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생명과 직결된 면허증 관리 철저히 해야

    보건복지부는 어제 의료인에 대한 면허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100원짜리 주사기를 재활용해 C형 감염환자가 대거 발생하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염병도 아닌데 특정 병원 한군데에서 C형 감염자가 무려 76명이나 발생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의료윤리를 망각한 무책임한 의사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이 빚은 참사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나의원 K원장은 3년 전 교통사고로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 판정(3급)과 언어장애(2급)을 받았다. 혼자서는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 평소 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그런 장애가 심각한 의사가 주사 처방을 하는 등 제한 없이 진료를 해 오도록 3년씩이나 방치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병원장의 무면허 아내는 남편 대신 환자의 혈액 채취 검사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C형 감염자만 나왔지만 혹 이들 중 에이즈 또는 B형 감염자가 섞여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고 나면 이 병원에서 또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안의 심각성치고는 협의체 구성 등 복지부
  • [사설] 나눔 실천으로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서울시청 앞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갖고,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을 위한 ‘희망 2016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의 나눔 캠페인 구호는 ‘나의 기부, 가장 착한 선물’이라고 한다. 모금 운동은 내년 1월 31일까지 70일 동안 전국 17개 시·도에서 진행된다. 올해 목표액은 지난해 실적보다 2.5% 많은 3430억원이다.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1도씩 올라간다. 지난해에는 올해에 비해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의 정성 어린 참여로 사랑의 온도가 100.5도를 기록했다. 모금 운동 첫날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250억원을 기탁해 1호 기부자가 됐다. 다음날 LG 하현회 사장은 120억원을 전달하는 등 대기업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모금 실적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여기에 각종 경제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공공요금 인상 등 우울한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모금회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되려면 사랑 나눔 문화가 성숙해져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를 누리
  • [사설] 與 정치력으로 뚫어야 할 한·중 FTA 비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또 불발됐다. 엊그제에 이어 어제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연속 무산됐다. 여야가 30일 본회의를 다시 열기로 해서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될 수 있는 희망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날 비준안이 처리되더라도 중국 쪽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포함해 아무리 서둘러도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연내 발효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중 FTA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면 반드시 올해 안에 발효돼야 한다. 관세 인하 효과를 앞당겨 누릴 수 있어서다. 연내 발효되면 발효일인 올해 1년차 관세가 인하되고 다시 내년 1월 1일부터 2년차 관세가 인하된다. 수출 기업들은 1년치 관세 인하의 혜택을 추가로 본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내는 연간 54억 4000만 달러의 관세도 절감된다. 반면 연내 발효가 무산되면 1년치 관세 인하 혜택이 사라진다. 그만큼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비준이 연내 이뤄지면 수출 증가가 하루 40억원씩 연간 1조 5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비준은 서둘러야 한다. 우리 경제는 올해 3% 성장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 [사설] 신기남 의원 로스쿨 압력, ‘금수저 논란’ 모르나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이 졸업시험에 낙방하자 학교 측에 구제해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경희대 로스쿨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로스쿨 3학년인 신 의원의 아들은 최근 치러진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졸업시험에 떨어지면 변호사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그러자 신 의원이 로스쿨 원장과 부원장을 찾아가 낙방한 아들을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 상담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재 50%인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 합격률을 80%까지 올려 주겠다는 믿기 어려운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해당 로스쿨은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신 의원의 아들을 최종 탈락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의원의 이번 처신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로스쿨 교육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신 의원 측은 부모 입장에서 아들의 일이 안타까워 찾아가게 된 것뿐이고, 압력을 넣을 권한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묻고 싶다. 국회의원은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정책 입안과 추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 [사설] 남북 당국회담, 작은 시작 큰 결실을 기대한다

