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내년에는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더 줄일 것이라고 한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내년도 일자리 수 증가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취업자 증가 인원이 올해 52만명에서 내년에는 35만명으로 무려 17만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내년 취업자 증가 인원은 7만~8만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돈 풀기 종료, 엔저, 유럽과 중국의 성장둔화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며 불확실성이 늘어난 것도 기업이 채용인원을 늘리면서 공격 경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올해 이미 잇따라 인력을 감축했다. 내년에는 대기업 채용도 크게 줄겠지만, 덩달아 사정이 나빠진 협력업체인 중견·중소 기업들의 일자리는 더 많
  • [사설] ‘신혼부부에게 집 한채’ 말은 좋지만…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젊은 층이 솔깃할 주택 공급 대책 하나를 내놓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5~10년간 싼값에 살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새정치연합 의원 80명이 참여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란 포럼도 출범시켰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무게도 실었다. 내년엔 범국민추진본부도 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럼의 간사의원단인 홍종학 의원은 “내년에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3만 가구와 저리의 전세대출 2만건 등 5만 가구를 공급하고 향후 100만 가구 공급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3만 가구의 경우 정부 일반예산에 2400여억원을 추가하고, 국민주택기금 3조원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포럼 공동대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률이 전체 주택의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11.5%의 절반에 못 미친다”며 취지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그럴듯한 제안이지만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폄하하고 있다. 당연히 반겨야 할 주택·건설업계도 시큰둥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때의 ‘반값등록금’ 공약처럼 흐지부지될 정치권의 포퓰리즘 대책이 아닌가
  • [사설] 병영문화 개선, 또다시 용두사미 되지 말아야

    국방부는 어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가 마련한 병영문화 개선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5개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이 내놓은 25개 과제라지만, 이것저것 다 하려는 시늉만 담은 ‘아이디어 잡화점’처럼 비친다. 가혹 행위자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고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운 대목에선 병영폭력 근절 의지는 어느 정도 읽힌다. 그러나 28사단 윤 일병 사건에서 보듯 병영폭력의 근원은 간부들의 해이한 기강임을 간과한 느낌도 든다. 부디 군 당국은 재탕·삼탕 개선안을 걸러 내고 25개안의 옥석과 경중을 가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혁신의 중점으로 삼으려는 취지 자체는 옳다. 이를 위해 인간 존엄 중심으로 신세대 장병의 인성을 함양하고 군 형법을 개정해 영내 폭행뿐만 아니라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을 신설하다는 방침도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장성들의 인성이 바뀌어야 한다”(기무사령관 출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른바 ‘관심간부’가 ‘관심병사’ 못잖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차원에서다. 굳이 17사단장 성추행 사건 등 간부들의 최근 일련의 일탈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 [사설] 부끄러운 민낯 연일 드러내는 지도층 성추행

    사회지도층의 성추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골프장 회장으로 있는 전직 검찰총장이 골프장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선 사단장이 부하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하는가 하면 서울대 교수라는 사람이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성폭력 근절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우리는 지금 ‘성추문 공화국’에서 살고 있는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 골프장 여직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에 피소된 전직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 밤늦게 여직원 기숙사로 찾아와 샤워하는 자신을 불러내 강제로 성추행했다고 한다. 이에 전 검찰총장은 “골프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위로차 찾아간 것일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전 검찰총장을 피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성추행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난다면 거짓말을 한 죄까지 엄히 물어 사회에서 파문이라도 시켜야 할 것이다.
  • [사설] 여야 지속 가능한 정치개혁에 힘 모아야

    정치권의 혁신 논의가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크게는 권력구조 개편과 직결된 개헌 논의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선거구제 개편,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에서부터 작게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존폐에 이르기까지 온갖 논의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는 형국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혁신 경쟁은 국민적 요구를 바탕에 두고 있고, 그 자체로 정치 선진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임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펼쳐지는 양상에서는 몇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여야의 개혁 논의에 진정성과 현실성이 담겨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그제 비공개 상태로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은 당내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몇몇 개혁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특히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에 대해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을 겨냥한 입법 로비 창구로 변질된 출판기념회를 개혁해야 하는 과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엄격한 정치자금법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현실에서 무조건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사설] 법인세율 인상도 검토해볼만 하다

