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디폴트 위험 있다면 무상복지 재검토해야

    홍준표 경남지사발(發) 무상급식 지원 중단 파문이 무상보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를 불렀던 격렬한 무상복지 논쟁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홍 지사의 발표에 자극을 받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은 엊그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부담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적 노선이 다른 여야와 단체장·교육감이 뒤엉켜 제각기 자기 주장을 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는 채 2년도 안 돼 공약을 파기하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3~5세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고교무상교육에 대한 내년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을 것으로 밝혀졌다.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걸었던 공약이 결국은 예산 부족이라는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나 실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포퓰리즘적 공약은 야당도 내걸었긴 하다. 세수 감소로 국가 재정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무상급식만 따진다면 찬성 진영
  •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찬반 국민에게 물어보라

    전국의 공무원이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이고 있다. 합법 노조인 대한민국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찬반 투표를 실시하라는 ‘투쟁지침’을 그제 소속 6개 조직에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공노총은 조합원뿐 아니라 107만명에 이르는 모든 공무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도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공무원 협의체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오는 11일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한다. 개표함은 열어 보나 마나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 단체들이 투쟁의 명분을 쌓는 요식행위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는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도 표면적으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찬반 투표에 나선 공무원 단체가 내세우는 핵심 이유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개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 단체들이 어떤 수준이든 연금 개혁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공무원 단체들은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면서도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의견
  • [사설] 목소리 커진 美공화당 한반도 파고 대비해야

    대외 강경노선을 걷는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2016년 미 대선까지 미국 정가는 오바마 행정부를 옥죄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칫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거센 돌풍에 휘말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악화되거나 간신히 균형을 잡아 가는 한·중 외교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승자 독식’ 원칙에 따라 하원에 이어 상원의 모든 상임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강경 모드로 변화될 소지가 높아졌다. 특히 상원외교위원장으로 확실시되는 밥 코너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로 통한다. 그는 오바마의 유약한 대외정책 비판론자로서 유명하다. 북한·이란핵 개발 저지에 소극적인 오바마 대통령을 질타해 왔다.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된 존 매케인 의원 역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반대하고 압박과 제재를 통한 대북 강경노선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공화당의 대외 강경 기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한·미 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
  • [사설] 북, 李여사 방북 승인에 담긴 메시지 직시하길

    통일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북한 방문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 여사의 방북 준비를 위한 김대중평화센터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승인함으로써 방북의 길을 연 것이다. 대북 전단을 구실로 북측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를 거부하면서 다시 꼬이기 시작한 남북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먼저 이 여사에게 방북을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평가한다.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 여사가 방북 승인을 요청하고, 이에 박 대통령이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화답한 뒤로 보수진영 일각에선 이 여사의 방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북 퍼주기’ 정책의 주역인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 남북 관계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고, 자칫 북의 대내외 선전전에 말릴 공산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심지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맺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밀약’을 이행하기 위한 방북이라는 의혹까지도 나돌고 있다. 그간의 행태를 본다면 북측이 이 여사의 방북을 체제 우위를 주장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가 큰 게 사실이다. 김대중·노무현 정
  • [사설] 삼성의 대졸공채 전면개편 주목한다

    삼성은 어제 대졸 공채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그룹의 공식 입사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기 전에 ‘직무적합성평가’라는 단계를 새로 만들어 먼저 거치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적용된다. 삼성에 지원하는 사람이 연간 20만명에 달하고 관련 사교육 시장도 우후죽순처럼 커진 기현상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도 볼 수 있다. 응시생을 미리 한 차례 걸러 내기 때문에 내년부터 SSAT 응시생은 크게 준다. 삼성그룹은 연간 9000명가량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응시생의 95% 이상이 결과적으로 낙방의 쓴잔을 마시게 된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삼성고시’에만 매달린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비효율적인 현상이다. 이번 개편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고시’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삼성 측은 사회적 비용 경감보다는 직무별로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뽑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업무 능력과는 무관한 SSAT 성적이 최종 당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직무적합성평가’를 통해 전공 학점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했는지를 보고, 직군(職群)에 따라 자기 업무와 관련된 강점
  • [사설] ‘예산 따내기 담합’으로 비치는 영호남 만남