    남북이 다음달 11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차관급을 대표로 하는 당국자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8·25 합의가 나온 지 3개월 만인 그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개최한 남북 실무 접촉에서다. 남북은 의제를 비롯해 회담 대표의 격(格), 장소 등을 놓고 11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공동 보도문을 내놨다. 간추리면 12월 11일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개성공업지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을 의제로 삼아 회담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는 내용이다. 또 회담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은 판문점연락사무소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회담 결과는 어제 새벽에 발표됐지만 합의가 이례적으로 당일에 이뤄졌다. 실질적이고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탓에 8·25 합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신속한 합의와 함께 대화 채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작지 않다. 실무회담은 8·25 합의에 비춰 기대했던 만큼 크게 한 걸음 내디딘 것은 아니다. 8·25 합의의 핵심은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해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전제 역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다. 장관급 고위 당국자 회담은 실무 접촉에서 차관급으
  • [사설] 떠난 YS 통합정신 후세대가 이어받아야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이 어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 각계 대표, 주한 외국 대사를 포함한 해외 조문 사절까지 1만여명이 넘는 조문객이 참석했다. YS의 운구는 광화문과 세종로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면서 대통령과 9선 의원으로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삶의 궤적을 반추했다. 추도사를 맡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온몸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추모했고 국가장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의 신앙인 개신교 의식을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까지 4대 종교의식을 통해 넋을 기렸다. YS의 육신은 어제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됐지만 그의 철학과 정신은 후세들의 가슴속에 오롯이 살아남았다. 그가 2년 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남긴 ‘통합과 화합’이란 유지가 대표적이다. 첫 국가장으로 거행된 YS 장례식의 장례위원회도 지역과 이념을 초월한 ‘통합형 장례위원회’였다. 장례위원 2222명의 명단에는 YS의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물론 YS가 감옥에 보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총망라돼 있다. 분열과 갈등으로 찢긴 현 정
  • [사설] 가속화되는 두뇌 유출 종합대책 시급하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우수한 인력 확보는 기본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우수 두뇌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 큰일이다. 두뇌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또 나왔다. 어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두뇌 유출 지수는 3.98로 조사 대상인 61개국 가운데 유출 정도가 18번째로 심각했다. 유출 지수는 모국에 남는 인재의 수를 의미하는데, 우리의 우수 두뇌 10명 가운데 6명은 나라 밖으로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재작년 IMD 발표에서 4.63이었던 두뇌 유출 지수는 그새 더 떨어진 셈이다. 열심히 키워서 남의 나라 좋은 일 시킨다는 통계는 현실에서도 구체적으로 입증된다. 2012년 조사에서 미국 내 한국인 이공계 박사 학위자 1400명 가운데 미국 잔류 의사를 밝힌 사람은 60%나 됐다. 국내 사정이라고 나을 게 없다.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 10명 중 8명이 기회만 되면 한국을 떠나려 한다는 조사치도 있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나라가 맞나 싶다. 사정이 이런데, 전반적인 노동 의욕까지 꺾일 대로 꺾여 있다니 설상가상이다. 우리나라 노동자
  • [사설] 생산성 제로 국회 세비 올릴 자격 있나

    여야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올리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인상안은 일찌감치 지난 17일 운영위원회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라는 것이다. 운영위의 여야 의원들은 단 한 차례의 토론도 없이 인상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을 3.0% 올리는 내용이란다. 인상안이 통과되면 일반수당은 지금의 월 646만원에서 665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세비 총액도 한 해 1억 4024만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화가 치미는 것을 넘어 어이가 없는 것은 액수 때문이 아니다. 민생 현안의 처리가 급하다고 일년 내내 수도 없이 외쳐도 마이동풍으로 일관하며 정쟁만 일삼던 그들이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세비를 올린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세비 삭감을 약속했다. 당시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일반수당을 30% 삭감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고 새누리당도 동의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판만 바꾸었을 뿐 지금도 여야 모두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그때 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세비를 삭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후안무치하기 이
  • [사설] KFX 껍데기만 국산이라면 사업 재고해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또다시 삐걱대고 있다. 미국이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체계통합 핵심 기술에 이어 최근 쌍발 엔진 체계통합 기술 등 3개 주요 기술에 대한 이전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 측은 나머지 18개 기술에 대해서도 “한국이 원하는 기술 범위와 수준을 좀 더 분명하게 세분화해 달라”고 요청해 기술 이전 확답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기간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개발 우선협상업체로 지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투자금 회수 방안이 미흡하면 KAI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발에 8조원, 양산에 9조원 등 총 18조원대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는 KFX 사업은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보고를 받은 뒤 “기한(2025년) 내에 개발을 완수하라”고 사업 강행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만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기한 내 개발은 고사하고, 껍데기만 국산인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기관은 철저한
  • [사설] 서울역 고가공원화 강행, 고려할 것 많다

    서울역 고가(高架)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서울시의 사업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가 어제 서울역 고가를 차로에서 보행로로 변경하는 것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공원화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다음달 13일 0시부터 서울역 고가의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어제 밝혔다. 애초 오는 29일 0시부터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회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는 등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14일을 늦췄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은 고가도로를 수목원 같은 녹지공원으로 만들어 시민 휴식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으로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역 고가는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일부는 E등급)을 받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폐쇄가 불가피했는데 서울시는 이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도로 상판을 보행용 상판으로 바꾼 뒤 시민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폐철교를 공원으로 바꿔 관광자원화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가 폐쇄 시 교통 대책이 미흡하다”는 경찰과 문화재인 서울역 옛 역사(驛舍)의 조망권을 해친다는
  • [사설] 제2금융권 가계부채 특별관리하라