    무상복지 재원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법인세 인상 논란이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25%에서 22%로 내렸던 법인세율을 환원하면 연간 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어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세 없는 복지’란 처음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이나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으로 서민에게 부담을 떠안기기보다는 법인세부터 먼저 올리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연히 반대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충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친화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 준 것은 ‘낙수(水)효과’를 노려서였다. 물이 넘쳐서 바닥을 적시듯 기업들의 부(富)를 먼저 늘려 주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까지 혜택이 다 돌아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낙수효과는 별로 없었다. 대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투자확대와 고용창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신 곳간에 사내유보금만 차곡차곡 쌓아 뒀다. 법인세 인하로 이익이 늘어나자 대기업들이 임직원들의 보너스 잔치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많이 나왔다.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쪽에서는 법인세
  • [사설] 세월호 수색 종료… 이제 상처 씻고 한길로 가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어제 종료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을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따랐다. 참사 발생 209일 만이다. 먼저 단장(斷腸)의 아픔을 감내한 실종자 9명의 여덟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날로 차가워지는 팽목항 앞바다에 아직 잠겨 있는 부모 자식을 생각하면 도무지 말이 떨어지지 않을 결정을 가족들은 내렸다. 그동안 수색작업을 벌여 온 민간업체 잠수사들이 선체 붕괴 위험 확대와 수온 저하 등의 이유로 전날 수색을 중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자칫 무리한 수색작업으로 인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가족들의 충정이 수색 중단의 동인(動因)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가족들은 어제 진도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색을 계속한다면 잠수사분들의 안전이 위험하다. 저희의 수색 중단 결정으로 정부의 고뇌와 잠수사분들의 고통, 그리고 저희를 위한 공무원분들과 자원봉사자님들의 고생, 진도 군민의 아픔도 눈 녹듯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304명의 희생자 가운데 아직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세월호 참사는 이제 한 단락을 짓고, 다음 단락을 여는 단계로 들어섰다. 길고 깊었던 참
  • [사설] 집 기우뚱하는 잠실 주민들은 불안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싱크홀과 동공(땅속의 빈 공간)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집이 기우뚱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잠실동 백제고분로 주변 건물 5곳에서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나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싱크홀 사고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로 보인다는 것이다. 5층 다가구 주택 한 곳은 건물 한쪽이 30㎝나 가라앉아 문이 저절로 열리고 병이나 공이 한쪽으로 굴러다닌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잠실 석촌지하차도 근처에서는 길이 80m짜리를 비롯한 거대한 동공 7개가 발견돼 주민들이 나다니지도 못하고 불안에 떤 일이 있었다. 원인은 실드공법으로 진행하는 지하철 공사로 드러났다. 이번 경우도 집이 기울어진 방향이 30m쯤 떨어져 있는 지하철 공사장이라고 하니 동공과 마찬가지로 지하철 공사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집이 기울어진 정도는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가장 심각한 E단계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공사 구간을 담당한 기업은 지난번 동공 발견 구간 기업과 다르다고 하니 어느 한 곳만의 문제도 아닌 듯하다. 잠실 지역은 원래 매립지여서 지반이 연약해 공사를 하기 전에 충분한 사전조사를 한 뒤에 대책
  • [사설] 동북아 새판짜기 외교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외교는 주도권과 타이밍이 생명이다. 국제정세의 큰 흐름 속에서 순간순간의 변화를 포착해 적절한 시점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을 관철시키는 일종의 종합예술과도 같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의 동북아 정세와 확연하게 달라지는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면서 반목하던 중국과 일본이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실리외교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강경으로 치닫던 북한 김정은 체제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억류했던 인질들을 석방하며 북·미 대화의 손짓을 하고 있다.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외교는 지금 시험대에 서 있는 것이다. 싫건 좋건 동북아를 움직이는 핵심 키는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이는 ‘아시아로의 회귀’ 또는 ‘아시아 재균형’ 등의 전략을 내세우는 미국과 중화(中華)의 꿈을 설파하면서 동북아의 맹주를 꿈꾸는 중국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따라 우리나라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사드(THAAD)의 한반
  • [사설] 복지 논쟁 뒤로 오갈 ‘쪽지예산’이 더 겁난다

    국회가 어제부터 상임위원회별로 새해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보육료, 기초연금 등 이른바 ‘무상복지’를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간의 3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예산 심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 달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야 간 공방이 예상된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증세 불가피론을 제기한 데서 보듯 국세·지방세 증액 공방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무상복지나 조세정책은 국가의 국정 철학과 경제정책 기조의 근간을 이루는 사안으로, 각계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예산심사 기간에 여야 간 책임 공방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을 도출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정녕 무상복지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해법을 마련하겠다면 여야는 이제라도 자신들 대표가 주창한 대로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예산 심의를 앞두고 국민들이 걱정하는 대목은 이런 무상복지 거대 담론보다 이를 둘러싼 공방 뒤로 펼쳐질 여야 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다. 이른바 ‘쪽지예산’으
  • [사설] 소득 있는 퇴직공무원 연금수령액 줄여야