    지난해 말 경북·전남 지역 여야 국회의원 26명이 정치권에서부터 지역 갈등의 파고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며 만든 단체가 바로 ‘동서화합포럼’이다. 올 1월엔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3월엔 답방으로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의 결정적 단초인 영호남 화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영호남이 하나가 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진작부터 있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영호남 지역주의는 근래 들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도 선거 때면 으레 코브라처럼 고개를 바짝 쳐든다. 결코 만만찮은 지명도와 명망을 지닌 인사도 영호남 ‘적지’(敵地)에서 출마하면 여지없이 패하고 만다. 지난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것을 놓고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였으니 지역주의의 벽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동서화합포럼이 출범했
  • [사설] 반기문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정치권

    정치권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선전에 끌어들이려는, 때아닌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얼마 전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그를 차기 주자 반열로 끌어올리더니 이번엔 야당이 한발 더 나갔다. 야권 원로급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측근들이 (새정치연의) 차기 후보 영입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이 어제 “총장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선을 긋긴 했다. 그럼에도 여야가 서로 “우리편 대선 후보”라고 주장하는 진풍경을 빚어낸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징표일 것이다. 반 총장은 최근 차기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어느 정파와도 초연한 위치에 있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무한 정쟁에 신물이 난 상황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는 낡은 구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큼 일정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유엔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했을 정도
  • [사설] ‘9시 등교’ 교육감 아닌 교장이 선택해야

    경기도와 전북에 이어 내년부터 서울에서도 초·중·고교 ‘9시 등교제’가 추진된다고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제 “내년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교의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출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말로는 강제하지는 않겠다지만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을 일선 학교들이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전면 무상급식에 이어 또다시 설익은 정책 실험을 강요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는 형국이다. 교사·학부모·학생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괜한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당부한다. 사실 몇 가지 측면에서 등교 시간을 늦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대체로 오전 8시∼8시 40분인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면 학생들이 수면이나 아침 식사 시간에 그만큼 여유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학업 경쟁에 내몰린 성장기 학생들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런 순기능만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올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의 사례를 잘 짚어 봐야 한다. 아침잠을 좀 더 잘 수 있어 좋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늦춰진 등교 시간만큼 하교 시간이 미뤄져 더 피곤하
  • [사설] 2차 엔저쇼크 장기화에 대비해야

    내수 침체로 가뜩이나 위축된 한국 경제가 2차 엔저(円低) 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이 돈 풀기를 끝냈지만 반대로 일본은 추가로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强)달러’와 ‘엔저’라는 강력한 대외 변수로 인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모두 충격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 시중자금 공급량을 연간 60조~70조엔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 다시 2차로 최대 80조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량은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355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소비세 인상으로 여전히 저조한 국내 소비를 살리고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일본의 고육책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20년간 시달린 디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고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늘어난 엔화로 인한 엔화가치 하락(엔저)은 우리 경제, 특히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상품은 비싸져 불리해진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분야에서 받는 충격은 더 크다. 엔저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수익성이 좋아진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
  • [사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선언

    경남발(發)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의 후폭풍이 거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그제 경남교육청의 감사 거부에 맞서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전격 선언한 뒤 기다렸다는 듯이 경남도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인천의 일부 지역에서도 무상급식 중단 대열에 나서고 있다. 2011년 8월 서울시의 무상급식 전면 도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앞두고 전국을 강타한 급식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그동안 무상급식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경남도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법 규정에도 없는 월권행위”라며 맞서 왔다. 그러다 홍 지사가 “감사 없는 예산 지원은 없다”는 논리로 예산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표면적으로 예산 감사를 둘러싼 양측의 감정싸움이 발단이 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보수 지자체장과 진보 교육감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나 다름없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 중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터라 앞으로 전국적인 형태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집행한 무상급식 예산은 모두 2조 3683억원이다. 교원 인건비 등 고정 예산 이외에 초등돌봄교실,
  • [사설] 부실입법 조롱한 아이폰 대란