    한국은행이 어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가계 부채 총액이 3분기 동안 34조 5000억원이 늘어나 116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분기별로는 2002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직전 최대 폭이 올 2분기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가계 부채 증가 폭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체 가계 부채 증가도 문제지만 금리 변동과 경기 침체에 취약한 제2금융권 가계 대출 규모가 정부의 억제 정책에도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가계 부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561조 425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497조 856억원에 비해 63조원 이상 늘었다. 제2금융권의 가계 부채 증가 요인으로는 개인 사업자들의 급전 수요와 아파트에 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이 느슨한 토지, 상가, 건물 등 비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내년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를 앞두고 선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 등이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제2금융권에 대해 LTV를 60~85%에서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50~55%에서 60%로 시중은행인 제1금융권과 같게 조정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지만 가계 대출
  • [사설] 서울시 ‘뜨는 상가 세입자 대책’ 주목한다

    상권이 활성화돼 동네가 주목받으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엉뚱하게 외곽으로 밀려난다. 이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제동을 걸어 보겠다고 서울시가 그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대학로, 인사동, 신촌, 홍대, 서촌 등 갈수록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는 곳들을 시범 지역으로 정했다. 우선 시는 이들 지역의 핵심 건물을 직접 사들여 문화·예술인과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199억원을 편성했다. 소상공인들이 상가를 살 수 있도록 8억원 내에서 대출도 해 줄 계획이다. 임대료 폭등을 막는 데 건물주들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노후 상가 건물주에게는 리모델링이나 보수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수십 년 붙박이로 살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정작 개발이익에서 소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이다. 경리단길, 서촌, 북촌 등 새롭게 주목받는 동네들이 어떤 곳인가. 작은 상점과 실험적인 공간들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일궈 낸 골목 문화권이다. 이런 곳들이 1년에 20~50%씩 임차료가 치솟아 원주민과 소상
  • [사설] 규제, 경제와 안전 투 트랙으로 가야

    국민안전처 장관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에서 재난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처가 분리된 뒤 오히려 안전관련 규제가 소홀히 다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규제위는 불필요한 규제 정비와 신설 규제의 적절성 등을 심사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전처 장관의 규제위 참여는 당연하다고 본다. 규제위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듯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현재 규제위는 공동위원장, 정부 위원, 민간 위원 등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위원으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이 있다. 문제는 그동안 안전 업무를 행자부 장관이 챙겼지만 지금은 안전처 장관으로 바뀌었는데 정작 안전처 장관은 규제위의 멤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각 부처가 제출한 법안에 자연재해·화재·건축·교통·원자력 등 사회 분야 안전 관련 규제가 포함돼 있어도 이를 제대로 걸러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 [사설] 노동개혁 제때 못해 겪은 외환위기서 교훈 얻길

    올 정기국회 회기를 불과 2주 남겨 놓고도 여야는 쟁점 현안을 두고 평행선 대치만 계속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그리고 무상보육 예산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은 쌓였는데 26일 본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심지어 며칠 전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후광을 서로 내년 총선에서 활용하려고 새로운 정쟁을 벌이는 판이다. 여야 모두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통합과 화해라는 유지의 속뜻이 정략보다 민생을 앞세우라는 주문임에도 이를 외면하는 형국이다. 그러잖아도 출범 초부터 무한 정쟁으로 생산성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다. 그런데도 26일 본회의에 올릴 안건마저 확정하지 못한 채 여야 지도부는 민생과 무관한 입씨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의 정치적 아들”이라거나 “나의 정치적 대부”라는 등 YS의 이미지를 차용하기에 급급한 것도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민망한 일이다. 물론 “이들은 정치적 아들이 아니라 유산만 노리는 아들”(이종걸 원내대표)이라는 식의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비아냥도 정쟁에 찌든 소아병으로 비치는 건 마찬가지다. 해는 저물고 날은
  • [사설] YS ‘통합·화합’ 유지 민생 우선으로 구현해야

    그제 유명을 달리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추모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줄을 이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고 한평생 대한민국을 위해 바친 그의 정치 인생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혹독한 탄압에 굴하지 않았던 정치인이다. 1990년 3당 합당을 결행하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 연대로 국민 통합의 디딤돌을 놓았지만, 안타깝게도 동서의 지역 통합, 보수와 진보 간 이념의 공존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이어 YS의 타계로 민주화 시대의 리더십을 이끈 두 거인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를 넘어 새로운 통합과 화합, 발전의 리더십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인은 마지막 메시지로 ‘통합과 화합’의 화두를 남겼다고 한다. YS의 차남 현철씨는 빈소를 찾은 김종필 전 총리와의 대화에서 “지난해 입원했을 때 말씀을 잘 못했는데 필담으로 ‘통합’과 ‘화합’을 쓰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하시곤 다른 말씀을 못 했다”고 전했다. 삶 자체로 현대사를 써 내려간 김 전 대통령은
  • [사설] 민노총 불법 시위로는 국민 지지 못 얻는다