    공적연금이 소득의 상실이나 소득의 저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생활의 위기로부터 가입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것도 ‘위기로부터의 생활 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취지를 크게 넘어서는 고액 수령자가 많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비교해 퇴직 이후 소득이 발생했을 때도 특혜에 가깝게 우대받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것도 중하위 퇴직자에게까지 고루 주어지기보다 현실적으로 고위직 출신에 한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일반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는 퇴직한 공무원이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재취업하면 연금의 최대 50%를 깎아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이 다시 국가기관에 공무원으로 재취업하면 연금 전액을 지급 정지하지만 경력과 보수가 늘어나는 만큼 불이익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공무원을 퇴직한 연금 수급자로 새로운 직장에서 근로소득을 올린 사람은 1만 624명이고, 평균연봉은 6293만원이었다. 현행 제도에 따라 연봉이 5193만원을 넘는 사람은 공
  • [사설] 한·중 FTA로 혜택 볼 기업, 사회에 더 기여해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어제 타결됐다. 2012년 5월 협상을 시작한 뒤 30개월 만이다.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상황이고 보면 비준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제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모두 체결하게 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FTA 체결은 우리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413억 달러나 된다. 전체 수출액의 4분의1이다. 나머지 4대 수출국인 미국, EU, 일본으로의 수출액 전부와 비슷한 규모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양국의 교역품목 중 90%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최장 20년 이내에 없어진다. 관세 장벽이 무너지면 두 나라 간 교역은 더 활발해진다. 13억 인구를 지닌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기술력에서 우위를 지닌 기업들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균 10%나 되는 관세가 인하되거나 없어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좁은 대한민국의 내수시장을 벗어나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기가 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 [사설] 비리 몰아낼 방사청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통영함 등 방산 비리에 연루되면서 방위사업청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용걸 방사청장이 며칠 전 회견에서 “방위사업 반부패 혁신추진단을 만들어 지금의 무기획득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차제에 국민 혈세를 좀먹는 군(軍)피아 비리가 발을 못 붙이도록 방사청의 조직과 기능 모두를 원점에서 대수술하기 바란다. 방사청은 참여정부 때인 2006년 비리의 모종밭 격이었던 무기획득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청했다. 하지만 제 구실을 다하긴커녕 외려 비리 커넥션의 한 축을 이루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사실뿐만 아니라 전력증강 사업의 관리 부실이 지난번 국정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면서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게 아니냐 하는 의문과 함께 방사청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예산 전문가인 이용걸 청장을 임명한 까닭이 무엇이었겠나. 최대한 효율적으로 무기획득 사업을 수행하면서 예산이 줄줄 새는 비리를 막으란 취지였을 게다. 최근 불거진 방사청 비리를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청장의 방사청 대개혁 약속이 빈말에
  • [사설] 北 미국 인질석방, 한반도 경색 돌파구 돼야

    북한이 억류해 온 미국인 인질 2명을 그저께 전격 석방함에 따라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반(反)공화국 적대범죄 행위’로 북한 감옥에 갇힌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 석방을 위해 물밑 교섭을 해 왔고, 북한이 이에 호응해 미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석방 교섭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 내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사실상 대통령 특사 형식으로 파견했다는 점이다.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10여개 정보기관을 총괄지휘하는 인물이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정보 보고를 하며 수시로 독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클래퍼 국장의 북한 내 행적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핵심 실세들과 만나 북한의 입장을 청취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인권이 국제사회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북한 수뇌부의 생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 [사설] 매년 10조원씩 늘어나는 자영업자 부채

    자영업자들의 빚이 해마다 10조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2010년 말 94조원에서 올 10월 말에는 134조원까지 급증했다. 4년간 무려 40조원이, 연평균으로는 10조원씩 빚이 쌓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오래됐지만 최근엔 빚까지 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경기가 바닥이라 장사가 안되는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니 소득은 더 줄고 다시 돈을 빌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빚을 내서 빚을 돌려 막으며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는 모두 537만명으로, 2009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월 매출액은 2010년 평균 99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평균 877만원으로 급감했다.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는 가게운영자금 용도가 아니라 생계자금으로 빚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로 먼저 사업자금을 대고 자본금이 바닥나거나 돈이 부족해지면 추가로 자영업 대출로 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의 빚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한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시한폭탄’이 될 수 있지만, 뾰족한
  • [사설] 건보공단 이사장의 건보료 체계 비판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그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은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김 이사장은 오는 14일 퇴직하면 자신의 건보료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와 비교했다. 억대의 연봉을 받던 그는 5억 6000여만원의 재산이 있지만 퇴직하면 직장가입자인 부인의 피부양자가 되면서 월 74만원(절반 회사부담)씩 내던 보험료를 12월부터는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고 한다. 어떤 ‘꼼수’를 써서 그런 게 아니라 현행 법규가 그렇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으로 70만원을 남긴 뒤 비극적으로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는 직장도 없고, 소득도 없었지만 한 달에 꼬박꼬박 5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최고책임자가 현행 건보료 책정 시스템이 모순투성이라는 것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사례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지적이다. 건보료 부과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건보공단에 제기된 민원 중 약 80%(5700만건)가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것일 정도다. 불만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물리는 기준이 다른 데서 시작된다. 현행 건보료는 직
  • [사설] ‘사자방’ 국정조사 입장 조속히 정리하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사업 이른바 ‘사자방’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제 의원총회를 열어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사활을 건 정치공세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는 데 너무 늦다는 법은 없다. 지금이라도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적행위’라며 비리를 뿌리뽑을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도 이에 대해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나서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된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홍수 및 가뭄 극복, 수질·생태계 개선 등을 위해 추진한 수십조원 규모의 국가적 프로젝트다. 그러나 국민 10명 중 8명이 “4대강 사업은 효과가 없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 국민의 평가는 사뭇 냉혹하다. 4대강에 매년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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