    지난 주말 ‘아식스(아이폰6)대란’이 발생했다. 서울 시내 여러 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이폰6가 대당 10만~20만원대에 팔려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새벽부터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무색하게 됐다. 이번에 팔린 아이폰6의 16GB 모델은 출고가가 78만 9800원이다. 이통사들이 공시한 최대보조금(30만원)과 대리점이 재량으로 줄 수 있는 보조금을 고려해도 실제 최저가는 50만원선이다. 그런데도 10만원대에 싸게 팔린 것은 이통사들이 대거 판매촉진금을 풀고 매장에서도 이통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의 상당액을 포기하고 단말기 할인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통 3사가 모두 똑같이 그렇게 했다. 과거의 불법 행태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결과적으로 법을 지킨 사람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바로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이보다 40만원가량을 더 주고 정상적으로 아이폰6를 구매한 사람들만 바보가 된 꼴이다. 시장질서를 교란한 만큼 정부가 단속에 나서자 이번에는 10만원대에 아이폰6를 산 소비자들에게 잇따라 개통 취소를 통보하며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 [사설] 집단이익에 매몰되면 나라 미래는 어둡다

    당정청이 한목소리를 내며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에 속도를 붙이자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엊그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들의 연금개혁 반대 집회에는 9만 5000여명(경찰 추산)의 공무원과 교원들이 참석해 “이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밀실에서 강행하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1960년 처음 만들어진 공무원연금은 퇴직자가 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1993년 이후 20여년째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2조 5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는 예산으로 보전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1995년, 2000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공무원연금제도를 고쳤지만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개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용두사미식 ‘찔끔 개혁’에 그치고 말았다. 집단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더 내고 덜 받는 본질적인 개혁을 도외시한 까닭이다. 이번에야말로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을 개혁다운 개혁을 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 비해 공무원의 보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
  • [사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이번엔 반드시 도입하라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인류가 진화할수록, 문명이 발달할수록,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각종 규제장치를 만들어 권력을 감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어제 정치개혁을 위한 혁신안 의제 중 하나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찬성 지지율이 90%를 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런 의지에도 국민소환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정치권 스스로 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소환제 도입 카드를 흔들다가 어물쩍 넘어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 2012년 6월 19대 총선 직후 당시 민주당 황주홍 의원 등 초선 11명이 ‘국민소환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가 현재까지 계류 상태다. 2013년 4월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명의로 국민소환제 추진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누리당 혁신위가 다시 국민소환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혁신위가 추진하는 것을 놓고 진정성
  • [사설] 경영실적 최하 한국거래소 연봉은 1위라니…

    경영 실적이 나쁘거나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직원들이 여전히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노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302개 공공기업의 연봉 자료를 어제 공개한 것에 따르면 201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인 ‘E등급’을 받은 한국거래소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124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직원 평균 연봉도 무려 1억 100만원이나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경영평가에서 가장 낮은 E등급은 ‘매우 미흡’, D등급은 ‘미흡’이다. 3위인 산은금융지주의 직원 평균 연봉도 1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의 손실액은 무려 1조 6000억원이나 된다.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4000만원 이상인 곳은 13곳이나 됐다.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대체로 2000만원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신입사원 초임이 3000만원대인 것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연봉도 논란거리다. IBK기업은행과
  • [사설] 국민안전처, 재난 컨트롤타워 실질 갖춰야

    국가 재난안전의 사령탑 구실을 할 국민안전처가 신설된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제정안·정부조직법개정안·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 ‘세월호 3법’에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정부가 요청한 국가안전처라는 명칭은 국민안전처로 변경됐다. 장관급인 국민안전처 출범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개정안에 따르면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폐지되고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 전환된다. 두 부서의 인사와 예산은 독립성이 인정된다. 국민안전처는 무엇보다 사회재난은 안전행정부에서,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에서 맡도록 돼 있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위상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난 관리의 이원화로 인한 혼선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안전처장을 장관급으로 한다고 해서 과연 비상시에 관련 부처들을 실질적으로 총괄 지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서 군과 경찰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과 유관 부서를 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국가적 재해·재난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28개 연방 부처는 물론 적십자 등 민간기구까지 총괄
  • [사설] 선거구획정위 선관위 산하 설치 합의하라