    경찰이 21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단체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경찰은 압수수색 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압수물품들을 공개했다. 경찰 무전기와 해머, 절단기 등 시위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 14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시위는 압수수색 결과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과 채증 자료만을 보더라도 불법적인 폭력 시위임이 명백해 보인다. 시위대는 차벽을 허물기 위해 버스에 밧줄을 걸어 끌어당기고 철제 사다리로 경찰 차량을 공격했다.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깨 던졌다. 그 결과 경찰관 수십 명이 다쳤지 않았는가. 민주노총과 야당에서는 이번 상황을 경찰의 과잉 진압이 부른 돌발 사태라고 주장한다. 물대포 사용 규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따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 대응이 있었다고 해도 시위의 폭력성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영상과 사진,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불법과 폭력의 수위가 너무 높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사주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 결과를 보
  • [사설] 연평도 포격 5년 만에 반토막 난 정부 지원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인 포격을 한 게 어제로 5년이 됐다. 북한은 당시 170여발의 포탄을 발사해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적인 포격을 가한 것은 6·25 전쟁 이후 처음이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8개월 만의 일이라 국민들은 충격이 더 컸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무력도발로 국민들은 국가 안보에는 한 치의 허점도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부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대대적인 전력 증강과 서해 5도 주민들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 계획의 절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건 이듬해인 2011년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했다. 10년 동안 78개 사업에 민간 자본을 포함해 9109억원을 들여 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올해까지 지원 액수는 2583억원으로 목표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지원 예산도 첫해인 2011년 426억원에서 올해는 232억원으로 5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됐다. 관광객도 줄면서 서해 5도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고
  • [사설] ‘민주화의 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어제 새벽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이 88세의 일기로 영면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그의 아호인 거산(巨山)처럼 현대사의 굽이마다 뚜렷한 족적과 공과를 남겼다. 우리는 헌정사의 거목(巨木)을 잃은 상실감이 적지 않을 온 국민과 함께 그의 서거를 애도한다. 아울러 부인 손명순 여사 등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표한다. 이제 고인이 생전에 열망했던 민주화의 완성이나 신(新)한국의 건설은 남은 우리 모두의 몫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 일생에는 우리 현대사의 부침과 영욕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져 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무이한 나라다. 이 같은 기적을 거론하면서 그 눈부신 성취의 양대 축인 민주화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을 빼놓고 말하긴 어렵다. 엄혹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의원직 제명과 가택 연금, 그리고 목숨을 건 23일간 단식 등 고인에게 가해졌던 혹독한 탄압과 그의 응전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가는 가시밭길 같은 역사 그 자체였다. ‘정치인 YS’에 대해서는 호오(好惡)와 포폄(褒貶)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닭 모가지를
  • [사설] ‘아너소사이어티’가 보여준 기부 문화의 희망

    국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누적 기부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2007년 12월 아너소사이어티가 출범한 지 8년 만이다.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5년 안에 완납하기로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는데 벌써 회원 930명에 이들의 누적 기부액이 1013억원에 이른다니 놀랍기만 하다. 1억원이 적은 돈인가. 이미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라고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 거액이다. 첫 출발 당시 이 같은 거액 기부자 모임이 기부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서 과연 정착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너소사이어티는 시나브로 우리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직업별로는 기업인이 절반 가까운 47%에 이르지만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 법인이나 단체 임원, 공무원, 스포츠·방송·연예인 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인사들이 동참하고 있다. 모임을 출범시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13%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한다. 기부를 통해 이웃을 돕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더 큰 기쁨을 얻는
  • [사설] 관권선거 시비 자초할 박 시장 野 지도부 참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내홍을 수습하려 제시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안이 새 불씨를 지피고 있다. 비주류 측이 독단적 결정이라고 반발하는 데다 여당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참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각을 세우고 나섰다. 문 대표 퇴진론을 가라앉히려는 카드가 당 안팎에서 역풍을 맞이한 형국이다. 백번 양보해 문·안 연대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은 당내 사정이라고 치자. 하지만 현직 지자체장의 가세는 정당정치의 정도를 벗어나는 일임을 지적한다. 대권 주자급들로 지도부를 구성하는 건 야권이 국민 지지를 끌어올리는 수단일 게다. 이 과정에서 현 최고위원단이 바지저고리가 되면서 당내 갈등도 있겠지만, 이는 어찌 보면 정치적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당 지도부 일원으로 총선에 관여할 경우 생길 선거법 위반 논란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선출직 공직자도 정당 가입은 가능하지만, 국회의원과 달리 행정권을 쥔 대통령과 지자체장들에게는 선거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새정치연합 측도 박 시장의 참여는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로 한정될 것이라고는 했다. 아마 박 시장이 총선 선대위엔 참여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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