    헌법재판소가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회는 내년 말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헌재 결정이 투표의 평등 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선거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정치권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선거제도 전반의 개혁은 최근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한 변수에 휩싸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정치권이 하루라도 빨리 매듭지어 놓아야 할 중요한 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기는 데 합의하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는 그동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 속에도 여야 합의로 가동돼 왔다. 당연히 여당과 제1야당,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에 일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번 기회에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해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새누리당 혁신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
  • [사설] 이 참에 선거제도 전반 개혁 논의해 보라

    새로운 선거구 획정을 불가피하게 만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헌재의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 개편 논의에 들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마저 민생 이슈가 정치 이슈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며 속도조절에 부심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음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미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농(都農)복합 선거구제 같은 선거제도 개편안이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이 쟁점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제 헌재는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16년 치러질 제20대 총선에 맞춰 내년 말까지 2대1 이하의 인구 편차를 적용한 새 선거구를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헌재가 제시한 기준을 따르면 기존 246개의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37곳은 인구 상한을 넘어서고, 25곳은 인구 하한에
  • [사설] 수능 출제 오류로 단 한명의 피해자도 없어야

    정부가 어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를 잘못했다고 공식 인정하고 피해 학생들을 전원 구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문항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할까,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그동안 수능시험의 출제 오류는 네 번 있었는데 1994년 수능시험 체제가 도입된 뒤 출제 오류가 인정돼 입시 결과를 뒤집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는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입시생들을 전원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 한 문제의 영향이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그 문제에 상관없이 대학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그 한 문제 때문에 원하는 대학의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정답을 정확히 알고 썼는 데도 오답으로 처리되어서 그 결과 지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없다. 이 문제 때문에 당락이 바뀐 수험생이 얼마나 되었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대학에 정원외라도 입학을 허락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았을 수도 있다. 피해 수험생들을 어떻게든 배려하겠
  • [사설] 세월호법 타결, ‘안전한 대한민국’ 첫단추 되길

    국회는 어제 이른바 ‘세월호 3법’을 놓고 하루 종일 진통을 겪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9월 30일 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일명 ‘유병언법’) 등을 어제까지 타결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고도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200일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 산고를 치른 꼴이다. 이제 여야는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략에서 벗어나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공동선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길 바란다. 여야가 ‘세월호 3법’ 협상의 골간에 합의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검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유가족들의 비토권을 보장하기로 한 점이 그렇다. 사고 예방과 구조에 무능했던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되 신설될 국가안전처에 해경 업무를 관장하는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둬 업무 공백의 우려를 던 점도 마찬가지다. 또 유병언법이 시행되면 참사 수습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길도 열린다. 청해진 해운 등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가능해짐으로써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사태 수습을 위한 3각 얼개가 짜여지는 셈이다. ‘세월호 3법’ 타결이 잘 꿴 첫
  • [사설] 대학원생 인권무시 교수 갑질, 해도 너무 한다

    교수가 대학원생을 마치 노예나 심부름꾼처럼 부리는 실상이 공개됐다. 논문 심사나 연구비 책정 등 교수의 권한을 미끼로 전근대적인 갑(甲)질을 일삼는 사례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대학원생의 인권을 짓밟는 봉건적인 도제 시스템과 폐쇄적인 학문 풍토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지성의 전당을 자처하고 지식공동체를 거론할 수 있겠는가. 자성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13개 대학의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 보고서’에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교수들의 횡포와 부당행위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지도교수에게 부당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65.3%는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참고 넘어갔다고 밝혔다. 갑질의 행태도 성희롱과 언어폭력, 금품 요구, 연구실적 가로채기, 개인 잡무 맡기기 등으로 다양했다. 지도교수의 자녀들에게 무료 과외교습을 해주거나 이삿짐을 나르는 정도는 예사였다. 대학원생의 실험결과를 도용해 학술지에 자기 이름으로 투고하는가 하면, 특정 학생의 논문을 대필시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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